옛글 › 삼국유사 › 기이 제1

선덕왕이 낌새를 안 세 가지 일善德王知幾三事

삼국유사 三國遺事 · 일연(一然) · 1281년 (고려 충렬왕 7) · 단락 1 · 한자 484자 · 낭독 1.9분

「삼국유사」 기이 제1 「선덕왕이 낌새를 안 세 가지 일」의 한문 원문과 우리말 번역을 단락마다 나란히 실었습니다. 고려의 승려 일연이 엮은 삼국시대 설화집. 정사가 버린 이야기를 모았다. 단군신화가 실린 가장 오래된 책이다.

1낌새를 알아챈 세 가지 일

第二十七徳曼〔一作万.〕謚善徳女大王姓金氏,父真平王.以貞觀六年壬辰即位御國十六年凡知㡬有三事.

스물일곱째 덕만(德曼)〔만(万)으로 된 곳도 있다.〕은 시호가 선덕여대왕(善德女大王)이며 성은 김씨이고 아버지는 진평왕이다. 정관 육년 임진년에 즉위하여 나라를 열여섯 해 다스렸는데, 미리 알아낸 일이 무릇 셋이었다.

1. 모란 그림에 향기가 없음을 알다

初唐太宗送畫牧丹三色紅·紫·白以其實三升.王見畫花曰,“此花定無香”,仍命種於庭.待其開落果如其言.

첫째. 당 태종이 붉은빛·자줏빛·흰빛 세 가지 모란을 그린 그림과 그 씨 석 되를 보내왔다.

왕이 그림의 꽃을 보고 말하였다. "이 꽃은 틀림없이 향기가 없을 것이다."

그러고는 씨를 뜰에 심게 하였다. 꽃이 피고 질 때까지 기다려 보니 과연 그 말과 같았다.

2. 겨울 개구리 울음으로 백제 복병을 잡다

二於霊廟寺玉門池冬月衆蛙集鳴三四日.國人恠之問於王,王急命角干閼川·弼呑等錬精兵二千人,速去西郊問女根谷必有賊兵掩取殺之.二角干旣受命各率千人問西郊,富山下果有女根谷.百濟兵五百人來藏於彼並取殺之.百濟将軍亐召者藏於南山嶺石上又圍而射之殪,又有後兵一千二百人來亦擊而殺之一無孑遺.

둘째. 영묘사(靈廟寺) 옥문지(玉門池)에서 한겨울에 개구리들이 모여 사나흘을 울었다. 나라 사람들이 괴이하게 여겨 왕에게 물었다.

왕이 급히 각간 알천(閼川)과 필탄(弼呑) 등에게 명하였다. 정예병 이천 명을 뽑아 서둘러 서쪽 들로 가서 여근곡(女根谷)을 찾으면 반드시 적병이 있을 것이니 덮쳐 죽이라 하였다.

두 각간이 명을 받아 각각 천 명을 거느리고 서쪽 들을 살피니, 부산(富山) 아래에 과연 여근곡이 있었다. 백제 병사 오백 명이 와서 거기에 숨어 있었으므로 모두 붙잡아 죽였다.

백제 장군 우소(亐召)가 남산 고개 바위 위에 숨어 있었으므로 또 에워싸고 쏘아 죽였다. 뒤따라온 병사 일천이백 명도 쳐서 죽여 하나도 남기지 않았다.

3. 제 죽을 날과 묻힐 곳을 미리 말하다

三王無恙時謂群臣曰,“朕死於某年某月日,葬我於忉利天中.”群臣罔知其䖏奏云“何所”,王曰“狼山南也.”至其月日王果崩群臣葬於狼山之陽.後十餘年文虎大王創四天王寺於王墳之下.佛経云四天王天之上有忉利天,乃知大王之霊聖也.

셋째. 왕이 아무 병이 없을 때 신하들에게 말하였다. "내가 어느 해 어느 달 어느 날에 죽을 것이니, 나를 도리천(忉利天) 안에 묻어라."

신하들이 그곳을 알지 못하여 "어디입니까" 하고 아뢰니, 왕이 말하였다. "낭산(狼山) 남쪽이다."

그달 그날에 이르러 왕이 과연 세상을 떠났으므로 신하들이 낭산 남쪽에 장사 지냈다.

그 뒤 십여 년에 문무대왕(文武大王)이 왕의 무덤 아래에 사천왕사(四天王寺)를 세웠다. 불경에 사천왕천(四天王天) 위에 도리천이 있다고 하니, 이로써 대왕이 신령하고 성스러웠음을 알겠다.

4. 어떻게 알았는지 왕이 밝히다

當時群臣啓於王曰,“何知花蛙二事之然乎.”王曰“畫花而無蝶知其無香斯,乃唐帝欺寡人之無耦也.蛙有怒形兵士之像,玉門者女根也.女爲隂也,其色白,白西方也,故知兵在西方.男根入於女根則必死矣.以是知其易捉.”於是群臣皆服其聖智.

그때 신하들이 왕에게 여쭈었다. "꽃과 개구리, 그 두 일을 어떻게 그리 아셨습니까."

왕이 말하였다.

"그림의 꽃에 나비가 없으니 향기가 없음을 알았다. 이는 당나라 임금이 내게 짝이 없음을 놀린 것이다.

개구리는 성난 모습이니 군사의 형상이다. 옥문(玉門)이란 여자의 음부를 이른다. 여자는 음(陰)이요 그 빛은 흰빛이며 흰빛은 서쪽이니, 그러므로 군사가 서쪽에 있음을 알았다. 남근이 여근에 들어가면 반드시 죽으니, 이로써 쉽게 잡을 수 있음을 알았다."

이에 신하들이 모두 그 성스러운 지혜에 감복하였다.

5. 세 빛깔 꽃과 첨성대

送花三色者盖知新羅有三女王而然耶,謂善徳·真徳·真聖是也.唐帝以有懸解之明.善徳之創霊庙寺具載良志師傳詳之.别記云是王代錬石築瞻星䑓.

꽃을 세 가지 빛깔로 보낸 것은 아마도 신라에 세 여왕이 있을 것을 알고 그러한 것인가. 선덕·진덕·진성을 이른다. 당나라 임금에게는 앞일을 내다보는 밝음이 있었던 것이다.

선덕왕이 영묘사를 세운 일은 『양지사전(良志師傳)』에 갖추어 실려 있으니 거기서 자세히 볼 것이다.

『별기(別記)』에는 이 왕 때에 돌을 다듬어 첨성대(瞻星臺)를 쌓았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