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글 › 삼국유사 › 감통 제7

경흥이 성인을 만나다憬興遇聖

삼국유사 三國遺事 · 일연(一然) · 1281년 (고려 충렬왕 7) · 단락 3 · 한자 421자 · 낭독 1.7분

「삼국유사」 감통 제7 「경흥이 성인을 만나다」의 한문 원문과 우리말 번역을 단락마다 나란히 실었습니다. 고려의 승려 일연이 엮은 삼국시대 설화집. 정사가 버린 이야기를 모았다. 단군신화가 실린 가장 오래된 책이다.

1죽으며 남긴 당부

憬興遇聖神文王代大徳憬興姓水氏,熊川州人也.年十八出家逰刄三藏望重一時.開耀元年文武王將昇遐顧命於神文曰,“憬興法師可爲國師,不忘朕命.”神文即位曲爲國老住三郎寺.

경흥이 성인을 만나다.

신문왕 대에 대덕 경흥(憬興)은 성이 수씨이며 웅천주 사람이다.

나이 열여덟에 출가하여 삼장에 칼날을 놀리듯 하니 우러름이 한때에 무거웠다.

개요 원년에 문무왕이 세상을 떠나려 할 때 신문왕에게 뒷일을 당부하였다.

"경흥법사를 국사로 삼을 만하니 짐의 명을 잊지 말라."

신문왕이 즉위하여 곡진히 국로로 삼고 삼랑사에 머물게 하였다.

2웃음으로 병을 고치다

忽寢疾彌月,有一尼来謁候之,以華嚴経中善友原病之說爲言曰.“今師之疾憂勞所致喜笑可治.”乃作十一㨾面貌各作俳諧之舞,巉巗成削變態不可勝言.皆可脫頥.師之病不覺洒然.尼遂出門乃入南巷寺〔寺在三郎寺南.〕而隠,所將杖子在幀畫十一面圎通像前.

홀연 병들어 누운 지 한 달이 넘었다.

한 여승이 와서 뵙고 문안하며, 『화엄경』 가운데 좋은 벗이 병의 근원을 말한 대목을 들어 말하였다.

"지금 스님의 병은 근심과 수고로 온 것이니 기쁘게 웃으면 고칠 수 있습니다."

이에 열한 가지 얼굴 모양을 지어 각각 우스운 춤을 추니, 깎아지른 듯 험하기도 하고 바뀌는 모양이 이루 말할 수 없어 모두 턱이 빠질 만하였다.

스님의 병이 저도 모르게 씻은 듯 나았다.

여승이 마침내 문을 나가 남항사에〔절이 삼랑사 남쪽에 있다.〕 들어가 숨었다.

가지고 있던 지팡이가 탱화로 그린 십일면원통상 앞에 있었다.

협주 1

寺在三郎寺南.

절이 삼랑사 남쪽에 있다.

3말 탄 비구는 부처를 뵙지 못한다

一日将入王宫従者先備於東門之外.鞍騎甚都靴笠斯陳行路爲之辟易.一居士〔一云沙門.〕形儀踈卛手杖皆筐来憇于下馬䑓上,視筐中乹魚也.従者呵之曰,“爾着緇奚負觸物耶.”僧曰,“與其挾生肉於两服間皆真三市之枯魚有何所嫌.”言訖起去.興方出門聞其言使人追之.至南山文殊寺之門外抛筐而隐.杖在文殊像前,枯魚乃松皮也.使来告,興聞之嘆曰,“大聖来戒我騎畜爾.”終身不復騎.興之徳馨遺味偹載釋玄本所撰三郎寺碑.嘗見普賢章經彌勒菩薩言,“我當来世生閻浮提先度釋迦末法弟子,唯除騎馬比丘不得見佛.”可不警㦲.讃曰.昔賢垂範意弥多,胡乃児孫莫切瑳.背底枯魚猶可事,那堪他日負龍華.

하루는 왕궁에 들어가려 하는데 따르는 이들이 먼저 동문 밖에 채비를 갖추었다.

안장과 말이 매우 훌륭하고 신과 갓이 늘어서니 길 가는 이들이 이 때문에 물러섰다.

한 거사가〔사문이라고도 한다.〕 몸가짐이 거칠고 손에 지팡이를 짚고 광주리를 지고 와서 하마대 위에 쉬었다. 광주리 속을 보니 마른 물고기였다.

따르는 이가 꾸짖어 말하였다. "너는 먹물 옷을 입고서 어찌 부정한 것을 지고 다니느냐."

거사가 말하였다. "두 다리 사이에 산 고기를 끼고 있는 것에 견주면, 저자에서 산 마른 물고기가 무엇이 꺼릴 것이 있겠소."

말을 마치고 일어나 갔다.

경흥이 마침 문을 나서다가 그 말을 듣고 사람을 시켜 뒤쫓게 하였다.

남산 문수사 문밖에 이르러 광주리를 던지고 숨었다.

지팡이가 문수상 앞에 있었고, 마른 물고기는 곧 소나무 껍질이었다.

심부름꾼이 와서 알리니 경흥이 듣고 탄식하였다. "큰 성인이 오시어 내가 짐승을 타는 것을 경계하신 것이로다."

죽을 때까지 다시 말을 타지 않았다.

경흥의 덕스러운 향기와 남긴 맛은 승려 현본이 지은 삼랑사 비에 갖추어 실려 있다.

일찍이 『보현장경』을 보니 미륵보살이 말하였다. "내가 오는 세상에 염부제에 나서 먼저 석가 말법의 제자를 건지되, 오직 말 탄 비구만은 제외하여 부처를 뵙지 못하게 하리라."

경계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

기려서 이른다.

옛 어진 이가 드리운 본보기에 뜻이 더욱 많은데 어찌하여 뒷사람들은 갈고 닦지 않는가. 등에 진 마른 물고기도 오히려 일삼을 만하거늘 어찌 뒷날 용화의 자리를 저버리려는가.

협주 1

一云沙門.

사문이라고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