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글 › 삼국유사 › 피은 제8

연회가 이름을 피하다 — 문수점緣會逃名文殊岾

삼국유사 三國遺事 · 일연(一然) · 1281년 (고려 충렬왕 7) · 단락 3 · 한자 335자 · 낭독 1.3분

「삼국유사」 피은 제8 「연회가 이름을 피하다 — 문수점」의 한문 원문과 우리말 번역을 단락마다 나란히 실었습니다. 고려의 승려 일연이 엮은 삼국시대 설화집. 정사가 버린 이야기를 모았다. 단군신화가 실린 가장 오래된 책이다.

1네 철 시들지 않는 연꽃

縁㑹逃名文殊岾髙僧縁㑹甞隐居霊鷲,每讀蓮經修普賢觀行,庭池常有蓮数朶四時不萎.〔今霊鷲寺龍藏殿是縁㑹舊居.〕

연회가 이름을 피하다 — 문수점.

높은 승려 연회(緣會)가 일찍이 영취산에 숨어 살며, 늘 『법화경』을 읽고 보현의 관행을 닦았다.

뜰의 못에 늘 연꽃 몇 송이가 있어 네 철 시들지 않았다.〔지금 영취사 용장전이 곧 연회가 옛날에 살던 곳이다.〕

협주 1

今霊鷲寺龍藏殿是縁㑹舊居.

지금 영취사 용장전이 곧 연회가 옛날에 살던 곳이다.

2여기서도 팔 수 있는데 멀리 가서 팔려는가

國主元聖王聞其瑞異欲徴拜爲國師.師聞之乃棄庵而遁.行跨西嶺嵓間有一老叟今爾耕問,“師奚適.”曰“吾聞,邦家濫聽縻我以爵故避之爾.”叟聽曰,“於此可賈,何勞逺售.師之謂賣名無猒乎.”㑹謂其慢己不聽.遂行数里許溪邉遇一媪問,“師何徃.”荅如初.媪曰,“前遇人乎.”曰“有一老叟侮予之甚愠且来矣.”媪曰,“文殊大聖也,夫言之不聽何.”㑹聞即驚悚遽還翁所扣顙陳悔曰,“聖者之言敢不聞命乎.今且還矣.溪邉媪彼何人斯.”叟曰,“辯才天女也”,言訖遂隠.

임금인 원성왕이 그 상서로운 이적을 듣고 불러 국사로 삼으려 하였다.

법사가 듣고 이에 암자를 버리고 달아났다.

가다가 서쪽 고개를 넘는데 바위 사이에 한 늙은이가 마침 밭을 갈고 있다가 물었다. "스님은 어디로 가시오."

"내가 듣건대 나라에서 함부로 소문을 듣고 나를 벼슬로 얽매려 하므로 피할 뿐이오."

늙은이가 듣고 말하였다. "여기서도 팔 수 있는데 어찌 수고롭게 멀리 가서 팔려 하오. 스님이야말로 이름 팔기를 싫증 내지 않는다 하겠소."

연회는 그가 자기를 업신여긴다 여겨 듣지 않았다.

마침내 몇 리를 가서 시냇가에서 한 할미를 만나니 물었다. "스님은 어디로 가시오."

처음과 같이 대답하였다.

할미가 말하였다. "앞에서 사람을 만났소."

"한 늙은이가 있어 나를 몹시 업신여기기에 성이 나서 오는 길이오."

할미가 말하였다. "문수대성이시오. 그 말씀을 듣지 않다니 어찌합니까."

연회가 듣고 곧 놀라고 두려워 급히 늙은이가 있던 곳으로 돌아가 이마를 조아려 뉘우치며 말하였다.

"거룩한 이의 말씀을 감히 받들지 않겠습니까. 이제 돌아가겠습니다. 시냇가의 할미는 어떤 분입니까."

늙은이가 말하였다. "변재천녀요."

말을 마치고 마침내 숨었다.

3결국 국사가 되다

乃還庵中,俄有天使賷詔徴之.㑹知業已當受乃應詔赴闕,封爲國師.〔僧傳云,“憲安王封爲二朝王師号照,咸通四年卒,”与元聖年代相朩,未知孰是.〕師之感老叟處因名文殊岾,見女處曰阿尼岾.讃曰.倚市難藏久陸沉,囊錐旣露括難禁.自縁庭下青蓮誤.不是雲山固未深.

이에 암자로 돌아오니, 이윽고 하늘의 사자가 조서를 가지고 와서 불렀다.

연회는 업이 이미 마땅히 받아야 할 것임을 알고 조서에 응하여 대궐에 나아가 국사로 봉해졌다.〔『승전』에는 헌안왕이 두 조정의 왕사로 봉하고 조라 불렀으며 함통 사년에 죽었다 하는데, 원성왕의 연대와 서로 어긋나니 어느 것이 옳은지 알지 못한다.〕

법사가 늙은이에게 감응한 곳을 이로 인해 문수점이라 이름하고, 여인을 본 곳을 아니점이라 한다.

기려서 이른다.

저자에 기대어서는 오래 몸을 감추기 어렵고 주머니 속 송곳이 이미 드러나면 싸매기 어렵네. 뜰 아래 푸른 연꽃 때문에 그르쳤을 뿐이지 구름 낀 산이 본디 깊지 않아서가 아니라네.

협주 1

僧傳云, “憲安王封爲二朝王師号照, 咸通四年卒,” 与元聖年代相朩, 未知孰是.

『승전』에는 헌안왕이 두 조정의 왕사로 봉하고 조(照)라 불렀으며 함통 사년에 죽었다 하는데, 원성왕의 연대와 서로 어긋나니 어느 것이 옳은지 알지 못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