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글 › 삼국유사 › 신주 제6

밀본이 삿된 것을 꺾다密本摧邪

삼국유사 三國遺事 · 일연(一然) · 1281년 (고려 충렬왕 7) · 단락 3 · 한자 594자 · 낭독 2.4분

「삼국유사」 신주 제6 「밀본이 삿된 것을 꺾다」의 한문 원문과 우리말 번역을 단락마다 나란히 실었습니다. 고려의 승려 일연이 엮은 삼국시대 설화집. 정사가 버린 이야기를 모았다. 단군신화가 실린 가장 오래된 책이다.

1지은이의 이름이 여기 적혀 있다

國尊曹溪宗迦智山下麟角寺住持圓鏡冲照大禪師一然撰宻本摧邪善徳王徳曼遘疾弥留,有興輪寺僧法惕應詔侍疾乆而無効.時有宻本法師以徳行聞於國左右請代之,王詔迎入内.本在宸仗外讀藥師経.卷軸纔周,所持六環飛入寢内,刺一老狐與法惕倒擲庭下.王疾乃瘳,時本頂上發五色神光覩者皆驚.

국존 조계종 가지산 아래 인각사 주지 원경충조 대선사 일연이 짓다.

밀본이 삿된 것을 꺾다.

선덕왕 덕만이 병들어 오래 낫지 않았다.

흥륜사 승려 법척(法惕)이 조서에 응하여 병을 돌보았으나 오래도록 효험이 없었다.

그때 밀본법사가 덕행으로 나라에 알려져 있어 좌우에서 대신하기를 청하니, 왕이 조서로 궁에 맞아들였다.

밀본이 임금의 자리 밖에서 『약사경』을 읽었다.

두루마리를 겨우 다 읽자, 지니고 있던 여섯 고리 지팡이가 침실 안으로 날아 들어가 늙은 여우 한 마리와 법척을 찔러 뜰 아래로 거꾸로 던졌다.

왕의 병이 이에 나았다. 그때 밀본의 정수리 위에 오색 신령한 빛이 나니 보는 이가 모두 놀랐다.

2귀신들이 낯빛을 잃다

又承相金良啚爲阿孩時,忽口噤體硬不言不遂.每見一大鬼率群小鬼来家中几有盤肴皆啖甞之.巫覡来祭則群聚而争侮之.啚雖欲命撤而口不能言.家親請法流寺僧亡名来轉經,大鬼命小鬼以鑯槌打僧頭仆地嘔血而死.隔數日遣使邀本,使還言,“夲法師受我請将来矣.”衆鬼聞之皆失色.小鬼曰,“法師至将不利避之何幸.”大鬼侮慢自若曰,“何害之有.”俄而有四方大力神皆属金甲長戟来捉群鬼而縛去.次有無數天神環拱而待,須臾夲至不待開経,其疾乃治語通身解具說件事.良啚因此篤信釋氏一生無怠,塑成興輪寺吳堂主彌陁尊像左右菩薩并滿金畫其堂.本甞住金谷寺.

또 승상 김양도(金良圖)가 아이였을 때 홀연 입이 다물리고 몸이 굳어 말도 못 하고 움직이지도 못하였다.

늘 큰 귀신 하나가 작은 귀신들을 거느리고 집 안에 와서, 소반에 있는 안주를 모두 먹고 맛보는 것이 보였다.

무당이 와서 제사를 지내면 떼 지어 모여 다투어 업신여겼다.

양도가 물리라고 시키고 싶어도 입으로 말할 수 없었다.

집안 어른이 법류사의 이름 모를 승려를 청하여 와서 경을 읽게 하니, 큰 귀신이 작은 귀신에게 명하여 쇠몽둥이로 승려의 머리를 쳐 땅에 엎어져 피를 토하고 죽게 하였다.

며칠 뒤 사람을 보내 밀본을 맞아 오게 하였다. 심부름꾼이 돌아와 말하였다. "밀본법사가 저의 청을 받아 곧 오시겠다 합니다."

귀신들이 듣고 모두 낯빛을 잃었다.

작은 귀신이 말하였다. "법사가 이르면 이롭지 않을 것이니 피함이 어떻겠습니까."

큰 귀신이 여전히 업신여기며 태연히 말하였다. "무슨 해가 있겠느냐."

이윽고 사방의 큰 힘을 가진 신들이 모두 금 갑옷을 입고 긴 창을 들고 와서 귀신들을 잡아 묶어 갔다.

다음으로 수없이 많은 하늘 신이 둘러서서 기다렸다.

잠깐 사이에 밀본이 이르러 경을 펴기도 전에 그 병이 나았다. 말이 통하고 몸이 풀려 이 일들을 갖추어 말하였다.

양도가 이로 인해 부처를 깊이 믿어 한평생 게으르지 않았다. 흥륜사 오당(吳堂)의 주불인 미타존상과 좌우 보살을 빚어 이루고 아울러 그 법당에 금 그림을 가득 채웠다.

밀본은 일찍이 금곡사에 머물렀다.

3손가락을 한 번 튕기니

又金庾信甞與一老居士交厚,世人不知其何人.于時公之戚秀天乆染惡疾,公遣居士診衞.適有秀天之舊名因惠師者自中岳来訪之,見居士而慢侮之曰.“相汝形儀邪侫人也,何得理人之疾.”居士曰,“我受金公命不獲已爾.”恵曰,“汝見我神通”,乃奉爐呪香,俄頃五色雲旋遶頂上天花散落.士曰,“和尚通力不可思議.弟子亦有拙技請試之.願師乍立於前.”恵従之.士弹指一聲,恵倒迸於空高一丈許,良乆徐徐倒下頭卓地屹然如植撅.旁人推挽之不動.士出去,惠猶倒卓逹曙.明日秀天使扣於金公,公遣居士徃救乃解.因恵不復賣技.讃曰.紅紫紛紛㡬乱朱,堪嗟.魚目誑愚夫.不因居士軽彈指,多小巾箱襲碔砆.

또 김유신이 일찍이 한 늙은 거사와 두터이 사귀었는데, 세상 사람이 그가 누구인지 알지 못하였다.

그때 공의 친척 수천(秀天)이 오래 몹쓸 병을 앓으므로, 공이 거사를 보내 진찰하고 돌보게 하였다.

마침 수천의 옛 벗으로 인혜(因惠)라는 승려가 중악에서 찾아왔다가, 거사를 보고 업신여기며 말하였다.

"네 생김새를 보니 삿되고 아첨하는 사람이다. 어찌 남의 병을 다스릴 수 있겠느냐."

거사가 말하였다. "나는 김공의 명을 받아 마지못해 왔을 뿐이오."

인혜가 말하였다. "너는 내 신통을 보아라."

이에 향로를 받들고 향에 주문을 외니, 잠깐 사이에 오색 구름이 정수리 위를 돌고 하늘 꽃이 흩어져 내렸다.

거사가 말하였다. "화상의 신통력은 헤아릴 수 없소. 제자에게도 변변찮은 재주가 있으니 시험해 보기를 청하오. 스님은 잠깐 앞에 서 주시오."

인혜가 그대로 하였다.

거사가 손가락을 한 번 튕겨 소리를 내니, 인혜가 공중에 거꾸로 솟구쳐 한 길쯤 올랐다.

한참 뒤 천천히 거꾸로 내려와 머리가 땅에 박혀 말뚝을 세운 듯 우뚝하였다.

곁의 사람들이 밀고 당겨도 움직이지 않았다.

거사가 나가 버리니 인혜는 그대로 거꾸로 박힌 채 새벽에 이르렀다.

이튿날 수천이 김공에게 알리게 하니, 공이 거사를 보내 가서 풀어 주게 하였다.

이로 인해 인혜는 다시 재주를 팔지 않았다.

기려서 이른다.

붉고 자주빛이 어지러이 붉은 것을 어지럽히니 탄식할 만하다, 물고기 눈이 어리석은 이를 속이는구나. 거사가 손가락을 가볍게 튕기지 않았던들 얼마나 많은 상자에 가짜 옥을 싸 두었으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