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글 › 삼국유사 › 탑상 제4

사불산·굴불산·만불산四佛山 掘佛山 萬佛山

삼국유사 三國遺事 · 일연(一然) · 1281년 (고려 충렬왕 7) · 단락 5 · 한자 499자 · 낭독 2.0분

「삼국유사」 탑상 제4 「사불산·굴불산·만불산」의 한문 원문과 우리말 번역을 단락마다 나란히 실었습니다. 고려의 승려 일연이 엮은 삼국시대 설화집. 정사가 버린 이야기를 모았다. 단군신화가 실린 가장 오래된 책이다.

1사면에 부처를 새긴 바위가 하늘에서 떨어지다

竹嶺東百許里有山屹然髙峙,真平王九年甲申,忽有一大石四面方丈彫四方如來,皆以紅紗護之,自天墜其山頂.王聞之命駕瞻敬,遂創寺嵓側,額曰大乗寺.請比丘亡名誦蓮経者主寺,洒掃供石香火不廢.号曰亦徳山,或曰四佛山.比丘卒旣葬,塚上生蓮.

죽령 동쪽 백 리쯤에 우뚝 솟은 산이 있다.

진평왕 9년 갑신년에 홀연 큰 돌 하나가 나타났는데, 네 면이 한 길이나 되고 사방여래(四方如來)를 새겼으며 모두 붉은 비단으로 감싼 채 하늘에서 그 산꼭대기에 떨어졌다.

왕이 이를 듣고 수레를 몰아 우러러 뵙고, 마침내 바위 곁에 절을 세워 현판을 대승사(大乘寺)라 하였다.

이름이 전하지 않는 비구로 『법화경』을 외는 이를 청하여 절을 맡기니, 물 뿌리고 쓸며 돌을 받들어 향불이 끊이지 않았다.

산을 역덕산(亦德山) 또는 사불산(四佛山)이라 하였다. 비구가 죽어 장사 지낸 뒤, 무덤 위에 연꽃이 피었다.

2땅속에서 부처 부르는 소리가 나다

又景徳王逰幸栢栗寺,至山下聞地中有唱佛聲,命掘之得大石,四面刻四方佛.因創寺以掘佛爲号,今訛云掘石.

또 경덕왕이 백률사(栢栗寺)에 거둥하여 산 아래에 이르렀을 때, 땅속에서 부처를 부르는 소리가 들렸다.

파게 하니 큰 돌이 나왔는데 네 면에 사방불이 새겨져 있었다. 이로 인해 절을 세우고 굴불(掘佛)이라 이름하였다. 지금은 잘못 전해져 굴석(掘石)이라 한다.

3손바닥만 한 산에 만 개의 부처를 앉히다

王又聞唐代宗皇帝優崇釋氏,命工作五色氍毹,又彫沉檀木與明珠羙玉爲假山髙丈餘,置氍毹之上.山有巉嵓恠石澗冗區隔,每一區内有歌舞伎樂列國山川之狀.微風入戶蜂蝶翺翔鷰雀飛舞,隠約視之莫辨真假.中安萬佛,大者逾方寸,小者八·九分.…相好悉備.只可髣髴莫得而詳.因号萬佛山.…前有旋遶比丘像千餘軀,下列紫金鍾三簴,皆有閣有蒲牢鯨魚爲撞.有風而鍾鳴則旋遶僧皆仆拜頭至地,隱隱有梵音,盖關棙在乎鍾也.雖号萬佛,其實不可勝記.

왕이 또 당나라 대종 황제가 불교를 몹시 받든다는 말을 듣고, 장인에게 명하여 오색 양탄자를 만들게 하였다.

또 침단목(沈檀木)과 밝은 구슬과 고운 옥을 새겨 높이 한 길 남짓한 가짜 산을 만들어 양탄자 위에 두었다.

산에는 험한 바위와 괴이한 돌이 있고 시내와 골짜기로 구역이 나뉘었는데, 구역마다 노래하고 춤추는 광대와 여러 나라 산천의 모습이 있었다.

미풍이 문으로 들면 벌과 나비가 날고 제비와 참새가 춤추어, 어렴풋이 보면 참인지 거짓인지 가릴 수 없었다.

가운데 만 개의 부처를 모셨는데, 큰 것은 한 치가 넘고 작은 것은 여덟아홉 푼이었다. 그 머리는 기장알만 한 것도 있고 반쪽 콩알만 한 것도 있었다. 나발과 백호와 눈썹과 눈이 또렷하여 갖출 모습을 다 갖추었으나, 다만 어렴풋할 뿐 자세히는 볼 수 없었다. 이로 인해 만불산(萬佛山)이라 이름하였다.

앞에는 돌며 도는 비구상 천여 구가 있고, 아래에는 자줏빛 금종 셋을 벌여 두었는데 모두 누각이 있고 고래 모양 당목이 달려 있었다.

바람이 불어 종이 울리면 돌던 승려들이 모두 엎드려 절하여 머리가 땅에 닿았고 은은히 범패 소리가 났으니, 대개 그 장치가 종에 있었던 것이다.

비록 만불이라 이름하였으나 실은 이루 다 적을 수 없었다.

4당나라 황제가 감탄하다

旣成,遣使献之,代宗見之嘆曰,“新羅之巧天造非巧也.”乃以九光扇加置嵓岫間,因謂之佛光.四月八日詔两街僧徒於内道塲禮万佛山,命三藏不空念讃宻部真詮千遍以慶之,觀者皆嘆伏其巧.

다 이루어지자 사신을 보내 바쳤다.

대종이 보고 감탄하여 말하였다. "신라의 솜씨는 하늘이 지은 것이지 사람의 솜씨가 아니다."

이에 구광선(九光扇)을 바위와 봉우리 사이에 얹고 불광(佛光)이라 불렀다.

4월 초파일에 두 거리의 승려들에게 명하여 대궐 안 도량에서 만불산에 예를 올리게 하고, 삼장 불공(不空)에게 명하여 밀교의 참된 글을 천 번 외어 이를 기리게 하였다. 보는 이들이 모두 그 솜씨에 탄복하였다.

5기려서 이르다

讃曰.天糚滿月四方裁,地湧明毫一夜開.妙手更煩彫萬佛,真風要使遍三才.

기려서 이른다.

하늘이 보름달을 꾸며 사방으로 마름질하고 땅이 밝은 터럭을 솟구쳐 하룻밤에 열었네 묘한 솜씨로 다시 수고로이 만 부처를 새기니 참된 바람이 하늘과 땅과 사람에 두루 미치게 하려 함일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