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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치 — 가훈을 쓰는 까닭序致

안씨가훈 顏氏家訓 · 안지추(顏之推) · 6세기 말 · 단락 2 · 한자 340자 · 낭독 1.4분

「안씨가훈」 한 권 「서치 — 가훈을 쓰는 까닭」의 한문 원문과 우리말 번역을 단락마다 나란히 실었습니다. 남북조 말의 학자 안지추가 자손에게 남긴 스무 편의 가훈. 양나라에서 나서 서위·북제·북주·수 네 나라를 떠돌며 살아남은 사람이 「집안을 가지런히 하고 자손을 일깨우려고」 쓴 글이라, 아이 가르치기·형제·재혼·집안 살림·몸가짐과 말씨·배움·문장·이름과 실상·족함을 아는 것에서 글자와 책의 고증, 말소리, 글씨·그림·활·점·거문고·바둑 같은 여러 재주, 그리고 제 장례를 어떻게 치르라는 유언까지 이른다. 「수레에서 안 떨어지면 저작랑」이라던 양나라 귀족 자제가 난리 뒤 밭 갈고 말 기르게 된 것을 보고 「몸에 지닌 작은 재주가 재물 천만보다 낫다」고 한 대목, 「어려서 배우는 이는 해 뜰 때의 빛 같고 늙어서 배우는 이는 촛불을 들고 밤길을 가는 것 같다」는 대목이 여기서 나왔다. 뒷날의 가훈이 모두 이 책을 조상으로 삼는다.

1집 안을 가지런히 하고 자손을 이끌려고

夫聖賢之書,教人誠孝,慎言檢迹,立身揚名,亦已備矣。魏、晉已來,所著諸子,理重事複,遞相模斅,猶屋下架屋,牀上施牀耳。吾今所以復爲此者,非敢軌物範世也,業以整齊門內,提撕子孫。夫同言而信,信其所親;同命而行,行其所服。禁童子之暴謔,則師友之誡不如傅婢之指揮;止凡人之鬬鬩,則堯、舜之道不如寡妻之誨諭。吾望此書爲汝曹之所信,猶賢於傅婢寡妻耳。

성현의 글은 사람에게 성실과 효도를 가르치고, 말을 삼가고 행실을 단속하며, 몸을 세워 이름을 드날리게 하는 데 이미 갖추어져 있다. 위·진 이래로 지은 여러 자서(子書)는 이치가 겹치고 일이 되풀이되어 서로 본뜨기만 하니, 지붕 아래 다시 지붕을 얹고 평상 위에 다시 평상을 놓는 것과 같을 뿐이다. 내가 이제 다시 이 글을 짓는 것은 감히 세상의 본보기가 되려는 것이 아니라, 집 안을 가지런히 하고 자손을 일깨우려는 것이다. 같은 말이라도 믿는 것은 친한 이의 말을 믿기 때문이요, 같은 명령이라도 따르는 것은 마음으로 좇는 이의 명령을 따르기 때문이다. 아이의 거친 장난을 막는 데는 스승과 벗의 훈계가 유모의 손짓만 못하고, 범인의 다툼을 그치게 하는 데는 요·순의 도가 아내의 타이름만 못하다. 나는 이 글이 너희에게 믿음을 얻어, 유모나 아내보다는 나은 자리에 있기를 바랄 뿐이다.

2아홉 살에 아버지를 여의고 — 스무 편을 남기는 까닭

吾家風教,素爲整密。昔在齠齔,便蒙誘誨;每從兩兄,曉夕溫凊,規行矩步,安辭定色,鏘鏘翼翼,若朝嚴君焉。賜以優言,問所好尚,勵短引長,莫不懇篤。年始九歲,便丁荼蓼,家塗離散,百口索然。慈兄鞠養,苦辛備至;有仁無威,導示不切。雖讀《禮傳》,微愛屬文,頗爲凡人之所陶染,肆欲輕言,不脩邊幅。年十八九,少知砥礪,習若自然,卒難洗蕩。二十已後,大過稀焉;每常心共口敵,性與情競,夜覺曉非,今悔昨失,自憐無教,以至於斯。追思平昔之指,銘肌鏤骨,非徒古書之誡,經目過耳也。故留此二十篇,以爲汝曹後車耳。

우리 집 가풍과 가르침은 본디 반듯하고 엄밀하였다. 옛날 이를 갈 나이에 이미 가르침을 받아, 두 형을 따라 아침저녁으로 부모의 잠자리를 살피고, 걸음은 법도에 맞추고 말은 안정되고 낯빛은 가지런히 하여 조심조심 삼가기를 엄한 아버지를 뵙듯 하였다. 좋은 말씀을 내리시고 좋아하는 바를 물으시며 짧은 데를 북돋고 긴 데를 이끄시니, 간곡하고 도탑지 않은 것이 없었다. 나이 겨우 아홉에 아버지를 여의니, 집안은 흩어지고 백 식구가 쓸쓸해졌다. 자애로운 형이 거두어 길러 온갖 괴로움을 다 겪었으나, 어짊은 있어도 위엄이 없어 가르침이 절실하지 못하였다. 『예기』와 『춘추좌씨전』을 읽고 글짓기를 조금 좋아하기는 하였으나 범인들에게 자못 물들어, 멋대로 하고 가벼이 말하며 몸가짐을 다듬지 않았다. 열여덟아홉에 조금 갈고 닦을 줄 알게 되었으나 버릇은 이미 천성처럼 되어 끝내 씻어 내기 어려웠다. 스물이 지난 뒤로는 큰 잘못은 드물어졌으나, 늘 마음과 입이 서로 싸우고 본성과 정이 서로 겨루어, 밤에 아침의 잘못을 깨닫고 오늘 어제의 허물을 뉘우치며, 가르침 없이 자라 여기에 이른 것을 스스로 가엾이 여겼다. 지난날의 가르침을 돌이켜 생각하면 살에 새기고 뼈에 아로새겨지니, 옛 글의 훈계처럼 눈에 스치고 귀를 지나가는 것에 그치지 않았다. 그러므로 이 스무 편을 남겨 너희의 뒷수레로 삼으려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