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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제兄弟

안씨가훈 顏氏家訓 · 안지추(顏之推) · 6세기 말 · 단락 6 · 한자 623자 · 낭독 2.5분

「안씨가훈」 한 권 「형제」의 한문 원문과 우리말 번역을 단락마다 나란히 실었습니다. 남북조 말의 학자 안지추가 자손에게 남긴 스무 편의 가훈. 양나라에서 나서 서위·북제·북주·수 네 나라를 떠돌며 살아남은 사람이 「집안을 가지런히 하고 자손을 일깨우려고」 쓴 글이라, 아이 가르치기·형제·재혼·집안 살림·몸가짐과 말씨·배움·문장·이름과 실상·족함을 아는 것에서 글자와 책의 고증, 말소리, 글씨·그림·활·점·거문고·바둑 같은 여러 재주, 그리고 제 장례를 어떻게 치르라는 유언까지 이른다. 「수레에서 안 떨어지면 저작랑」이라던 양나라 귀족 자제가 난리 뒤 밭 갈고 말 기르게 된 것을 보고 「몸에 지닌 작은 재주가 재물 천만보다 낫다」고 한 대목, 「어려서 배우는 이는 해 뜰 때의 빛 같고 늙어서 배우는 이는 촛불을 들고 밤길을 가는 것 같다」는 대목이 여기서 나왔다. 뒷날의 가훈이 모두 이 책을 조상으로 삼는다.

1형제란 몸을 나누고 기운을 이은 사람

夫有人民而後有夫婦,有夫婦而後有父子,有父子而後有兄弟:一家之親,此三而已矣。自茲以往,至於九族,皆本於三親焉,故於人倫爲重者也,不可不篤。兄弟者,分形連氣之人也,方其幼也,父母左提右挈,前襟後裾,食則同案,衣則傳服,學則連業,游則共方,雖有悖亂之人,不能不相愛也。及其壯也,各妻其妻,各子其子,雖有篤厚之人,不能不少衰也。娣姒之比兄弟,則疏薄矣;今使疏薄之人,而節量親厚之恩,猶方底而圓蓋,必不合矣。惟友悌深至,不爲旁人之所移者,免夫!

사람이 있은 뒤에 부부가 있고, 부부가 있은 뒤에 부자가 있고, 부자가 있은 뒤에 형제가 있다. 한집안의 친함은 이 셋뿐이다. 여기서부터 구족(九族)에 이르기까지 모두 이 세 친함에 뿌리를 두니, 그러므로 인륜 가운데 무거운 것이라 도탑게 하지 않을 수 없다. 형제란 몸을 나누고 기운을 이은 사람이다. 어릴 때에는 부모가 왼손으로 이끌고 오른손으로 붙들며 앞섶과 뒷자락처럼 붙어 다녀, 먹을 때는 상을 같이하고 옷은 물려 입고 배움은 이어 하고 놀 때는 같은 곳에서 노니, 비록 어그러지고 어지러운 사람이라도 서로 사랑하지 않을 수 없다. 장성해서는 각기 제 아내를 아내로 삼고 각기 제 아들을 아들로 삼으니, 비록 도탑고 두터운 사람이라도 조금은 시들지 않을 수 없다. 동서 사이는 형제에 견주면 성기고 엷다. 이제 성기고 엷은 사람에게 친하고 두터운 은혜를 헤아리게 하니, 네모진 바닥에 둥근 뚜껑을 덮는 것과 같아 반드시 맞지 않는다. 오직 우애가 깊어 곁사람에게 흔들리지 않는 이라야 이것을 면할 것이다.

2부모가 돌아가신 뒤 — 형체와 그림자, 소리와 메아리

二親既歿,兄弟相顧,當如形之與影,聲之與響;愛先人之遺體,惜己身之分氣,非兄弟何念哉?兄弟之際,異於他人,望深則易怨,地親則易弭。譬猶居室,一穴則塞之,一隙則塗之,則無頹毀之慮;如雀鼠之不䘏,風雨之不防,壁陷楹淪,無可救矣。僕妾之爲雀鼠,妻子之爲風雨,甚哉!

부모가 다 돌아가신 뒤에 형제가 서로 돌아보는 것은 형체와 그림자, 소리와 메아리 같아야 한다. 선인이 남긴 몸을 사랑하고 제 몸에서 나뉜 기운을 아끼는 데 형제 말고 무엇을 생각하겠는가. 형제 사이는 남과 달라, 바라는 것이 깊으면 원망하기 쉽고 처지가 가까우면 풀기도 쉽다. 비유하자면 집에 사는 것과 같아, 구멍 하나가 나면 막고 틈 하나가 나면 바르면 무너질 근심이 없지만, 참새와 쥐를 걱정하지 않고 비바람을 막지 않으면 벽이 무너지고 기둥이 쓰러져 구할 길이 없다. 종과 첩이 참새와 쥐가 되고 처자가 비바람이 되는 일이 심하구나.

3형제가 화목하지 못하면

兄弟不睦,則子侄不愛;子侄不愛,則羣從疏薄;羣從疏薄,則僮僕爲讎敵矣。如此,則行路皆踖其面而蹈其心,誰救之哉?人或交天下之士,皆有歡愛,而失敬於兄者,何其能多而不能少也!人或將數萬之師,得其死力,而失恩於弟者,何其能疏而不能親也!

형제가 화목하지 못하면 아들과 조카가 서로 사랑하지 않고, 아들과 조카가 서로 사랑하지 않으면 사촌들이 성기고 엷어지며, 사촌들이 성기고 엷어지면 종들이 원수가 된다. 이렇게 되면 길 가는 사람마다 그 얼굴을 밟고 그 마음을 짓밟으니 누가 구하겠는가. 어떤 사람은 천하의 선비와 사귀어 모두에게 기쁨과 사랑을 얻으면서 형에게는 공경을 잃으니, 어찌 많은 이에게는 잘하면서 적은 이에게는 못하는가. 어떤 사람은 수만의 군사를 거느려 그들이 죽을힘을 다하게 하면서 아우에게는 은혜를 잃으니, 어찌 먼 이에게는 잘하면서 가까운 이에게는 못하는가.

4동서는 다툼이 많은 자리

娣姒者,多争之地也,使骨肉居之,亦不若各歸四海,感霜露而相思,佇日月之相望也。況以行路之人,處多争之地,能無閒者鮮矣。所以然者,以其當公務而執私情,處重責而懷薄義也;若能恕己而行,換子而撫,則此患不生矣。

동서란 다툼이 많은 자리다. 골육으로 하여금 거기에 있게 하여도 각기 사방으로 흩어져 서리와 이슬에 감응하여 서로 그리워하고 해와 달을 두고 서로 바라보는 것만 못하다. 하물며 길 가는 남남으로서 다툼 많은 자리에 있으니 틈이 없을 수 있는 이는 드물다. 그렇게 되는 까닭은 공적인 일을 맡고서 사사로운 정을 부리고, 무거운 책임을 지고서 엷은 의리를 품기 때문이다. 만약 제 마음을 미루어 행하고 아이를 바꾸어 어루만지듯 한다면 이 근심은 생기지 않을 것이다.

5「옷과 관을 갖추지 못해서」 — 형을 섬기는 법

人之事兄,不可同於事父,何怨愛弟不及愛子乎?是反照而不明也。沛國劉璡,嘗與兄瓛連棟隔壁,瓛呼之數聲不應,良久方答;瓛怪問之,乃曰:「向來未着衣帽故也。」以此事兄,可以免矣。

사람이 형을 섬기는 것이 아버지를 섬기는 것과 같지 못하면서 어찌 형이 아우 사랑하기가 아들 사랑하기만 못하다고 원망하는가. 이는 되비추기만 하고 밝지 못한 것이다. 패국의 유진은 일찍이 형 유환과 한 지붕 아래 벽 하나를 사이에 두고 살았는데, 유환이 몇 번을 불러도 대답하지 않다가 한참 만에야 답하였다. 유환이 이상히 여겨 물으니 「아까는 옷과 관을 갖추지 못하였기 때문입니다」 하였다. 이렇게 형을 섬기면 허물을 면할 수 있다.

6서로 대신 죽겠다고 한 세 형제

江陵王玄紹,弟孝英、子敏,兄弟三人,特相友愛,所得甘旨新異,非共聚食,必不先嘗,孜孜色貌,相見如不足者。及西臺陷沒,玄紹以形體魁梧,爲兵所圍;二弟争共抱持,各求代死,終不得解,遂并命爾。

강릉의 왕현소와 아우 효영, 자민 삼형제는 유달리 우애가 있어, 맛있고 새로운 것을 얻으면 함께 모여 먹지 않고서는 결코 먼저 맛보지 않았고, 서로 대하는 낯빛이 늘 모자란 듯 간절하였다. 서대(西臺)가 함락되자 현소는 몸집이 크다는 이유로 군사에게 에워싸였다. 두 아우가 다투어 껴안고 각기 대신 죽기를 청하였으나 끝내 풀려나지 못하여 마침내 함께 목숨을 잃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