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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가 — 집안을 다스리는 법治家

안씨가훈 顏氏家訓 · 안지추(顏之推) · 6세기 말 · 단락 16 · 한자 1,208자 · 낭독 4.8분

「안씨가훈」 한 권 「치가 — 집안을 다스리는 법」의 한문 원문과 우리말 번역을 단락마다 나란히 실었습니다. 남북조 말의 학자 안지추가 자손에게 남긴 스무 편의 가훈. 양나라에서 나서 서위·북제·북주·수 네 나라를 떠돌며 살아남은 사람이 「집안을 가지런히 하고 자손을 일깨우려고」 쓴 글이라, 아이 가르치기·형제·재혼·집안 살림·몸가짐과 말씨·배움·문장·이름과 실상·족함을 아는 것에서 글자와 책의 고증, 말소리, 글씨·그림·활·점·거문고·바둑 같은 여러 재주, 그리고 제 장례를 어떻게 치르라는 유언까지 이른다. 「수레에서 안 떨어지면 저작랑」이라던 양나라 귀족 자제가 난리 뒤 밭 갈고 말 기르게 된 것을 보고 「몸에 지닌 작은 재주가 재물 천만보다 낫다」고 한 대목, 「어려서 배우는 이는 해 뜰 때의 빛 같고 늙어서 배우는 이는 촛불을 들고 밤길을 가는 것 같다」는 대목이 여기서 나왔다. 뒷날의 가훈이 모두 이 책을 조상으로 삼는다.

1풍화는 위에서 아래로, 앞에서 뒤로

夫風化者,自上而行於下者也,自先而施於後者也。是以父不慈則子不孝,兄不友則弟不恭,夫不義則婦不順矣。父慈而子逆,兄友而弟傲,夫義而婦陵,則天之兇民,乃刑戮之所攝,非訓導之所移也。

풍화(風化)란 위에서 아래로 행해지고 앞에서 뒤로 베풀어지는 것이다. 그러므로 아버지가 자애롭지 않으면 아들이 효도하지 않고, 형이 우애롭지 않으면 아우가 공손하지 않으며, 남편이 의롭지 않으면 아내가 순종하지 않는다. 아버지가 자애로운데 아들이 거스르고, 형이 우애로운데 아우가 오만하며, 남편이 의로운데 아내가 업신여긴다면 이는 하늘이 낸 흉한 백성이라 형벌로 다스릴 바이지 가르침으로 옮길 바가 아니다.

2집안 다스리기의 너그러움과 매서움

笞怒廢於家,則豎子之過立見;刑罰不中,則民無所措手足。治家之寬猛,亦猶國焉。

매질과 꾸중이 집안에서 없어지면 아이들의 허물이 곧 나타나고, 형벌이 알맞지 않으면 백성이 손발 둘 곳이 없다. 집안을 다스리는 너그러움과 매서움도 나라와 같다.

3검소할지언정 인색하지 말라

孔子曰:「奢則不孫,儉則固;與其不孫也,寧固。」又云:「如有周公之才之美,使驕且吝,其餘不足觀也已。」然則可儉而不可吝已。儉者,省約爲禮之謂也;吝者,窮急不䘏之謂也。今有施則奢,儉則吝;如能施而不奢,儉而不吝,可矣。

공자가 「사치하면 불손하고 검소하면 고루하니, 불손하기보다는 차라리 고루한 편이 낫다」 하였고, 또 「주공 같은 재주의 아름다움이 있어도 교만하고 인색하면 그 나머지는 볼 것이 없다」 하였다. 그렇다면 검소할 수는 있어도 인색해서는 안 된다. 검소함이란 아끼고 줄여서 예에 맞게 하는 것을 이르고, 인색함이란 곤궁하고 급한 이를 돌보지 않는 것을 이른다. 요즘은 베풀면 사치하고 검소하면 인색하다. 베풀되 사치하지 않고 검소하되 인색하지 않을 수 있다면 좋다.

4소금 우물만 없을 뿐 — 문을 닫고도 살아가는 집

生民之本,要當稼穡而食,桑麻以衣。蔬果之畜,園場之所產;雞豚之善,塒圈之所生。爰及棟宇器械,樵蘇脂燭,莫非種殖之物也。至能守其業者,閉門而爲生之具以足,但家無鹽井耳。今北土風俗,率能躬儉節用,以贍衣食;江南奢侈,多不逮焉。

백성의 근본은 마땅히 농사지어 먹고 뽕과 삼으로 입는 것이다. 채소와 과일을 저장하는 것은 밭과 마당에서 나고, 닭과 돼지의 좋은 것은 홰와 우리에서 난다. 집과 그릇, 땔나무와 기름과 초에 이르기까지 심고 기르는 데서 나오지 않는 것이 없다. 제 생업을 잘 지키는 이는 문을 닫고도 살아갈 살림이 넉넉하니, 다만 집에 소금 우물이 없을 뿐이다. 요즘 북쪽 땅의 풍속은 대개 몸소 검소하고 절약하여 옷과 먹을 것을 넉넉히 하지만, 강남은 사치하여 그에 미치지 못하는 이가 많다.

5지나치게 엄한 집주인의 끝

梁孝元世,有中書舍人,治家失度,而過嚴刻,妻妾遂共貨刺客,伺醉而殺之。

양나라 효원제 때 중서사인 한 사람이 집안 다스리는 법도를 잃어 지나치게 엄하고 각박하였다. 처와 첩이 마침내 함께 돈을 모아 자객을 사서, 취한 틈을 엿보아 그를 죽였다.

6집안의 큰 좀

世間名士,但務寬仁;至於飲食饟饋,僮僕減損,施惠然諾,妻子節量,狎侮賓客,侵耗鄉黨:此亦爲家之巨蠹矣。

세상의 이름난 선비들은 너그러움과 어짊에만 힘쓴다. 그러나 먹고 마시고 대접하는 데 종들이 축내고, 은혜를 베풀고 약속하는 데 처자가 깎아 줄이며, 손님을 업신여기고 마을 사람을 침해하니, 이 또한 집안의 큰 좀이다.

7쌀 사러 갔다가 도망친 종을 나무라지 않은 방문열

齊吏部侍郎房文烈,未嘗嗔怒,經霖雨絶糧,遣婢糴米,因爾逃竄,三四許日,方復擒之。房徐曰:「舉家無食,汝何處來?」竟無捶撻。嘗寄人宅,奴婢徹屋爲薪略盡,聞之顰蹙,卒無一言。

제나라 이부시랑 방문열은 일찍이 성낸 적이 없었다. 장마를 겪어 양식이 떨어지자 계집종을 보내 쌀을 사 오게 하였는데 그길로 도망쳐 서너 날 만에야 붙잡았다. 방문열은 천천히 「온 집안에 먹을 것이 없는데 너는 어디서 오느냐」 할 뿐 끝내 매질하지 않았다. 남의 집에 세 들어 살 때 노비들이 집을 헐어 땔감으로 거의 다 써 버렸는데, 듣고는 눈살을 찌푸릴 뿐 끝내 한마디도 하지 않았다.

8묽은 죽을 나눈 배자야, 집종 팔백을 채운 영군, 사위에게 술을 아낀 남양 사람

裴子野有疎親故屬飢寒不能自濟者,皆收養之;家素清貧,時逢水旱,二石米爲薄粥,僅得徧焉,躬自同之,常無厭色。鄴下有一領軍,貪積已甚,家童八百,誓滿一千;朝夕每人肴膳,以十五錢爲率,遇有客旅,更無以兼。後坐事伏法,籍其家產,麻鞋一屋,弊衣數庫,其餘財寶,不可勝言。南陽有人,爲生奧博,性殊儉吝,冬至後女壻謁之,乃設一銅甌酒,數臠麞肉;壻恨其單率,一舉盡之。主人愕然,俛仰命益,如此者再;退而責其女曰:「某郎好酒,故汝常貧。」及其死後,諸子争財,兄遂殺弟。

배자야는 먼 친척과 옛 부하 가운데 굶주리고 추위에 떨어 스스로 살아가지 못하는 이를 다 거두어 길렀다. 집은 본디 청빈하고 때로 홍수와 가뭄을 만나 쌀 두 섬으로 묽은 죽을 쑤어 겨우 두루 돌아가게 하고 몸소 같이 먹으면서도 싫은 기색이 없었다. 업 땅에 한 영군이 있었는데 탐욕스레 모으기가 심하여 집종이 팔백인데도 천을 채우겠다고 맹세하였다. 아침저녁 한 사람 반찬을 열다섯 전으로 정해 두고 손이 오면 더 낼 것이 없었다. 뒤에 일에 걸려 법으로 다스려져 집 재산을 몰수하니 삼신이 한 방, 헌 옷이 여러 곳간이었고 그 밖의 재물과 보배는 이루 말할 수 없었다. 남양의 어떤 사람은 살림이 넉넉한데도 성품이 유난히 인색하였다. 동지 뒤에 사위가 찾아오자 구리 사발 하나의 술과 노루고기 몇 점을 내놓았다. 사위가 그 단출함을 원망하여 한 번에 다 먹어 치우니 주인이 놀라 마지못해 더 내오게 하기를 두 번 하였다. 물러나서는 딸을 꾸짖기를 「아무개가 술을 좋아하니 네가 늘 가난한 것이다」 하였다. 그가 죽은 뒤 아들들이 재산을 다투다가 형이 마침내 아우를 죽였다.

9암탉이 새벽에 울면

婦主中饋,惟事酒食衣服之禮耳,國不可使預政,家不可使幹蠱;如有聰明才智,識達古今,正當輔佐君子,助其不足,必無牝雞晨鳴,以致禍也。

부인은 안살림을 맡아 오직 술과 음식과 옷의 예를 일삼을 뿐이다. 나라에서는 정사에 참여하게 해서는 안 되고 집에서는 큰일을 주관하게 해서는 안 된다. 총명하고 재주와 지혜가 있어 고금을 두루 안다 하더라도 마땅히 군자를 도와 그 모자란 데를 채워야 하니, 결코 암탉이 새벽에 울어 화를 부르는 일이 없어야 한다.

10강동의 부인과 업 땅의 부인

江東婦女,略無交遊,其婚姻之家,或十數年間,未相識者,惟以信命贈遺,致殷勤焉。鄴下風俗,專以婦持門戶,争訟曲直,造請逢迎,車乘填街衢,綺羅盈府寺,代子求官,爲夫訴屈。此乃恆、代之遺風乎?南間貧素,皆事外飾,車乘衣服,必貴整齊;家人妻子,不免飢寒。河北人事,多由內政,綺羅金翠,不可廢闕,羸馬顇奴,僅充而已;倡和之禮,或爾汝之。

강동의 부인들은 거의 바깥 교유가 없어, 사돈집끼리도 십수 년 사이에 서로 얼굴을 모르는 일이 있고 다만 사람을 보내 안부와 선물로 은근한 정을 전할 뿐이다. 업 땅의 풍속은 오로지 부인이 집안을 맡아 송사의 잘잘못을 다투고 찾아가 청탁하며 맞이하니, 수레가 거리를 메우고 비단옷이 관청에 가득하여 아들 대신 벼슬을 구하고 남편을 위해 억울함을 호소한다. 이것은 항주·대주의 남은 풍속인가. 남쪽의 가난한 집들은 다 겉치레에 힘써 수레와 옷을 반드시 귀하고 가지런하게 하고 집안 처자는 굶주림과 추위를 면치 못한다. 하북의 인사는 흔히 안살림에서 나와 비단과 금과 비취를 없앨 수 없되 여윈 말과 초췌한 종은 겨우 구색만 갖춘다. 부부 사이의 예는 더러 너나들이를 한다.

11하북 부인의 길쌈

河北婦人,織絍組紃之事,黼黻錦繡羅綺之工,大優於江東也。

하북 부인의 길쌈과 실 잣기, 보불과 비단과 수놓기와 깁 짜기의 솜씨는 강동보다 크게 낫다.

12딸을 낳으면 데려가게 한 친척

太公曰:「養女太多,一費也。」陳蕃曰:「盗不過五女之門。」女之爲累,亦以深矣。然天生蒸民,先人傳體,其如之何?世人多不舉女,賊行骨肉,豈當如此,而望福於天乎?吾有疏親,家饒妓媵,誕育將及,便遣閽豎守之。體有不安,窺窗倚戶,若生女者,輒持將去;母隨號泣,使人不忍聞也。

태공이 「딸을 너무 많이 기르는 것이 한 가지 낭비다」 하였고, 진번이 「도둑도 딸 다섯 둔 집 문 앞은 지나친다」 하였다. 딸이 짐이 되는 것이 또한 깊다. 그러나 하늘이 뭇 백성을 내고 선인이 몸을 전하니 그것을 어찌하겠는가. 세상 사람이 흔히 딸을 기르지 않고 골육을 해치니 어찌 그렇게 하고서 하늘에 복을 바라겠는가. 내 먼 친척 하나는 집에 기녀와 첩이 많아 해산할 때가 되면 문지기를 보내 지키게 하였다. 몸이 불편해지면 창을 엿보고 문에 기대고 있다가 딸을 낳으면 곧 가지고 가 버렸다. 어미가 따라가며 울부짖으니 듣는 이가 차마 들을 수 없었다.

13사위는 아끼고 며느리는 학대하는 어머니

婦人之性,率寵子壻而虐兒婦。寵壻,則兄弟之怨生焉;虐婦,則姊妹之讒行焉。然則女之行留,皆得罪於其家者,母實爲之。至有諺云:「落索阿姑餐。」此其相報也。家之常弊,可不誡哉!

부인의 성정은 대개 사위는 아끼고 며느리는 학대한다. 사위를 아끼면 형제의 원망이 생기고, 며느리를 학대하면 자매의 참소가 행해진다. 그렇다면 딸이 시집가든 남든 다 제 집에 죄를 얻는 것은 실로 어머니가 만드는 것이다. 심지어 속담에 「시어머니 밥상은 쓸쓸하다」 하니 그것이 갚음이다. 집안의 흔한 폐단이니 경계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

14딸을 팔고 며느리를 사는 혼인

婚姻素對,靖侯成規。近世嫁娶,遂有賣女納財,買婦輸絹,比量父祖,計較錙銖,責多還少,市井無異。或猥壻在門,或傲婦擅室,貪榮求利,反招羞恥,可不慎歟!

혼인은 걸맞은 집끼리 하라는 것이 정후(靖侯)께서 세우신 법도다. 근세의 혼인은 마침내 딸을 팔아 재물을 받고 며느리를 사서 비단을 바치며, 부조(父祖)를 견주고 푼돈을 따져 많이 요구하고 적게 돌려주니 저자와 다를 것이 없다. 혹은 천한 사위가 문 안에 있고 혹은 오만한 며느리가 집을 휘두르니, 영화와 이익을 탐하다 도리어 부끄러움을 부른다. 삼가지 않을 수 있겠는가.

15남의 책을 빌리면

借人典籍,皆須愛護,先有缺壞,就爲補治,此亦士大夫百行之一也。濟陽江禄,讀書未竟,雖有急速,必待卷束整齊,然後得起,故無損敗,人不厭其求假焉。或有狼籍几案,分散部帙,多爲童幼婢妾之所點汙,風雨蟲鼠之所毀傷,實爲累德。吾每讀聖人之書,未嘗不肅敬對之;其故紙有《五經》詞義,及賢達姓名,不敢穢用也。

남의 책을 빌리면 다 아끼고 보살펴야 하며, 이미 떨어지거나 상한 데가 있으면 곧 기워 고쳐야 한다. 이 또한 사대부의 백 가지 행실 가운데 하나다. 제양의 강록은 책을 다 읽기 전에 아무리 급한 일이 있어도 반드시 두루마리를 가지런히 묶어 놓은 뒤에야 일어났으므로 상하거나 망가진 것이 없어, 사람들이 그가 빌리기를 청해도 싫어하지 않았다. 더러는 책상에 어지러이 흩어 놓고 권과 질을 나누어 두어, 아이와 계집종에게 더럽혀지고 비바람과 벌레와 쥐에게 상하게 하는 이가 많으니 참으로 덕에 누가 된다. 나는 성인의 글을 읽을 때마다 엄숙하고 공경히 대하지 않은 적이 없다. 헌 종이에 『오경』의 글귀와 뜻이 있거나 현달한 이의 이름이 있으면 감히 더러운 데에 쓰지 않는다.

16무당과 부적에 쓰지 말라

吾家巫覡禱請,絶於言議;符書章醮亦無祈焉,並汝曹所見也。勿爲妖妄之費。

우리 집에서는 무당과 박수에게 빌고 청하는 일을 말도 꺼내지 않고, 부적과 초제(醮祭)에도 비는 일이 없다. 다 너희가 본 바다. 요망하고 허황한 데에 돈을 쓰지 마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