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사 — 일을 덜어라省事
1「말을 많이 하지 말고 일을 많이 벌이지 마라」
銘金人云:『無多言,多言多敗;無多事,多事多患。』至哉斯戒也!能走者奪其翼,善飛者減其指,有角者無上齒,豐後者無前足,蓋天道不使物有兼焉也。古人云:『多為少善,不如執一;鼫鼠五能,不成伎術。』近世有兩人,朗悟士也,性多營綜,略無成名,經不足以待問,史不足以討論,文章無可傳於集錄,書跡未堪以留愛翫,卜筮射六得三,醫藥治十差五,音樂在數十人下,弓矢在千百人中,天文、畫繪、棋博,鮮卑語、胡書,煎胡桃油,煉錫為銀,如此之類,略得梗概,皆不通熟。惜乎,以彼神明,若省其異端,當精妙也。
쇠사람에 새긴 글에 『말을 많이 하지 마라, 말이 많으면 실패가 많다. 일을 많이 벌이지 마라, 일이 많으면 근심이 많다』 하였다. 지극하다, 이 경계여. 잘 달리는 것은 날개를 빼앗기고 잘 나는 것은 발가락이 줄며, 뿔이 있는 것은 윗니가 없고 뒷다리가 풍성한 것은 앞발이 없으니, 대개 하늘의 도는 만물이 겸하여 갖추지 못하게 한다. 옛사람이 『많이 하여 조금 잘하기보다 하나를 잡는 것이 낫다. 석서(鼫鼠)는 다섯 가지 재주가 있어도 한 가지 기술도 이루지 못한다』 하였다. 근세에 두 사람이 있었는데 총명한 선비였으나 성품이 여러 가지를 벌여 아무 이름도 이루지 못하였다. 경서는 물음에 답하기에 모자라고 사서는 토론하기에 모자라며, 문장은 문집에 전할 만한 것이 없고 글씨는 아끼어 완상할 만하지 못하며, 점은 여섯에 셋을 맞히고 의술은 열에 다섯을 고치며, 음악은 수십 사람 아래요 활은 천백 사람 가운데며, 천문·그림·바둑과 장기, 선비어·호서(胡書), 호두기름 달이기, 주석을 달여 은 만들기 같은 것은 대략 대강만 얻어 다 통하고 익지 못하였다. 아깝다, 그 밝은 재주로 만약 이단을 덜었다면 마땅히 정묘하였을 것이다.
2글을 올려 일을 아뢰는 네 갈래와 그 위험
上書陳事,起自戰國,逮於兩漢,風流彌廣。原其體度:攻人主之長短,諫諍之徒也;訐群臣之得失,訟訴之類也;陳國家之利害,對策之伍也;帶私情之與奪,遊說之儔也。總此四塗,賈誠以求位,鬻言以幹祿。或無絲毫之益,而有不省之困,幸而感悟人主,為時所納,初獲不貲之賞,終陷不測之誅,則嚴助、朱買臣、吾丘壽王、主父偃之類甚眾。良史所書,蓋取其狂狷一介,論政得失耳,非士君子守法度者所為也。今世所睹,懷瑾瑜而握蘭桂者,悉恥為之。守門詣闕,獻書言計,率多空薄,高自矜誇,無經略之大體,咸秕糠之微事,十條之中,一不足采,縱合時務,已漏先覺,非謂不知,但患知而不行耳。或被發奸私,面相酬證,事途回穴,翻懼愆尤;人主外護聲教,脫加含養,此乃僥幸之徒,不足與比肩也。
글을 올려 일을 아뢰는 것은 전국시대에 비롯되어 양한에 이르러 풍조가 더욱 넓어졌다. 그 본체를 캐면, 임금의 장단을 공격하는 것은 간쟁하는 무리요, 뭇 신하의 잘잘못을 들추는 것은 송사하는 부류요, 국가의 이해를 진술하는 것은 대책하는 축이요, 사사로운 정으로 주고 빼앗는 것은 유세하는 무리다. 이 네 갈래를 통틀어 성실을 팔아 자리를 구하고 말을 팔아 녹을 구한다. 더러는 실오라기만 한 보탬도 없이 헤아릴 수 없는 곤란만 있고, 다행히 임금을 감동시켜 때에 받아들여지더라도 처음에 헤아릴 수 없는 상을 받다가 끝에 예측 못 할 죽임에 빠진 이가 엄조·주매신·오구수왕·주보언 같은 부류로 매우 많다. 훌륭한 사가가 기록한 것은 대개 그 거리낌 없는 한 조각 기개를 취하여 정사의 득실을 논한 것일 뿐이니 법도를 지키는 선비와 군자가 할 바는 아니다. 지금 세상에 보이는바 옥을 품고 난초와 계수를 쥔 이들은 다 이것을 부끄러워한다. 대궐 문을 지키고 서서 글을 바쳐 계책을 말하는 이들은 대개 공허하고 얕으면서 스스로 높이 뽐내어 경략의 큰 틀이 없고 다 쭉정이 같은 자잘한 일이라, 열 조목 가운데 하나도 취할 것이 없고, 설령 시무에 맞더라도 이미 먼저 깨달은 이에게서 새어 나온 것이니 모른다는 것이 아니라 알고도 행하지 않는 것이 걱정일 뿐이다. 더러는 간사한 사사로움이 드러나 마주 앉아 따지고 증명하다 일의 갈피가 굽이돌아 도리어 허물을 두려워하게 되면, 임금이 밖으로 명성과 교화를 지키느라 혹 너그러이 감싸 주니 이는 요행의 무리라 어깨를 견줄 만하지 않다.
3간쟁은 말할 수 있는 자리에서
諫諍之徒,以正人君之失爾,必在得言之地,當盡匡贊之規,不容茍免偷安,垂頭塞耳;至於就養有方,思不出位,幹非其任,斯則罪人。故表記云:『事君,遠而諫,則諂也;近而不諫,則屍利也。』論語曰:『未信而諫,人以為謗己也。』
간쟁하는 무리는 임금의 잘못을 바로잡으려는 것이니 반드시 말할 수 있는 자리에 있어야 하며, 마땅히 바로잡고 돕는 도리를 다하여 구차히 면하고 편안함을 훔쳐 고개를 숙이고 귀를 막아서는 안 된다. 그러나 봉양에 방도가 있고 생각이 제자리를 벗어나지 않아야 하니 제 임무가 아닌 것을 범하면 이는 죄인이다. 그러므로 「표기」에 『임금을 섬기되 멀면서 간하면 아첨이요, 가까우면서 간하지 않으면 자리만 지켜 이익을 훔치는 것이다』 하였고, 『논어』에 『믿음을 얻지 못하고 간하면 사람들은 저를 헐뜯는다고 여긴다』 하였다.
4구하지 않아도 절로 얻고, 구해도 얻지 못한다
君子當守道崇德,蓄價待時,爵祿不登,信由天命。須求趨競,不顧羞慚,比較材能,斟量功伐,厲色揚聲,東怨西怒;或有劫持宰相瑕疵,而獲酬謝,或有諠聒時人視聽,求見發遣;以此得官,謂為才力,何異盜食致飽,竊衣取溫哉!世見躁競得官者,便謂『弗索何獲』;不知時運之來,不求亦至也。見靜退未遇者,便謂『弗為胡成』;不知風雲不與,徒求無益也。凡不求而自得,求而不得者,焉可勝算乎!
군자는 마땅히 도를 지키고 덕을 높여 값을 쌓으며 때를 기다려야 하니, 벼슬과 녹이 오르지 않는 것은 참으로 천명에 달렸다. 억지로 구하여 다투어 달리며 부끄러움을 돌아보지 않고 재능을 견주고 공로를 헤아리며 낯빛을 사납게 하고 소리를 높여 동쪽을 원망하고 서쪽에 성내며, 더러는 재상의 흠을 잡아 위협하여 보답을 얻고 더러는 시끄럽게 세상 사람의 보고 들음을 어지럽혀 뽑히기를 구한다. 이렇게 벼슬을 얻고 재주와 힘이라 여기니 음식을 훔쳐 배부르고 옷을 훔쳐 따뜻한 것과 무엇이 다른가. 세상 사람은 조급히 다투어 벼슬을 얻은 이를 보면 곧 『구하지 않으면 어찌 얻으랴』 하니, 시운이 오면 구하지 않아도 이르는 줄 모른다. 조용히 물러나 때를 못 만난 이를 보면 곧 『하지 않으면 어찌 이루랴』 하니, 바람과 구름이 돕지 않으면 헛되이 구해도 보탬이 없는 줄 모른다. 구하지 않고도 절로 얻고 구해도 얻지 못한 이를 어찌 이루 셀 수 있으랴.
5외척에게 기대어 벼슬을 얻은 자들의 끝
齊之季世,多以財貨托附外家,諠動女謁。拜守宰者,印組光華,車騎輝赫,榮兼九族,取貴一時。而為執政所患,隨而伺察,既以利得,必以利殆,微染風塵,便乖肅正,坑阱殊深,瘡痏未復,縱得免死,莫不破家,然後噬臍,亦復何及。吾自南及北,未嘗一言與時人論身分也,不能通達,亦無尤焉。
제나라 말세에는 흔히 재물을 외척에게 바쳐 붙고 여인의 청탁을 시끄럽게 움직였다. 수령에 임명된 이는 인끈이 빛나고 거마가 찬란하여 영화가 구족에 미치고 한때의 귀함을 얻었다. 그러나 집정에게 미움을 받아 이어 살핌을 당하니, 이익으로 얻었으면 반드시 이익으로 위태로워져 조금만 풍진에 물들어도 곧 엄정함에 어긋나, 함정이 매우 깊고 상처가 아물기 전에 설령 죽음은 면하더라도 집을 망치지 않은 이가 없었으니, 그런 뒤에 배꼽을 물어뜯은들 또한 무슨 소용이랴. 나는 남에서 북에 이르기까지 한마디도 당시 사람과 신분을 논한 적이 없다. 통달하지 못하더라도 또한 허물이 없다.
6「음식 돕는 이는 맛보고 싸움 돕는 이는 다친다」
王子晉云:『佐饔得嘗,佐鬥得傷。』此言為善則預,為惡則去,不欲黨人非義之事也。凡損於物,皆無與焉。然而窮鳥入懷,仁人所憫;況死士歸我,當棄之乎?伍員之托漁舟,季布之入廣柳,孔融之藏張儉,孫嵩之匿趙岐,前代之所貴,而吾之所行也,以此得罪,甘心瞑目。至如郭解之代人報讎,灌夫之橫怒求地,遊俠之徒,非君子之所為也。如有逆亂之行,得罪於君親者,又不足恤焉。親友之迫危難也,家財己力,當無所吝;若橫生圖計,無理請謁,非吾教也。墨翟之徒,世謂熱腹,楊朱之侶,世謂冷腸;腸不可冷,腹不可熱,當以仁義為節文爾。
왕자진이 『음식 만드는 것을 도우면 맛보게 되고 싸움을 도우면 다치게 된다』 하였다. 이 말은 착한 일에는 참여하고 악한 일은 떠나서 남의 의롭지 않은 일에 당이 되지 않으려는 것이다. 남에게 해로운 것은 다 관여하지 않는다. 그러나 궁한 새가 품에 들어오면 어진 이도 가엾이 여기거늘, 하물며 죽을 각오한 선비가 나에게 돌아오는데 버리겠는가. 오원이 고기잡이배에 몸을 맡기고 계포가 광류거에 들어가고 공융이 장검을 숨기고 손숭이 조기를 감춘 것은 전대에 귀히 여긴 바요 나도 행하는 바이니, 이것으로 죄를 얻는다면 달게 여겨 눈을 감겠다. 곽해가 남을 대신하여 원수를 갚고 관부가 성내어 땅을 구한 것 같은 유협의 무리는 군자가 할 바가 아니다. 거스르고 어지러운 행실이 있어 임금과 어버이에게 죄를 얻은 이는 또 돌볼 것이 못 된다. 친척과 벗이 위난에 몰리면 집 재산과 제 힘을 마땅히 아끼지 말아야 하나, 옆길로 계책을 내거나 이치 없이 청탁하는 것은 내 가르침이 아니다. 묵적의 무리를 세상에서 뜨거운 배라 하고 양주의 무리를 세상에서 차가운 창자라 한다. 창자는 차가워서는 안 되고 배는 뜨거워서는 안 되니 마땅히 인의로 절도를 삼을 뿐이다.
7역법 다툼에 억지로 끼어든 예관
前在修文令曹,有山東學士與關中太史競歷,凡十餘人,紛紜累歲,內史牒付議官平之。吾執論曰:『大抵諸儒所爭,四分幷減分兩家爾。歷象之要,可以晷景測之;今驗其分至薄蝕,則四分疏而減分密。疏者則稱政令有寬猛,運行致盈縮,非算之失也;密者則雲日月有遲速,以術求之,預知其度,無災祥也。用疏則藏奸而不信,用密則任數而違經。且議官所知,不能精於訟者,以淺裁深,安有肯服?既非格令所司,幸勿當也。』舉曹貴賤,咸以為然。有一禮官,恥為此讓,苦欲留連,強加考核。機杼既薄,無以測量,還復采訪訟人,窺望長短,朝夕聚議,寒暑煩勞,背春涉冬,竟無予奪,怨誚滋生,赧然而退,終為內史所迫:此好名之辱也。
전에 수문령조에 있을 때 산동의 학사와 관중의 태사가 역법을 다투어 모두 십여 명이 여러 해 어지러이 다투니 내사가 문서를 의관에게 넘겨 판정하게 하였다. 나는 논의를 잡고 말하였다. 『대개 여러 선비가 다투는 것은 사분력과 감분력 두 집일 뿐이다. 역상의 요체는 해 그림자로 잴 수 있으니 지금 분지(分至)와 일식·월식으로 징험하면 사분은 성글고 감분은 촘촘하다. 성근 쪽은 정령에 너그러움과 사나움이 있어 운행이 차고 기울게 되니 셈의 잘못이 아니라 하고, 촘촘한 쪽은 해와 달에 느리고 빠름이 있어 술법으로 구하면 그 도수를 미리 알 수 있어 재앙과 상서가 없다 한다. 성근 것을 쓰면 간사함을 감추어 믿을 수 없고 촘촘한 것을 쓰면 셈에 맡겨 경서를 어긴다. 또 의관이 아는 것이 다투는 이들보다 정밀할 수 없으니 얕은 것으로 깊은 것을 재단하면 어찌 승복하겠는가. 이미 격령이 맡은 바가 아니니 맡지 않기 바란다.』 온 조의 귀천이 다 그렇다 여겼다. 한 예관이 이렇게 사양하는 것을 부끄러워하여 굳이 붙들고 억지로 고핵을 더하였다. 재간이 이미 얕아 헤아릴 길이 없자 다시 다투는 사람들을 찾아다니며 장단을 엿보아 아침저녁으로 모여 의논하며 추위와 더위에 수고롭게 봄을 지나 겨울에 이르도록 끝내 결정을 내리지 못하니 원망과 나무람이 자라 부끄러워 물러났고 끝내 내사에게 핍박받았다. 이것이 이름을 좋아한 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