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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야원과 남쪽 나라들

불국기 佛國記 · 법현(法顯) · 동진 의희 연간(416년 무렵) · 단락 5 · 한자 726자 · 낭독 2.9분

「불국기」 한 권 「녹야원과 남쪽 나라들」의 한문 원문과 우리말 번역을 단락마다 나란히 실었습니다. 예순다섯의 승려 법현이 계율을 구하러 장안을 떠나 사막과 총령을 넘어 천축까지 갔다가, 사자국을 거쳐 바닷길로 돌아온 십오 년의 기록. 다녀온 나라가 서른. 한국·중국·일본이 서로를 적던 시대에, 동아시아 사람이 인도를 제 눈으로 보고 남긴 가장 이른 기행문이다.

1광야정사

法顯還向巴連弗邑。順恒水西下十由延得一精舍,名曠野,佛所住處。今現有僧。

법현은 파련불읍으로 돌아왔다. 항수를 따라 서쪽으로 십 유연을 내려가 한 정사를 만나니 이름이 광야(曠野)로, 부처가 머물던 곳이다. 지금도 승려가 있다.

2녹야원 — 처음 법륜을 굴린 곳

復順恒水西行十二由延,到迦尸國波羅㮏城。城東北十里許,得仙人鹿野苑精舍。此苑本有辟支佛住,常有野鹿栖宿。世尊將成道,諸天於空中唱言:「白淨王子出家學道,却後七日當成佛。」辟支佛聞已,即取泥洹,故名此處爲仙人鹿野苑。世尊成道已後,人於此處起精舍。佛欲度拘驎等五人,五人相謂言:「此瞿曇沙門本六年苦行,日食一麻、一米,尚不得道,況入人間,恣身、口、意,何道之有!今日來者,慎勿與語。」佛到,五人皆起作禮處。復北行六十步,佛於此東向坐,始轉法輪度拘驎等五人處。其北二十步,佛爲彌勒授記處。其南五十步,翳羅鉢龍問佛:「我何時得免此龍身?」此處皆起塔,見在。中有二僧伽藍,悉有僧住。

다시 항수를 따라 서쪽으로 십이 유연을 가서 가시국 바라내성에 이르렀다. 성 동북쪽 십 리쯤에 선인 녹야원 정사가 있다. 이 동산에는 본래 벽지불이 살아 늘 들사슴이 깃들어 잤다. 세존이 장차 도를 이루려 할 때 여러 천인이 공중에서 노래하기를 「백정왕의 아들이 출가하여 도를 배우니 이레 뒤에 부처를 이루리라」 하니, 벽지불이 듣고 곧 열반에 들었다. 그러므로 이곳을 선인 녹야원이라 이름한 것이다. 세존이 도를 이루신 뒤 사람들이 이곳에 정사를 세웠다. 부처가 구린 등 다섯 사람을 제도하려 하시니, 다섯 사람이 서로 말하였다. 「저 구담 사문은 본래 여섯 해 고행하며 날마다 삼씨 하나 쌀 한 톨을 먹고도 도를 얻지 못하였다. 하물며 사람 사이에 들어가 몸과 입과 뜻을 함부로 놓았으니 무슨 도가 있으랴. 오늘 오거든 부디 말을 섞지 말자.」 그러나 부처가 이르시자 다섯 사람은 모두 일어나 예배하였으니 그곳이 있다. 다시 북쪽으로 예순 걸음에 부처가 동향으로 앉아 처음 법륜을 굴려 구린 등 다섯 사람을 제도하신 곳이 있고, 그 북쪽 스무 걸음에 부처가 미륵에게 수기를 주신 곳이 있으며, 그 남쪽 쉰 걸음에 예라발 용이 부처께 「제가 언제 이 용의 몸을 벗겠습니까」 여쭌 곳이 있다. 이 여러 곳에 다 탑을 세웠으니 지금도 있다. 그 안에 승가람이 둘 있는데 다 승려가 머문다.

3구섬미국

自鹿野苑精舍西北行十三由延,有國,名拘睒彌。其精舍名瞿師羅園,佛昔住處。今故有衆僧,多小乘學。從是東行八由延,佛本於此度惡鬼處。亦常在此住,經行、坐處皆起塔。亦有僧伽藍,可百餘僧。

녹야원 정사에서 서북쪽으로 십삼 유연을 가면 구섬미라는 나라가 있다. 그 정사는 이름이 구사라 동산으로 부처가 옛날 머물던 곳이다. 지금도 승려들이 있는데 대부분 소승을 배운다. 거기서 동쪽으로 팔 유연을 가면 부처가 본래 악귀를 제도하신 곳이 있다. 부처가 늘 여기 머물며 거닐고 앉으셨던 자리에도 다 탑을 세웠다. 승가람도 있는데 승려 백여 명이 있다.

4달친국 — 비둘기 절

從此南行二百由延,有國名達嚫。是過去迦葉佛僧伽藍,穿大石山作之,凡有五重:最下重作象形,有五百間石室;第二層作師子形,有四百間;第三層作馬形,有三百間;第四層作牛形,有二百間;第五層作鴿形,有百間。最上有泉水,循石室前繞房而流,周圍迴曲,如是乃至下重,順房流,從戶而出。諸層室中處處穿石,作䆫牖通明。室中朗然,都無幽暗。其室四角頭穿石作梯蹬上處。今人形小,緣梯上,正得至昔人一脚躡處。因名此寺爲波羅越,波羅越者,天竺名鴿也。其寺中常有羅漢住。此土丘荒,無人民居。去山極遠方有村。皆是邪見,不識佛法、沙門、婆羅門及諸異學。彼國人民常見人飛來入此寺。于時諸國道人欲來禮此寺者,彼村人則言:「汝何以不飛耶?我見此間道人皆飛。」道人方便答言:「翅未成耳。」

여기서 남쪽으로 이백 유연을 가면 달친이라는 나라가 있다. 과거 가섭불의 승가람인데 큰 돌산을 뚫어 지은 것으로 모두 다섯 층이다. 맨 아래층은 코끼리 모양으로 오백 칸 석실이 있고, 둘째 층은 사자 모양으로 사백 칸, 셋째 층은 말 모양으로 삼백 칸, 넷째 층은 소 모양으로 이백 칸, 다섯째 층은 비둘기 모양으로 백 칸이다. 맨 위에 샘물이 있어 석실 앞을 돌아 방을 둘러 흐르는데, 빙빙 굽이돌아 이렇게 아래층까지 이르러 방을 따라 흘러 문으로 나간다. 층마다 석실 곳곳에 돌을 뚫어 창을 내어 밝음을 통하게 하니, 방 안이 환하여 어두운 데가 없다. 방 네 모퉁이에는 돌을 뚫어 오르는 계단 디딤을 만들었다. 지금 사람은 몸이 작아 사다리를 밟고 올라가면 겨우 옛사람이 한 발로 디디던 데에 닿는다. 그래서 이 절을 파라월이라 이름하니, 파라월이란 천축말로 비둘기다. 그 절에는 늘 나한이 머문다. 이 땅은 언덕이 황폐하여 사는 백성이 없고, 산에서 아주 멀리 떨어져서야 마을이 있는데 모두 삿된 견해를 지녀 불법이며 사문이며 바라문이며 여러 다른 배움을 알지 못한다. 그 나라 사람들은 사람이 날아서 이 절에 들어오는 것을 늘 본다. 그때 여러 나라의 도인이 이 절에 예배하러 오려 하면 그 마을 사람들이 「너는 어찌 날지 않느냐? 우리가 보니 여기 도인들은 다 날던데」 하니, 도인이 둘러대어 「날개가 아직 다 자라지 않았소」 하고 답하였다.

5가 보지 못하고 들은 대로 적다

達嚫國幽嶮,道路艱難,而知處。欲往者,要當賷錢貨施彼國王,王然後遣人送,展轉相付,示其逕路。法顯竟不得往,承彼土人言,故說之耳。

달친국은 깊고 험하여 길이 어려운데, 아는 이라야 갈 수 있다. 가려는 사람은 마땅히 돈과 물건을 가지고 그 나라 왕에게 바쳐야 하며, 그런 뒤에야 왕이 사람을 시켜 배웅하게 하여 차례차례 넘겨 주며 지름길을 가리켜 준다. 법현은 끝내 가지 못하고, 그곳 사람들의 말을 들은 대로 적을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