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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자국에 이르다

불국기 佛國記 · 법현(法顯) · 동진 의희 연간(416년 무렵) · 단락 10 · 한자 715자 · 낭독 2.9분

「불국기」 한 권 「사자국에 이르다」의 한문 원문과 우리말 번역을 단락마다 나란히 실었습니다. 예순다섯의 승려 법현이 계율을 구하러 장안을 떠나 사막과 총령을 넘어 천축까지 갔다가, 사자국을 거쳐 바닷길로 돌아온 십오 년의 기록. 다녀온 나라가 서른. 한국·중국·일본이 서로를 적던 시대에, 동아시아 사람이 인도를 제 눈으로 보고 남긴 가장 이른 기행문이다.

1열나흘 밤낮의 항해 — 사자국

於是載商人大舶,汎海西南行,得冬初信風,晝夜十四日,到師子國。彼國人云,相去可七百由延。

이에 장사꾼의 큰 배에 실려 바다로 서남쪽을 향하니, 초겨울 계절바람을 얻어 밤낮 열나흘 만에 사자국에 이르렀다. 그 나라 사람들이 말하기를 서로 거리가 칠백 유연쯤이라 한다.

2백 개의 작은 섬

其國本在洲上,東西五十由延,南北三十由延。左右小洲乃有百數,其間相去或十里、二十里,或二百里,皆統屬大洲。

그 나라는 본래 섬 위에 있는데 동서 오십 유연, 남북 삼십 유연이다. 좌우의 작은 섬이 백을 헤아리는데 서로 십 리, 이십 리 혹은 이백 리 떨어져 있으나 다 큰 섬에 매여 속한다.

3마니주가 나는 땅

多出珍寶珠璣。有出摩尼珠地,方可十里。王使人守護,若有採者,十分取三。

진귀한 보배와 구슬이 많이 난다. 마니주가 나는 땅이 있는데 사방 십 리쯤 된다. 왕이 사람을 시켜 지키며, 캐는 이가 있으면 열에 셋을 거둔다.

4귀신과 장사꾼이 세운 나라

其國本無人民,正有鬼神及龍居之。諸國商人共市易,市易時鬼神不自現身,但出寶物,題其價直,商人則依價置直取物。因商人來、往、住故,諸國人聞其土樂,悉亦復來,於是遂成大國。

그 나라에는 본래 사람이 없고 다만 귀신과 용이 살았다. 여러 나라 장사꾼이 서로 무역하는데, 무역할 때 귀신은 제 몸을 나타내지 않고 다만 보물을 내놓고 값을 적어 두면, 장사꾼이 값대로 돈을 두고 물건을 가져갔다. 장사꾼들이 오가고 머무는 일로 말미암아 여러 나라 사람이 그 땅이 살기 좋다는 말을 듣고 다들 몰려오니, 이에 마침내 큰 나라가 되었다.

5철 없는 땅

其國和適,無冬夏之異,草木常茂,田種隨人,無有時節。

그 나라는 알맞고 온화하여 겨울과 여름의 차이가 없다. 풀과 나무는 늘 우거지고 밭농사는 사람 마음대로라 철을 가리지 않는다.

6두 발자국 — 십오 유연

佛至其國,欲化惡龍。以神足力,一足躡王城北,一足躡山頂,兩跡相去十五由延。於王城北跡上起大塔,高四十丈,金銀莊校,衆寶合成。

부처가 그 나라에 오시어 악룡을 교화하고자 신족력으로 한 발은 왕성 북쪽을 딛고 한 발은 산꼭대기를 디디니, 두 자취 사이가 십오 유연이었다. 왕성 북쪽 발자국 위에 큰 탑을 세우니 높이 사십 길로, 금은으로 꾸미고 뭇 보배를 합쳐 이루었다.

7무외산 절의 청옥 불상 — 흰 비단 부채

塔邊復起一僧伽藍,名無畏山,有五千僧。起一佛殿,金銀刻鏤,悉以衆寶。中有一青玉像,高二丈許,通身七寶炎光,威相嚴顯,非言所載。右掌中有一無價寶珠。法顯去漢地積年,所與交接悉異域人,山川草木,舉目無舊,又同行分披,或流或亡,顧影唯己,心常懷悲。忽於此玉像邊見商人以晉地一白絹扇供養,不覺淒然,淚下滿目。

탑 곁에 또 승가람 하나를 세우니 이름이 무외산인데 승려 오천 명이 있다. 불전 하나를 세워 금은으로 아로새기고 온통 뭇 보배로 꾸몄는데, 그 안에 청옥 불상 하나가 있으니 높이 두 길 남짓으로 온몸이 칠보로 불꽃처럼 빛나 위엄 있는 모습이 엄연하니 말로 다할 수 없다. 오른손 바닥에는 값을 매길 수 없는 보배 구슬 하나가 있다. 법현이 한나라 땅을 떠난 지 여러 해라, 사귀는 이는 다 다른 나라 사람이요 산천초목은 눈을 들어도 옛것이 없으며, 함께 떠난 이들도 갈라져 더러는 머물고 더러는 세상을 떠나, 그림자를 돌아보면 오직 저 하나뿐이라 마음이 늘 슬픔을 품었다. 그런데 문득 이 옥상 곁에서 장사꾼이 진나라 땅의 흰 비단 부채 하나를 공양한 것을 보니, 저도 모르게 서글퍼져 눈물이 흘러 눈에 가득 찼다.

8기둥을 뚫고 내린 보리수

其國前王遣使中國,取貝多樹子,於佛殿旁種之。高可二十丈,其樹東南傾,王恐倒,故以八九圍柱拄樹。樹當拄處心生,遂穿柱而下,入地成根。大可四圍許,柱雖中裂,猶裹其外,人亦不去。樹下起精舍,中有坐像,道俗敬仰無倦。

그 나라의 앞선 왕이 중국에 사신을 보내 패다수 씨를 얻어다 불전 곁에 심었다. 높이 스무 길쯤 되었는데 그 나무가 동남쪽으로 기울자 왕은 넘어질까 염려하여 여덟아홉 아름 기둥으로 나무를 받쳤다. 나무는 받친 자리에서 속이 나더니 기둥을 뚫고 내려가 땅에 들어 뿌리가 되니, 굵기가 네 아름쯤 된다. 기둥은 가운데가 갈라졌으나 아직 그 바깥을 싸고 있는데 사람들도 치우지 않는다. 나무 아래 정사를 세우니 안에 앉은 불상이 있어 도인과 속인이 우러러 공경하기를 게을리하지 않는다.

9불치정사와 뉘우친 왕

城中又起佛齒精舍,皆七寶作。王淨修梵行,城內人敬信之情亦篤。其國立治已來,無有饑喪荒亂。衆僧庫藏多有珍寶、無價摩尼,其王入僧庫遊觀,見摩尼珠,即生貪心,欲奪取之。三日乃悟,即詣僧中,稽首悔前罪心。因白僧言,願僧立制,自今已後,勿聽王入庫看,比丘滿四十臈,然後得入。

성안에는 또 불치정사를 세우니 다 칠보로 지었다. 왕은 범행을 깨끗이 닦고 성안 사람들의 공경하고 믿는 마음도 도탑다. 그 나라는 다스림을 세운 이래 흉년도 상란도 없었다. 승려들의 창고에는 진귀한 보배와 값 매길 수 없는 마니가 많은데, 그 왕이 승려의 창고에 들어가 두루 구경하다가 마니주를 보고 곧 탐내는 마음이 나서 빼앗아 가지려 하였다. 사흘 만에야 깨달아 곧 승려들에게 나아가 머리를 조아리고 앞서의 죄지은 마음을 뉘우쳤다. 그리고 승려들에게 아뢰기를 「바라건대 승단은 규약을 세워, 지금부터는 왕이 창고에 들어와 보는 것을 허락하지 말고, 비구는 법랍 마흔이 찬 뒤에야 들어갈 수 있게 하소서」 하였다.

10육만 승려의 서울

其城中多居士、長者、薩薄商人。屋宇嚴麗,巷陌平整。四衢道頭皆作說法堂,月八日、十四日、十五日,鋪施高座,道俗四衆皆集聽法。其國人云,都可六萬僧,悉有衆食,王別於城內供養五六千人衆食,須者則持大鉢往取,隨器所容,皆滿而還。

그 성안에는 거사와 장자와 살박 장사꾼이 많다. 집들은 엄정하고 화려하며 골목과 거리는 반듯하다. 네거리 길목마다 설법당을 지어 초여드레·열나흗날·보름날이면 높은 자리를 펴니, 도속의 사부대중이 다 모여 법을 듣는다. 그 나라 사람들 말로는 승려가 모두 육만쯤 되는데 다 대중의 공양 음식이 있다 하며, 왕은 따로 성안에서 오륙천 명의 대중 음식을 대니, 필요한 이는 큰 발우를 가지고 가서 그릇이 담는 만큼 다 채워 돌아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