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자국에 이르다
1열나흘 밤낮의 항해 — 사자국
於是載商人大舶,汎海西南行,得冬初信風,晝夜十四日,到師子國。彼國人云,相去可七百由延。
이에 장사꾼의 큰 배에 실려 바다로 서남쪽을 향하니, 초겨울 계절바람을 얻어 밤낮 열나흘 만에 사자국에 이르렀다. 그 나라 사람들이 말하기를 서로 거리가 칠백 유연쯤이라 한다.
2백 개의 작은 섬
其國本在洲上,東西五十由延,南北三十由延。左右小洲乃有百數,其間相去或十里、二十里,或二百里,皆統屬大洲。
그 나라는 본래 섬 위에 있는데 동서 오십 유연, 남북 삼십 유연이다. 좌우의 작은 섬이 백을 헤아리는데 서로 십 리, 이십 리 혹은 이백 리 떨어져 있으나 다 큰 섬에 매여 속한다.
3마니주가 나는 땅
多出珍寶珠璣。有出摩尼珠地,方可十里。王使人守護,若有採者,十分取三。
진귀한 보배와 구슬이 많이 난다. 마니주가 나는 땅이 있는데 사방 십 리쯤 된다. 왕이 사람을 시켜 지키며, 캐는 이가 있으면 열에 셋을 거둔다.
4귀신과 장사꾼이 세운 나라
其國本無人民,正有鬼神及龍居之。諸國商人共市易,市易時鬼神不自現身,但出寶物,題其價直,商人則依價置直取物。因商人來、往、住故,諸國人聞其土樂,悉亦復來,於是遂成大國。
그 나라에는 본래 사람이 없고 다만 귀신과 용이 살았다. 여러 나라 장사꾼이 서로 무역하는데, 무역할 때 귀신은 제 몸을 나타내지 않고 다만 보물을 내놓고 값을 적어 두면, 장사꾼이 값대로 돈을 두고 물건을 가져갔다. 장사꾼들이 오가고 머무는 일로 말미암아 여러 나라 사람이 그 땅이 살기 좋다는 말을 듣고 다들 몰려오니, 이에 마침내 큰 나라가 되었다.
5철 없는 땅
其國和適,無冬夏之異,草木常茂,田種隨人,無有時節。
그 나라는 알맞고 온화하여 겨울과 여름의 차이가 없다. 풀과 나무는 늘 우거지고 밭농사는 사람 마음대로라 철을 가리지 않는다.
6두 발자국 — 십오 유연
佛至其國,欲化惡龍。以神足力,一足躡王城北,一足躡山頂,兩跡相去十五由延。於王城北跡上起大塔,高四十丈,金銀莊校,衆寶合成。
부처가 그 나라에 오시어 악룡을 교화하고자 신족력으로 한 발은 왕성 북쪽을 딛고 한 발은 산꼭대기를 디디니, 두 자취 사이가 십오 유연이었다. 왕성 북쪽 발자국 위에 큰 탑을 세우니 높이 사십 길로, 금은으로 꾸미고 뭇 보배를 합쳐 이루었다.
7무외산 절의 청옥 불상 — 흰 비단 부채
塔邊復起一僧伽藍,名無畏山,有五千僧。起一佛殿,金銀刻鏤,悉以衆寶。中有一青玉像,高二丈許,通身七寶炎光,威相嚴顯,非言所載。右掌中有一無價寶珠。法顯去漢地積年,所與交接悉異域人,山川草木,舉目無舊,又同行分披,或流或亡,顧影唯己,心常懷悲。忽於此玉像邊見商人以晉地一白絹扇供養,不覺淒然,淚下滿目。
탑 곁에 또 승가람 하나를 세우니 이름이 무외산인데 승려 오천 명이 있다. 불전 하나를 세워 금은으로 아로새기고 온통 뭇 보배로 꾸몄는데, 그 안에 청옥 불상 하나가 있으니 높이 두 길 남짓으로 온몸이 칠보로 불꽃처럼 빛나 위엄 있는 모습이 엄연하니 말로 다할 수 없다. 오른손 바닥에는 값을 매길 수 없는 보배 구슬 하나가 있다. 법현이 한나라 땅을 떠난 지 여러 해라, 사귀는 이는 다 다른 나라 사람이요 산천초목은 눈을 들어도 옛것이 없으며, 함께 떠난 이들도 갈라져 더러는 머물고 더러는 세상을 떠나, 그림자를 돌아보면 오직 저 하나뿐이라 마음이 늘 슬픔을 품었다. 그런데 문득 이 옥상 곁에서 장사꾼이 진나라 땅의 흰 비단 부채 하나를 공양한 것을 보니, 저도 모르게 서글퍼져 눈물이 흘러 눈에 가득 찼다.
8기둥을 뚫고 내린 보리수
其國前王遣使中國,取貝多樹子,於佛殿旁種之。高可二十丈,其樹東南傾,王恐倒,故以八九圍柱拄樹。樹當拄處心生,遂穿柱而下,入地成根。大可四圍許,柱雖中裂,猶裹其外,人亦不去。樹下起精舍,中有坐像,道俗敬仰無倦。
그 나라의 앞선 왕이 중국에 사신을 보내 패다수 씨를 얻어다 불전 곁에 심었다. 높이 스무 길쯤 되었는데 그 나무가 동남쪽으로 기울자 왕은 넘어질까 염려하여 여덟아홉 아름 기둥으로 나무를 받쳤다. 나무는 받친 자리에서 속이 나더니 기둥을 뚫고 내려가 땅에 들어 뿌리가 되니, 굵기가 네 아름쯤 된다. 기둥은 가운데가 갈라졌으나 아직 그 바깥을 싸고 있는데 사람들도 치우지 않는다. 나무 아래 정사를 세우니 안에 앉은 불상이 있어 도인과 속인이 우러러 공경하기를 게을리하지 않는다.
9불치정사와 뉘우친 왕
城中又起佛齒精舍,皆七寶作。王淨修梵行,城內人敬信之情亦篤。其國立治已來,無有饑喪荒亂。衆僧庫藏多有珍寶、無價摩尼,其王入僧庫遊觀,見摩尼珠,即生貪心,欲奪取之。三日乃悟,即詣僧中,稽首悔前罪心。因白僧言,願僧立制,自今已後,勿聽王入庫看,比丘滿四十臈,然後得入。
성안에는 또 불치정사를 세우니 다 칠보로 지었다. 왕은 범행을 깨끗이 닦고 성안 사람들의 공경하고 믿는 마음도 도탑다. 그 나라는 다스림을 세운 이래 흉년도 상란도 없었다. 승려들의 창고에는 진귀한 보배와 값 매길 수 없는 마니가 많은데, 그 왕이 승려의 창고에 들어가 두루 구경하다가 마니주를 보고 곧 탐내는 마음이 나서 빼앗아 가지려 하였다. 사흘 만에야 깨달아 곧 승려들에게 나아가 머리를 조아리고 앞서의 죄지은 마음을 뉘우쳤다. 그리고 승려들에게 아뢰기를 「바라건대 승단은 규약을 세워, 지금부터는 왕이 창고에 들어와 보는 것을 허락하지 말고, 비구는 법랍 마흔이 찬 뒤에야 들어갈 수 있게 하소서」 하였다.
10육만 승려의 서울
其城中多居士、長者、薩薄商人。屋宇嚴麗,巷陌平整。四衢道頭皆作說法堂,月八日、十四日、十五日,鋪施高座,道俗四衆皆集聽法。其國人云,都可六萬僧,悉有衆食,王別於城內供養五六千人衆食,須者則持大鉢往取,隨器所容,皆滿而還。
그 성안에는 거사와 장자와 살박 장사꾼이 많다. 집들은 엄정하고 화려하며 골목과 거리는 반듯하다. 네거리 길목마다 설법당을 지어 초여드레·열나흗날·보름날이면 높은 자리를 펴니, 도속의 사부대중이 다 모여 법을 듣는다. 그 나라 사람들 말로는 승려가 모두 육만쯤 되는데 다 대중의 공양 음식이 있다 하며, 왕은 따로 성안에서 오륙천 명의 대중 음식을 대니, 필요한 이는 큰 발우를 가지고 가서 그릇이 담는 만큼 다 채워 돌아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