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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닷길로 돌아오다

불국기 佛國記 · 법현(法顯) · 동진 의희 연간(416년 무렵) · 단락 11 · 한자 1,189자 · 낭독 4.8분

「불국기」 한 권 「바닷길로 돌아오다」의 한문 원문과 우리말 번역을 단락마다 나란히 실었습니다. 예순다섯의 승려 법현이 계율을 구하러 장안을 떠나 사막과 총령을 넘어 천축까지 갔다가, 사자국을 거쳐 바닷길로 돌아온 십오 년의 기록. 다녀온 나라가 서른. 한국·중국·일본이 서로를 적던 시대에, 동아시아 사람이 인도를 제 눈으로 보고 남긴 가장 이른 기행문이다.

1폭풍 — 경과 불상만은 버리지 않다

得此梵本已,即載商人大船,上可有二百餘人。後係一小船,海行艱嶮,以備大船毀壞。得好信風,東下二日,便值大風。船漏水入。商人欲趣小船,小船上人恐人來多,即斫緪斷,商人大怖,命在須臾,恐船水滿,即取麁財貨擲著水中。法顯亦以君墀及澡罐并餘物棄擲海中,但恐商人擲去經像,唯一心念觀世音及歸命漢地衆僧:「我遠行求法,願威神歸流,得到所止。」如是大風晝夜十三日,到一島邊。潮退之後,見船漏處,即補塞之。於是復前。

이 범본들을 얻고서 곧 장사꾼의 큰 배에 오르니 배 위에 이백여 명이 있었다. 뒤에 작은 배 한 척을 매달았으니, 바닷길이 험난하여 큰 배가 부서질 때를 대비한 것이다. 좋은 계절바람을 얻어 동쪽으로 이틀을 내려갔는데 곧 큰 바람을 만났다. 배가 새어 물이 들어오니 장사꾼들이 작은 배로 옮겨 타려 하였으나, 작은 배 위의 사람들은 사람이 많이 올까 두려워 곧 밧줄을 끊어 버렸다. 장사꾼들은 크게 두려워하여 목숨이 경각에 달렸는데, 배에 물이 찰까 두려워 곧 큰 짐들을 바다에 던졌다. 법현도 물병과 씻을 그릇과 그 밖의 물건을 바다에 던졌으나, 다만 장사꾼들이 경과 불상마저 던질까 두려워 오직 한마음으로 관세음을 생각하고 한나라 땅의 승단에 목숨을 맡겼다. 「내가 멀리 다니며 법을 구하였으니, 원컨대 위신으로 흘러 돌아가 닿을 곳에 이르게 하소서.」 그렇게 큰 바람이 밤낮 열사흘을 불다가 한 섬 가에 이르렀다. 물이 빠진 뒤에 배 새는 곳을 찾아 곧 막고, 이에 다시 나아갔다.

2별을 보고 나아가는 바다

海中多有抄賊,遇輒無全。大海彌漫無邊,不識東西,唯望日、月、星宿而進。若陰雨時,爲逐風去,亦無准。當夜闇時,但見大浪相搏,晃若火色,黿、鱉水性怪異之屬,商人荒遽,不知那向。海深無底,又無下石住處。至天晴已,乃知東西,還復望正而進。若值伏石,則無活路。

바다에는 노략질하는 도적이 많으니 만나면 온전하지 못하다. 큰 바다는 아득히 끝이 없어 동서를 알 수 없고 오직 해와 달과 별을 바라보며 나아간다. 흐리고 비 오는 때면 바람에 쓸려 가는 대로일 뿐 가늠할 길이 없다. 캄캄한 밤이면 큰 물결이 서로 부딪쳐 번쩍이는 불빛 같은 것과 자라며 거북 같은 물속 괴이한 것들만 보이니, 장사꾼들은 허둥지둥 어디로 향하는지 알지 못하였다. 바다는 깊어 바닥이 없고 닻돌 내릴 데도 없다. 하늘이 갠 뒤에야 동서를 알아 도로 바른 쪽을 바라고 나아가거니와, 숨은 바위를 만나면 살 길이 없다.

3야바제국

如是九十日許,乃到一國,名耶婆提。

이렇게 아흔 날쯤 가서 한 나라에 이르니 이름이 야바제다.

4외도의 나라

其國外道、婆羅門興盛,佛法不足言。

그 나라는 외도와 바라문이 흥성하고 불법은 말할 것이 못 된다.

5광주를 향하여

停此國五月日,復隨他商人大船,上亦二百許人,賷五十日粮,以四月十六日發。法顯於船上安居。東北行,趣廣州。

이 나라에 다섯 달을 머물다가 다시 다른 장사꾼의 큰 배를 탔는데 배 위에 역시 이백 명쯤 있었다. 쉰 날 양식을 싣고 4월 16일에 떠났다. 법현은 배 위에서 안거하였다. 동북쪽으로 나아가 광주를 향하였다.

6「이 사문을 내리자」

一月餘日,夜皷二時,遇黑風暴雨。商人、賈客皆悉惶怖,法顯爾時亦一心念觀世音及漢地衆僧。蒙威神祐,得至天曉。曉已,諸婆羅門議言:「坐載此沙門,使我不利,遭此大苦。當下比丘置海島邊。不可爲一人令我等危嶮。」法顯本檀越言︰「汝若下此比丘,亦并下我!不爾,便當殺我!汝其下此沙門,吾到漢地,當向國王言汝也。漢地王亦敬信佛法,重比丘僧。」諸商人躊躇,不敢便下。

한 달 남짓 지나 밤 북 두 번 치는 시각에 검은 바람과 폭우를 만났다. 장사꾼과 나그네들이 다 두려워 떠는데, 법현은 그때에도 한마음으로 관세음과 한나라 땅의 승단을 생각하였다. 위신의 도우심을 입어 날이 밝기에 이르렀다. 밝아지자 바라문들이 의논하여 말하였다. 「이 사문을 태운 탓에 우리가 이롭지 못하여 이런 큰 고생을 만났다. 비구를 바다 섬가에 내려놓아야 한다. 한 사람 때문에 우리가 위태로워질 수는 없다.」 법현의 시주가 말하였다. 「그대들이 이 비구를 내리려거든 나도 함께 내려놓으라! 그러지 않으려면 나를 죽여라. 그대들이 이 사문을 내려놓는다면, 내가 한나라 땅에 이르러 반드시 국왕께 그대들을 아뢰리라. 한나라 왕 또한 불법을 공경하고 믿으며 비구승을 소중히 여기신다.」 장사꾼들은 머뭇거리며 감히 내려놓지 못하였다.

7물과 양식이 다하다

于時天多連陰,海師相望僻誤,遂經七十餘日。糧食、水漿欲盡,取海鹹水作食。分好水,人可得二升,遂便欲盡。商人議言:「常行時正可五十日便到廣州,爾今已過期多日,將無僻耶?」即便西北行求岸,晝夜十二日,到長廣郡界牢山南岸,便得好水、菜。但經涉險難,憂懼積日,忽得至此岸,見蔾藿依然,知是漢地。

그때 하늘이 여러 날 잇달아 흐려 뱃사공이 방향을 잘못 보아 일흔 날 남짓을 흘러갔다. 양식과 물이 다하려 하여 바다의 짠물로 밥을 짓고, 좋은 물은 나누어 사람마다 두 되씩이었는데 그마저 다하려 하였다. 장사꾼들이 의논하였다. 「여느 때 가면 꼭 쉰 날이면 광주에 닿는데 이제 이미 여러 날이 지났으니, 길을 잘못 든 것이 아닌가.」 곧 서북쪽으로 나아가 뭍을 찾으니, 밤낮 열이틀 만에 장광군 경계 뇌산 남쪽 기슭에 이르러 좋은 물과 나물을 얻었다. 온갖 험난을 겪고 근심과 두려움이 여러 날 쌓였다가 문득 이 기슭에 이르러, 명아주와 콩잎이 옛 모습 그대로인 것을 보고 여기가 한나라 땅임을 알았다.

8명아주를 보고 한나라 땅인 줄 알다

然不見人民及行跡,未知是何許。或言未至廣州,或言已過,莫知所定。即乘小船,入浦覓人,欲問其處。得兩獵人,即將歸,令法顯譯語問之。法顯先安慰之,徐問︰「汝是何人?」答言︰「我是佛弟子。」又問︰「汝入山何所求?」其便詭言︰「明當七月十五日,欲取桃臘佛。」又問︰「此是何國?」答言︰「此青州長廣郡界,統屬晉家。」聞已,商人歡喜,即乞其財物,遣人往長廣。

그러나 사는 사람도 다니는 자취도 보이지 않아 어디쯤인지 알 수 없었다. 광주에 못 미쳤다는 이도 있고 이미 지났다는 이도 있어 정할 줄을 몰랐다. 곧 작은 배를 타고 포구에 들어가 사람을 찾아 그곳을 물으려 하였다. 사냥꾼 둘을 만나 곧 데리고 돌아와 법현더러 말을 옮겨 묻게 하였다. 법현이 먼저 그들을 안심시키고 천천히 「그대들은 누구요」 물으니 「우리는 부처의 제자요」 하고 답하였다. 「산에 들어가 무엇을 구하오」 물으니 둘러대며 「내일이 칠월 보름이라 부처께 바칠 복숭아를 따려 하오」 하였다. 「여기는 어느 나라요」 물으니 「여기는 청주 장광군 경계로 진나라에 속하오」 하고 답하였다. 이 말을 듣고 장사꾼들이 기뻐하며 곧 재물을 나누어 주고 사람을 장광으로 보냈다.

9사냥꾼에게 길을 묻다

太守李嶷敬信佛法,聞有沙門持經像乘船汎海而至,即將人從至海邊,迎接經像,歸至郡治。商人於是還向楊州。劉沇青州請法顯一冬、一夏。夏坐訖,法顯離諸師久,欲趣長安。但所營事重,遂便南下向都,就禪師出經律。

태수 이억은 불법을 공경하고 믿는 이라, 사문이 경과 불상을 지니고 배로 바다를 건너왔다는 말을 듣고 곧 사람들을 거느리고 바닷가에 나와 경과 불상을 맞이하여 군 소재지로 돌아갔다. 장사꾼들은 이에 양주로 떠나갔다. 유연 청주자사가 법현을 청하여 한 겨울 한 여름을 머물게 하였다. 여름 안거가 끝나자, 법현은 여러 스승과 헤어진 지 오래라 장안으로 가고자 하였으나, 맡은 일이 중하므로 마침내 남쪽으로 서울을 향해 내려가, 선사(禪師)와 더불어 경과 율을 펴내었다.

10청주 장광군에 오르다

法顯發長安,六年到中國,停六年,還三年達青州。凡所遊歷,減三十國。沙河已西,迄于天竺,衆僧威儀法化之美,不可詳說。竊惟諸師來得備聞,是以不顧微命,浮海而還,艱難具更,幸蒙三尊威靈,危而得濟,故將竹帛疏所經歷,欲令賢者同其聞見。是歲甲寅。

법현은 장안을 떠나 여섯 해 만에 중국(中國)에 이르렀고, 여섯 해를 머물렀으며, 돌아오는 데 세 해가 걸려 청주에 닿았다. 두루 다닌 나라가 삼십 국이 조금 못 된다. 사하 서쪽에서 천축에 이르기까지 승려들의 위의와 법화의 아름다움은 이루 자세히 말할 수 없다. 여러 스승들이 미처 듣지 못하셨음을 가만히 생각한 까닭에, 하찮은 목숨을 돌아보지 않고 바다를 건너 돌아왔다. 온갖 어려움을 두루 겪었으나 다행히 삼존의 위령을 입어 위태로움에서 건져졌다. 그러므로 대와 비단에 겪은 바를 적어, 어진 이들과 보고 들은 것을 함께하고자 한다. 이해는 갑인년이다.

11돌아보면 마음이 떨리고 땀이 흐른다

晉義熙十二年,歲在壽星,夏安居末,慧遠迎法顯道人。既至,留共冬齋。因講集之餘,重問遊歷。其人恭順,言輒依實。由是先所略者,勸令詳載。顯復具叙始末。自云︰「顧尋所經,不覺心動汗流。所以乘危履嶮,不惜此形者,蓋是志有所存,專其愚直,故投命於不必全之地,以達萬一之冀。」於是感歎斯人,以爲古今罕有。自大教東流,未有忘身求法如顯之比。然後知誠之所感,無窮否而不通;志之所將,無功業而不成。成夫功業者,豈不由忘失所重,重夫所忘者哉!

진나라 의희 십이년, 해가 수성(壽星)에 든 해 여름 안거 끝에 혜원이 법현 도인을 맞이하였다. 이르러서는 함께 겨울 재계를 지냈다. 강론하는 틈에 다시 그 편력을 물으니, 그 사람됨이 공손하고 유순하며 말이 번번이 사실에 의거하였다. 이에 앞서 대략만 적었던 것을 자세히 적기를 권하니, 법현이 다시 처음부터 끝까지 갖추어 이야기하고 스스로 말하였다. 「겪어 온 바를 돌아보면 저도 모르게 마음이 떨리고 땀이 흐릅니다. 위험을 무릅쓰고 험한 데를 밟으면서 이 몸을 아끼지 않은 것은, 뜻한 바가 있어 어리석은 곧음을 오로지한 까닭이니, 그래서 반드시 온전하지 못할 땅에 목숨을 던져 만에 하나의 바람을 이루고자 한 것입니다.」 이에 그 사람됨에 감탄하니, 고금에 드문 이라 여겼다. 큰 가르침이 동쪽으로 흘러온 뒤로 몸을 잊고 법을 구하기가 법현에 견줄 이가 없었다. 그런 뒤에야 알겠으니, 정성이 감응하는 바에는 아무리 막혀도 통하지 않음이 없고, 뜻이 향하는 바에는 이루지 못할 공업이 없다. 공업을 이룬다는 것은 남들이 소중히 여기는 바를 잊고, 남들이 잊는 바를 소중히 여긴 데서 말미암은 것이 아니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