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사 — 채근담에 부쳐菜根譚題詞
1산에 숨어 사는 사람의 서문
逐客孤蹤,屏居蓬舍。樂與方以內人遊,不樂與方以外人遊也。妄與千古聖賢置辯於五經同異之間,不妄與二三小子浪跡于雲山變幻之麓也。日與漁父田夫朗吟唱和於五湖之濱,綠野之坳,不日與競刀錐,榮升斗者交臂抒情於冷熱之塲,腥羶之窟也。間有習濂洛之說者牧之,習竺乾之業者闢之,爲譚天雕龍之辯者遠之,此足以畢予山中伎倆矣。
쫓겨난 나그네 외로운 자취로, 초가에 물러나 산다. 세상 안의 사람들과 즐겨 어울리되 세상 밖의 사람들과는 즐겨 어울리지 않는다. 망령되이 천고의 성현과 오경의 같고 다름을 두고 시비를 가리되, 망령되이 두엇 젊은이들과 구름 산 변화하는 기슭에 발자취를 어지럽히지는 않는다. 날마다 어부와 농부와 더불어 오호의 물가와 푸른 들 우묵한 곳에서 소리 내어 읊고 화답하되, 날마다 칼끝 송곳 끝을 다투고 됫박 벼슬을 영화로 여기는 자들과 덥고 찬 마당, 비린내 나는 소굴에서 팔을 맞대고 정을 나누지는 않는다. 간혹 염계와 낙양의 학설을 익히는 자가 있으면 이끌어 주고, 천축의 업을 익히는 자가 있으면 열어 주며, 하늘을 이야기하고 용을 새기는 변설을 일삼는 자는 멀리하니, 이것으로 내 산속의 재간은 다한 셈이다.
2채근담을 처음 읽고
適有友人洪自誠者,持《菜根譚》示予,且丐予序。予始訑訑然視之耳。既而徹几上陳編,屏胸中雜慮手讀之,則覺其譚性命直入玄微,道人情曲盡岩險。俯仰天地,見胸次之夷猶;塵芥功名,知識趣之高遠。筆底陶鑄,無非綠樹青山;口吻化工,盡是鳶飛魚躍。此其自得何如,固未敢深信,而據所摛詞,悉砭世醒人之喫緊,非入耳出口之浮華也。
마침 홍자성이라는 벗이 있어 《채근담》을 가지고 와 내게 보이고 또 서문을 청하였다. 나는 처음에는 대수롭지 않게 여기고 볼 뿐이었다. 이윽고 책상 위의 묵은 책들을 치우고 가슴속 잡념을 물리치고서 손에 들고 읽으니, 곧 깨달았다 — 그 성명(性命)을 이야기함은 곧장 그윽하고 미묘한 데로 들어가고, 인정을 말함은 굽이굽이 험한 데까지 다하였다. 하늘과 땅을 우러르고 굽어봄에 가슴속의 여유로움이 보이고, 공명을 티끌같이 여김에 식견과 취향의 높고 멂을 알겠다. 붓끝에서 빚어내는 것이 푸른 나무 푸른 산 아닌 것이 없고, 입에서 이루어지는 것이 다 솔개 날고 물고기 뛰는 생기다. 그 스스로 얻은 경지가 어떠한지는 참으로 감히 깊이 믿지 못하겠으나, 펼쳐 놓은 글로 미루어 보면 모두 세상을 찌르고 사람을 깨우는 요긴한 말이요, 귀로 들어와 입으로 나가는 겉치레 화려함이 아니다.
3나물 뿌리에 참맛이 있다
譚以「菜根」名,固自清苦歷練中來,亦自栽培灌溉裏得,其顛頓風波,備嘗險阻可想矣。洪子曰:「天勞我以形,吾逸吾心以補之;天阨我以遇,吾亨吾道以通之。」其所自警自力者又可思矣!用是以數語弁之,俾公諸人人,知菜根中有真味也。
이야기를 「나물 뿌리(菜根)」라 이름한 것은, 본래 맑은 고생과 단련 가운데서 왔고 또한 심고 가꾸고 물 대는 속에서 얻은 것이니, 그 넘어지고 엎어진 풍파와 험한 길을 두루 맛보았음을 짐작할 만하다. 홍자는 말하였다. 「하늘이 내 몸을 수고롭게 하면 나는 내 마음을 편안히 하여 채우고, 하늘이 내 처지를 막으면 나는 내 도를 형통하게 하여 뚫는다.」 그 스스로 경계하고 스스로 힘쓴 바를 또한 생각할 만하다! 이에 몇 마디 말을 머리에 얹어 사람마다 알게 하노니, 나물 뿌리 속에 참맛이 있다.
4서명
三峯主人于孔兼題
삼봉주인 우공겸이 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