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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집 2 (46~90조)前集

채근담 菜根譚 · 홍자성(洪自誠) · 명 만력 연간(1600년 무렵) · 단락 45 · 한자 1,709자 · 낭독 6.8분

「채근담」 한 권 「전집 2 (46~90조)」의 한문 원문과 우리말 번역을 단락마다 나란히 실었습니다. 「나물 뿌리를 씹을 수 있으면 백 가지 일을 이룰 수 있다」에서 이름을 딴 처세의 잠언집. 전집은 사람 사이에서 몸을 지키는 법을, 후집은 자연 속에서 마음을 놓는 법을 말한다. 유·불·도 세 갈래가 한 그릇에 담겼다.

1자비와 참멋은 어디에나

人人有個大慈悲,維摩屠劊無二心也;處處有種真趣味,金屋茅簷非兩地也。只是欲蔽情封,當面錯過,便咫尺千里矣。

사람마다 큰 자비를 지니고 있으니 유마거사와 백정·망나니가 두 마음이 아니요, 곳곳에 참된 멋이 있으니 금집과 초가가 두 땅이 아니다. 다만 욕심에 가려지고 정에 갇혀 눈앞에서 놓쳐 버리면, 지척이 천 리가 된다.

2목석의 마음, 구름과 물의 멋

進德修道,要個木石的念頭,若一有欣羨,便趨欲境;濟世經邦,要段雲水的趣味,若一有貪著,便墮危機。

덕에 나아가고 도를 닦음에는 목석 같은 마음가짐이 있어야 하니, 한번 부러워함이 있으면 곧 욕심의 지경으로 달려간다. 세상을 건지고 나라를 경영함에는 구름과 물 같은 멋이 있어야 하니, 한번 탐내어 집착함이 있으면 곧 위태로운 기틀에 떨어진다.

3길한 이는 잠결에도 온화하다

吉人無論作用安詳,即夢寐神魂無非和氣;凶人無論行事狠戾,即聲音笑語渾是殺機。

길한 사람은 몸가짐이 안온하고 자상함은 말할 것도 없고 잠든 사이 정신과 혼까지도 온화한 기운 아닌 것이 없다. 흉한 사람은 하는 짓이 사납고 어그러짐은 말할 것도 없고 목소리와 웃음소리마저 온통 살기다.

4어두운 데서 죄짓지 말라

肝受病,則目不能視;腎受病,則耳不能聽;病受於人所不見,必發於人所共見。故君子欲無得罪於昭昭,先無得罪於冥冥。

간이 병들면 눈이 보지 못하고 콩팥이 병들면 귀가 듣지 못한다. 병은 남이 보지 못하는 데서 들지만 반드시 남이 다 보는 데서 드러난다. 그러므로 군자는 밝은 데서 죄를 얻지 않으려거든, 먼저 어두운 데서 죄를 얻지 말아야 한다.

5일 적은 것이 복

福莫福於少事,禍莫禍於多心。唯苦事者,方知少事之爲福;唯平心者,始知多心之爲禍。

복은 일 적은 것보다 큰 복이 없고, 재앙은 마음 많은 것보다 큰 재앙이 없다. 일에 시달려 본 사람이라야 일 적음이 복인 줄 알고, 마음이 평온한 사람이라야 마음 많음이 재앙인 줄 안다.

6치세에는 방정하게 난세에는 원만하게

處治世宜方,處亂世宜圓,處叔季之世,當方圓並用;待善人宜寬,待惡人宜嚴,待庸衆之人,當寬嚴互存。

다스려진 세상에는 방정하게 살고, 어지러운 세상에는 원만하게 살며, 기울어 가는 세상에는 방정함과 원만함을 아울러 쓰라. 착한 사람은 너그럽게 대하고, 악한 사람은 엄하게 대하며, 평범한 뭇사람은 너그러움과 엄함을 섞어 지니라.

7베푼 공은 잊고 받은 원망은 잊으라

我有功於人不可念,而過則不可不念;人有恩於我不可忘,而怨則不可不忘。

내가 남에게 베푼 공은 마음에 두지 말고, 잘못한 것은 마음에 두지 않으면 안 된다. 남이 내게 끼친 은혜는 잊지 말고, 원망은 잊지 않으면 안 된다.

8베풀되 셈하지 말라

施恩者,內不見己,外不見人,則斗粟可當萬鍾之惠;利物者,計己之施,責人之報,雖百鎰難成一文之功。

은혜를 베푸는 자가 안으로 저를 의식하지 않고 밖으로 남을 의식하지 않으면, 곡식 한 말도 만 섬의 은혜가 될 수 있다. 만물을 이롭게 하는 자가 제 베푼 것을 셈하고 남에게 갚기를 요구하면, 비록 백 일(鎰)의 큰돈이라도 한 푼의 공을 이루기 어렵다.

9내 처지로 남을 헤아리라

人之際遇,有齊有不齊,而能使己獨齊乎?己之情理,有順有不順,而能使人皆順乎?以此相觀對治,亦是一方便法門。

사람의 처지는 갖춘 이도 있고 못 갖춘 이도 있는데 어찌 나만 홀로 갖추기를 바라랴. 제 마음도 순할 때가 있고 순하지 못할 때가 있는데 어찌 남마다 다 순하기를 바라랴. 이렇게 서로 견주어 다스려 가는 것도 하나의 방편 법문이다.

10마음 바탕이 깨끗해야 책을 읽는다

心地乾淨,方可讀書學古。不然,見一善行,竊以濟私,聞一善言,假以覆短,是又藉寇兵而齎盜糧矣。

마음 바탕이 깨끗해야 비로소 책을 읽고 옛것을 배울 수 있다. 그러지 않으면 착한 행실 하나를 보면 훔쳐다 제 사욕을 채우고, 착한 말 한마디를 들으면 빌려다 제 허물을 덮으리니, 이는 또한 적에게 병기를 빌려주고 도둑에게 양식을 대 주는 것이다.

11검소한 가난이 낫다

奢者富而不足,何如儉者貧而有餘?能者勞而府怨,何如拙者逸而全真?

사치하는 자는 부유해도 모자라니, 검소한 자의 가난하고도 남음이 있음만 하겠는가. 능한 자는 수고하고도 원망을 쌓으니, 서툰 자의 편안하고도 천진을 보전함만 하겠는가.

12글 읽고도 성현을 못 보면

讀書不見聖賢,爲鉛槧傭;居官不愛子民,爲衣冠盜;講學不尚躬行,爲口頭禪;立業不思種德,爲眼前花。

책을 읽어도 성현을 보지 못하면 지필묵의 품팔이요, 벼슬에 앉아도 백성을 사랑하지 않으면 의관 쓴 도둑이요, 학문을 강론해도 몸소 행함을 숭상하지 않으면 입끝의 선(禪)이요, 사업을 세워도 덕 심기를 생각하지 않으면 눈앞의 꽃이다.

13가슴속의 참문장

人心有一部真文章,都被殘編斷簡封錮了;有一部真鼓吹,都被妖歌艶舞湮沒了。學者須掃除外物,直覓本來,纔有個真受用。

사람 마음속에 한 편의 참문장이 있건만 다 낡은 책 부스러기에 봉해져 갇혀 있고, 한 곡조 참풍류가 있건만 다 요사한 노래와 요염한 춤에 파묻혀 있다. 배우는 사람은 모름지기 바깥 것들을 쓸어 내고 곧장 본래 것을 찾아야, 비로소 참된 보람이 있다.

14괴로움 속의 기쁨

苦心中,常得悅心之趣;得意時,須防失意之悲。

괴로운 마음 가운데 늘 마음 기쁘게 하는 멋을 얻고, 뜻을 이룬 때에 문득 뜻 잃는 슬픔이 생겨난다.

15도덕에서 온 부귀는 산 속의 꽃

富貴名譽,自道德來者,如山林中花,自是舒徐繁衍;自功業來者,如盆檻中花,便有遷徙廢興;若以權力得者,如瓶鉢中花,其根不值,其萎可立而待矣。

부귀와 명예가 도덕에서 온 것은 산림 속의 꽃과 같아 절로 천천히 피어 무성하고, 공업에서 온 것은 화분 속의 꽃과 같아 옮겨지고 흥하고 폐함이 있다. 권력으로 얻은 것은 꽃병 속의 꽃과 같아 뿌리를 심지 않았으니 그 시듦을 서서 기다릴 수 있다.

16봄날 꽃과 새만도 못해서야

春至時和,花尚舖一段好色,鳥且囀幾句好音。士君子幸頭角,復遇溫飽,不思立好言,行好事,雖是在世百年,恰似未生一日。

봄이 되어 날이 화창하면 꽃도 한층 고운 빛을 펴고 새도 몇 가락 고운 소리를 굴린다. 선비가 다행히 두각을 나타내고 따뜻하고 배부르게 살면서도 좋은 말 세우고 좋은 일 행하기를 생각하지 않으면, 비록 세상에 백 년을 살아도 하루도 살지 않은 것과 같다.

17긴장과 소탈을 아울러

學者有段競業的心思,又要有段瀟洒的趣味。若一味斂束清苦,是有秋殺無春生,何以發育萬物。

배우는 사람은 삼가고 두려워하는 마음가짐이 있어야 하고, 또한 시원하고 소탈한 멋도 있어야 한다. 한결같이 졸라매어 맑은 고생만 하면, 가을의 숙살만 있고 봄의 생기가 없는 것이니 무엇으로 만물을 길러 내랴.

18참된 청렴에는 이름이 없다

真廉無廉名,立名者正所以爲貪;大巧無巧術,用術者乃所以爲拙。

참된 청렴은 청렴하다는 이름이 없으니, 이름을 세우는 자는 바로 탐하기 때문이다. 큰 솜씨에는 교묘한 재주가 없으니, 재주를 부리는 자는 곧 서툴기 때문이다.

19가득 참을 경계하는 그릇

欹器以滿覆,撲滿以空全。故君子寧居無,不居有;寧處缺,不處完。

기기(欹器)는 가득 차면 엎어지고, 벙어리저금통은 비어 있어 온전하다. 그러므로 군자는 차라리 무(無)에 살지언정 유(有)에 살지 않고, 차라리 모자란 데 머물지언정 가득 찬 데 머물지 않는다.

20이름 뿌리와 객기

名根未拔者,縱輕千乘,甘一瓢,總墮塵情;客氣未融者,雖澤四海,利萬世,終爲剩技。

이름의 뿌리를 뽑지 못한 자는 천승의 부를 가벼이 여기고 한 표주박을 달게 여겨도 결국 속된 정에 떨어지고, 객기가 녹지 않은 자는 사해에 은택을 끼치고 만세를 이롭게 해도 끝내 쓸모없는 재주가 된다.

21밝은 마음과 어두운 생각

心體光明,暗室中有青天;念頭暗昧,白日下生厲鬼。

마음 바탕이 밝으면 어두운 방 안에도 푸른 하늘이 있고, 생각이 어두우면 밝은 해 아래서도 사나운 귀신이 생겨난다.

22이름 없고 지위 없는 즐거움

人知名位爲樂,不知無名無位之樂爲最真;人知飢寒爲憂,那知不飢不寒之憂爲更甚。

사람들은 이름과 지위가 즐거움인 줄만 알고, 이름 없고 지위 없는 즐거움이 가장 참된 줄은 모른다. 사람들은 주리고 추운 것이 근심인 줄만 알고, 주리지 않고 춥지 않은 근심이 더욱 심한 줄은 모른다.

23악은 숨기지 말고 선은 서두르지 말라

爲惡而畏人知,惡中猶有善路;爲善而急人知,善處即是惡根。

악을 행하고서 남이 알까 두려워함은 악 가운데 아직 선의 길이 있는 것이요, 선을 행하고서 남이 알아주기를 서두름은 선 속에 곧 악의 뿌리가 있는 것이다.

24하늘의 재간을 이기는 법

天之機緘不測。抑而伸,伸而抑,皆是播弄英雄,顛倒豪傑處。君子只是逆來順受,居安思危,天亦無所用其技倆矣。

하늘의 기틀은 헤아릴 수 없다. 눌렀다가 펴고 폈다가 누르니, 다 영웅을 희롱하고 호걸을 뒤엎는 곳이다. 군자는 다만 역경이 오면 순하게 받고 편안할 때 위태로움을 생각하니, 하늘도 그 재간을 부릴 데가 없다.

25조급한 사람, 은혜 모르는 사람

燥性者火熾,遇物則焚;寡恩者冰清,逢物必殺;凝滯固執者,如死水腐木,生機已絕。俱難建功業而延福祇。

성질이 조급한 자는 타는 불이라 만나는 것마다 태우고, 은혜가 적은 자는 얼음처럼 차가워 만나는 것마다 죽이며, 엉기고 막혀 고집스러운 자는 죽은 물, 썩은 나무 같아 생기가 이미 끊겼다. 이들은 다 공업을 세우고 복을 이어 가기 어렵다.

26복은 부를 수 없고 재앙은 피할 수 없다

福不可邀,養喜神以爲召福之本而已;禍不可避,去殺機,以爲遠禍之方而已。

복은 불러올 수 없으니 기쁜 정신을 길러 복을 부르는 바탕으로 삼을 뿐이요, 재앙은 피할 수 없으니 살기를 없애어 재앙을 멀리하는 방책으로 삼을 뿐이다.

27열 마디 중 아홉이 맞아도

十語九中,未必稱奇,一語不中,則愆尤駢集;十謀九成,未必歸功,一謀不成,則訾議叢興。君子所以寧默毋躁,寧拙毋巧。

열 마디에 아홉이 맞아도 신기하다 일컫지 않으면서 한 마디가 어긋나면 허물하는 소리가 사방에서 모이고, 열 꾀에 아홉을 이루어도 공을 돌리지 않으면서 한 꾀가 이루어지지 않으면 헐뜯는 말이 떼로 일어난다. 군자가 차라리 침묵할지언정 떠들지 않고, 차라리 서툴지언정 재주 부리지 않는 까닭이다.

28따뜻해야 복도 두텁다

天地之氣,暖則生,寒則殺。故性氣清冷者,受享亦涼薄。唯和氣熱心之人,其福亦厚,其澤亦長。

하늘과 땅의 기운은 따뜻하면 살리고 차가우면 죽인다. 그러므로 성질과 기운이 차고 싸늘한 자는 받아 누리는 것도 얇고 차다. 오직 화기 있고 마음 뜨거운 사람이라야 그 복도 두텁고 그 은택도 오래간다.

29천리 길은 넓고 인욕 길은 좁다

天理路上甚寬,稍游心,胸中便覺便覺廣大;人欲路上甚窄,纔寄跡,眼前俱是荊棘泥塗。

천리의 길은 매우 넓어 조금만 마음을 노닐게 해도 가슴속이 문득 넓고 커짐을 느끼고, 인욕의 길은 매우 좁아 겨우 발을 붙이자마자 눈앞이 다 가시덤불과 진창이다.

30고생 끝의 복, 의심 끝의 앎

一苦一樂相磨鍊,鍊極而成福者,其福始久;一疑一信相參勘,勘極而成知者,其知始真。

한 번 괴롭고 한 번 즐거움을 서로 갈고 닦아 단련이 지극한 데서 이룬 복이라야 그 복이 비로소 오래가고, 한 번 의심하고 한 번 믿으며 서로 견주어 살펴 헤아림이 지극한 데서 이룬 앎이라야 그 앎이 비로소 참되다.

31마음은 비우고 또 채우라

心不可不虛,虛則義理來居;心不可不實,實則物欲不入。

마음은 비우지 않으면 안 되니, 비면 의리가 와서 산다. 마음은 채우지 않으면 안 되니, 차면 물욕이 들어오지 못한다.

32물이 너무 맑으면 고기가 없다

地之穢者多生物,水之清者常無魚。故君子當存含垢納污之量,不可持好潔獨行之操。

땅이 더러우면 생물이 많고, 물이 맑으면 늘 고기가 없다. 그러므로 군자는 때 묻음을 머금고 더러움을 받아들이는 아량을 지녀야 하고, 깨끗함만 좋아하며 홀로 가는 지조를 고집해서는 안 된다.

33날뛰는 말도 길들일 수 있다

泛駕之馬可就馳驅,躍冶之金終歸型範。只一優游不振,便終身無個進步。白沙云:「爲人多病未足羞,一生無病是吾憂。」真確論也。

수레를 뒤엎는 사나운 말도 길들이면 부릴 수 있고, 틀에서 튀는 쇳물도 마침내 거푸집에 돌아간다. 다만 한결같이 늘어져 떨치지 못하면, 평생 한 걸음의 진보도 없다. 백사(白沙)가 「사람됨에 병 많음은 부끄러울 것 없으니, 한평생 병 없는 것이 나의 근심이다」 하였으니, 참으로 옳은 말이다.

34탐욕 한 번에 일생이 무너진다

人只一會貪私,便銷剛爲柔,塞智爲昏,變恩爲慘,染潔爲污,壞了一生人品。故古人以不貪爲寶,所以度越一世。

사람이 한 번 사사로움을 탐하면, 굳셈이 녹아 유약해지고 지혜가 막혀 어두워지고 은혜가 변하여 참혹해지고 깨끗함이 물들어 더러워져, 일생의 인품을 무너뜨린다. 그러므로 옛사람은 탐하지 않음을 보배로 삼았으니, 그것으로 한세상을 넘은 것이다.

35안팎의 도적도 하인이 된다

耳目見聞爲外賊,情欲意識爲內賊。只是主人翁惺惺不昧,獨坐中堂,賊便化爲家人矣。

귀와 눈의 보고 들음은 바깥 도적이요, 정욕과 분별심은 안의 도적이다. 다만 주인 되는 이 마음이 또렷이 깨어 흐려지지 않고 홀로 안방에 앉아 있으면, 도적들이 문득 한집안 사람으로 화한다.

36이룬 것을 지키고 앞날을 막으라

圖未就之功,不如保已成之業;悔既往之失,不如防將來之非。

아직 이루지 못한 공을 도모함은 이미 이룬 업을 보전함만 못하고, 지나간 잘못을 뉘우침은 앞으로 올 그름을 막음만 못하다.

37기상·심사·취미·지조

氣象要高曠,而不可疎狂;心思要縝密,而不可瑣屑;趣味要沖淡,而不可偏枯;操守要嚴明,而不可激烈。

기상은 높고 넓어야 하나 엉성하고 거칠어서는 안 되고, 심사는 촘촘해야 하나 자질구레해서는 안 되고, 취미는 맑고 담박해야 하나 치우쳐 메말라서는 안 되고, 지조는 엄정해야 하나 격렬해서는 안 된다.

38바람이 지나가면 대는 소리를 남기지 않는다

風來疎竹,風過而竹不留聲;雁度寒潭,雁去而潭不留影。故君子事來而心始現,事去而心隨空。

바람이 성긴 대숲에 불어와도 바람이 지나가면 대는 소리를 남기지 않고, 기러기가 찬 못을 건너가도 기러기가 가고 나면 못은 그림자를 남기지 않는다. 그러므로 군자는 일이 오면 마음이 비로소 나타나고, 일이 가면 마음도 따라 빈다.

39꿀절임은 달지 않다

清能有容,仁能善斷;明不傷察,直不過矯。是謂蜜餞不甜,海味不鹹,纔是懿德。

맑으면서 품을 줄 알고, 어질면서 결단을 잘하고, 밝으면서 지나치게 살피지 않고, 곧으면서 지나치게 바로잡으려 하지 않는다. 이를 일러 꿀절임인데 달지 않고 해물인데 짜지 않다 하니, 이것이야말로 아름다운 덕이다.

40가난해도 스스로 버리지 말라

貧家淨掃地,貧女淨梳頭,景色雖不艶麗,氣度自是風雅。士君子一當窮愁寥落,奈何輒自廢弛哉。

가난한 집도 깨끗이 마당을 쓸고 가난한 집 딸도 깨끗이 머리를 빗으면, 모습이 비록 화려하지 않아도 기품이 절로 우아하다. 선비가 한때 곤궁하고 쓸쓸하다 하여 어찌 스스로를 팽개치랴.

41한가할 때 놓치지 않으면

閒中不放過,忙處有受用;靜中不落空,動處有受用;暗中不欺隱,明處有受用。

한가한 때를 헛되이 보내지 않으면 바쁠 때 쓸모가 있고, 고요한 때를 헛되이 하지 않으면 움직일 때 쓸모가 있고, 어두운 데서 속이지 않으면 밝은 데서 쓸모가 있다.

42생각이 이는 곳을 살피라

念頭起處,纔覺向欲路上去,便挽從理路上來。一起便覺,一覺便轉,此是轉禍爲福,起死回生的關頭,切莫輕易放過。

생각이 일어나는 곳에서 조금이라도 욕심 길로 향함을 깨닫거든 곧 도리 길로 끌어 돌리라. 일어나면 곧 깨닫고 깨달으면 곧 돌리니, 이것이 재앙을 돌려 복을 삼고 죽음에서 일어나 삶으로 돌아오는 관문이다. 결코 가벼이 지나치지 말라.

43고요·한가·담박 속에서 마음을 보다

靜中念慮澄澈,見心之真體;閒中氣象從容,識心之真機;淡中意趣沖夷,得心之真味。觀心證道,無如此三者。

고요한 가운데 생각이 맑게 트이면 마음의 참바탕을 보고, 한가한 가운데 기상이 조용하면 마음의 참기틀을 알고, 담박한 가운데 뜻과 멋이 평온하면 마음의 참맛을 얻는다. 마음을 보고 도를 증험함에 이 셋만 한 것이 없다.

44움직임 속의 고요가 참고요

靜中靜非真靜,動處靜得來,纔是性天之真境;樂處樂非真樂,苦中樂得來,纔見心體之真機。

고요한 데서의 고요는 참고요가 아니다. 움직이는 곳에서 고요를 얻어야 그것이 성품의 참된 경지다. 즐거운 데서의 즐거움은 참즐거움이 아니다. 괴로움 가운데서 즐거움을 얻어야 마음 바탕의 참기틀을 본다.

45버렸으면 의심 말고 베풀었으면 바라지 말라

捨己毋處其疑,處其疑,即所舍之志多愧矣;施人無責其報,責其報,併所施之心俱非矣。

제 것을 버렸거든 그 의심에 머물지 말라. 의심에 머물면 버린 뜻에 부끄러움이 많다. 남에게 베풀었거든 그 갚음을 요구하지 말라. 갚음을 요구하면 베푼 마음까지 아울러 다 그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