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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집 4 (136~180조)前集

채근담 菜根譚 · 홍자성(洪自誠) · 명 만력 연간(1600년 무렵) · 단락 45 · 한자 1,706자 · 낭독 6.8분

「채근담」 한 권 「전집 4 (136~180조)」의 한문 원문과 우리말 번역을 단락마다 나란히 실었습니다. 「나물 뿌리를 씹을 수 있으면 백 가지 일을 이룰 수 있다」에서 이름을 딴 처세의 잠언집. 전집은 사람 사이에서 몸을 지키는 법을, 후집은 자연 속에서 마음을 놓는 법을 말한다. 유·불·도 세 갈래가 한 그릇에 담겼다.

1부귀할수록 뜨겁고 골육일수록 사납다

炎涼之態,富貴更甚於貧賤;妒忌之心,骨肉尤狠於外人。此處若不當以冷腸,御以平氣,鮮不日坐煩惱障中矣。

덥고 서늘한 세태는 부귀한 자리가 빈천한 곳보다 더 심하고, 시기하고 질투하는 마음은 골육이 남보다 더 사납다. 이런 처지에서 냉철한 속으로 감당하고 평온한 기운으로 다스리지 않으면, 날마다 번뇌의 장막 속에 앉아 있지 않을 이가 드물다.

2공과는 섞지 말고 은원은 밝히지 말라

功過不容少混,混則人懷惰墮之心;恩仇不可太明,明則人起攜貳之志。

공과 허물은 조금도 섞어서는 안 된다. 섞으면 사람들이 게으른 마음을 품는다. 은혜와 원한은 너무 밝혀서는 안 된다. 밝히면 사람들이 떠날 뜻을 일으킨다.

3벼슬은 너무 성하지 않게

爵位不宜太盛,太盛則危;能事不宜盡畢,盡畢則衰;行誼不宜過高,過高則謗興而毀來。

벼슬은 너무 성해서는 안 되니 너무 성하면 위태롭고, 능한 일은 힘을 다 쓰지 말아야 하니 다 쓰면 쇠하고, 행실은 너무 높여서는 안 되니 너무 높으면 비방이 일고 헐뜯음이 온다.

4악은 그늘을 꺼리고 선은 볕을 꺼린다

惡忌陰,善忌陽,故惡之顯者禍淺,而隱者禍深;善之顯者功小,而隱者功大。

악은 그늘을 꺼리고 선은 볕을 꺼린다. 그러므로 드러난 악은 재앙이 얕고 숨은 악은 재앙이 깊으며, 드러난 선은 공이 작고 숨은 선은 공이 크다.

5덕은 재주의 주인

德者才之主,才者德之奴。有才無德,如家無主而奴用事矣,幾何不魍魎猖狂。

덕은 재주의 주인이요 재주는 덕의 종이다. 재주가 있어도 덕이 없으면, 집에 주인이 없어 종이 일을 제멋대로 하는 것과 같으니, 어찌 도깨비가 날뛰지 않으랴.

6달아날 길 하나는 남겨 두라

鋤奸杜倖,要放他一條去路。若使之一無所容,譬如塞鼠穴者,一切去路都塞盡,則一切好物俱咬破矣。

간사한 자를 없애고 아첨하는 무리를 막으려면 그들에게 달아날 길 하나는 터 주어야 한다. 만약 한 군데도 몸 둘 곳이 없게 하면, 비유컨대 쥐구멍을 막는 자가 달아날 길을 다 막아 버리면 좋은 세간을 다 물어뜯는 것과 같다.

7허물은 같이하되 공은 같이하지 말라

當與人同過,不當與人同功,同功則相忌;可與人共患難,不可與人共安樂,安樂則相仇。

허물은 남과 같이할지언정 공은 남과 같이하지 말라. 공을 같이하면 서로 시기한다. 환난은 남과 함께할 수 있어도 안락은 남과 함께하지 말라. 안락하면 서로 원수가 된다.

8가난해도 베풀 수 있다

士君子,貧不能濟物者,遇人癡迷處,出一言提醒之;遇人急難處,出一言解救之,亦是無量功德。

선비가 가난하여 물질로 남을 구제하지 못하더라도, 어리석어 헤매는 사람을 만나 한마디 말로 일깨워 주고, 위급하고 어려운 사람을 만나 한마디 말로 풀어 건져 준다면, 이 또한 헤아릴 수 없는 공덕이다.

9주리면 붙고 배부르면 떠난다

飢則附,飽則颺;燠則趨,寒則棄,人情通患也。君子宜淨拭冷眼,慎勿輕動剛腸。

주리면 달라붙고 배부르면 훌쩍 떠나며, 따뜻하면 몰려들고 추우면 버린다. 이것이 인정의 공통된 병폐다. 군자는 마땅히 냉철한 눈을 깨끗이 닦을 것이요, 삼가 굳센 속내를 가벼이 움직이지 말라.

10덕은 도량을 따라 자란다

德隨量進,量由識長。故欲厚其德,不可不弘其量;欲弘其量,不可不大其識。

덕은 도량을 따라 나아가고 도량은 식견으로 말미암아 자란다. 그러므로 그 덕을 두터이 하려면 그 도량을 넓히지 않을 수 없고, 그 도량을 넓히려면 그 식견을 크게 하지 않을 수 없다.

11반딧불 하나, 새벽꿈 처음 깰 때

一燈螢然,萬籟無聲,此吾人初入宴寂時也;曉夢初醒,羣動未起,此吾人初出混沌處也。乘此而一念迴光,炯然返照,始知耳目口鼻皆桎梏,而情欲嗜好悉機械矣。

등불 하나 반딧불처럼 가물거리고 만뢰가 소리 없는 이때는 우리가 처음 고요에 드는 때요, 새벽꿈에서 막 깨어나 뭇 움직임이 아직 일지 않은 이때는 우리가 처음 혼돈에서 나오는 때다. 이때를 타서 한 생각으로 빛을 돌이켜 환히 되비추면, 비로소 귀·눈·입·코가 다 질곡이요 정욕과 기호가 다 기계임을 알게 된다.

12돌아보는 자와 탓하는 자

反己者,觸事皆成藥石;尤人者,動念即是戈矛。一以闢衆善之路,一以濬諸惡之源,相去霄壤矣。

제 몸을 돌아보는 자는 부딪치는 일마다 다 약이 되고, 남을 탓하는 자는 생각이 움직일 때마다 곧 창칼이 된다. 하나는 뭇 선의 길을 열고 하나는 뭇 악의 근원을 파는 것이니, 서로 하늘과 땅 차이다.

13정신은 만고에 새롭다

事業文章隨身銷毀,而精神萬古如新;功名富貴逐世轉移,而氣節千載一日。君子信不當以彼易此也。

사업과 문장은 몸을 따라 사라지지만 정신은 만고에 늘 새롭고, 공명과 부귀는 세상을 따라 옮겨 가지만 기개와 절조는 천 년이 하루 같다. 군자는 참으로 저것으로 이것을 바꾸지 말 일이다.

14기틀 속에 기틀이 숨어 있다

魚網之設,鴻則罹其中;螳螂之貪,雀又乘其後。機裏藏機,變外生變,智巧何足恃哉。

고기 그물을 쳐 놓으면 기러기가 그 속에 걸리고, 사마귀가 먹이를 탐하면 참새가 또 그 뒤를 노린다. 기틀 속에 기틀이 감추어져 있고 변고 밖에 변고가 생겨나니, 잔꾀를 어찌 믿을 만하랴.

15참된 정성과 원활한 기지

作人無點真懇念頭,便成個花子,事事皆虛;涉世無段圓活機趣,便是個木人,處處有礙。

사람됨에 한 점 참되고 간절한 마음이 없으면 곧 하나의 허수아비라 일마다 다 헛되고, 세상을 건너감에 한 조각 원활한 기지가 없으면 곧 하나의 나무 인형이라 곳곳마다 막힘이 있다.

16물은 물결 없으면 절로 고요하다

水不波則自定,鑑不翳則自明,故心無可清,去其混之者,而清自現;樂不必尋,去其苦之者,而樂自存。

물은 물결이 일지 않으면 절로 고요하고, 거울은 흐려지지 않으면 절로 밝다. 그러므로 마음은 애써 맑게 할 것이 없으니 흐리게 하는 것을 없애면 맑음이 절로 나타나고, 즐거움은 애써 찾을 것이 없으니 괴롭게 하는 것을 없애면 즐거움이 절로 있다.

17귀신의 금기를 범하지 말라

有一念犯鬼神之禁,一言而傷天地之和,一事而釀子孫之禍者,最宜切戒。

한 생각으로 귀신의 금기를 범하고, 한마디 말로 천지의 화기를 상하게 하고, 한 가지 일로 자손의 재앙을 빚는 것 — 이것들을 가장 절실히 경계해야 한다.

18급히 밝히려 말고 몰아세우지 말라

事有急之不白者,寬之或自明,毋躁急以速其忿;人有操之不從者,縱之或自化,毋操切以益其頑。

일이 급하게 서둘러도 밝혀지지 않는 것은 너그럽게 두면 혹 절로 밝아지니, 조급하게 굴어 그 분함을 재촉하지 말라. 사람이 부려도 따르지 않는 자는 놓아두면 혹 절로 감화되니, 몰아세워 그 완고함을 더하지 말라.

19절의도 성정으로 녹여야

節義傲青雲,文章高白雪,若不以性情陶鎔之,終爲血氣之私,技能之末。

절의가 청운을 내려다보고 문장이 백설곡보다 높아도, 성정으로 도야한 것이 아니면 끝내 혈기의 사사로움이요 재주의 말단일 뿐이다.

20물러날 때와 머물 곳

謝事當謝於正盛之時,居身宜居於獨後之地。謹德須謹於至微之事,施恩務施於不報之人。

일에서 물러남은 바야흐로 한창 성한 때에 물러나야 하고, 몸을 둠은 홀로 뒤처진 자리에 두어야 한다. 덕을 삼감은 아주 작은 일에서부터 삼가야 하고, 은혜 베풂은 갚지 못할 사람에게 힘써 베풀라.

21저자 사람보다 산 늙은이

交市人,不如友山翁;謁朱門,不如親白屋;聽街談巷語,不如聞樵歌牧詠;談今人失德過舉,不如述古人嘉言懿行。

저자 사람을 사귀는 것은 산 늙은이를 벗함만 못하고, 고관집에 절하러 다니는 것은 초가 사람을 가까이함만 못하고, 거리와 골목의 말을 듣는 것은 나무꾼과 목동의 노래를 들음만 못하고, 요즘 사람의 부덕과 허물을 이야기하는 것은 옛사람의 아름다운 말과 행실을 이야기함만 못하다.

22덕은 사업의 기초

德者事業之基,未有基不固而棟宇堅久者。心者後裔嗣之根,未有根不植而枝葉榮茂者。

덕은 사업의 기초이니, 기초가 튼튼하지 않고서 집이 오래 견고한 일은 없다. 마음은 후손의 뿌리이니, 뿌리를 심지 않고서 가지와 잎이 무성한 일은 없다.

23제 보물을 버려두고 빌어먹지 말라

前人云:「拋卻自家無盡藏,沿門持鉢效貧兒。」又云:「暴富貧兒休說夢,誰家竈裏火無煙?」一箴自昧所有,一箴自誇所有,可爲學人切戒。

옛사람이 이르기를 「제 집의 무진장한 보물을 버려두고, 남의 문전에서 밥그릇 들고 거지 흉내를 낸다」 하였고, 또 이르기를 「벼락부자 된 가난뱅이야 꿈같은 소리 말라. 뉘 집 아궁인들 불 때면 연기 없으랴」 하였다. 하나는 제가 가진 것에 스스로 어두움을 경계한 것이요, 하나는 제가 가진 것을 스스로 자랑함을 경계한 것이니, 배우는 이의 절실한 경계로 삼을 만하다.

24도는 공중의 것, 배움은 집밥

道是一重公衆物事,當隨人而接引。學是一個尋常家飯,當隨事而警惕。

도는 하나의 공중의 것이니 사람마다 이끌어 함께 가야 하고, 배움은 하나의 집에서 먹는 늘 밥이니 일마다 따라 깨어 살펴야 한다.

25믿는 자와 의심하는 자

信人者,人未必盡誠,己則獨誠矣;疑人者,人未必皆詐,己則先詐矣。

남을 믿는 사람은, 남이 반드시 다 성실해서가 아니라 저만은 홀로 성실한 것이다. 남을 의심하는 사람은, 남이 반드시 다 속여서가 아니라 저부터 먼저 속이는 것이다.

26너그러운 생각은 봄바람

念頭寬厚的,如春風煦育,萬物遭之而生;念頭忌刻的,如朔雪陰凝,萬物遭之而死。

생각이 너그럽고 두터운 사람은 봄바람이 따뜻이 기르는 것 같아 만물이 만나면 살아나고, 생각이 시기하고 각박한 사람은 북녘 눈이 차갑게 엉기는 것 같아 만물이 만나면 죽는다.

27선은 오이처럼 몰래 자란다

爲善不見其益,如草裏東瓜,自應暗長;爲惡不見其損,如庭前春雪,當必潛消。

선을 행하고도 그 이로움이 보이지 않는 것은, 풀 속의 동아 같아 절로 남모르게 자란다. 악을 행하고도 그 손해가 보이지 않는 것은, 뜰 앞의 봄눈 같아 반드시 남모르게 녹아 없어진다.

28옛 벗에게는 뜻을 더 새롭게

遇故舊之交,意氣要愈新;處隱微之事,心迹宜愈顯;待衰朽之人,恩禮當愈隆。

옛 벗을 만나서는 뜻과 기개를 더욱 새롭게 하고, 은밀한 일에 처해서는 마음자리를 더욱 환히 드러내고, 노쇠한 사람을 대해서는 은혜와 예를 더욱 융숭하게 하라.

29부지런과 검소의 탈

勤者敏於德義,而世人借勤以濟其貧;儉者淡於貨利,而世人假儉以飾其吝。君子持身之符,反爲小人營私之具矣。惜哉。

부지런함이란 덕과 의로움에 민첩한 것인데 세상 사람은 부지런을 빌려 제 가난을 건지고, 검소함이란 재물과 이익에 담박한 것인데 세상 사람은 검소를 빌려 제 인색을 꾸민다. 군자의 몸 지키는 부적이 도리어 소인의 사욕 차리는 도구가 되니, 애석하다.

30흥에 기대면 바퀴가 못 된다

憑意興作爲者,隨作則隨止,豈是不退之車輪;從情識解悟者,有悟則有迷,終非常明之燈。

즉흥에 기대어 하는 일은 시작하자마자 그치니 어찌 물러서지 않는 수레바퀴랴. 감정과 식견으로 얻은 깨달음은 깨달으면 다시 미혹이 있으니, 끝내 늘 밝은 등불이 아니다.

31남의 허물은 용서하되 내 허물은

人之過誤宜恕,而在己則不可恕;己之困辱宜忍,而在人則不可忍。

남의 잘못은 마땅히 용서해야 하나 제 잘못은 용서해서는 안 되고, 제 곤욕은 마땅히 참아야 하나 남의 곤욕은 보고만 있어서는 안 된다.

32기이함을 뽐내면 기이함이 아니다

能脫俗便是奇,作意尚奇者,不爲奇而爲異;不合污便是清,矯情求清者,不爲清而爲激。

속됨을 벗어나면 그것이 기이함이니, 일부러 기이함을 숭상하는 자는 기이한 것이 아니라 괴이한 것이다. 더러움에 섞이지 않으면 그것이 맑음이니, 속정을 끊고 맑음을 구하는 자는 맑은 것이 아니라 과격한 것이다.

33은혜는 옅게서 짙게로

恩宜自淡而濃,先濃後淡者,人反忘其惠;威宜自嚴而寬,先寬後嚴者,人必怨其酷。

은혜는 옅음에서 짙음으로 나아가야 한다. 먼저 짙고 나중에 옅으면 사람들이 도리어 그 은혜를 잊는다. 위엄은 엄함에서 너그러움으로 나아가야 한다. 먼저 너그럽고 나중에 엄하면 사람들이 반드시 그 혹독함을 원망한다.

34마음 비우면 성품이 나타난다

心虛則性現,不息心而求見性,如撥波覓月;意淨則心清,不了意而求明心,如索鏡增塵。

마음이 비면 성품이 나타난다. 마음을 쉬지 않고 성품 보기를 구함은 물결을 헤치며 달을 찾는 것이다. 뜻이 깨끗하면 마음이 맑아진다. 뜻을 밝히지 않고 마음 밝기를 구함은 거울을 찾으면서 먼지를 더하는 것이다.

35높은 관과 큰 띠를 받드는 것일 뿐

我貴而人奉之,奉此峨冠大帶也;我賤而人侮之,侮此布衣草履也。然則原非奉我,我胡爲喜?原非侮我,我胡爲怒?

내가 귀할 때 사람들이 받드는 것은 이 높은 관과 큰 띠를 받드는 것이요, 내가 천할 때 사람들이 업신여기는 것은 이 베옷과 짚신을 업신여기는 것이다. 그렇다면 본래 나를 받든 것이 아니니 내 어찌 기뻐하며, 본래 나를 업신여긴 것이 아니니 내 어찌 성내랴.

36쥐를 위해 밥을 남기다

「爲鼠常留飯,憐蛾不點燈」,古人此等念頭,今人學之,便是一點生生之機。無此,便所謂土木形骸而已。

「쥐를 위해 늘 밥을 남겨 두고, 나방을 가엾이 여겨 등불을 켜지 않는다.」 옛사람의 이런 마음가짐이야말로 우리가 나고 자라게 하는 한 점의 기틀이다. 이것이 없으면 이른바 흙과 나무로 된 몸뚱이일 뿐이다.

37마음 바탕이 곧 하늘 바탕

心體便是天體,一念之喜,景星慶雲;一念之怒,震雷暴雨;一念之慈,和風甘露;一念之嚴,烈日秋霜;何者少得,只要隨起隨滅,廓然無礙,便與太虛同體。

마음 바탕이 곧 하늘 바탕이다. 한 생각의 기쁨은 상서로운 별과 경사스러운 구름이요, 한 생각의 노여움은 우레와 폭우요, 한 생각의 자비는 온화한 바람과 단 이슬이요, 한 생각의 엄함은 뜨거운 해와 가을 서리니, 어느 것인들 없을 수 있으랴. 다만 일어나는 대로 사라져 툭 트여 걸림이 없어야, 곧 태허와 한 몸이 된다.

38일 없을 때는 또렷이, 일 있을 때는 고요히

無事時,心易昏冥,宜寂寂而照以惺惺;有事時,心易奔逸,宜惺惺以而主以寂寂。

일 없을 때는 마음이 어두워지기 쉬우니 고요한 가운데 또렷함으로 비추고, 일 있을 때는 마음이 내닫기 쉬우니 또렷한 가운데 고요함을 주인으로 삼으라.

39의논하는 자와 맡은 자

議事者,身在事外,宜悉利害之情;任事者,身居事中,當忘利害之慮。

일을 의논하는 자는 몸이 일 밖에 있어 이해의 실정을 다 살펴야 하고, 일을 맡은 자는 몸이 일 가운데 있어 이해의 근심을 잊어야 한다.

40권세의 길목에서는 엄정하고 온화하게

士君子處權門要路,操履要嚴明,心氣要和易,毋少隨而陷腥羶之黨,亦毋過激而忘蜂蠆之危。

선비가 권세의 문과 요로에 처하면, 지조와 행실은 엄정하고 밝게 하고 마음과 기운은 온화하고 평이하게 하라. 조금이라도 휩쓸려 비린내 나는 무리를 가까이하지 말고, 또한 과격하게 굴어 벌과 전갈의 독침을 건드리지도 말라.

41절의를 내세우면 절의로 비방받는다

標節義者,必以節義受謗;榜道學者,常因道學招尤;故君子不近惡事,亦不立善名,只要珍渾然和氣,纔是居身之珍。

절의를 내세우는 자는 반드시 절의 때문에 비방을 받고, 도학을 간판 삼는 자는 늘 도학으로 인해 허물을 부른다. 그러므로 군자는 나쁜 일을 가까이하지 않고 좋은 이름도 세우지 않으니, 다만 혼연한 화기만이 몸을 두는 보배다.

42속이는 자, 사나운 자, 삿된 자

遇欺詐的人,以誠心感動之;遇暴戾的人,以和氣薰蒸之;遇傾邪私曲的人,以名義氣節激礪之;天下之人無不入我陶冶中矣。

속이는 사람을 만나거든 정성스러운 마음으로 감동시키고, 사나운 사람을 만나거든 온화한 기운으로 훈훈히 데우고, 기울고 삿되어 사욕에 굽은 사람을 만나거든 명분과 의리와 기개와 절조로 격려하라. 그러면 천하에 나의 도야 속에 들어오지 않을 사람이 없다.

43한 생각의 자상함이 화기를 빚는다

一念慈祥,可以醞釀兩間和氣;寸心潔白,可以昭垂百代清芬。

한 생각의 자상함은 천지 사이의 화기를 빚어낼 수 있고, 한 치 마음의 결백함은 백 대에 맑은 향기를 드리울 수 있다.

44평범한 덕행만이 화평을 부른다

陰謀怪習,異行奇能,俱是涉世的禍胎。殺身的利器,只一個庸德庸行,便可以完混沌而召和平。

음흉한 꾀와 괴상한 버릇, 이상한 행실과 기이한 재주는 다 세상을 건너는 데 재앙의 씨요 몸을 죽이는 날카로운 연장이다. 다만 하나의 평범한 덕과 평범한 행실만이 혼돈을 온전히 하여 화평을 부를 수 있다.

45견딜 내(耐) 한 글자

語云:「登山耐側路,踏雪耐危橋。」一耐字極有意味。如傾險之人情,坎坷之世道,若不得一耐字撐持過去,幾何不墮入榛莽坑塹哉。

옛말에 「산을 오르려면 비탈길을 견디고, 눈을 밟으려면 위태로운 다리를 견디라」 하였으니, 견딜 내(耐) 한 글자에 지극한 뜻이 있다. 기울어 험한 인정과 울퉁불퉁한 세상길에서 내 한 글자로 버티어 지나가지 못하면, 덤불 구덩이에 떨어지지 않을 이가 몇이나 되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