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집 5 (181~222조)前集
1바깥 것에 기대지 말라
誇逞功業,炫耀文章,皆是靠外物做人。不知心體瑩然,本來不失,即無寸功隻字,亦自有堂堂正正做人處。
공업을 자랑하고 문장을 뽐냄은 다 바깥 것에 기대어 사람 노릇 하는 것이다. 마음 바탕이 환히 밝아 본래의 것을 잃지 않으면, 한 치의 공도 한 글자의 글도 없더라도 절로 당당하고 바르게 사람 되는 자리가 있음을 모르는 것이다.
2한가할 때 잡아 둔 자루
忙裏要偷閑,須先向閑時討個欛柄;鬧中要取靜,須先從靜裏立個主宰;不然,未有不因境而遷,隨時而靡者。
바쁜 속에서 한가로움을 훔치려거든 모름지기 먼저 한가한 때에 자루 하나를 잡아 두고, 시끄러운 가운데 고요함을 취하려거든 모름지기 먼저 고요한 속에서 주인 하나를 세워 두라. 그러지 않으면 경우 따라 옮겨 가고 형편 따라 쓰러지지 않을 수 없다.
3세 가지 하지 않음이 세운다
不昧己心,不盡人情,不竭物力;三者可以爲天地立心,爲生民立命,爲子孫造福。
제 마음을 어둡게 하지 않고, 남의 정을 야박하게 다하지 않고, 물력을 바닥까지 쓰지 않는다. 이 셋이면 천지를 위해 마음을 세우고, 백성을 위해 명을 세우고, 자손을 위해 복을 지을 수 있다.
4벼슬살이와 집안 살림의 두 마디
居官有二語,曰:「惟公則生明,惟廉則生威。」居家有二語,曰:「惟恕則情平,惟儉則用足。」
벼슬살이에 두 마디 말이 있으니 「공정하면 밝음이 생기고 청렴하면 위엄이 생긴다」요, 집안 살림에 두 마디 말이 있으니 「용서하면 마음이 평온하고 검소하면 쓰임이 넉넉하다」이다.
5부귀할 때 빈천의 아픔을 알라
處富貴之地,要知貧賤的痛癢;當少壯之時,須念衰老的辛酸。
부귀한 자리에 살 때는 빈천한 이의 아픔을 알아야 하고, 젊고 씩씩한 때에는 모름지기 늙고 쇠한 이의 쓰라림을 생각해야 한다.
6몸은 희지도 검지도 않게
持身不可太皎潔,一切污辱垢穢,要茹納些;與人不可太分明,一切善惡賢愚,要包容得。
몸가짐은 너무 희고 깨끗하게만 하지 말라. 온갖 더러움과 때 묻음도 얼마쯤은 삼켜 넣어야 한다. 남과 사귐에는 너무 분명하게만 하지 말라. 온갖 선악과 어짊과 어리석음을 다 품어 안아야 한다.
7소인과 다투지 말라
休與小人仇讎,小人自有對頭;休向君子諂媚,君子原無私惠。
소인과 원수 맺지 말라. 소인에게는 저마다 제 상대가 있다. 군자에게 아첨하지 말라. 군자는 본래 사사로운 은혜를 베풀지 않는다.
8고집의 병이 더 고치기 어렵다
縱欲之病可醫,而執理之病難醫;事物之障可除,而義理之障難除。
욕심 부리는 병은 고칠 수 있으나 이치를 고집하는 병은 고치기 어렵고, 사물의 막힘은 없앨 수 있으나 의리에 얽매인 막힘은 없애기 어렵다.
9백 번 단련한 쇠처럼
磨礪當如百煉之金,急就者,必非邃養;施爲宜似千鈞之弩,輕發者,決無宏功。
갈고 닦음은 백 번 단련한 쇠 같아야 하니, 급히 이룬 것은 깊은 수양이 아니다. 일을 베풂은 천 균 무게의 쇠뇌 같아야 하니, 가벼이 쏘는 자에게 큰 공이 없다.
10차라리 소인의 미움을 받으라
寧爲小人所忌毀,毋爲小人所媚悅;寧爲君子所責備,毋爲君子所包容。
차라리 소인이 꺼리고 헐뜯는 사람이 될지언정 소인이 아첨하며 좋아하는 사람이 되지 말고, 차라리 군자가 꾸짖어 바로잡는 사람이 될지언정 군자가 감싸 주는 사람이 되지 말라.
11이름 좋아함의 해가 더 깊다
好利者,逸出於道義之外,其害顯而淺;好名者,竄入於道義之中,其害隱而深。
이익을 좋아하는 자는 도의 밖으로 벗어나므로 그 해가 드러나되 얕고, 이름을 좋아하는 자는 도의 안으로 숨어들므로 그 해가 보이지 않되 깊다.
12각박함의 극치
受人之恩,雖深不報,怨則淺亦報之;聞人之惡,雖隱不疑,善則顯亦疑之。此刻之極,薄之尤也,宜切戒之。
남의 은혜는 깊어도 갚지 않으면서 원망은 얕아도 갚고, 남의 악은 숨겨진 것인데도 의심하지 않으면서 선은 드러난 것인데도 의심한다. 이는 각박함의 극치요 야박함의 끝이니, 마땅히 절실히 경계할 일이다.
13헐뜯는 자와 아첨하는 자
讒夫毀士,如寸雲蔽日,不久自明;媚子阿人,似隙風侵肌,不覺其損。
헐뜯는 자가 선비를 비방함은 조각구름이 해를 가림 같아 오래지 않아 절로 밝아지고, 아첨하는 자가 사람에게 알랑거림은 문틈 바람이 살갗에 스밈 같아 그 해를 깨닫지 못한다.
14높고 험한 곳에는 초목이 없다
山之高峻處無木,而谿谷迴環則草木叢生;水之湍急處無魚,而淵潭停蓄則魚鼈聚集。此高絕之行,褊急之衷,君子重有戒焉。
산이 높고 가파른 곳에는 나무가 없으나 골짜기 굽이도는 곳에는 초목이 우거지고, 물살이 급한 곳에는 고기가 없으나 못물이 깊이 고이면 고기와 자라가 모여든다. 지나치게 높은 행실과 좁고 급한 마음을 군자는 거듭 경계할 일이다.
15일을 이루는 이는 원만한 사람
建功立業者,多虛圓之士;僨事失機者,必執拗之人。
공을 세우고 업을 이루는 이는 대개 허심하고 원만한 선비요, 일을 그르치고 기회를 놓치는 이는 반드시 고집스럽게 어기대는 사람이다.
16같지도 다르지도 말라
處世不必與俗同,亦不宜與俗異;作事不宜令人厭,亦不宜令人喜。
세상을 살아감에는 굳이 세속과 같게 하지도 말고 세속과 다르게 하지도 말라. 일을 함에는 남이 싫어하게 하지도 말고 남이 기뻐하게만 하지도 말라.
17해 저물수록 노을은 곱다
日既暮而猶煙霞絢爛,歲將晚而更橙橘芳馨。故末路晚年,君子更宜精神百倍。
날이 이미 저물어도 노을은 오히려 찬란하고, 해가 장차 저물어도 귤 향기는 더욱 향기롭다. 그러므로 끝 길목 늘그막에 군자는 다시 정신을 백 배 떨쳐야 한다.
18매는 조는 듯 서 있다
鷹立如睡,虎行似病,正是他攫人噬人手段處。故君子要聰明不露,才華不逞,纔有肩鴻任鉅的力量。
매는 조는 듯이 서 있고 범은 병든 듯이 걸으니, 바로 이것이 그들이 사람을 움키고 무는 수단이다. 그러므로 군자는 총명을 드러내지 말고 재주를 뽐내지 말아야, 비로소 크고 무거운 짐을 멜 역량이 된다.
19검소가 지나치면 인색
儉,美德也,過儉則爲慳吝,爲鄙嗇,反傷雅道;讓,懿行也,過讓則爲足恭,爲曲謹,多出機心。
검소함은 아름다운 덕이나 지나치면 인색이 되고 좀스러움이 되어 도리어 아담한 도를 상하게 하고, 겸양은 아름다운 행실이나 지나치면 비굴한 공손이 되고 곡진한 조심이 되어 흔히 꾸민 마음에서 나온다.
20네 가지 하지 말 것
毋憂拂意,毋喜快心,毋恃久安,毋憚初難。
뜻대로 안 된다고 근심하지 말고, 마음에 상쾌하다고 기뻐하지 말고, 오래 편안하기를 믿지 말고, 처음이 어렵다고 꺼리지 말라.
21잔치 즐기는 집은 좋은 집이 아니다
宴飲之樂多,不是個好人家;聲華之習勝,不是個好士子;名位之念重,不是個好臣士。
술잔치의 즐거움이 잦으면 좋은 집안이 아니요, 화려한 소리와 빛깔을 즐기는 버릇이 심하면 좋은 선비가 아니요, 이름과 지위에 대한 생각이 무거우면 좋은 신하가 아니다.
22괴로운 마음으로 바꾼 즐거움
世人以心肯愜爲樂,卻被樂心引在苦處;達士以心拂處爲樂,終由苦心換得樂來。
세상 사람은 마음에 맞는 것을 즐거움으로 삼다가 도리어 즐거운 마음에 이끌려 괴로운 곳에 있게 되고, 통달한 선비는 마음에 어긋나는 것을 즐거움으로 삼아 마침내 괴로운 마음이 즐거움으로 바뀌어 온다.
23가득 찬 물에는 한 방울도
居盈滿者,如水之將溢未溢,切忌再加一滴;處危急者,如木之將折未折,切忌再加一搦。
가득 차서 넘칠 듯한 자리에 있는 사람은 물이 넘치려다 아직 넘치지 않음과 같아 다시 한 방울도 더함을 절실히 꺼리고, 위급한 자리에 있는 사람은 나무가 꺾이려다 아직 꺾이지 않음과 같아 다시 조금이라도 더 누름을 절실히 꺼린다.
24네 가지 차가움
冷眼觀人,冷耳聽語,冷情當感,冷心思理。
차가운 눈으로 사람을 보고, 차가운 귀로 말을 듣고, 차가운 정으로 느낌을 감당하고, 차가운 마음으로 이치를 생각하라.
25너그러우면 복이 두텁다
仁人心地寬舒,便福厚而慶長,事事成個寬舒氣象;鄙夫念頭迫促,便福薄而澤短,事事得個迫促規模。
어진 사람은 마음자리가 너그럽고 넉넉하므로 복이 두텁고 경사가 오래가 일마다 너그러운 기상을 이루고, 비루한 사람은 생각이 좁고 급하므로 복이 얇고 은택이 짧아 일마다 옹색한 규모가 된다.
26험담을 듣고 곧 미워하지 말라
聞惡不可就惡,恐爲讒夫洩怒;聞善不可急親,恐引奸人進身。
남의 악을 듣더라도 곧 미워하지 말라. 헐뜯는 자가 분풀이로 지어낸 말일까 두렵다. 남의 선을 듣더라도 급히 가까이하지 말라. 간사한 자의 출셋길을 끌어 줄까 두렵다.
27조급하면 하나도 못 이룬다
性躁心粗者,一事無成;心和氣平者,百福自集。
성질이 조급하고 마음이 거친 자는 한 가지 일도 이루지 못하고, 마음이 온화하고 기운이 평온한 사람에게는 백 가지 복이 절로 모인다.
28사람 쓰기와 벗 사귀기
用人不宜刻,刻則思效者去;交友不宜濫,濫則貢諛者來。
사람을 부림에는 각박하지 말라. 각박하면 애쓰던 사람이 떠난다. 벗을 사귐에는 넘치지 말라. 넘치면 아첨하는 자가 온다.
29바람 급한 곳에 다리를 굳게
風斜雨急處,要立得腳定;花濃柳艶處,要著得眼高;路危徑險處,要回得頭早。
바람 비껴 불고 비 급한 곳에서는 다리를 굳게 디뎌야 하고, 꽃 짙고 버들 고운 곳에서는 눈을 높이 두어야 하고, 길 위태롭고 험한 곳에서는 머리를 일찍 돌려야 한다.
30절의에는 온화함을, 공명에는 겸양을
節義之人濟以和衷,纔不啓忿爭之路;功名之士承以謙德,方不開嫉妒之門。
절의 있는 사람은 온화한 속마음으로 건네야 분쟁의 길을 열지 않고, 공명을 이룬 선비는 겸양의 덕을 이어야 질투의 문을 열지 않는다.
31벼슬살이엔 편지도 절도 있게
士大夫居官,不可竿牘無節,要使人難見,以杜倖端;居鄉不可崖岸太高,要使人易見,以敦舊好。
사대부가 벼슬에 있을 때는 편지 한 장도 절도가 없어서는 안 되니, 남이 엿보기 어렵게 하여 요행의 단서를 막아야 한다. 시골에 살 때는 몸을 너무 높이 세우지 말라. 남이 나를 쉬 볼 수 있게 하여 옛정을 도탑게 해야 한다.
32대인도 소민도 두려워하라
大人不可不畏,畏大人則無放逸之心;小民亦不可不畏,畏小民則無豪橫之習。
대인은 두려워하지 않으면 안 되니, 대인을 두려워하면 방자한 마음이 없어진다. 소민 또한 두려워하지 않으면 안 되니, 소민을 두려워하면 횡포한 버릇이 없어진다.
33나만 못한 이, 나보다 나은 이
事稍拂逆,便思不如我的人,則尤怨自消;心稍怠荒,便思勝似我的人,則精神自奮。
일이 조금 어긋나거든 나만 못한 사람을 생각하라. 그러면 원망이 절로 사라진다. 마음이 조금 게을러지거든 나보다 나은 사람을 생각하라. 그러면 정신이 절로 떨쳐진다.
34기쁨에 들떠 가벼이 승낙하지 말라
不可乘喜而輕諾,不可因醉而生嗔,不可乘快而多事,不可因倦而鮮終。
기쁨에 들떠 가벼이 승낙하지 말고, 취함으로 인해 성내지 말고, 유쾌함에 들떠 일을 벌이지 말고, 고달프다 하여 끝맺음을 흐리지 말라.
35책은 춤이 나도록 읽으라
善讀書者,要讀到手舞足蹈處,方不落筌蹄;善觀物者,要觀到心融神洽時,方不泥迹象。
책을 잘 읽는 사람은 손발이 절로 춤추는 경지까지 읽어야 통발과 올무에 떨어지지 않고, 사물을 잘 보는 사람은 마음과 정신이 녹아 어우러질 때까지 보아야 겉모양에 얽매이지 않는다.
36하늘이 준 재주와 부
天賢一人,以誨衆人之愚,而世反逞其所長,以形人之短;天富一人,以濟衆人之困,而世反挾其所有,以凌人之貧。真天之戮民哉。
하늘은 한 사람을 어질게 하여 뭇사람의 어리석음을 깨우치게 하였는데 세상은 도리어 제 잘하는 것을 뽐내어 남의 모자람을 드러내고, 하늘은 한 사람을 부유하게 하여 뭇사람의 곤궁을 건지게 하였는데 세상은 도리어 제 가진 것을 믿고 남의 가난을 업신여긴다. 참으로 하늘의 벌을 받을 백성이로다.
37어중간한 사람이 가장 어렵다
至人何思何慮,愚人不識不知,可與論學亦可與建功。唯中材的人,多一番思慮知識,便多一番臆度猜疑,事事難與下手。
지인(至人)이야 무엇을 생각하고 무엇을 근심하랴. 어리석은 사람은 아는 것도 없고 꾀도 없다. 그래서 더불어 학문을 논할 수도 있고 더불어 공을 세울 수도 있다. 오직 어중간한 사람이 생각과 지식이 한 겹 많아지면 억측과 시기도 한 겹 많아져, 일마다 함께 손대기 어렵다.
38입은 마음의 문, 뜻은 마음의 발
口乃心之門,守口不密,洩盡真機;意乃心之足,防意不嚴,走盡邪蹊。
입은 곧 마음의 문이니, 입 지키기를 빈틈없이 하지 않으면 참기틀이 다 새어 나간다. 뜻은 곧 마음의 발이니, 뜻 막기를 엄하게 하지 않으면 삿된 길로 다 달아난다.
39남 꾸짖는 마음으로 나를 꾸짖으라
責人者,原無過於有過之中,則情平;責己者,求有過於無過之內,則德進。
남을 꾸짖는 자는 허물 있는 가운데서 허물 없음을 찾아 주어야 마음이 평온하고, 저를 꾸짖는 자는 허물 없는 속에서 허물 있음을 찾아야 덕이 나아간다.
40자제는 큰사람의 씨앗
子弟者,大人之胚胎;秀才者,宰相之基礎。此時若火力不到,陶鑄不純,他日涉世立朝,終難成個令器。
자제는 어른의 씨앗이요 수재는 재상의 밑바탕이다. 이때 만약 불길이 미치지 못하여 단련이 순수하지 못하면, 훗날 세상에 나서고 조정에 설 때 끝내 훌륭한 그릇을 이루지 못한다.
41환난에는 태연히, 잔치에는 조심히
君子處患難而不憂,當宴遊而益加惕慮;遇權豪而不懼,對惸反若反若驚心。
군자는 환난에 처해서는 근심하지 않으나 잔치 자리에서는 도리어 두려워 조심하고, 권세 있는 호걸을 만나서는 두려워하지 않으나 의지 없는 이를 대해서는 도리어 마음 아파한다.
42복숭아와 오얏이 고와도 — 만년의 절개
桃李雖艶,何如松蒼柏翠之堅貞;梨杏雖甘,何如橘綠橙黃之馨冽。信乎,濃夭不及淡久,早秀不如晚成也。
복숭아와 오얏이 고와도 어찌 저 푸른 소나무 잣나무의 굳은 절개만 하며, 배와 살구가 달아도 어찌 노란 유자 푸른 귤의 맑은 향기만 하랴. 참으로 알겠다, 곱고 일찍 지는 것은 담박하고 오랜 것만 못하고, 일찍 빼어남은 늦게 이룸만 못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