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집 1 (1~45조)後集
1산림의 즐거움을 말하는 자
譚山林之樂者,未必真得山林之趣。厭名利之談者,未必盡忘名利之情。
산림에 사는 즐거움을 말하는 자가 아직 산림의 참맛을 얻은 것이 아니요, 명리 이야기를 싫어하는 자가 아직 명리의 정을 다 잊은 것이 아니다.
2낚시와 바둑에도
釣水,逸事也,尚持生殺之柄。奕棋,清戲也,且動戰爭之心。
낚시는 한가로운 일이지만 오히려 살리고 죽이는 자루를 쥐고 있고, 바둑은 맑은 놀이지만 또한 싸우고 다투는 마음을 움직인다.
3꽃 지고 잎 진 뒤의 참나
鶯花茂而山濃谷艶,總是乾坤之幻境。水木落而石痩崖枯,纔見天地之真吾。
꾀꼬리 울고 꽃 우거져 산 짙고 골 고운 것은 다 천지의 헛것 경계요, 물 마르고 잎 떨어져 돌 여위고 벼랑 앙상해져야 비로소 천지의 참된 나를 본다.
4세월은 본래 길다
歳月本長。而忙者自促。天地本寛,而鄙者自隘。風花雪月本閒,而勞攘者自冗。
세월은 본래 길건만 바쁜 자가 스스로 재촉하고, 천지는 본래 넓건만 비루한 자가 스스로 좁히고, 바람과 꽃과 눈과 달은 본래 한가하건만 악착스러운 자가 스스로 번거롭다.
5멋은 많은 데 있지 않다
得趣不在多,盆池拳石間煙霞具自。會景不在遠。蓬窗竹屋下,風月自賖。
멋을 얻음은 많은 데 있지 않으니 동이만 한 못과 주먹만 한 돌 사이에도 안개와 노을이 갖추어지고, 경치를 만남은 먼 데 있지 않으니 쑥대 창 대나무 집 아래에도 바람과 달은 절로 넉넉하다.
6고요한 밤 종소리
聽靜夜之鐘聲,喚醒夢中之夢。觀澄潭之月影,窺見身外之身。
고요한 밤의 종소리를 듣고 꿈속의 꿈을 불러 깨우며, 맑은 못의 달그림자를 보고 몸 밖의 몸을 엿본다.
7새소리 벌레 소리가 다 전심의 비결
鳥語蟲聲,總是傳心之訣。花英草色,無非見道之文。學者要天機清徹,胸次玲瓏,觸物皆有會心處。
새의 지저귐과 벌레 소리는 다 마음을 전하는 비결이요, 꽃봉오리와 풀빛은 도를 나타내는 글월 아닌 것이 없다. 배우는 이는 하늘 기틀을 맑게 트이게 하고 가슴속을 영롱하게 하여, 부딪치는 것마다 마음에 와 닿는 곳이 있어야 한다.
8글자 없는 책, 줄 없는 거문고
人解讀有字書,不解讀無字書。知彈有絃琴,不知彈無絃琴。以迹用,不以神用,何以得琴書之趣。
사람들은 글자 있는 책은 읽을 줄 알아도 글자 없는 책은 읽을 줄 모르고, 줄 있는 거문고는 탈 줄 알아도 줄 없는 거문고는 탈 줄 모른다. 형체로만 쓰고 정신으로 쓰지 못하니, 무엇으로 거문고와 책의 참맛을 얻으랴.
9마음에 물욕이 없으면
心無物欲,即是秋空霽海。坐有琴書,便成石室丹丘。
마음에 물욕이 없으면 곧 가을 하늘 갠 바다요, 자리에 거문고와 책이 있으면 문득 신선 사는 석실이 된다.
10잔치가 파한 뒤
賓朋雲集,劇飲淋漓,樂矣。俄而,漏盡燭殘,香銷茗冷,不覺反成嘔咽,令人索然無味。天下事率類此,人奈何不早回頭也。
손님과 벗이 구름처럼 모여 진탕 마시고 흠뻑 노는 것은 즐겁다. 그러나 이윽고 물시계 다하고 촛불 스러지고 향 꺼지고 차 식으면, 저도 모르게 도리어 흐느낌이 되어 사람을 한없이 쓸쓸하게 한다. 천하의 일이 대개 이와 같은데, 사람들은 어찌 일찍 고개를 돌리지 않는가.
11그 속의 멋 하나를 얻으면
會得個中趣,五湖之煙月盡入寸裏。破得眼前機,千古之英雄盡歸掌握。
그 속의 멋 하나를 얻으면 오호의 안개와 달이 다 마음속에 들어오고, 눈앞의 기틀을 깨뜨리면 천고의 영웅이 다 손아귀에 돌아온다.
12티끌 속의 티끌, 그림자 밖의 그림자
山河大地已屬微塵,而況塵中之塵。血肉身軀且歸泡影,而況影外之影。非上上智,無了了心。
산하와 대지도 이미 작은 티끌에 속하거늘 하물며 티끌 속의 티끌이랴. 피와 살로 된 이 몸도 거품과 그림자로 돌아가거늘 하물며 그림자 밖의 그림자랴. 최상의 지혜가 아니면 환히 깨친 마음도 없다.
13부싯돌 불빛 속의 다툼
石火光中,爭長競短。幾何光陰。蝸牛角上,較雌論雄。許大世界。
부싯돌 불빛 속에서 길고 짧음을 다툰들 그 세월이 얼마나 되며, 달팽이 뿔 위에서 자웅을 겨룬들 그 세계가 얼마나 크랴.
14식은 등에는 불꽃이 없다
寒燈無焰,敝裘無温,總是播弄光景。身如槁木,心似死灰,不免墮落頑空。
식은 등잔에 불꽃이 없고 해진 갖옷에 온기가 없음은 다 눈앞 풍경을 억지로 꾸미는 것이요, 몸이 마른 나무 같고 마음이 식은 재 같음은 완공(頑空)에 떨어짐을 면치 못한다.
15쉬려거든 지금 쉬라
人肯當下休,便當下了。若要尋個歇處,則婚嫁未完,事亦不少。僧道雖好,心亦不了。前人云:「如今休去便休去,若覓了時無了時。」見之卓矣。
사람이 기꺼이 그 자리에서 쉬면 그 자리에서 끝나거니와, 만약 따로 쉴 곳을 찾으려 들면 아들 장가 딸 시집 다 보내도 일은 여전히 적지 않다. 승려와 도사가 좋다지만 그런 마음으로는 역시 끝나지 않는다. 옛사람이 「지금 쉬면 곧 쉴 수 있으나, 끝날 때를 찾으면 끝날 때가 없으리라」 하였으니, 참으로 탁견이다.
16식은 자리에서 뜨거움을 보라
從冷視熱人,然後知熱處之奔馳無益。從冗入閒境,然後覺閒中之滋味最長。
식은 자리에서 뜨겁던 때를 보아야 뜨거운 곳으로 내닫는 분주함이 무익함을 알고, 번거로움에서 한가한 지경에 들어가 보아야 한가한 가운데 재미가 가장 긺을 깨닫는다.
17부귀를 뜬구름으로 여기되
有浮雲富貴之風。而不必岩棲穴處。無膏肓泉石之癖。而常自醉酒耽詩。競逐聽人,而不謙盡醉。括淡適己,而不誇獨醒。此釋氏所謂不爲法纏,不爲空纏,身心兩自在者。
부귀를 뜬구름으로 여기는 기풍이 있어도 굳이 바위굴에 살 것은 없고, 샘과 돌에 고질 든 버릇이 없어도 늘 스스로 술에 취하고 시를 즐기면 된다. 다투고 좇는 것은 남에게 맡기되 다 취함을 미워하지 않고, 담박함은 내게 맞추되 홀로 깨어 있음을 자랑하지 않는다. 이것이 불가에서 말하는 「법에도 얽매이지 않고 공에도 얽매이지 않는」 몸과 마음이 둘 다 자재한 경지다.
18길고 짧음은 한 생각에
延促由於一念,寛窄係之寸心。故機閒者,一日遙於千古,意廣者,斗室寛若兩閒。
길고 짧음은 한 생각에 달렸고 넓고 좁음은 한 치 마음에 매였다. 그러므로 기틀이 한가한 자는 하루가 천 년보다 아득하고, 뜻이 넓은 자는 좁은 방도 하늘과 땅 사이만큼 넓다.
19덜고 또 덜다
損之又損,栽花種竹,儘交還烏有先生。忘無可忘,焚香煮茗,總不問白衣童子。
덜고 또 덜어, 꽃 심고 대 가꾸는 일마저 죄다 오유선생(烏有先生)에게 돌려보낸다. 잊음마저 잊어, 향 사르고 차 달이며 백의동자(白衣童子)가 오는지 도무지 묻지 않는다.
20족한 줄 알면 신선의 경지
都來眼前事,知足者仙境,不知足者凡境。總出世上因,善用者生機,不善用者殺機。
눈앞에 닥쳐오는 일이란, 족한 줄 아는 이에게는 신선의 경계요 족한 줄 모르는 이에게는 범속의 경계다. 세상에 나타나는 인연이란, 잘 쓰는 이에게는 살리는 기틀이요 잘못 쓰는 이에게는 죽이는 기틀이다.
21권세에 붙는 재앙
趨炎附勢之禍,甚慘亦甚速。棲恬守逸之味,最淡亦最長。
불꽃에 달려가 권세에 빌붙는 재앙은 몹시 참혹하고 몹시 빠르며, 고요함에 깃들어 편안함을 지키는 맛은 가장 담박하고 가장 오래간다.
22솔숲 물가에 지팡이 짚고
松澗邊,攜杖獨行,立處雲生破衲。竹窗下,枕書高臥,覺時月侵寒氈。
솔숲 시냇가에 지팡이 짚고 홀로 가노라면 서는 곳마다 구름이 해진 옷깃에서 일고, 대나무 창 아래 책을 베고 높이 누웠다가 깨어 보면 달빛이 낡은 담요에 스며 있다.
23병들 때와 죽을 때를 생각하면
色慾火熾,而一念及病時,便興似寒灰。名利飴甘,而一想到死地,便味如嚼蠟。故人常憂死慮病,亦可消幻業而長道心。
색욕이 불길처럼 타오르다가도 한 생각이 병든 때에 미치면 흥이 문득 식은 재 같아지고, 명리가 엿처럼 달다가도 한 생각이 죽는 자리에 이르면 맛이 곧 밀랍을 씹는 듯하다. 그러므로 사람이 늘 죽음을 근심하고 병을 염려하면, 헛된 업을 사르고 도 닦는 마음을 기를 수 있다.
24앞다투는 길은 좁다
爭先的徑路窄,退後一步自寛平一步。濃艶的滋味短,清淡一分自悠長一分。
앞을 다투는 길은 좁으니 한 걸음 물러서면 절로 한 걸음만큼 넓고 평평해지고, 짙고 고운 맛은 짧으니 한 푼 맑고 담박하면 절로 한 푼만큼 길어진다.
25바쁠 때 어지럽지 않으려면
忙處不亂性,須閒處心神養得清。死時不動心,須生時事物看得破。
바쁜 때에 본성을 어지럽히지 않으려거든 모름지기 한가한 때에 심신을 맑게 길러 두고, 죽는 때에 마음이 흔들리지 않으려거든 모름지기 살아 있을 때 사물을 꿰뚫어 보아 두라.
26숨어 사는 숲에는 영욕이 없다
隠逸林中無榮辱,道義路上無炎涼。
숨어 사는 숲속에는 영예도 욕됨도 없고, 도의의 길 위에는 덥고 서늘한 세태가 없다.
27더위를 없앨 것 없이 더운 마음을
熱不必除,而除此熱惱,身常在清凉台上。窮不可遣,而遣此窮愁,心常居安樂窩中。
더위는 굳이 없앨 것이 없으니 더위를 괴로워하는 마음을 없애면 몸이 늘 서늘한 대 위에 있고, 가난은 쫓아낼 수 없으나 가난을 근심하는 마음을 쫓아내면 마음이 늘 안락한 집 속에 산다.
28나아갈 때 물러섬을 생각하라
進步處便思退步,庶免觸藩之渦。着手時先圖放手,纔脫騎虎之危。
나아가는 걸음에서 곧 물러설 걸음을 생각하면 울타리에 뿔 걸리는 재앙을 면하고, 손대는 때에 먼저 손 뗄 때를 도모하면 비로소 범 타는 위태로움에서 벗어난다.
29탐하는 자는 부유해도 거지
貪得者分金恨不得玉,封公怨不受侯,權豪自甘乞丐。知足者藜羮旨於膏梁,布袍煖於狐貉,編民不讓王公。
탐하는 자는 금을 나눠 줘도 옥 못 얻음을 한하고 공에 봉해도 제후 못 됨을 원망하니, 권세 있고 부유하면서 스스로 거지 노릇을 달게 한다. 족한 줄 아는 자는 명아주국도 기름진 밥보다 맛있고 베 도포도 여우 갖옷보다 따뜻하니, 서민이면서 왕공에게 꿀릴 것이 없다.
30이름 자랑보다 이름 피하기
矜名不若逃名趣,練事何如省事閒。
이름을 자랑함은 이름을 피하는 멋만 못하고, 일에 능란함이 어찌 일을 덜어 한가함만 하랴.
31홀로 얻은 이에게는 시끄러움도 고요함도 없다
嗜寂者,觀白雲幽石而通玄;趨榮者,見清歌妙舞而忘倦。唯自得之士,無喧寂,無榮枯,無往非自適之天。
고요함을 즐기는 이는 흰 구름과 그윽한 바위를 보며 현묘함에 통하고, 영달을 좇는 이는 맑은 노래와 묘한 춤을 보며 고단함을 잊는다. 오직 스스로 얻은 선비만이 시끄러움도 고요함도 없고 영화도 시듦도 없어, 가는 곳마다 유유자적한 하늘 아닌 데가 없다.
32외로운 구름, 밝은 거울
孤雲出岫,去留一無所係。朗鏡懸空,靜躁兩不相干。
외로운 구름이 산굴에서 나오니 가고 머묾에 조금도 매인 데 없고, 밝은 거울이 허공에 걸리니 고요함과 시끄러움 둘 다 상관하지 않는다.
33삼삼한 맛은 콩죽 물마심에
悠長之趣,不得於醲釅,而得於啜菽飲水之餘。惆悵之懐,不生於枯寂,而生於品竹調絲之餘。固知濃所味常短,淡中趣獨真也。
유장한 멋은 진하고 독한 술에서 얻는 것이 아니라 콩 씹고 물 마시는 나머지에서 얻고, 서글픈 회포는 메마른 적막에서 생기는 것이 아니라 피리 불고 줄 고르는 나머지에서 생긴다. 참으로 알겠다, 짙은 맛은 늘 짧고 담박한 가운데 멋만이 홀로 참되다.
34밥 먹고 잠자는 데 도가 있다
禪宗曰:「饑來喫飯倦來眠。」詩旨曰:「眼前景致口頭語。」蓋極高寓於極平,至難出於至易,有意者反遠,無心者自近也。
선종에 「배고프면 밥 먹고 고단하면 잔다」 하였고, 시지(詩旨)에 「눈앞의 경치, 입에 오르는 말」이라 하였다. 대개 지극히 높음은 지극히 평범함에 깃들고 지극히 어려움은 지극히 쉬움에서 나오니, 뜻을 두면 도리어 멀어지고 무심하면 절로 가까워진다.
35물 흐르되 소리 없는 곳
水流而境無聲,得處喧見寂之趣。山高而雲不礙,悟出有入無之機。
물은 흘러도 둘레에 소리가 없으니 시끄러운 곳에서 고요를 보는 멋을 얻어야 하고, 산은 높아도 구름이 거리끼지 않으니 유(有)에서 나와 무(無)에 드는 기틀을 깨달아야 한다.
36산림도 탐하면 저자
山林是勝地,一營戀便成市朝。書畫是雅事,一貪癡便成商賈。蓋心無染着,欲界是仙都。心有係戀,樂境成苦海矣。
산림은 훌륭한 땅이나 한번 연연하여 집착하면 곧 저자가 되고, 글씨와 그림은 아담한 일이나 한번 탐내어 빠지면 곧 장사치가 된다. 대개 마음에 물듦과 집착이 없으면 욕계도 신선의 도읍이요, 마음에 매임과 그리움이 있으면 즐거운 경계도 괴로움의 바다가 된다.
37고요함과 조급함이 갈리면
時當喧雑,則平日所記憶者,皆漫然忘去。境在清寧,則夙昔所遺忘者,又恍爾現前。可見靜躁稍分,昏明頓異也。
시끄럽고 잡될 때를 당하면 평소에 기억하던 것도 다 아득히 잊어버리고, 맑고 편안한 지경에 있으면 지난날 잊었던 것이 또 뚜렷이 눈앞에 나타난다. 고요함과 조급함이 조금만 갈려도 마음의 어둡고 밝음이 문득 달라짐을 볼 수 있다.
38갈대꽃 이불 아래 눈밭에 누워
蘆花被下,臥雪眠雲,保全得一窩夜氣。竹葉杯中,吟風弄月,躲離了萬丈紅塵。
갈대꽃 이불 아래 눈밭에 눕고 구름 속에 잠들어도 한 칸 방의 밤기운을 오롯이 지키고, 대나무 잎 술잔 속에 바람을 읊고 달을 희롱하며 만 길 붉은 티끌을 벗어난다.
39높은 벼슬 행렬에 지팡이 하나
袞冕行中,着一藜杖的山人,便增一段高風。漁樵路上,着一袞衣的朝士,轉添許多俗氣。固知濃不勝淡,俗不如雅也。
높은 벼슬아치 행렬 가운데 명아주 지팡이 짚은 산사람 하나가 끼면 한층 높은 풍취를 더하고, 고기잡이 나무꾼 다니는 길 위에 관복 입은 벼슬아치 하나가 끼면 도리어 숱한 속기를 보탠다. 참으로 알겠다, 짙음은 담박함을 이기지 못하고 속됨은 아담함만 못하다.
40세상을 벗어나는 길은 세상 속에
出世之道,即在渉世中,不必絶人以逃世。了心之功,即在盡心内,不必絶欲以灰心。
세상을 벗어나는 길은 곧 세상을 건너는 가운데 있으니 굳이 사람을 끊고 세상에서 달아날 것이 없고, 마음을 깨치는 공부는 곧 마음을 다하는 안에 있으니 굳이 욕심을 끊어 마음을 재로 만들 것이 없다.
41몸은 한가한 곳에, 마음은 고요한 데
此身常放在閒處,榮辱得失,誰能差遺我。此心常安在靜中,是非利害,誰能瞞昧我。
이 몸을 늘 한가한 곳에 놓아 두면 영욕과 득실이 어찌 나를 부릴 수 있으며, 이 마음을 늘 고요한 가운데 편안히 두면 시비와 이해가 어찌 나를 속일 수 있으랴.
42대숲 아래 닭 울음
竹籬下,忽聞犬吠雞鳴,恍似雲中世界。芸窗中,雅聽蟬吟鴉噪,方知靜裏乾坤。
대나무 울타리 아래서 문득 개 짖고 닭 우는 소리를 들으면 황홀하기 구름 속 세계 같고, 서재 창 안에서 매미 읊고 까마귀 우짖는 소리를 들으면 바야흐로 고요 속의 별천지를 안다.
43영화를 바라지 않으니 미끼가 두려우랴
我不希榮,何憂乎利祿之香餌。我不競進,何畏乎仕官之危機。
내가 영화를 바라지 않으니 어찌 이록의 향기로운 미끼를 근심하며, 내가 나아감을 다투지 않으니 어찌 벼슬살이의 위기를 두려워하랴.
44산림 샘가를 거닐면
徜徉於山林泉石之閒,而塵心漸息。夷猶於詩書圖畫之内,而俗氣潜消。故,君子雖不玩物喪志,亦常借境調心。
산림과 샘과 돌 사이를 거닐면 티끌 마음이 차츰 사라지고, 시서와 그림 속에 노닐면 속된 기운이 절로 사라진다. 그러므로 군자는 비록 완물상지에 빠지지 않으나, 또한 늘 경치를 빌려 마음을 고른다.
45봄날의 화창함보다 가을의 맑음
春日氣象繁華,令人心神駘蕩。不若秋日雲白風清,蘭芳桂馥,水天一色,上下空明,使人神骨倶清也。
봄날은 기상이 번화하여 사람의 마음을 들뜨게 하지만, 가을날 구름 희고 바람 맑으며 난초 향기롭고 계수 그윽하며 물과 하늘이 한 빛으로 위아래가 환한 때에 사람의 정신과 뼈대가 다 맑아지는 것만 못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