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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장 — 허용虛用

도덕경 道德經 · 노자(老子), 주석 왕필(王弼)·하상공(河上公) · 기원전 4~3세기 (왕필 주는 3세기) · 단락 4 · 한자 45자 · 낭독 0.2분

「도덕경」 도경 「5장 — 허용」의 한문 원문과 우리말 번역을 단락마다 나란히 실었습니다. 여든한 장, 오천 자. 무덤에서 나온 백서본이 오늘 쓰는 판본과 글자가 달라, 같은 구절을 두고 읽기가 갈리는 자리가 많다. 왕필은 철학으로, 하상공은 다스림과 양생으로 읽는다.

1하늘과 땅은 어질지 않다

天地不仁,以萬物為芻狗;

하늘과 땅은 어질지 않아 만물을 짚으로 엮은 개처럼 여기고,

주 3
王弼

天地任自然,無為無造,萬物自相治理,故不仁也。仁者必造立施化,有恩有為;造立施化,則物失其真,有恩有為,則物不具存,物不具存,則不足以備載矣。地不為獸生芻,而獸食芻;不為人生狗,而人食狗。無為於萬物而萬物各適其所用,則莫不贍矣。若慧由己樹,未足任也。

하늘과 땅은 절로 그러함에 맡긴다. 함도 없고 지음도 없으니 만물이 스스로 서로를 다스린다. 그러므로 어질지 않다고 하였다. 어진 이는 반드시 지어 세우고 베풀어 바꾸며 은혜가 있고 함이 있다. 지어 세우고 베풀어 바꾸면 사물이 그 참됨을 잃고, 은혜가 있고 함이 있으면 사물이 온전히 갖추어지지 못한다. 사물이 온전히 갖추어지지 못하면 다 실어 주기에 넉넉하지 못하다. 땅이 짐승을 위해 꼴을 내지 않아도 짐승이 꼴을 먹고, 사람을 위해 개를 내지 않아도 사람이 개를 먹는다. 만물에 함이 없어도 만물이 저마다 그 쓰임에 마땅하니 넉넉하지 않음이 없다. 슬기를 제게서 세운다면 맡길 만한 것이 못 된다.

河上公

天施地化,不以仁恩,任自然也。

河上公

天地生萬物,人最為貴,天地視之如芻草狗畜,不貴望其報也。

2성인도 어질지 않다

聖人不仁,以百姓為芻狗。

성인은 어질지 않아 백성을 짚으로 엮은 개처럼 여긴다.

주 3
王弼

聖人與天地合其德,以百姓比芻狗也。

성인은 하늘과 땅과 그 덕을 함께하니, 백성을 짚으로 엮은 개에 견준다.

河上公

聖人愛養萬民,不以仁恩,法天地行自然。

河上公

聖人視百姓如芻草狗畜,不貴望其禮意。

3하늘과 땅 사이는 풀무와 같다

天地之間,其猶橐籥乎?虛而不屈,動而愈出。

하늘과 땅 사이는 풀무와 같구나. 비었으되 굽지 않고, 움직일수록 더욱 나온다.

주 4
王弼

橐,排橐也。籥,樂籥也。橐籥之中空洞,無情無為,故虛而不得窮屈,動而不可竭盡也。天地之中,蕩然任自然,故不可得而窮,猶若橐籥也。

탁(橐)은 바람을 미는 풀무요, 약(籥)은 악기의 피리다. 풀무와 피리의 속은 텅 비어 있어 마음도 없고 함도 없다. 그러므로 비어 있어도 궁하여 굽는 일이 없고, 움직여도 다하는 일이 없다. 하늘과 땅 가운데도 훤히 트여 절로 그러함에 맡기니, 궁해질 수 없어 풀무와 피리 같다.

河上公

天地之間空虛,和氣流行,故萬物自生。人能除情慾,節滋味,清五臟,則神明居之也。

河上公

橐籥中空虛,人能有聲氣。

河上公

言空虛無有屈竭時,動搖之,益出聲氣也。

4말이 많으면 자주 막힌다

多言數窮,不如守中。

말이 많으면 자주 막히니, 가운데를 지키느니만 못하다.

주 3
王弼

愈為之則愈失之矣。物樹其惡,事錯其言,不慧不濟,不言不理,必窮之數也。橐籥而守數中,則無窮盡,棄己任物,則莫不理。若橐籥有意於為聲也,則不足以共吹者之求也。

하려 들수록 더욱 잃는다. 사물에 그 미움을 심고 일에 그 말을 어긋나게 하면, 슬기롭지 않아 이루지 못하고 말하지 않아 다스려지지 않으니, 반드시 궁해질 셈이다. 풀무처럼 가운데를 지키면 다함이 없고, 나를 버리고 사물에 맡기면 다스려지지 않음이 없다. 만약 풀무가 소리를 내는 데 뜻을 둔다면, 부는 이의 바람에 함께하기에 넉넉하지 못하다.

河上公

多事害神,多言害身,口開舌舉,必有禍患。

河上公

不如守德於中,育養精神,愛氣希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