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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 — 동명왕의 일을 시로 적는 까닭東明王篇 序

동명왕편 東明王篇 · 이규보(李奎報) · 1193년 · 단락 1 · 한자 335자 · 낭독 1.3분

「동명왕편」 한 권 「서 — 동명왕의 일을 시로 적는 까닭」의 한문 원문과 우리말 번역을 단락마다 나란히 실었습니다. 이규보가 스물여섯 살이던 1193년에 지은 오언 고시 280구와 그 서문. 하늘에서 내려온 해모수가 하백의 딸 유화를 얻고, 유화가 햇빛을 품어 알을 낳고, 알에서 난 주몽이 부여를 떠나 물고기와 자라의 다리로 강을 건너 나라를 세우기까지를 시로 읊었다. 시보다 긴 것이 시 사이의 협주다 — 이규보는 김부식이 삼국사기를 지으며 「자못 줄인」 대목을 지금은 전하지 않는 『구삼국사』 동명왕본기에서 그대로 베껴 두었다. 해모수와 하백이 잉어와 수달, 꿩과 매로 변신을 겨루는 대목, 유화의 입술이 석 자로 늘어난 대목은 이 협주에만 남아 있다.

1구삼국사를 얻어 동명왕본기를 읽다

世多說東明王神異之事。雖愚夫騃婦。亦頗能說其事。僕嘗聞之。笑曰。先師仲尼。不語怪力亂神。此實荒唐奇詭之事。非吾曹所說。及讀魏書通典。亦載其事。然略而未詳。豈詳內略外之意耶。越癸丑四月。得舊三國史。見東明王本紀。其神異之迹。踰世之所說者。然亦初不能信之。意以爲鬼幻。及三復耽味。漸涉其源。非幻也。乃聖也。非鬼也。乃神也。況國史直筆之書。豈妄傳之哉。金公富軾重撰國史。頗略其事。意者公以爲國史矯世之書。不可以大異之事爲示於後世而略之耶。按唐玄宗本紀。楊貴妃傳。並無方士升天入地之事。唯詩人白樂天恐其事淪沒。作歌以志之。彼實荒淫奇誕之事。猶且詠之。以示于後。矧東明之事。非以變化神異眩惑衆目。乃實創國之神迹。則此而不述。後將何觀。是用作詩以▣▣記之。欲使夫天下知我國本聖人之都耳。

세상에 동명왕의 신이한 일을 말하는 이가 많아, 어리석은 남정네와 아낙네까지도 곧잘 그 일을 이야기한다. 내가 일찍이 그 말을 듣고 웃으며 말하였다. 「옛 스승 공자께서는 괴이한 것·힘센 것·어지러운 것·귀신을 말하지 않으셨다. 이것은 참으로 황당하고 기괴한 일이라 우리가 말할 바가 아니다.」 뒤에 『위서』와 『통전』을 읽으니 거기에도 그 일이 실려 있었다. 그러나 간략하여 자세하지 않았으니, 안의 것은 자세히 적고 밖의 것은 간략히 적는다는 뜻이었을까.

지난 계축년(1193) 4월에 『구삼국사』를 얻어 동명왕본기를 보니, 그 신이한 자취가 세상에서 말하는 것보다 더하였다. 그러나 처음에는 역시 믿을 수 없어 귀신의 헛것이라 여겼다. 세 번 거듭 읽어 맛을 들이고 차츰 그 근원에 이르고 보니, 헛것이 아니라 성스러운 것이었고 귀신이 아니라 신령한 것이었다. 하물며 나라 역사는 곧게 적은 글이니 어찌 망령되이 전하였겠는가. 김부식 공이 나라 역사를 다시 지으면서 그 일을 자못 줄였다. 생각건대 공은 나라 역사란 세상을 바로잡는 글이니 크게 기이한 일을 뒷세상에 보일 수 없다 하여 줄인 것이 아닐까.

당나라 현종 본기와 양귀비전을 보면 방사가 하늘에 오르고 땅에 들어간 일이 다 없는데, 오직 시인 백낙천이 그 일이 묻혀 없어질까 두려워 노래를 지어 적어 두었다. 그것은 참으로 황음하고 기이한 일인데도 오히려 읊어 뒷사람에게 보였다. 하물며 동명의 일은 변화와 신이함으로 뭇사람의 눈을 홀리려는 것이 아니라 실로 나라를 세운 신령한 자취이니, 이것을 적어 두지 않으면 뒷사람이 무엇을 보겠는가. 그래서 시를 지어 〔두 글자 비어 있음〕 기록하여, 천하로 하여금 우리나라가 본디 성인이 세운 도읍임을 알게 하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