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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모수 — 하늘에서 내려온 천제의 아들東明王篇 一

동명왕편 東明王篇 · 이규보(李奎報) · 1193년 · 단락 3 · 한자 554자 · 낭독 2.2분

「동명왕편」 한 권 「해모수 — 하늘에서 내려온 천제의 아들」의 한문 원문과 우리말 번역을 단락마다 나란히 실었습니다. 이규보가 스물여섯 살이던 1193년에 지은 오언 고시 280구와 그 서문. 하늘에서 내려온 해모수가 하백의 딸 유화를 얻고, 유화가 햇빛을 품어 알을 낳고, 알에서 난 주몽이 부여를 떠나 물고기와 자라의 다리로 강을 건너 나라를 세우기까지를 시로 읊었다. 시보다 긴 것이 시 사이의 협주다 — 이규보는 김부식이 삼국사기를 지으며 「자못 줄인」 대목을 지금은 전하지 않는 『구삼국사』 동명왕본기에서 그대로 베껴 두었다. 해모수와 하백이 잉어와 수달, 꿩과 매로 변신을 겨루는 대목, 유화의 입술이 석 자로 늘어난 대목은 이 협주에만 남아 있다.

1태고의 성인들 — 신령한 자취가 드물어지다

元氣判𣳎渾。天皇地皇氏。十三十一頭。體貌多奇異。其餘聖帝王。亦備載經史。女節感大星。乃生大昊摯。女樞生顓頊。亦感瑤光暐。伏羲制牲犧。燧人始鑽燧。生蓂高帝祥。雨粟神農瑞。靑天女媧補。洪水大禹理。黃帝將升天。胡髥龍自至。太古淳朴時。靈聖難備記。後世漸澆漓。風俗例汰侈。聖人間或生。神迹少所示。

원기가 혼돈에서 갈라지자, 천황씨와 지황씨가 났으니 머리가 열셋에 열하나, 몸과 얼굴이 자못 기이하였다. 그 밖의 성스러운 제왕들도, 경서와 사서에 갖추어 실렸다. 여절은 큰 별에 감응하여, 대호 지(摯)를 낳았고 여추는 전욱을 낳았으니, 역시 요광의 빛에 감응한 것이었다. 복희는 희생의 제도를 만들고, 수인은 처음 나무를 비벼 불을 얻었다. 명협이 난 것은 고제의 상서요, 곡식이 비처럼 내린 것은 신농의 서조였다. 〔명협은 요임금의 뜰에 났다는 상서로운 풀이다〕 푸른 하늘을 여와가 기웠고, 큰물을 우가 다스렸다. 황제가 하늘에 오르려 하자, 수염 난 용이 스스로 이르렀다. 태고의 순박하던 때에는, 신령하고 성스러운 일을 다 적기 어려웠는데 뒷세상이 차츰 야박해지고, 풍속이 으레 사치해지자 성인이 간혹 나기는 하여도, 신령한 자취를 보이는 일은 드물어졌다.

2해모수가 다섯 용 수레를 타고 내려오다

漢神雀三年。孟夏斗立巳。海東解慕漱。眞是天之子。初從空中下。身乘五龍軌。從者百餘人。騎鵠紛襂襹。淸樂動鏘洋。彩雲浮旖旎。自古受命君。何是非天賜。白日下靑冥。從昔所未視。朝居人世中。暮反天宮裡。

한나라 신작 삼년, 초여름 북두가 사(巳)를 가리킬 때 해동의 해모수는, 참으로 하늘의 아들이었다. 처음 공중에서 내려올 때, 몸은 다섯 용이 끄는 수레를 타고 따르는 이 백여 명은, 고니를 타고 깃옷을 나부꼈다. 맑은 풍악이 쟁쟁 울리고, 채색 구름이 뭉게뭉게 떠올랐다. 예부터 명을 받은 임금이, 어찌 하늘이 내린 이가 아니겠는가마는 대낮에 푸른 하늘에서 내려오는 것은, 예로부터 보지 못한 일이었다. 아침에는 사람 세상에 있다가, 저녁에는 하늘 궁궐로 돌아갔다.

협주 4

漢神雀三年四月甲寅。

한나라 신작 3년(기원전 59) 4월 갑인일이다.

本記云。夫余王解夫婁老無子。祭山川求嗣。所御馬至鯤淵。見大石流淚。王怪之。使人轉其石。有小兒金色蛙形。王曰。此天錫我令胤乎。乃收養之。名曰金蛙。立爲太子。其相阿蘭弗曰。日者天降我曰。將使吾子孫。立國於此。汝其避之。東海之濱有地。號迦葉原。土宜五穀。可都也。阿蘭弗勸王移都。號東夫余。於舊都。解慕漱爲天帝子來都。

본기에 이른다. 부여왕 해부루가 늙도록 아들이 없어 산천에 제사하여 뒤를 이을 아들을 빌었다. 타고 가던 말이 곤연에 이르러 큰 돌을 보고 눈물을 흘렸다. 왕이 이상히 여겨 사람을 시켜 그 돌을 굴리게 하니 금빛 개구리 모양의 어린아이가 있었다. 왕이 「이는 하늘이 나에게 훌륭한 아들을 주신 것이 아닌가」 하고 거두어 길렀다. 이름을 금와라 하고 태자로 삼았다. 그 재상 아란불이 말하였다. 「일전에 하늘이 내게 내려와 이르기를 『장차 내 자손으로 하여금 여기에 나라를 세우게 하려니 너는 피하라. 동해 가에 땅이 있어 가섭원이라 하는데 땅이 오곡에 알맞아 도읍할 만하다』 하였습니다.」 아란불이 왕에게 권하여 도읍을 옮기고 동부여라 하였다. 옛 도읍에는 해모수가 천제의 아들이 되어 와서 도읍하였다.

漢神雀三年壬戌歲。天帝遣太子降遊扶余王古都。號解慕漱。從天而下。乘五龍車。從者百餘人。皆騎白鵠。彩雲浮於上。音樂動雲中。止熊心山。經十餘日始下。首戴烏羽之冠。腰帶龍光之劒。

한나라 신작 3년 임술년에 천제가 태자를 보내 부여왕의 옛 도읍에 내려와 놀게 하였으니 이름을 해모수라 하였다. 하늘에서 내려올 때 다섯 용이 끄는 수레를 타고, 따르는 이 백여 명은 모두 흰 고니를 탔으며, 채색 구름이 위에 뜨고 풍악이 구름 속에서 울렸다. 웅심산에 머물러 열흘 남짓 지나서야 비로소 내려왔다. 머리에는 까마귀 깃 관을 쓰고 허리에는 용광검을 찼다.

朝則聽事。暮卽升天。世謂之天王郞。

아침이면 정사를 듣고 저녁이면 하늘로 올라갔다. 세상에서 그를 천왕랑이라 불렀다.

3아침저녁으로 하늘을 오르내리다

吾聞於古人。蒼穹之去地二億萬八千七百八十里。梯棧躡難升。羽翮飛易瘁。朝夕恣升降。此理復何爾。

내가 옛사람에게 들으니, 푸른 하늘은 땅에서 이억 만 팔천칠백팔십 리 떨어져 있다 한다. 사다리로는 밟고 오르기 어렵고, 날개로 날아도 쉬 지치는데 아침저녁으로 마음대로 오르내렸으니, 이 이치는 또 어찌 된 것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