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화 — 하백의 딸을 얻다東明王篇 二
1청하의 하백에게 세 딸이 있었다
城北有靑河。河伯三女美。擘出鴨頭波。往遊熊心涘。鏘琅佩玉鳴。綽約顔花媚。初疑漢皐濱。復想洛水沚。
성 북쪽에 청하가 있으니, 하백의 세 딸이 아름다웠다. 오리 머리빛 물결을 헤치고 나와, 웅심 물가에 놀러 갔다. 쟁그랑 패옥이 울리고, 나긋한 얼굴은 꽃처럼 고와 처음엔 한고의 물가인가 하였고, 다시 낙수의 모래톱인가 생각하였다.
협주 4
靑河今鴨綠江也。
청하는 지금의 압록강이다.
長曰柳花。次曰萱花。季曰葦花。
맏이는 유화, 둘째는 훤화, 막내는 위화라 하였다.
自靑河出遊熊心淵上。
청하에서 나와 웅심연 위에 놀러 갔다.
神姿艶麗。雜佩鏘洋。與漢皐無異。
신령한 자태가 곱고 아름다우며 갖가지 패옥이 쟁쟁 울려, 한고의 신녀와 다름이 없었다.
2채찍으로 땅을 그어 구리 집을 세우다
王因出獵見。目送頗留意。玆非悅紛華。誠急生繼嗣。三女見君來。入水尋相避。擬將作宮殿。潛候同來戱。馬撾一畫地。銅室欻然峙。錦席鋪絢明。金罇置淳旨。蹁躚果自入。對酌還徑醉。王時出橫遮。驚走僅顚躓。
왕이 사냥 나갔다가 보고는, 눈길을 보내며 자못 마음에 두었으니 이는 화려함을 즐겨서가 아니라, 참으로 뒤를 이을 아들 낳기가 급해서였다. 세 여인은 임금이 오는 것을 보고, 물에 들어가 이내 피하였다. 장차 궁전을 지어, 함께 와서 놀기를 몰래 기다리려 말채찍으로 땅을 한 번 그으니, 구리 집이 문득 우뚝 섰다. 비단 자리를 눈부시게 깔고, 금 술동이에 좋은 술을 두었더니 사뿐사뿐 과연 스스로 들어와, 마주 앉아 마시고는 이내 취하였다. 왕이 그때 나가 가로막으니, 놀라 달아나다 넘어지고 엎어졌다.
협주 3
王謂左右曰。得而爲妃。可有後胤。
왕이 좌우에게 말하였다. 「얻어서 비로 삼으면 뒤를 이을 아들을 둘 수 있겠다.」
其女見王卽入水。左右曰。大王何不作宮殿。俟女入室。當戶遮之。王以爲然。以馬鞭畫地。銅室俄成壯麗。於室中。設三席置樽酒。其女各坐其席。相勸飮酒大醉云云。
그 여인들이 왕을 보자 곧 물에 들어갔다. 좌우가 말하였다. 「대왕께서는 어찌 궁전을 지어 여인들이 방에 들어오기를 기다렸다가 문을 막지 않으십니까.」 왕이 그렇게 여겨 말채찍으로 땅을 그으니 구리 집이 갑자기 이루어져 장려하였다. 방 안에 자리 셋을 마련하고 술동이를 두니, 그 여인들이 각기 제 자리에 앉아 서로 권하며 술을 마셔 크게 취하였다 한다.
王俟三女大醉急出。遮女等驚走。長女柳花。爲王所止。
왕이 세 여인이 크게 취하기를 기다렸다가 급히 나가 막으니, 여인들은 놀라 달아나고 맏딸 유화가 왕에게 붙들렸다.
3유화가 붙들리고 하백이 노하다
長女曰柳花。是爲王所止。河伯大怒嗔。遣使急且駛。告云渠何人。乃敢放輕肆。報云天帝子。高族請相累。指天降龍馭。徑到海宮邃。
맏딸을 유화라 하였으니, 이가 왕에게 붙들린 이였다. 하백이 크게 노하여, 사자를 급히 달려 보내 「너는 어떤 사람이기에, 감히 이토록 방자한가」 하니 「천제의 아들입니다, 높은 집안과 혼인을 맺고자 합니다」 하고 답하였다. 하늘을 가리키자 용 수레가 내려와, 곧장 깊은 바다 궁궐에 이르렀다.
협주 1
河伯大怒。遣使告曰。汝是何人。留我女乎。王報云。我是天帝之子。今欲與河伯結婚。河伯又使告曰。汝若天帝之子。於我有求昏者。當使媒云云。今輒留我女。何其失禮。王慙之。將往見河伯。不能入室。欲放其女。女旣與王定情。不肯離去。乃勸王曰。如有龍車。可到河伯之國。王指天而告。俄而五龍車從空而下。王與女乘車。風雲忽起。至其宮。
하백이 크게 노하여 사자를 보내 말하였다. 「너는 어떤 사람이기에 내 딸을 붙들어 두는가.」 왕이 답하였다. 「나는 천제의 아들로 이제 하백과 혼인을 맺고자 합니다.」 하백이 다시 사람을 보내 말하였다. 「네가 천제의 아들이라면 나에게 혼인을 구하는 데 마땅히 중매를 보내야 할 것이거늘, 이제 대뜸 내 딸을 붙들어 두니 어찌 이리 예를 잃는가.」 왕이 부끄러워 하백을 가서 보려 하였으나 그 집에 들어갈 수 없어 그 딸을 놓아주려 하였다. 딸은 이미 왕과 정을 맺은 터라 떠나려 하지 않고 왕에게 권하였다. 「용 수레가 있으면 하백의 나라에 이를 수 있습니다.」 왕이 하늘을 가리켜 고하니 잠깐 사이에 다섯 용이 끄는 수레가 공중에서 내려왔다. 왕과 딸이 수레를 타니 바람과 구름이 홀연 일어나 그 궁에 이르렀다.
4잉어와 수달, 꿩과 매 — 변신을 겨루다
河伯乃謂王。婚姻是大事。媒贄有通法。胡奈得自恣。君是上帝胤。神變請可試。漣漪碧波中。河伯化作鯉。王尋變爲獺。立捕不待跬。又復生兩翼。翩然化爲雉。王又化神鷹。摶擊何大鷙。彼爲鹿而走。我爲豺而趡。
하백이 이에 왕에게 이르기를, 「혼인은 큰일이라 중매와 폐백에 통하는 법도가 있거늘, 어찌 제멋대로 하는가. 그대가 상제의 자손이라면, 신통한 변화를 시험해 보리라」 하였다. 잔잔한 푸른 물결 속에서, 하백이 잉어로 변하니 왕은 곧 수달로 변하여, 반걸음도 못 가 바로 잡았다. 또다시 두 날개가 돋아, 펄럭이며 꿩으로 변하니 왕은 다시 신령한 매로 변하여, 후려침이 어찌 그리 사나운가. 저편이 사슴이 되어 달아나면, 이편은 승냥이가 되어 쫓았다.
협주 1
河伯備禮迎之。坐定。謂曰。婚姻之道。天下之通規。何爲失禮。辱我門宗云云。
하백이 예를 갖추어 맞이하여 자리를 정하고 말하였다. 「혼인의 도리는 천하에 통하는 법도이거늘, 어찌 예를 잃어 내 가문을 욕되게 하는가」 하였다 한다.
5황금 비녀로 가죽 수레를 찢고 홀로 오르다
河伯知有神。置酒相燕喜。伺醉載革輿。幷置女於輢。意令與其女。天上同騰轡。其車未出水。酒醒忽驚起。取女黃金釵。刺革從竅出。獨乘赤霄上。寂寞不廻騎。河伯責厥女。挽吻三尺弛。乃貶優渤中。唯與婢僕二。
하백이 신령함이 있음을 알고, 술을 차려 함께 즐기다가 취하기를 엿보아 가죽 수레에 싣고, 딸도 수레 곁에 함께 태워 그 딸과 함께, 하늘 위로 나란히 오르게 하려 하였다. 그 수레가 물을 채 벗어나기 전에, 술이 깨어 문득 놀라 일어나 딸의 황금 비녀를 뽑아, 가죽을 찔러 구멍으로 빠져나가 홀로 붉은 하늘 위로 올라, 쓸쓸히 돌아오지 않았다. 하백이 그 딸을 꾸짖어, 입술을 잡아당겨 석 자나 늘여 놓고 우발수 가운데로 내치며, 종 둘만 딸려 보냈다.
협주 5
車傍曰輢。
수레 곁을 의(輢)라 한다.
河伯之酒。七日乃醒。
하백의 술은 이레가 지나야 깬다.
叶韻
운을 맞춘 것이다.
河伯曰。王是天帝之子。有何神異。王曰。唯在所試。於是。河伯於庭前水。化爲鯉。隨浪而游。王化爲獺而捕之。河伯又化爲鹿而走。王化爲豺逐之。河伯化爲雉。王化爲鷹擊之。河伯以爲誠是天帝之子。以禮成婚。恐王無將女之心。張樂置酒。勸王大醉。與女入於小革輿中。載以龍車。欲令升天。其車未出水。王卽酒醒。取女黃金釵刺革輿。從孔獨出升天。
하백이 말하였다. 「왕이 천제의 아들이라면 어떤 신이함이 있는가.」 왕이 말하였다. 「시험해 보시면 됩니다.」 이에 하백이 뜰 앞 물에서 잉어로 변하여 물결 따라 노니 왕이 수달로 변하여 잡았다. 하백이 다시 사슴으로 변하여 달아나니 왕은 승냥이로 변하여 쫓았고, 하백이 꿩으로 변하니 왕은 매로 변하여 쳤다. 하백은 참으로 천제의 아들이라 여겨 예를 갖추어 혼인을 이루었다. 왕이 딸을 데려갈 마음이 없을까 두려워 풍악을 벌이고 술을 차려 왕에게 권하여 크게 취하게 하고는, 딸과 함께 작은 가죽 수레에 넣어 용 수레에 실어 하늘로 오르게 하려 하였다. 그 수레가 물을 채 벗어나기 전에 왕이 곧 술에서 깨어, 딸의 황금 비녀로 가죽 수레를 찔러 구멍으로 홀로 나와 하늘로 올라갔다.
河伯大怒。其女曰。汝不從我訓。終欲我門。令左右絞挽女口。其唇吻長三尺。唯與奴婢二人。貶於優渤水中。優渤澤名。今在太伯山南。
하백이 크게 노하여 그 딸에게 말하였다. 「네가 내 가르침을 따르지 않아 끝내 내 가문을 욕되게 하였다.」 좌우를 시켜 딸의 입을 잡아당기게 하니 그 입술이 석 자나 늘어났다. 종 둘만 딸려 우발수 가운데로 내쳤다. 우발은 못 이름으로 지금 태백산 남쪽에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