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라 — 비류를 굴복시키고 하늘로 오르다東明王篇 四
1비둘기가 보리 씨를 물어 오다
雙鳩含麥飛。來作神母使。形勝開王都。山川鬱㠑巋。自坐茀蕝上。略定君臣位。
비둘기 한 쌍이 보리를 물고 날아와, 신모의 사자가 되었다. 형세 좋은 곳에 왕도를 열었으니, 산천이 울창하고 높고 컸다. 스스로 띠자리 위에 앉아, 임금과 신하의 자리를 대강 정하였다.
협주 2
朱蒙臨別。不忍暌違。其母曰。汝勿以一母爲念。乃裹五穀種以送之。朱蒙自切生別之心。忘其麥子。朱蒙息大樹之下。有雙鳩來集。朱蒙曰。應是神母使送麥子。乃引弓射之。一矢俱擧。開喉得麥子。以水噴鳩。更蘇而飛去云云。
주몽이 이별할 때 차마 떠나지 못하니 그 어머니가 「너는 어미 하나를 생각하지 마라」 하고 오곡 씨앗을 싸서 보냈다. 주몽이 생이별하는 마음이 애절하여 그 보리 씨를 잊어버렸다. 주몽이 큰 나무 아래에서 쉬는데 비둘기 한 쌍이 날아와 앉았다. 주몽이 「이는 응당 신모께서 보리 씨를 보내신 것이리라」 하고 활을 당겨 쏘니 한 화살에 둘 다 떨어졌다. 목구멍을 열어 보리 씨를 얻고 물을 비둘기에게 뿜으니 다시 살아나 날아갔다 한다.
王自坐茀蕝之上。略定君臣之位。
왕이 스스로 띠자리 위에 앉아 임금과 신하의 자리를 대강 정하였다.
2송양과 활을 겨루고 북을 빼앗다
咄哉沸流王。何奈不自揆。苦矜仙人後。未識帝孫貴。徒欲爲附庸。出語不愼葸。未中畫鹿臍。驚我倒玉指。來觀鼓角變。不敢稱我器。來觀屋柱故。咋舌還自愧。
애달프다 비류왕이여, 어찌하여 스스로를 헤아리지 못하고 선인의 후손임을 애써 자랑하며, 천제 손자의 귀함은 알지 못하였는가. 한갓 부용으로 삼으려 하여, 말을 냄에 삼가지 않았다. 그린 사슴의 배꼽도 못 맞히고서, 옥가락지가 깨지는 것을 보고 놀랐다. 와서 북과 나팔이 바뀐 것을 보고는, 감히 제 것이라 하지 못하였고 와서 집 기둥이 낡은 것을 보고는, 혀를 깨물며 도리어 스스로 부끄러워하였다.
협주 3
沸流王松讓出獵。見王容貌非常。引而與坐曰。僻在海隅。未曾得見君子。今日邂逅。何其幸乎。君是何人。從何而至。王曰。寡人。天帝之孫。西國之王也。敢問君王繼誰之後。讓曰。予是仙人之後。累世爲王。今地方至小。不可分爲兩王。君造國日淺。爲我附庸可乎。王曰。寡人。繼天之後。今主非神之胄。强號爲王。若不歸我。天必殛之。松讓以王累稱天孫。內自懷疑。欲試其才。乃曰願與王射矣。以畫鹿置百步內射之。其矢不入鹿臍。猶如倒手。王使人以玉指環。懸於百步之外射之。破如瓦解。松讓大驚云云。
비류왕 송양이 사냥을 나왔다가 왕의 용모가 예사롭지 않음을 보고 이끌어 함께 앉아 말하였다. 「바다 한 모퉁이에 치우쳐 있어 일찍이 군자를 보지 못하였는데, 오늘 만나게 되니 얼마나 다행인가. 그대는 어떤 사람이며 어디에서 왔는가.」 왕이 말하였다. 「과인은 천제의 손자요 서쪽 나라의 왕이다. 감히 묻노니 임금은 누구의 뒤를 이었는가.」 송양이 말하였다. 「나는 선인의 후손으로 여러 대째 왕 노릇을 하고 있다. 지금 땅이 몹시 작아 두 왕으로 나눌 수 없으니, 그대는 나라를 세운 지 얼마 안 되었으니 나의 부용이 되는 것이 어떤가.」 왕이 말하였다. 「과인은 하늘의 뒤를 이었고 지금 그대는 신의 후손이 아니면서 억지로 왕이라 일컬으니, 나에게 귀순하지 않으면 하늘이 반드시 죽일 것이다.」 송양은 왕이 여러 번 천손이라 일컫는 것에 속으로 의심을 품고 그 재주를 시험하려 하여 말하였다. 「왕과 활쏘기를 하고 싶다.」 그린 사슴을 백 보 안에 놓고 쏘았는데, 그 화살이 사슴 배꼽에 들어가지 못하고도 손을 뒤집듯 쉽게 여겼다. 왕이 사람을 시켜 옥가락지를 백 보 밖에 매달고 쏘니 기왓장 깨지듯 부서졌다. 송양이 크게 놀랐다 한다.
王曰。以國業新造。未有鼓角威儀。沸流使者往來。我不能以王禮迎送。所以輕我也。從臣扶芬奴進曰。臣爲大王取沸流鼓角。王曰。他國藏物。汝何取乎。對曰。此天之與物。何爲不取乎。夫大王困於扶余。誰謂大王能至於此。今大王奮身於萬死之危。揚名於遼左。此天帝命而爲之。何事不成。於是扶芬奴等三人。往沸流取鼓而來。沸流王遣使告曰云云。王恐來觀鼓角。色暗如故。松讓不敢爭而去。
왕이 말하였다. 「나라를 갓 세워 아직 북과 나팔의 위의가 없어, 비류의 사자가 오가는데 내가 왕의 예로 맞고 보내지 못하니 그래서 나를 가벼이 여기는 것이다.」 따르는 신하 부분노가 나아가 말하였다. 「신이 대왕을 위하여 비류의 북과 나팔을 가져오겠습니다.」 왕이 말하였다. 「남의 나라가 감추어 둔 물건을 네가 어찌 가져오겠는가.」 대답하였다. 「이는 하늘이 준 물건인데 어찌 가져오지 못하겠습니까. 대왕께서 부여에서 곤욕을 겪으실 때 누가 대왕께서 여기에 이르실 것이라 하였겠습니까. 이제 대왕께서 만 번 죽을 위험에서 몸을 떨쳐 요동 왼쪽에 이름을 떨치셨으니, 이는 천제가 명하여 하신 것이라 무슨 일인들 이루지 못하겠습니까.」 이에 부분노 등 세 사람이 비류에 가서 북을 가져왔다. 비류왕이 사자를 보내 고하였다 한다. 왕은 비류가 와서 북과 나팔을 볼까 두려워 빛깔을 어둡게 하여 오래된 것처럼 만드니, 송양이 감히 다투지 못하고 돌아갔다.
松讓欲以立都。先後爲附庸。王造宮室。以朽木爲柱。故如千歲。松讓來見。竟不敢爭立都先後。
송양이 도읍을 세운 선후로 부용을 삼으려 하니, 왕이 궁실을 지으면서 썩은 나무로 기둥을 세워 천 년 된 것같이 하였다. 송양이 와서 보고 끝내 감히 도읍의 선후를 다투지 못하였다.
3흰 사슴을 매달아 비를 부르다
東明西狩時。偶獲雪色麂。倒懸蟹原上。敢自呪而謂。天不雨沸流。漂沒其都鄙。我固不汝放。汝可助我懫。鹿鳴聲甚哀。上徹天之耳。霖雨注七日。霈若傾淮泗。松讓甚憂懼。沿流謾橫葦。士民競來攀。流汗相𥈭眙。東明卽以鞭。畫水水停沸。松讓擧國降。是後莫予訾。
동명이 서쪽으로 사냥할 때, 우연히 눈빛 흰 사슴을 잡아 해원 위에 거꾸로 매달고, 감히 스스로 저주하여 이르기를 「하늘이 비류에 비를 내려, 그 도읍과 시골을 떠내려 보내지 않으면 내 결코 너를 놓아주지 않으리니, 너는 나의 분함을 도우라」 하였다. 사슴 울음소리 몹시 슬퍼, 위로 하늘의 귀에 사무치니 장맛비가 이레를 쏟아져, 회수와 사수를 기울인 듯하였다. 송양이 몹시 근심하고 두려워, 물길 따라 부질없이 갈대 밧줄을 가로 매니 군사와 백성이 다투어 와서 매달려, 땀 흘리며 서로 바라볼 뿐이었다. 동명이 곧 채찍으로, 물을 그으니 물이 넘치기를 그쳐 송양이 온 나라를 들어 항복하니, 이 뒤로 나를 헐뜯는 이가 없었다.
협주 2
大鹿曰麂
큰 사슴을 궤(麂)라 한다.
西狩獲白鹿。倒懸於蟹原。呪曰。天若不雨而漂沒沸流王都者。我固不汝放矣。欲免斯難。汝能訴天。其鹿哀鳴。聲徹于天。霖雨七日。漂沒松讓都。王以葦索橫流。乘鴨馬。百姓皆執其索。朱蒙以鞭畫水。水卽減。六月。松讓擧國來降云云。
서쪽으로 사냥하여 흰 사슴을 잡아 해원에 거꾸로 매달고 저주하였다. 「하늘이 비를 내려 비류왕의 도읍을 떠내려 보내지 않으면 내 결코 너를 놓아주지 않으리니, 이 어려움을 벗어나려거든 너는 하늘에 호소하라.」 그 사슴이 슬피 울어 소리가 하늘에 사무치니 장맛비가 이레를 내려 송양의 도읍을 떠내려 보냈다. 왕이 갈대 밧줄을 물에 가로 매고 오리 말을 타니 백성들이 다 그 밧줄을 잡았다. 주몽이 채찍으로 물을 그으니 물이 곧 줄어들었다. 6월에 송양이 온 나라를 들어 와서 항복하였다 한다.
4구름 속에 성이 서고, 하늘로 오르다
玄雲羃鶻嶺。不見山邐迤。有人數千許。斵木聲髣髴。王曰天爲我。築城於其趾。忽然雲霧散。宮闕高㠥嵬。在位十九年。升天不下莅。
검은 구름이 골령을 덮어, 산이 잇닿은 모습이 보이지 않는데 사람 수천 명쯤이, 나무 찍는 소리가 어렴풋이 들렸다. 왕이 말하기를 「하늘이 나를 위하여, 그 기슭에 성을 쌓는 것이다」 하였다. 홀연 구름과 안개가 걷히니, 궁궐이 높이 우뚝하였다. 왕위에 있은 지 열아홉 해에, 하늘로 올라가 다시 내려오지 않았다.
협주 2
七月。玄雲起鶻嶺。人不見其山。唯聞數千人聲以起土功。王曰。天爲我築城。七日。雲霧自散。城郭宮臺自然成。王拜皇天就居。
7월에 검은 구름이 골령에 일어 사람들이 그 산을 볼 수 없었고, 다만 수천 사람의 소리가 흙일을 하는 것처럼 들렸다. 왕이 「하늘이 나를 위하여 성을 쌓는 것이다」 하였다. 이레 만에 구름과 안개가 절로 걷히니 성곽과 궁궐과 누대가 저절로 이루어졌다. 왕이 황천에 절하고 나아가 살았다.
秋九月。王升天不下。時年四十。太子以所遺玉鞭。葬於龍山云云。
가을 9월에 왕이 하늘로 올라가 내려오지 않으니 이때 나이 마흔이었다. 태자가 남긴 옥 채찍으로 용산에 장사 지냈다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