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글 › 계원필경집 › 권1 표

경궐을 수복한 것을 하례하는 표賀收復京闕表

계원필경집 桂苑筆耕集 · 최치원(崔致遠) · 886년 (당 중화 6·신라 헌강왕 12) · 단락 1 · 한자 445자 · 낭독 1.8분

「계원필경집」 권1 표 「경궐을 수복한 것을 하례하는 표」의 한문 원문과 우리말 번역을 단락마다 나란히 실었습니다. 최치원이 당나라 회남절도사 고변의 막부에서 네 해 동안 쓴 글 가운데 스스로 골라 스무 권으로 엮어 886년 신라 헌강왕에게 올린 문집. 황제에게 올린 표와 장, 황소를 꾸짖은 격문, 여러 절도사에게 보낸 편지, 부하에게 내린 위곡과 거첩, 도교 재사와 불교 재문, 제문, 성도 나성과 안남 그림에 붙인 기, 그리고 고변에게 올린 계와 시까지 366편이 실려 있다. 「신은 신라 사람입니다」로 시작하는 첫 계와 「천하 사람이 너를 죽이려 할 뿐 아니라 땅속 귀신도 너를 베기로 의논하였다」는 토황소격문이 여기 있고, 마지막 권은 열두 살에 떠난 고향으로 돌아가는 뱃길에서 지은 시다. 지금 전하는 한국인의 문집 가운데 가장 오래된 것으로, 1834년 홍석주와 서유구가 활자로 찍으며 「우리 동방 문장의 근본이요 시작」이라 하였다. 그 두 서문도 함께 옮겼다.

1사월 십일 장안을 되찾다

臣某言:蔬得河中節度使王重榮牒報,四月十日,當道與雁門節度使李克用及都監楊復光下諸都馬軍,齊入京城,與賊交戰,約殺卻賊步軍一萬餘人,其馬軍賊便走出城,往東南路去。其賊軍家口錢帛,並皆遺下,黃巢亦未知存亡。其逃遁賊徒,尋差兵馬追奔,並己收復京闕訖者。天威耀武,月捷傳聲,望宸階而初奏凱歌,舉區宇而咸增抃舞。臣某誠喜誠躍、頓首頓首。臣竊窺曩代,旁採前經,靜理邦家,必須以殺止殺;保安社稷,固在雖休勿休。是故不得已而用兵,無所私而煦物。伏惟皇帝陛下纂臨寶位,丕闡宏圖,萜四溟而不見揚波,安九野而皆能偃草。而乃逆賊黃巢暗遵邪徑,深入禍門,久騰吠噪之聲,敢恣穿窬之便,穢黷宮闕,淹延歲時,偷安暫戲於鼎中,戮暴難逃於機上。今者風行睿略,雨集王師,楊復光任在信臣,李克用名為勇將,各思報效,競奮驍雄,齊心而覆滅梟巢,戮力而克收鳳里。賊巢拒輪不暇,亂轍潛奔,干戈則雹散風飛,金帛則填街塞巷,更展追遊之勢,必擒稔惡之徒。自此日月重光,煙塵永息。唯望宸遊之返駕,佇觀盛禮於登封。臣職忝董戎,功慚徇難。雖手無重柄,數年虧奮擊之能;而耳得嘉聲,遠地倍歡呼之切。臣限拘藩鎮,不獲稱賀行在,無任手舞足蹈、慶抃屏營之至。謹奉表陳賀以聞,臣某誠喜誠躍、頓首頓首。謹言。

신 아무개는 아룁니다. 하중절도사 왕중영의 첩보를 받으니 사월 십일 당도가 안문절도사 이극용 및 도감 양복광 아래 여러 도의 마군과 함께 경성에 나란히 들어가 적과 싸워 적 보군 만여 명을 죽이니 그 마군 적은 곧 성을 빠져나가 동남쪽 길로 갔고, 적군의 가족과 돈과 비단을 다 버렸으며 황소도 아직 생사를 모르고, 도망친 적도는 곧 병마를 보내 추격하였으며 이미 경궐을 수복하였다 합니다. 하늘 위엄이 무를 빛내고 달마다 승첩이 소리를 전하니 궁궐 섬돌을 바라보며 처음 개가를 아뢰고 온 누리를 들어 다 손뼉 치고 춤춥니다. 신 아무개는 참으로 기쁘고 참으로 뛰며 머리를 조아리고 조아립니다. 신이 가만히 지난 시대를 살피고 옛 경전을 널리 캐어 보건대 나라를 고요히 다스리려면 반드시 죽임으로 죽임을 그치게 해야 하고, 사직을 편안히 보전하려면 참으로 쉬어도 쉬지 않는 데 있습니다. 그러므로 부득이하여 군사를 쓰고 사사로움 없이 만물을 따뜻하게 합니다. 엎드려 생각하건대 황제 폐하께서는 보위에 임하시고 큰 계획을 크게 펴시어 사해를 덮어도 물결이 이는 것을 보지 못하고 구야를 편안히 하여 다 풀을 눕게 하셨습니다. 그런데 역적 황소가 몰래 삿된 길을 따라 재앙의 문에 깊이 들어와 오래 짖는 소리를 떨치고 감히 담을 뚫는 편의를 함부로 하여 궁궐을 더럽히며 세월을 끌었으니, 솥 안에서 잠시 놀며 편안함을 훔치나 틀 위에서 사나움을 죽이는 것을 도망하기 어렵습니다. 이제 성상의 지략이 바람처럼 행해지고 왕의 군사가 비처럼 모이니, 양복광은 신임받는 신하이고 이극용은 용맹한 장수라 각기 보답을 생각하고 다투어 날쌤을 떨쳐 마음을 모아 올빼미 소굴을 엎고 힘을 다해 봉황 마을을 되찾았습니다. 황소는 수레를 막을 겨를 없이 어지러운 바큇자국으로 몰래 달아나니 창과 방패는 우박처럼 흩어지고 바람처럼 날며 금과 비단은 거리를 메우고 골목을 막았습니다. 다시 추격의 형세를 펴면 반드시 악을 익힌 무리를 사로잡을 것입니다. 이로부터 해와 달이 거듭 빛나고 연진이 길이 그칠 것입니다. 오직 성상의 행차가 돌아오시기를 바라며 봉선의 성대한 예를 볼 날을 기다립니다. 신은 직분이 군사를 감독하는 데 있으나 공은 난에 달려간 것이 부끄럽습니다. 비록 손에 무거운 권병이 없어 여러 해 떨쳐 치는 재주를 이지러뜨렸으나, 귀로 좋은 소리를 들으니 먼 땅에서 기뻐 부르짖음이 갑절 간절합니다. 신은 번진에 매여 행재소에서 하례하지 못하니 손을 흔들고 발을 구르며 경하하고 두려워하는 지극함을 이기지 못하겠습니다. 삼가 표를 받들어 하례하여 아뢰니, 신 아무개는 참으로 기쁘고 참으로 뛰며 머리를 조아리고 조아립니다. 삼가 아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