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천에 축성비를 세워 주심에 사례하는 표謝立西川築城碑表
1성도 나성을 쌓은 공을 비에 새기다
臣某言。伏奉十一月六日勑旨。以臣在任西川節度使日創築羅城。昨因有勑嘉獎。方進所賜碑詞。今已付所司鐫寫建立者。一片石文。龜初戴立。九重天語。鳳已銜來。雕銘莫繼於色絲。寵飾遽超於華衮。仰窺恩獎。俯抱憂惶。臣某誠感誠懼。頓首頓首。頃者幸夢三刀。久臨益部。遙提一劍。得挫蒙兵。但以其玉壘可稱。金城未設。山口則空呑蠻蜑。水頭則斜枕犍牂。含溪抱谷之形。雖云天險。比屋連甍之勢。實類野居。臣是以運度籌謀。斟量板築。蓋從人欲。果致子來。遂得役興而草偃川中。誠感而土生石上。長圍於三十六里。高鎭於百千萬年。不愧鐵名。可將錐試。隼墉烏堞。儼若騫飛。錦浪綿峯。迥然裝飾。遂蒙陛下辱褒稱之重。許刊勒之榮。以爲事實可觀。足得詞華不朽。臣雖遇泥封激賞。豈將油素矜誇。非敢彰謙。所期避謗。今者伏遇皇帝陛下遠巡勝槩。親覽微功。徵舊賜之碑詞。命新鐫之筆跡。永使卓立琴臺之境。平欺劍閣之銘。且杜元凱之峴亭。無非自衒。阮德規之齊國。蓋是衆成。謾傳身後之虛名。豈睹目前之盛事。曷若彩毫見獎。翠琰斯刊。因成下土之功。終應上天之意。得逢今日。別振孤風。向非陛下錄善恩深。酬勞德厚。則何以未有出師之業。篆刻叨榮。曾無興學之規。傳揚竊美。臣限拘鎭守。不獲稱謝行在。無任感戴欣躍戰懼之至。謹奉表陳謝以聞。臣某誠惶誠恐。頓首頓首謹言。
신 아무개는 아룁니다. 십일월 육일 칙지를 삼가 받드니, 신이 서천절도사로 있을 때 나성을 창건하여 쌓은 일로 지난번 칙명으로 가상히 여기시고 바야흐로 내리신 비문을 올리자 이제 이미 담당 관서에 맡겨 새겨 세우게 하셨다 합니다. 한 조각 돌글을 거북이 처음 이고 서고 구중의 하늘 말씀을 봉황이 이미 물고 왔으니, 새긴 명은 색사(色絲)의 뒤를 이을 수 없고 총애의 꾸밈은 화려한 곤룡포를 훌쩍 넘습니다. 은혜와 장려를 우러러 보고 굽어 근심과 두려움을 안습니다. 신 아무개는 참으로 감격하고 참으로 두려워 머리를 조아리고 조아립니다. 지난날 다행히 세 자루 칼의 꿈을 꾸어 오래 익주에 임하고 멀리 한 자루 칼을 들어 몽의 군사를 꺾었으나, 다만 옥루라 일컬을 만하되 금성은 아직 베풀지 않아 산 어귀는 부질없이 남만을 삼키고 물머리는 비스듬히 건주·장가를 베고 있었습니다. 시내를 머금고 골짜기를 안은 형세는 비록 하늘의 험함이라 하나 집이 잇닿고 용마루가 이어진 모습은 실로 들에 사는 것과 같았습니다. 신이 그러므로 헤아려 꾀하고 판축을 재어 대개 사람의 바람을 따르니 과연 자식처럼 모여들어, 마침내 역사가 일어나자 풀이 냇가에 눕고 정성이 감동하자 흙이 돌 위에 생겨났습니다. 서른여섯 리를 길게 둘러 백천만 년을 높이 진압하니 철옹성 이름에 부끄럽지 않아 송곳으로 시험할 만하고, 새매 담과 까마귀 성가퀴가 엄연히 날아오르는 듯하며 비단 물결과 이어진 봉우리가 아득히 꾸밉니다. 마침내 폐하께서 칭찬의 무거움을 내리시고 새겨 세우는 영광을 허락하시어 일의 실상이 볼 만하고 글의 화려함이 썩지 않는다 하셨습니다. 신은 비록 봉함된 칭찬을 만났으나 어찌 비단에 적힌 것을 자랑하겠습니까. 감히 겸손을 드러내는 것이 아니라 비방을 피하려는 것입니다. 이제 황제 폐하께서 멀리 좋은 경치를 순행하시며 친히 작은 공을 살피시어 예전에 내리신 비문을 거두어 새로 새길 필적을 명하시니, 길이 금대의 경계에 우뚝 서서 검각의 명을 평범하게 여기게 하십니다. 두예의 현산 정자는 스스로 자랑함이 아님이 없고 완덕규의 제나라는 대개 여럿이 이룬 것이니, 죽은 뒤의 헛된 이름을 부질없이 전하는 것이 어찌 눈앞의 성대한 일을 보는 것만 하겠습니까. 채색 붓으로 장려받고 푸른 옥에 새겨지니 아래 땅의 공을 이룸으로 끝내 상천의 뜻에 응하여 오늘을 만나 따로 외로운 풍모를 떨치게 되었습니다. 폐하께서 선을 적으시는 은혜가 깊고 수고에 보답하시는 덕이 두텁지 않았다면 어찌 군사를 낸 공업도 없이 전각의 영광을 외람되이 받고 학교를 일으킨 규모도 없이 전하여 드높이는 아름다움을 훔치겠습니까. 신은 진을 지키는 데 매여 행재소에서 사례하지 못하니 은혜에 감격하여 기뻐 뛰며 두려워하는 지극함을 이기지 못하겠습니다. 삼가 표를 받들어 사례하여 아뢰니, 신 아무개는 참으로 황공하고 참으로 두려워 머리를 조아리고 조아립니다. 삼가 아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