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글 › 계원필경집 › 권2 표

시중을 더해 주심에 사례하는 표謝就加侍中表

계원필경집 桂苑筆耕集 · 최치원(崔致遠) · 886년 (당 중화 6·신라 헌강왕 12) · 단락 1 · 한자 323자 · 낭독 1.3분

「계원필경집」 권2 표 「시중을 더해 주심에 사례하는 표」의 한문 원문과 우리말 번역을 단락마다 나란히 실었습니다. 최치원이 당나라 회남절도사 고변의 막부에서 네 해 동안 쓴 글 가운데 스스로 골라 스무 권으로 엮어 886년 신라 헌강왕에게 올린 문집. 황제에게 올린 표와 장, 황소를 꾸짖은 격문, 여러 절도사에게 보낸 편지, 부하에게 내린 위곡과 거첩, 도교 재사와 불교 재문, 제문, 성도 나성과 안남 그림에 붙인 기, 그리고 고변에게 올린 계와 시까지 366편이 실려 있다. 「신은 신라 사람입니다」로 시작하는 첫 계와 「천하 사람이 너를 죽이려 할 뿐 아니라 땅속 귀신도 너를 베기로 의논하였다」는 토황소격문이 여기 있고, 마지막 권은 열두 살에 떠난 고향으로 돌아가는 뱃길에서 지은 시다. 지금 전하는 한국인의 문집 가운데 가장 오래된 것으로, 1834년 홍석주와 서유구가 활자로 찍으며 「우리 동방 문장의 근본이요 시작」이라 하였다. 그 두 서문도 함께 옮겼다.

1염철 이권을 내놓고 시중을 받다

臣某言。臣伏奉去年十一月十一日恩制。加授臣侍中。依前淮南節度使階。勳封並如故。仍加食實封一百戶者。有命自天。處身無地。感深以泣。寵極而驚。臣誠抃誠懼。頓首頓首。伏以黜陟分科。聖君至敎。行藏守道。達士良規。慮受爵以斯亡。在持盈而不殆。臣自提榷筦。便遇兵戈。郡邑爲征戰之場。山海足逋逃之藪。旣難聚利。莫遂成功。況乃權有他門。刃無餘地。動見越庖代俎。無非避柱觸楹。遂虧漕輓之程。僅壞銅鹽之法。伏蒙皇帝陛下俯詳直道。不寘嚴誅。選用良才。改移重務。而乃察臣在公之節。念臣戀主之誠。重委將壇。更增封邑。恕乏一時之秀。許攀七葉之榮。唯慮慙卿。或譏竊位。然臣今所以自賀者。三朝獨立。七鎭榮遷。每當拜爵王庭。不省謝恩私室。以玆勵己。永免愧人。謹當激發壯圖。殲夷窮寇。粗息四方之患。仰寬萬乘之憂。臣限守藩條。不獲稱謝行在。感恩戰灼屛營之至。謹奉表陳謝以聞。臣某誠慙誠懼。頓首頓首謹言。

신 아무개는 아룁니다. 신이 지난해 십일월 십일일 은혜로운 제서를 삼가 받드니 신에게 시중을 더해 제수하고 예전대로 회남절도사이며 품계와 훈봉은 다 그대로 두고 이어 식실봉 백 호를 더하셨습니다. 하늘에서 명이 있으니 몸 둘 곳이 없어 감격이 깊어 울고 총애가 지극하여 놀랍니다. 신은 참으로 손뼉 치고 참으로 두려워 머리를 조아리고 조아립니다. 엎드려 생각하건대 내치고 올리는 것을 나누는 것은 성군의 지극한 가르침이요, 나아가고 숨는 데 도를 지키는 것은 통달한 선비의 좋은 법도입니다. 작위를 받고서 이로써 망할까 염려하니 가득 참을 지켜 위태롭지 않는 데 있습니다. 신은 각관을 맡은 뒤로 곧 병란을 만나 군읍은 싸움터가 되고 산과 바다는 도망꾼의 소굴이 되기에 넉넉하니, 이미 이익을 모으기 어렵고 공을 이루지 못하였습니다. 하물며 권세는 다른 문에 있고 칼날은 남은 땅이 없어, 움직이면 부엌을 넘고 도마를 대신한다는 말을 듣고 기둥을 피하다 기둥에 부딪히지 않음이 없어 마침내 조운의 길을 이지러뜨리고 겨우 구리와 소금의 법을 무너뜨렸습니다. 황제 폐하께서 곧은 도를 굽어 살피시어 엄한 주벌을 두지 않으시고 좋은 재목을 뽑아 무거운 사무를 옮기시고, 이에 신이 공무에 임하는 절개를 살피시고 신이 임금을 그리는 정성을 생각하시어 장수의 단에 거듭 맡기시고 다시 봉읍을 더하시어, 한때의 빼어남이 모자란 것을 용서하시고 일곱 대의 영광에 오르기를 허락하셨습니다. 오직 경(卿)에 부끄러워 혹 자리를 훔쳤다고 비난받을까 염려합니다. 그러나 신이 지금 스스로 하례하는 까닭은 세 조정에 홀로 서고 일곱 진에 영광스레 옮기며 늘 왕정에서 작위를 절하고 사실에서 은혜를 사례한 적이 없으니, 이로써 자신을 힘써 길이 남에게 부끄러움을 면하는 것입니다. 삼가 마땅히 장한 계획을 떨쳐 궁한 도적을 섬멸하여 사방의 근심을 조금 그치게 하고 만승의 걱정을 우러러 덜 것입니다. 신은 번진의 직분에 매여 행재소에서 사례하지 못하니 은혜에 감격하고 두려워하는 지극함을 이기지 못하겠습니다. 삼가 표를 받들어 사례하여 아뢰니, 신 아무개는 참으로 부끄럽고 참으로 두려워 머리를 조아리고 조아립니다. 삼가 아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