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벼슬을 사양하고 치사를 청하는 표讓官請致仕表

계원필경집 桂苑筆耕集 · 최치원(崔致遠) · 886년 (당 중화 6·신라 헌강왕 12) · 단락 1 · 한자 972자 · 낭독 3.9분

「계원필경집」 권2 표 「벼슬을 사양하고 치사를 청하는 표」의 한문 원문과 우리말 번역을 단락마다 나란히 실었습니다. 최치원이 당나라 회남절도사 고변의 막부에서 네 해 동안 쓴 글 가운데 스스로 골라 스무 권으로 엮어 886년 신라 헌강왕에게 올린 문집. 황제에게 올린 표와 장, 황소를 꾸짖은 격문, 여러 절도사에게 보낸 편지, 부하에게 내린 위곡과 거첩, 도교 재사와 불교 재문, 제문, 성도 나성과 안남 그림에 붙인 기, 그리고 고변에게 올린 계와 시까지 366편이 실려 있다. 「신은 신라 사람입니다」로 시작하는 첫 계와 「천하 사람이 너를 죽이려 할 뿐 아니라 땅속 귀신도 너를 베기로 의논하였다」는 토황소격문이 여기 있고, 마지막 권은 열두 살에 떠난 고향으로 돌아가는 뱃길에서 지은 시다. 지금 전하는 한국인의 문집 가운데 가장 오래된 것으로, 1834년 홍석주와 서유구가 활자로 찍으며 「우리 동방 문장의 근본이요 시작」이라 하였다. 그 두 서문도 함께 옮겼다.

1늙고 병들었으니 물러나게 하소서

臣言。臣伏以聖君御宇。必先塞彼倖門。良士省躬。唯慮妨其賢路。苟速官謗。是辜主恩。況臣關中無定難之勳。閫外乏分憂之效。強欲晏安寵祿。其如玷浼刑章。永言量力而行。固在奉身以退。旣知無隱。寧避有辭。臣某誠慙誠懼。頓首頓首。臣少勵琢磨。晩師擒縱。不以一經介意。粗於三略留心。願紹家勳。免虧堂構。先皇帝念臣孤直。試以諸難。出分大將之威權。坐受上卿之爵秩。故得內稟聿修之訓。外伸式遏之能。北掃虜庭。則胡雛不敢南牧。南淸獠海。則蠻諜無由北窺。及覲彤墀暫司。緹騎俄屬。齊郊聚孼。鉅野興師。臣也不才。謬膺斯任。伏遇皇帝陛下纂臨宸極。警諭戎藩。擧旌鉞以分勞。聽鼓鼙而軫念。謂臣有戢兵之奇略。察臣立降寇之微勞。遂令位假中台。名編外相。夢想旣通於鳳沼。威稜益峻於龍旌。其後瀘水波驚。蜀山霧暗。久念雕題之患。遍流黔首之災。又蒙命臣曰兪。爲帥於彼。爰遵薄伐。得解倒懸。豈敢貪天之功。願銘鍾鼎。祗能因地之利。別建溝隍。伏蒙陛下俯獎忠誠。特行懋賞。開國授周司徒之貴。立家紹漢丞相之榮。臣此時早誡持盈。輒思請老。必願告休錦里。退隱羅浮。不料隴上耕夫。盡解揭竿斬木。草間惡子。競謀蟻聚蜂飛。當荊門失守之時。乃楚塞宿兵之際。忝趨戎旆。兼綰牢盆。僶俛而未能報恩。驅馳而何敢言病。或猰㺄磨牙於原野。或鯨鯢噴毒於江湖。尋提招討之權。來撫句吳之俗。遠憑睿略。深挫群兇。洎解印海門。建牙淮甸。上將軍之劇任。首冠列藩。大司馬之雄資。先沾宥禮。揣頂踵而偏濡雨露。扼咽喉而莫效涓埃。且自黃寇憑陵。翠華巡狩。仰天戮力。竊嘗服王導之言。終日痛心。何止灑袁安之淚。及至成軍已出。又緣奉詔却廻。行藏雖順於綸詞。進退實慙於物論。遂見時溥興北林戎役。周寶致南隣責言。玉每慮於俱焚。金亦憂於衆鑠。幸蒙陛下涵之以海量。炤之以天光。如見肺腸。得保首領。然臣也先軫以直言逞志。曹植以深過責躬。則二年忝都統之名。不能誅奸戮暴。四載主銅鹽之務。不能富國贍軍。是以。兵權則屢見改移。利柄則變爲分割。凡此辱君之命。莫非職臣之由。臣猶自知。況在陛下。擢髮而旣難數罪。乞骸而唯願辭榮。今者大憝奔赴。上京克復。氛祲卽當殄滅。寰區永見廓淸。臣有忝登壇。無能報國。行當期齒。居亦胡顔。兼以頃鎭蠻陬。久棲瘴嶺。蒙犯其妖烟毒霧。剗除其封豕長蛇。當年而靡憚勤劬。晩歲而皆成疾疹。不將筋力爲禮。旣載前經。苟或身心自讎。難逃後患。雖思強飯。實愧素餐。廣陵爲楚澤上游。醝府乃漢朝大任。以臣衰老。當此重難。必恐終無所成。遂希不可則止。伏惟皇帝陛下知人爲哲。多士以寧。選英才而代處是邦。俾微臣而退居散地。鬪於菟之逃富。固是忠貞。王內史之辭官。誠非矯飾。幸遇舜風無外。漢日再中。陛下旣已除旰食之憂。微臣亦希免夜行不息。臣無任望恩戀聖懇迫兢灼之至。謹奉表陳請以聞。臣某誠感誠懼。頓首頓首謹言。

신은 아룁니다. 신이 엎드려 생각하건대 성군이 천하를 다스릴 때 반드시 먼저 저 요행의 문을 막고, 좋은 선비가 몸을 살필 때 오직 어진 이의 길을 막을까 염려합니다. 만약 벼슬의 비방을 부르면 이는 임금의 은혜를 저버리는 것입니다. 하물며 신은 관중에서 어려움을 평정한 공훈이 없고 곤외에서 근심을 나눈 효험이 모자라니, 억지로 총애와 녹에 편안하려 하면 형법을 더럽힘을 어찌하겠습니까. 길이 힘을 헤아려 행함을 말하니 참으로 몸을 받들어 물러나는 데 있습니다. 이미 숨김이 없음을 아니 어찌 말 있음을 피하겠습니까. 신 아무개는 참으로 부끄럽고 참으로 두려워 머리를 조아리고 조아립니다. 신은 젊어서 갈고 닦기를 힘쓰고 늦게 잡고 놓는 법을 배워 한 경서를 마음에 두지 않고 대략 삼략에 마음을 두어 집안의 공훈을 이어 집을 짓는 일을 이지러뜨리지 않기를 바랐습니다. 선황제께서 신의 외롭고 곧음을 생각하시어 여러 어려움으로 시험하시니, 나가서는 대장의 위엄과 권세를 나누고 앉아서는 상경의 작위를 받았습니다. 그러므로 안으로 닦으라는 가르침을 받고 밖으로 막아 내는 능력을 펴, 북으로 오랑캐 뜰을 쓸어 되놈 새끼가 감히 남쪽에서 방목하지 못하고 남으로 요해를 맑혀 만족의 첩자가 북쪽을 엿볼 길이 없었습니다. 붉은 섬돌에 뵙고 잠시 맡은 뒤 붉은 기병이 갑자기 딸리고 제의 교외에 재앙의 무리이 모여 거야에서 군사를 일으키니, 신이 재주 없이 그릇되게 이 임무를 받았습니다. 황제 폐하께서 황극에 오르시어 융번을 경계하여 타이르시고 정과 부월을 들어 수고를 나누시고 북소리를 들으면 염려하시어, 신에게 군사를 거두는 기이한 계략이 있다 하시고 신이 도적을 항복시킨 작은 수고를 살피시어 마침내 자리를 중태에 빌리고 이름을 외상에 엮게 하시니, 꿈은 이미 봉황 못에 통하고 위엄은 용 깃발에 더욱 높았습니다. 그 뒤 노수의 물결이 놀라고 촉산의 안개가 어두워 오래 이마에 새긴 자들의 근심을 생각하고 두루 백성의 재앙이 흐르니, 또 신에게 「그렇다」 하시며 저기서 장수가 되게 하시어 이에 정벌을 따라 거꾸로 매달린 것을 풀 수 있었습니다. 어찌 감히 하늘의 공을 탐하여 종정에 새기기를 바라겠습니까. 다만 땅의 이로움으로 따로 해자를 세울 수 있었을 뿐입니다. 폐하께서 충성을 굽어 장려하시고 특별히 두터운 상을 행하시어 개국하여 주나라 사도의 귀함을 주시고 집을 세워 한나라 승상의 영광을 잇게 하셨습니다. 신은 이때 일찍이 가득 참을 지니는 것을 경계하여 문득 늙기를 청할 것을 생각하여 반드시 금리에서 물러나 나부에 은거하기를 바랐는데, 농상의 농부가 다 장대를 들고 나무를 베며 풀숲의 악한 자식이 다투어 개미처럼 모이고 벌처럼 날 줄 헤아리지 못하였습니다. 형문이 지켜지지 않을 때요 초새에 군사가 머물 즈음이라 외람되이 군기를 좇으며 겸하여 소금 가마를 맡았으니, 힘쓰고도 은혜를 갚지 못하고 달리면서 어찌 감히 병을 말하였겠습니까. 혹 알유가 들판에서 이를 갈고 혹 고래가 강호에서 독을 뿜으니, 곧 초토의 권한을 잡고 구오의 풍속을 어루만지러 와서 멀리 성상의 지략에 기대어 뭇 흉악을 깊이 꺾었습니다. 해문에서 인끈을 풀고 회전에 대장기를 세움에 이르러 상장군의 무거운 임무는 여러 번의 으뜸이요 대사마의 웅장한 바탕은 먼저 너그러운 예를 입었으니, 머리끝에서 발끝까지 헤아려도 치우치게 비와 이슬에 젖고 목구멍을 잡고도 티끌만 한 보답이 없습니다. 또 황소가 능멸하고 취화가 순수하신 뒤로 하늘을 우러러 힘을 다하여 가만히 왕도의 말을 마음에 새기고 종일 마음 아파하니 어찌 원안의 눈물을 뿌리는 데 그치겠습니까. 군사가 이루어져 이미 나갔다가 다시 조서를 받들어 돌아오니 나아가고 숨는 것이 비록 윤음에 순하나 진퇴는 실로 물론에 부끄럽습니다. 마침내 시부가 북림에서 군역을 일으키고 주보가 남쪽 이웃에서 책망하는 말을 하니, 옥은 늘 함께 탈까 염려하고 금도 여럿이 녹일까 걱정합니다. 다행히 폐하께서 바다 같은 도량으로 품으시고 하늘 빛으로 비추시어 폐부를 보시는 듯하여 목을 보전하였습니다. 그러나 신은 선진이 곧은 말로 뜻을 펴고 조식이 깊은 허물로 자신을 책하였으니, 두 해 도통의 이름을 외람되이 받고도 간악을 베고 사나움을 죽이지 못하였고 네 해 구리와 소금의 사무를 맡고도 나라를 부유하게 하고 군사를 넉넉히 하지 못하였습니다. 그러므로 병권은 여러 번 바뀌고 이권은 나누어 쪼개졌으니, 이렇게 임금의 명을 욕되게 한 것은 신의 탓 아님이 없습니다. 신도 오히려 스스로 아는데 하물며 폐하께서겠습니까. 머리털을 뽑아도 이미 죄를 헤아리기 어려우니 해골을 빌어 오직 영광을 사양하기 바랍니다. 이제 큰 악이 달아나고 상경이 회복되어 요망한 기운이 곧 없어지고 온 누리가 길이 맑아질 것입니다. 신은 외람되이 단에 올라 나라에 보답하지 못하였으니 마땅히 나이를 기약할 것이요 머무른들 무슨 낯이겠습니까. 게다가 지난날 만이의 모퉁이를 지키며 오래 장령에 머물러 그 요망한 연기와 독한 안개를 무릅쓰고 그 큰 돼지와 긴 뱀을 깎아 없애느라 당년에는 부지런함을 꺼리지 않았으나 늙어서는 다 병이 되었습니다. 근력으로 예를 삼지 않는다는 것은 이미 옛 경전에 실렸으니, 만약 몸과 마음이 스스로 원수가 되면 뒷근심을 벗어나기 어렵습니다. 비록 억지로 밥 먹기를 생각하나 실로 헛되이 먹는 것이 부끄럽습니다. 광릉은 초택의 상류요 소금 관부는 한나라 조정의 큰 임무이니, 신의 쇠하고 늙음으로 이 무겁고 어려운 것을 당하면 반드시 끝내 이루는 바가 없을까 두려워 마침내 「할 수 없으면 그친다」는 것을 바랍니다. 엎드려 생각하건대 황제 폐하께서는 사람을 아는 것을 명철로 삼고 많은 선비로 편안하시니, 영재를 뽑아 이 고을에 대신 두시고 미천한 신은 한가한 자리로 물러나게 하소서. 투오도가 부를 피한 것은 참으로 충정이요 왕내사가 벼슬을 사양한 것은 참으로 꾸밈이 아닙니다. 다행히 순임금의 바람이 바깥이 없고 한나라 해가 다시 가운데 오는 때를 만났으니, 폐하께서 이미 늦게 드시는 근심을 없애셨으니 미천한 신도 밤길에 쉬지 못하는 것을 면하기 바랍니다. 신은 은혜를 바라고 성상을 그리며 간절히 다급하고 두려워 애타는 지극함을 이기지 못하겠습니다. 삼가 표를 받들어 청하여 아뢰니, 신 아무개는 참으로 감격하고 참으로 두려워 머리를 조아리고 조아립니다. 삼가 아룁니다.

협주 1

孼

원문 孼 — 재앙, 못된 무리. 이 책에서는 「재앙의 무리」로 옮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