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글 › 계원필경집 › 권5 주장

황소 휘하의 적장 성령괴를 꾀어 항복시킨 것을 아뢰는 장奏誘降黃巢下賊將成令瓌狀

계원필경집 桂苑筆耕集 · 최치원(崔致遠) · 886년 (당 중화 6·신라 헌강왕 12) · 단락 2 · 한자 435자 · 낭독 1.7분

「계원필경집」 권5 주장 「황소 휘하의 적장 성령괴를 꾀어 항복시킨 것을 아뢰는 장」의 한문 원문과 우리말 번역을 단락마다 나란히 실었습니다. 최치원이 당나라 회남절도사 고변의 막부에서 네 해 동안 쓴 글 가운데 스스로 골라 스무 권으로 엮어 886년 신라 헌강왕에게 올린 문집. 황제에게 올린 표와 장, 황소를 꾸짖은 격문, 여러 절도사에게 보낸 편지, 부하에게 내린 위곡과 거첩, 도교 재사와 불교 재문, 제문, 성도 나성과 안남 그림에 붙인 기, 그리고 고변에게 올린 계와 시까지 366편이 실려 있다. 「신은 신라 사람입니다」로 시작하는 첫 계와 「천하 사람이 너를 죽이려 할 뿐 아니라 땅속 귀신도 너를 베기로 의논하였다」는 토황소격문이 여기 있고, 마지막 권은 열두 살에 떠난 고향으로 돌아가는 뱃길에서 지은 시다. 지금 전하는 한국인의 문집 가운데 가장 오래된 것으로, 1834년 홍석주와 서유구가 활자로 찍으며 「우리 동방 문장의 근본이요 시작」이라 하였다. 그 두 서문도 함께 옮겼다.

1성령괴의 무리 사만과 기병 칠천

草賊黃巢下擘隊賊將成令瑰徒伴四萬人馬軍七千騎

초적 황소 휘하에서 대열을 갈라 나온 적장 성령괴, 무리 사만 명, 마군 칠천 기.

2자 한 장 글로 사만 명을 돌리다

右件賊徒。元受黃巢指使。占據潼關。尋自擘隊奔逃。所在燒劫。就中蘄黃管內最甚傷殘。臣伏以肅齊王者之師。必期無戰。遵奉聖君之德。可恕有瑕。暫緩討除。先加告諭。臣昨者專差押衙丁。威齎委曲。深入招誘。果願歸降。兼乞委任郡符。展效忠節。其成令瑰。臣當時補充軍前押衙兼給功名檢校國子祭酒兼御史中丞官告一通。權知楚州軍州事。以今月二十三日。部領手下兵士。到楚州倒戈訖。伏緣楚州與徐州。漣水對岸。今春曾被寇戎。驟來攻劫。雖頻討逐。未盡誅擒。況漣水賊徒。久蓄姦謀。潛行偵諜。常排戰艦。欺視孤城。再欲奔衝。終爲患害。臣以此特將此郡。權授令瑰。旣能投信義而來。必得破頑兇之窟。臣久臨戎事。素習軍謀。以爲先則惠而後則誅。兵家所貴。遠者懷而近者悅。帝道方興。上窺含垢之恩。下察慕羶之志。不勞寸刃。唯假尺書。成令瑰遂革野心。能從天意。叛徒四萬。盡爲樂業之齊人。精騎七千。皆作輸忠之烈士。旣當恕罪。倍見感恩。蜂飛之小寇旋銷。蝟結之元兇可殄。斯乃陛下祝除三網。舞耀兩階。信旣洽於豚魚。化能移於梟獍。善師不陣。敢矜止殺之權。至道無私。但仰好生之德。其成令瑰下願在軍門及放散人數。請續具申奏。謹錄奏聞。謹奏。

위 적도는 본디 황소의 지시를 받아 동관을 점거하였다가 곧 대열을 갈라 도망하여 가는 곳마다 불사르고 겁탈하니, 그중 기주·황주 관내가 가장 심하게 상하였습니다. 신이 엎드려 생각하건대 왕자의 군사를 엄숙히 함은 반드시 싸움 없음을 기약하고 성군의 덕을 받들어 따름은 흠 있는 이를 용서할 만하니, 잠시 토벌을 늦추고 먼저 고하여 타일렀습니다. 신이 지난번 압아 정위를 특별히 보내 위곡을 지니고 깊이 들어가 불러 꾀니 과연 귀항하기를 원하고 겸하여 군부를 맡겨 충절을 펴기를 빌었습니다. 그 성령괴를 신이 당시 군전 압아에 보충하고 겸하여 공명 검교국자좨주 겸 어사중승 관고 한 통을 주어 권지초주군주사로 삼았더니, 이달 이십삼일 수하 병사를 거느리고 초주에 이르러 창을 거꾸로 잡았습니다. 초주는 서주와 연수를 사이에 두고 마주한 언덕이라 올봄 일찍이 도적이 갑자기 와서 치고 겁탈하니 비록 자주 쫓았으나 다 베고 잡지 못하였고, 하물며 연수의 적도는 오래 간악한 꾀를 쌓아 몰래 정탐하며 늘 전함을 벌여 외로운 성을 업신여겨 다시 달려들려 하니 끝내 근심거리가 될 것입니다. 신은 그러므로 특별히 이 고을을 임시로 영괴에게 주었으니, 이미 신의를 던져 왔으니 반드시 완흉한 소굴을 깨뜨릴 것입니다. 신은 오래 군사에 임하여 본디 군모를 익혔으니 먼저 은혜를 베풀고 뒤에 베는 것은 병가가 귀히 여기는 바요, 먼 자가 그리워하고 가까운 자가 기뻐하는 것은 제도가 바야흐로 일어나는 것이라 여깁니다. 위로 허물을 품는 은혜를 엿보고 아래로 누린내를 흠모하는 뜻을 살펴 한 치 칼날을 수고롭게 하지 않고 오직 자 한 장 글을 빌렸을 뿐인데, 성령괴는 마침내 들짐승 마음을 고쳐 하늘의 뜻을 따라 반란한 무리 사만이 다 생업을 즐기는 백성이 되고 정예 기병 칠천이 다 충성을 바치는 열사가 되었습니다. 이미 죄를 용서하니 갑절 은혜에 감격함을 보여, 벌처럼 날던 작은 도적이 곧 스러지고 고슴도치처럼 뭉친 원흉을 없앨 수 있습니다. 이는 곧 폐하께서 세 그물을 축원하여 없애고 두 섬돌에서 춤을 빛내시어 신의가 이미 돼지와 물고기에 흡족하고 교화가 어미도 잡아먹는 흉악한 무리까지 돌려세울 수 있어서이니, 잘 부리는 이는 진 치지 않으므로 감히 죽임을 그치는 권도를 자랑하겠으며 지극한 도는 사사로움이 없으니 다만 생명을 아끼는 덕을 우러를 뿐입니다. 그 성령괴 아래 군문에 있기를 원하는 이와 놓아 보낸 사람 수는 이어 갖추어 아뢰기를 청합니다. 삼가 적어 아뢰니, 삼가 아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