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활주 왕 영공에게滑州王令公

계원필경집 桂苑筆耕集 · 최치원(崔致遠) · 886년 (당 중화 6·신라 헌강왕 12) · 단락 1 · 한자 182자 · 낭독 0.7분

「계원필경집」 권8 별지 「활주 왕 영공에게」의 한문 원문과 우리말 번역을 단락마다 나란히 실었습니다. 최치원이 당나라 회남절도사 고변의 막부에서 네 해 동안 쓴 글 가운데 스스로 골라 스무 권으로 엮어 886년 신라 헌강왕에게 올린 문집. 황제에게 올린 표와 장, 황소를 꾸짖은 격문, 여러 절도사에게 보낸 편지, 부하에게 내린 위곡과 거첩, 도교 재사와 불교 재문, 제문, 성도 나성과 안남 그림에 붙인 기, 그리고 고변에게 올린 계와 시까지 366편이 실려 있다. 「신은 신라 사람입니다」로 시작하는 첫 계와 「천하 사람이 너를 죽이려 할 뿐 아니라 땅속 귀신도 너를 베기로 의논하였다」는 토황소격문이 여기 있고, 마지막 권은 열두 살에 떠난 고향으로 돌아가는 뱃길에서 지은 시다. 지금 전하는 한국인의 문집 가운데 가장 오래된 것으로, 1834년 홍석주와 서유구가 활자로 찍으며 「우리 동방 문장의 근본이요 시작」이라 하였다. 그 두 서문도 함께 옮겼다.

1새 벼슬을 받은 것을 부끄러워하며

某蒙恩忝官。不任感懼。某粗傳堂構。謬荷國恩。然而術略素貧。勳勞甚淺。早分相印。累陟師壇。每遇福過災生。蓋爲材微任重。一自四郊多壘。萬乘蒙塵。未施毫髮之功。深負咽喉之寄。羊皮狐腋。空思趙簡子之言。瓦釜黃鍾。寧免楚大夫之歎。旣難展用。唯願退閑。方欲瀝血拜章。奉身請老。豈料更隨衆例。亦忝殊榮。遽登常伯之高資。復益實封之異寵。伐檀可懼。橫草何申。伏緣遞路不通。制書未到。先垂榮問。過辱獎詞。旣聆天上之音。不愧月中之夢。末由陳謝。但切兢惶云云。

제가 은혜를 입어 외람되이 벼슬을 받으니 감격과 두려움을 이기지 못하겠습니다. 저는 대략 가업을 전하고 그릇되게 나라 은혜를 입었으나 술략은 본디 가난하고 훈로는 매우 얕은데 일찍이 재상 인을 나누어 받고 거듭 장단에 올라, 늘 복이 지나쳐 재앙이 생기는 것을 만난 것은 대개 재목이 작고 임무가 무거워서입니다. 사교에 보루가 많고 만승이 티끌을 무릅쓴 뒤로 털끝만 한 공도 베풀지 못하고 목구멍 같은 부탁을 깊이 저버렸으니, 양가죽과 여우 겨드랑이라 부질없이 조간자의 말을 생각하고 질그릇 솥과 황종이라 어찌 초 대부의 탄식을 면하겠습니까. 이미 펴 쓰이기 어려우니 오직 물러나 한가하기를 바라 바야흐로 피를 뿌리며 장을 올려 몸을 받들어 늙기를 청하려 하였는데, 어찌 다시 뭇 예를 따라 또한 특별한 영광을 외람되이 받아 갑자기 상백의 높은 자리에 오르고 다시 실봉의 남다른 총애를 더할 줄 헤아렸겠습니까. 벌단이 두려운데 풀을 눕히는 공을 무엇으로 펴겠습니까. 역로가 통하지 않아 제서가 아직 이르지 않았는데 먼저 영광스러운 문안을 내리시고 지나치게 장려하는 말씀을 욕되이 하시니, 이미 하늘 위의 소리를 들으니 달 속의 꿈에 부끄럽지 않습니다. 사례를 아뢸 길이 없으니 다만 두려움이 간절합니다. 운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