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글 › 계원필경집 › 권8 별지

용주 배현 상서에게龍州裵峴尙書

계원필경집 桂苑筆耕集 · 최치원(崔致遠) · 886년 (당 중화 6·신라 헌강왕 12) · 단락 1 · 한자 139자 · 낭독 0.6분

「계원필경집」 권8 별지 「용주 배현 상서에게」의 한문 원문과 우리말 번역을 단락마다 나란히 실었습니다. 최치원이 당나라 회남절도사 고변의 막부에서 네 해 동안 쓴 글 가운데 스스로 골라 스무 권으로 엮어 886년 신라 헌강왕에게 올린 문집. 황제에게 올린 표와 장, 황소를 꾸짖은 격문, 여러 절도사에게 보낸 편지, 부하에게 내린 위곡과 거첩, 도교 재사와 불교 재문, 제문, 성도 나성과 안남 그림에 붙인 기, 그리고 고변에게 올린 계와 시까지 366편이 실려 있다. 「신은 신라 사람입니다」로 시작하는 첫 계와 「천하 사람이 너를 죽이려 할 뿐 아니라 땅속 귀신도 너를 베기로 의논하였다」는 토황소격문이 여기 있고, 마지막 권은 열두 살에 떠난 고향으로 돌아가는 뱃길에서 지은 시다. 지금 전하는 한국인의 문집 가운데 가장 오래된 것으로, 1834년 홍석주와 서유구가 활자로 찍으며 「우리 동방 문장의 근본이요 시작」이라 하였다. 그 두 서문도 함께 옮겼다.

1위태로운 때 잠시 낮은 자리에 있는 이에게

遠勞專介。特枉華緘。發函睹不滅之蹤。滿愊示相憂之旨。其於佩惠。何以寄言。且國步猶艱。天心難測。忠直者韜聲戢影。姦邪者鼓舌簸脣。彼旣一時。此須三黜。唯當竭節。豈足興言。尙書偶値危時。暫淹雅望。將期歷試無限。卑栖寵辱若驚。周柱史非無意也。行藏自保。魯司寇有是言乎。多謝故人。勉報聖主。分憂救瘼。爲政非輕。志操不虧。恩榮斯在。伏惟諒察云云。

멀리 전인을 수고롭게 하여 특별히 화려한 편지를 보내시니 봉함을 열어 없어지지 않는 자취를 보고 가득한 마음으로 서로 근심하는 뜻을 보이셨습니다. 그 은혜를 마음에 참에 무엇으로 말을 부치겠습니까. 또 나라의 걸음이 아직 어렵고 하늘 마음은 헤아리기 어려워 충직한 이는 소리를 감추고 그림자를 거두며 간사한 이는 혀를 놀리고 입술을 까부니, 저들은 이미 한때요 이쪽은 모름지기 세 번 내쳐질 것이니 오직 절개를 다할 뿐 어찌 말할 것이 있겠습니까. 상서께서는 우연히 위태로운 때를 만나 잠시 아망을 머물게 하시나 장차 두루 시험함에 한이 없기를 기약하시니, 낮게 깃들어도 총애와 욕됨에 놀란 듯함은 주나라 주하사가 뜻이 없었던 것이 아니요, 나아가고 숨음을 스스로 보전함은 노나라 사구에게 이런 말이 있었습니다. 옛 친구에게 깊이 사례하며 힘써 성주께 보답하시니, 근심을 나누고 병폐를 구하는 정사가 가볍지 않고 지조가 이지러지지 않으니 은영이 여기 있습니다. 엎드려 생각하건대 헤아려 살펴 주소서. 운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