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글 › 계원필경집 › 권11 격서

제도에 군병 징집을 알리는 글告報諸道徵會軍兵書

계원필경집 桂苑筆耕集 · 최치원(崔致遠) · 886년 (당 중화 6·신라 헌강왕 12) · 단락 1 · 한자 649자 · 낭독 2.6분

「계원필경집」 권11 격서 「제도에 군병 징집을 알리는 글」의 한문 원문과 우리말 번역을 단락마다 나란히 실었습니다. 최치원이 당나라 회남절도사 고변의 막부에서 네 해 동안 쓴 글 가운데 스스로 골라 스무 권으로 엮어 886년 신라 헌강왕에게 올린 문집. 황제에게 올린 표와 장, 황소를 꾸짖은 격문, 여러 절도사에게 보낸 편지, 부하에게 내린 위곡과 거첩, 도교 재사와 불교 재문, 제문, 성도 나성과 안남 그림에 붙인 기, 그리고 고변에게 올린 계와 시까지 366편이 실려 있다. 「신은 신라 사람입니다」로 시작하는 첫 계와 「천하 사람이 너를 죽이려 할 뿐 아니라 땅속 귀신도 너를 베기로 의논하였다」는 토황소격문이 여기 있고, 마지막 권은 열두 살에 떠난 고향으로 돌아가는 뱃길에서 지은 시다. 지금 전하는 한국인의 문집 가운데 가장 오래된 것으로, 1834년 홍석주와 서유구가 활자로 찍으며 「우리 동방 문장의 근본이요 시작」이라 하였다. 그 두 서문도 함께 옮겼다.

1이달 십팔일 본진을 떠나 변로로 간다

中和二年五月十二日。具銜某。謹告某州府節度使。逆賊黃巢。自亂天常。亟移星律。縱使擢其賈髮。詰罪難窮。未能舂彼狄喉。稔奸斯極。神誅可俟。鬼怪何憑。而敢鴟張鳳城。熊據龍闕。至於五尺童子。猶欲請纓。況在四方諸侯。忍爲投袂。偶屬朝廷密施。廣畫先倚甸侯。不勞十道徵驅。必謂一麾蕩定。豈料軍令雖殊於兒戲。將名莫驗於童謠。未暇搴旗。旋聆反旆。遂使犬猶狂吠。猿不驚號。徒招翫寇之譏。孰擅弭兵之譽。聖上暫飛日馭。親省風謠。蔭暍行恩。睿慮則雖勞罪己。慕羶結望。群情則却怨後予。然而自幸龜城。久停鑾輅。秦雲遠隔。蜀柳再芳。每興霜露之懷。聖情可想。未滅煙塵之患。臣節何安。某去年羽檄先馳。牙璋後擧。唱義聲於遐邇。養勇氣於偏裨。於是。廣徵陶侃之船。久握辛毗之鉞。畫鷁齊飛於雪浪。檣烏高轉於煙空。必欲帆張曉風。旗寢夜月。纔離楚岸。便到漢江。直驅背水之師。永破滔天之孼。而乃未施豹略。頻降鳳書。已知諸道進軍。不許遠藩離任。詔旨云。爲朕全吳越之地。遣朕無東西之憂。是以。再閱綸音。遂回組甲。蓋乃仰遵帝命。固非敢緩師期。今則萬里專征。誰能奮翼。三年縱敵。尙許磨牙。賊巢雖戲鼎中。已居机上。搖尾狗子。輒曾發狂。斷頭將軍。難可釋怒。某幸忝握兵之要。固當仗義而行。近奉詔條。遍徵戎旅。一呼巡屬。四集驍雄。不唯被練三千。實有控弦十萬。已取今月十八日。部領兵士。發離本鎭。必得直趨汴道。徑入潼關。立剗梟巢。去迎鑾駕。引舜風之無外。覩漢日之再中。況都統王令公暗運智機。別操戎柄。已提勁卒。卽展奇功。足可相應軍謀。共興王略。諸道自從賊盛。皆峻官榮。尸爲食土之毛。盡思效命。矧乃荷天之寵。豈合安身。且大丈夫之在世也。壯氣難伸。良時易失。苟或美事讓他人之手。殊恩負聖主之心。則莫測肺肝。何施面目。固應各勤訓練。同願誅鋤。瞻帝輦而魂飛。擁戎軒而眥裂。早看行色。勿懷兒女之悲。須把戰勳。永作子孫之福。謹告。

중화 이년 오월 십이일, 직함을 갖춘 아무개는 삼가 아무 주부 절도사에게 고한다. 역적 황소가 스스로 하늘의 떳떳함을 어지럽혀 급히 별의 율을 옮기니, 설령 그 머리털을 뽑아 세어도 죄를 다 헤아릴 수 없고 저 오랑캐 목구멍을 찧지 못하여 간악을 익힘이 이에 지극하니, 신의 주벌을 기다릴 만하고 귀신의 괴이함을 어찌 기대랴. 그런데 감히 봉성에서 올빼미처럼 벌리고 용궐에서 곰처럼 웅크리니 다섯 자 어린아이도 오히려 갓끈을 청하려 하는데 하물며 사방 제후가 차마 소매를 떨치지 않겠는가. 마침 조정이 비밀히 베풀어 널리 계획하며 먼저 관중의 제후에 기대어 십도의 징발을 수고롭게 하지 않고 반드시 한 번 휘둘러 평정하리라 하였는데, 어찌 군령이 비록 아이 장난과 다르나 장수 이름이 동요에 징험되지 못하여 깃발을 뽑을 겨를 없이 곧 돌아오는 깃발을 들을 줄 헤아렸으랴. 마침내 개는 오히려 미친 듯 짖고 원숭이는 놀라 울지 않게 하여 한갓 도적을 희롱한다는 비난만 부르니 누가 군사를 그치게 한 명예를 차지하랴. 성상께서 잠시 해의 수레를 날려 친히 풍요를 살피시며 더위에 그늘을 주어 은혜를 행하시니 성상의 염려는 비록 자신을 책하기에 수고로우나 누린내를 흠모하여 바람을 맺은 뭇 정은 도리어 「뒤에 오시는가」 원망한다. 그러나 귀성에 행차하신 뒤로 오래 난로를 멈추어 진의 구름이 멀리 막히고 촉의 버들이 다시 꽃피니, 늘 서리와 이슬의 회포를 일으키는 성상의 정을 생각할 만하고 아직 연진의 근심을 멸하지 못하였으니 신하의 절개가 어찌 편안하랴. 나는 지난해 우격을 먼저 달리고 아장을 뒤에 들어 의로운 소리를 원근에 외치고 용맹한 기운을 편비에 길러, 이에 도간의 배를 널리 징발하고 오래 신비의 부월을 잡아 그림 익새가 눈 물결에 나란히 날고 돛대 까마귀가 연기 하늘에 높이 돌아, 반드시 돛을 새벽바람에 펴고 깃발을 밤 달에 재워 겨우 초의 언덕을 떠나면 곧 한수에 이르러 배수의 군사를 곧장 몰아 하늘에 닿는 재앙의 무리을 길이 깨뜨리려 하였다. 그런데 병법을 베풀기도 전에 자주 봉황 글이 내려 이미 여러 도가 군사를 진격시킨 것을 아니 먼 번은 임지를 떠남을 허락하지 않는다 하고, 조지에 「짐을 위해 오월의 땅을 온전히 하여 짐에게 동서의 근심이 없게 하라」 하였다. 그러므로 다시 윤음을 살펴 마침내 갑옷 군사를 돌렸으니, 대개 황제의 명을 우러러 따른 것이지 참으로 감히 군기를 늦춘 것이 아니다. 이제 만 리를 정벌하는 데 누가 날개를 떨치며 세 해 적을 놓아두고 오히려 이를 갈도록 허락하니, 황소는 비록 솥 안에서 놀아도 이미 도마 위에 있고 꼬리 흔드는 개가 문득 미쳐 날뛴 적이 있으니 목 잘린 장군은 노여움을 풀기 어렵다. 나는 다행히 외람되이 병권의 요체를 잡았으니 참으로 의를 지켜 행함이 마땅하다. 근래 조서 조목을 받들어 두루 군사를 징발하여 한 번 순속을 부르니 사방에서 날래고 굳센 이가 모여 갑옷 입은 삼천뿐 아니라 실로 활 당기는 이 십만이 있다. 이미 이달 십팔일을 잡아 병사를 거느리고 본진을 떠나 반드시 곧장 변의 길로 달려 지름길로 동관에 들어가 단숨에 도적 소굴을 깎고 가서 난가를 맞아 순임금의 바람이 바깥이 없음을 끌어오고 한나라 해가 다시 가운데 오는 것을 볼 것이다. 하물며 도통 왕 영공께서 몰래 지기를 운용하고 따로 융병을 잡아 이미 굳센 군졸을 이끌고 곧 기이한 공을 펴시니 군모에 서로 응하여 함께 왕의 계략을 일으킬 만하다. 여러 도는 적이 성한 뒤로 다 벼슬 영광을 높여 주검이라도 땅의 소산을 먹는 자는 다 목숨 바칠 것을 생각하는데 하물며 하늘의 총애를 입고서 어찌 몸을 편안히 하는 것이 합당하랴. 또 대장부가 세상에 있음에 장한 기운은 펴기 어렵고 좋은 때는 잃기 쉬우니, 만약 아름다운 일을 남의 손에 양보하고 특별한 은혜에 성주의 마음을 저버리면 폐부를 헤아릴 수 없으니 무슨 면목을 베풀랴. 참으로 각기 훈련에 부지런하고 함께 베어 없애기를 원하여, 황제의 수레를 우러러 넋이 날고 융헌을 안고 눈초리가 찢어져야 한다. 일찍 행색을 보되 아녀자의 슬픔을 품지 말고 모름지기 전훈을 잡아 길이 자손의 복을 지으라. 삼가 고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