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글 › 계원필경집 › 권14 거첩

안재영에게 임회도를 맡기는 첩安再榮管臨淮都

계원필경집 桂苑筆耕集 · 최치원(崔致遠) · 886년 (당 중화 6·신라 헌강왕 12) · 단락 1 · 한자 191자 · 낭독 0.8분

「계원필경집」 권14 거첩 「안재영에게 임회도를 맡기는 첩」의 한문 원문과 우리말 번역을 단락마다 나란히 실었습니다. 최치원이 당나라 회남절도사 고변의 막부에서 네 해 동안 쓴 글 가운데 스스로 골라 스무 권으로 엮어 886년 신라 헌강왕에게 올린 문집. 황제에게 올린 표와 장, 황소를 꾸짖은 격문, 여러 절도사에게 보낸 편지, 부하에게 내린 위곡과 거첩, 도교 재사와 불교 재문, 제문, 성도 나성과 안남 그림에 붙인 기, 그리고 고변에게 올린 계와 시까지 366편이 실려 있다. 「신은 신라 사람입니다」로 시작하는 첫 계와 「천하 사람이 너를 죽이려 할 뿐 아니라 땅속 귀신도 너를 베기로 의논하였다」는 토황소격문이 여기 있고, 마지막 권은 열두 살에 떠난 고향으로 돌아가는 뱃길에서 지은 시다. 지금 전하는 한국인의 문집 가운데 가장 오래된 것으로, 1834년 홍석주와 서유구가 활자로 찍으며 「우리 동방 문장의 근본이요 시작」이라 하였다. 그 두 서문도 함께 옮겼다.

1늙은 곰이 길목에 누웠거늘 오소리 새끼가 어찌 지나랴

牒奉處分。西魏王羆。率衆拒寇。乃杖白梃。大呼而詬曰。老羆當道臥。䝔子那得過。敵見威勇。果自驚奔。則知猛將之名。能奪叛徒之魄。前件官。夙精韜略。歷試機謀。嘗犯重圍。決成獨戰。實可謂神出鬼沒。豈唯衒左旋右抽。今之武力雖衰。壯心益勵。臨事而猶能強飯。卽戎而寧欲素飡。蠢彼頑兇。騷然侵擾。雖徵衆旅。未建奇功。眷彼臨淮。處于要地。其在訓之以三令。激之以一呼。審詳於彼竭我盈。成就於先難後獲。老驥免嗟於伏櫪。無令駑馬爭先。秋鷹旣遂於下韝。勿使妖狐得便。事須差管臨淮都。

첩은 처분을 받든다. 서위의 왕비가 무리를 거느려 도적을 막을 때 흰 몽둥이를 짚고 크게 부르짖어 꾸짖기를 「늙은 곰이 길목에 누웠거늘 오소리 새끼가 어찌 지나랴」 하니 적이 위엄과 용맹을 보고 과연 스스로 놀라 달아났으니, 맹장의 이름이 반역 무리의 넋을 빼앗을 수 있음을 안다. 위 관원은 일찍부터 도략에 정통하고 기모를 두루 시험하여 일찍이 겹겹 포위를 범하여 홀로 싸워 결단하니 실로 신출귀몰이라 할 만하니 어찌 왼쪽으로 돌고 오른쪽으로 뽑는 것을 뽐낼 뿐이랴. 이제 무력은 비록 쇠하였으나 장한 마음은 더욱 힘써 일에 임해서는 아직도 밥을 든든히 먹고 군사에 나아가 어찌 헛되이 먹으려 하랴. 저 벌레 같은 완흉이 소란히 침노하니 비록 뭇 군사를 징발하였으나 아직 기이한 공을 세우지 못하였다. 저 임회를 돌아보면 요지에 처하였으니 그는 세 번 명령으로 훈련하고 한 번 부르짖음으로 격동시켜 저쪽이 다하고 우리가 가득함을 살피고 먼저 어려움을 겪고 뒤에 얻음을 이루라. 늙은 천리마가 마구간에 엎드려 탄식함을 면하고 둔한 말이 앞을 다투게 하지 말며, 가을 매가 이미 팔찌에서 내려갔으니 요망한 여우가 편의를 얻게 하지 말라. 일은 모름지기 임회도를 맡기도록 보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