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글 › 계원필경집 › 권16 제문

양마성을 쌓으며 토지신에게 제사하는 글築羊馬城祭土地文

계원필경집 桂苑筆耕集 · 최치원(崔致遠) · 886년 (당 중화 6·신라 헌강왕 12) · 단락 1 · 한자 209자 · 낭독 0.8분

「계원필경집」 권16 제문 「양마성을 쌓으며 토지신에게 제사하는 글」의 한문 원문과 우리말 번역을 단락마다 나란히 실었습니다. 최치원이 당나라 회남절도사 고변의 막부에서 네 해 동안 쓴 글 가운데 스스로 골라 스무 권으로 엮어 886년 신라 헌강왕에게 올린 문집. 황제에게 올린 표와 장, 황소를 꾸짖은 격문, 여러 절도사에게 보낸 편지, 부하에게 내린 위곡과 거첩, 도교 재사와 불교 재문, 제문, 성도 나성과 안남 그림에 붙인 기, 그리고 고변에게 올린 계와 시까지 366편이 실려 있다. 「신은 신라 사람입니다」로 시작하는 첫 계와 「천하 사람이 너를 죽이려 할 뿐 아니라 땅속 귀신도 너를 베기로 의논하였다」는 토황소격문이 여기 있고, 마지막 권은 열두 살에 떠난 고향으로 돌아가는 뱃길에서 지은 시다. 지금 전하는 한국인의 문집 가운데 가장 오래된 것으로, 1834년 홍석주와 서유구가 활자로 찍으며 「우리 동방 문장의 근본이요 시작」이라 하였다. 그 두 서문도 함께 옮겼다.

1판축의 시끄러움을 사양하지 마시고 금탕의 굳음을 이루소서

年月日。具銜某以兵戎未息。禦備是勤。乃命修築羊馬城。遂遣某官某乙告于土地之神曰。夫城郭之設。邑居所憑。陋之則狡者或窺。美之則寡能固守。況今豺聲競發。虺毒遍吹。易動難安。何處能爲樂境。暫勞永泰。此時須建良功。遂乃揣高卑議遠近。便令百堵皆作。終可三旬而成。徵名於伏櫪觸楹。接勢於長雲斷岸。不假龜行之跡。豈須龍見之期。衆旣叶心。事無費力。神其德惟博載。道實流謙。勿辭板築之喧。勉致金湯之固。使雲鍬雷杵。遠振歡聲。烏堞隼墉。高標壯觀。北呑淮月。南吸江煙。平欺鐵甕之名。迥壓金甌之記。有備無患。神其聽之。

연월일, 직함을 갖춘 아무개는 병란이 아직 그치지 않아 방비에 부지런하여 이에 양마성을 닦아 쌓도록 명하고 마침내 아무 관 아무개를 보내 토지신께 고합니다. 무릇 성곽의 설치는 읍에 사는 이가 기대는 바이니 허술하면 교활한 자가 혹 엿보고 아름다워도 굳게 지킬 수 있는 이가 드뭅니다. 하물며 이제 승냥이 소리가 다투어 일고 살무사 독이 두루 부니 움직이기 쉽고 편안하기 어려운데 어디가 즐거운 경계가 될 수 있겠습니까. 잠시 수고하여 길이 편안하려면 이때 모름지기 좋은 공을 세워야 하므로 높낮이를 재고 원근을 의논하여 곧 백 담을 다 짓게 하니 끝내 삼십 일이면 이룰 만합니다. 이름은 마구간에 엎드리고 기둥에 부딪히는 데서 따오고 형세는 긴 구름과 끊긴 언덕에 잇대니 거북이 다니는 자취를 빌리지 않고 어찌 용이 나타나는 때를 기다리겠습니까. 뭇 사람이 이미 마음을 합하니 일에 힘이 들지 않습니다. 신은 그 덕이 오직 널리 실어 주고 도가 실로 겸손에 흐르시니 판축의 시끄러움을 사양하지 마시고 힘써 금탕의 굳음을 이루어 구름 같은 삽과 우레 같은 절굿공이가 멀리 기쁜 소리를 떨치고 까마귀 성가퀴와 새매 담이 장관을 높이 표하여, 북으로 회수의 달을 삼키고 남으로 강의 연기를 마시며 철옹성의 이름을 평범히 업신여기고 금 사발의 기록을 멀리 누르게 하소서. 갖춤이 있으면 근심이 없으니 신께서는 들어 주소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