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찰手札
「계원필경집」 권16 서 「수찰」의 한문 원문과 우리말 번역을 단락마다 나란히 실었습니다. 최치원이 당나라 회남절도사 고변의 막부에서 네 해 동안 쓴 글 가운데 스스로 골라 스무 권으로 엮어 886년 신라 헌강왕에게 올린 문집. 황제에게 올린 표와 장, 황소를 꾸짖은 격문, 여러 절도사에게 보낸 편지, 부하에게 내린 위곡과 거첩, 도교 재사와 불교 재문, 제문, 성도 나성과 안남 그림에 붙인 기, 그리고 고변에게 올린 계와 시까지 366편이 실려 있다. 「신은 신라 사람입니다」로 시작하는 첫 계와 「천하 사람이 너를 죽이려 할 뿐 아니라 땅속 귀신도 너를 베기로 의논하였다」는 토황소격문이 여기 있고, 마지막 권은 열두 살에 떠난 고향으로 돌아가는 뱃길에서 지은 시다. 지금 전하는 한국인의 문집 가운데 가장 오래된 것으로, 1834년 홍석주와 서유구가 활자로 찍으며 「우리 동방 문장의 근본이요 시작」이라 하였다. 그 두 서문도 함께 옮겼다.
1신이여, 옮겨 오소서, 강남을 슬퍼하소서
風煙雖邇。雲霧難披。景仰靈威。遙申誠願。今已靜搜勝地。高創壽宮。永可安居。謹令咨迓。便請挈家速至。專當掃席相迎。且鐵壅城低。金陵地狹。能施百福。無滯一方。此欲劍拂妖星。旗迎聖日。必期大捷。永致中興。幸其來助陰兵。共成王事。目極東流之雪浪。心馳北顧之煙峯。神兮移來哀江南。某白。
바람과 연기는 비록 가까우나 구름과 안개를 헤치기 어려워 신령한 위엄을 우러러 멀리 정성스러운 원을 폅니다. 이제 이미 고요히 좋은 땅을 찾아 높이 수궁을 창건하니 길이 편안히 살 만하여 삼가 물어 맞이하게 하니 곧 집안을 이끌고 속히 이르시기를 청하며 오로지 자리를 쓸고 맞이하겠습니다. 또 철옹은 성이 낮고 금릉은 땅이 좁으니 백복을 베풀 수 있으면서 한 지방에 머물지 마소서. 이쪽은 칼로 요망한 별을 떨치고 깃발로 성스러운 해를 맞아 반드시 큰 승첩을 기약하여 길이 중흥을 이루려 하니 바라건대 와서 음병을 도와 함께 왕사를 이루소서. 눈은 동쪽으로 흐르는 눈 물결에 다하고 마음은 북쪽을 돌아보는 연기 봉우리로 달립니다. 신이여, 옮겨 오소서, 강남을 슬퍼하소서. 아무개는 아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