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글 › 계원필경집 › 권17 계장

생료를 사례하는 장謝生料狀

계원필경집 桂苑筆耕集 · 최치원(崔致遠) · 886년 (당 중화 6·신라 헌강왕 12) · 단락 1 · 한자 176자 · 낭독 0.7분

「계원필경집」 권17 계장 「생료를 사례하는 장」의 한문 원문과 우리말 번역을 단락마다 나란히 실었습니다. 최치원이 당나라 회남절도사 고변의 막부에서 네 해 동안 쓴 글 가운데 스스로 골라 스무 권으로 엮어 886년 신라 헌강왕에게 올린 문집. 황제에게 올린 표와 장, 황소를 꾸짖은 격문, 여러 절도사에게 보낸 편지, 부하에게 내린 위곡과 거첩, 도교 재사와 불교 재문, 제문, 성도 나성과 안남 그림에 붙인 기, 그리고 고변에게 올린 계와 시까지 366편이 실려 있다. 「신은 신라 사람입니다」로 시작하는 첫 계와 「천하 사람이 너를 죽이려 할 뿐 아니라 땅속 귀신도 너를 베기로 의논하였다」는 토황소격문이 여기 있고, 마지막 권은 열두 살에 떠난 고향으로 돌아가는 뱃길에서 지은 시다. 지금 전하는 한국인의 문집 가운데 가장 오래된 것으로, 1834년 홍석주와 서유구가 활자로 찍으며 「우리 동방 문장의 근본이요 시작」이라 하였다. 그 두 서문도 함께 옮겼다.

1범씨의 솥과 안연의 표주박

某啓。某昨日。伏蒙仁慈再賜生料。恩垂望外。喜集愁中。安貧而已贍晨炊。感德而惟知宿飽。遂使范家釜甑。免恨長閒。顔巷簞瓢。倍加其樂。伏以某雖楊曾穿葉。而蓬且斷根。空把利錐。冀遇大賢之鑑。豈將長鋏。先興下客之歌。一昨輒貢蕪音。累塵尊聽。窺德宇而燕雖相賀。望威風而鷁恐退飛。豈料司空相公俯念海人。久爲塵吏。特垂記錄。繼賜沾濡。生前之溝壑無虞。飢寒雖濟。頭上之丘山漸重。負戴難勝。依投而旣類窮猿。展效而願同病雀。下情無任云云。

아무개는 아룁니다. 저는 어제 인자하심을 삼가 입어 다시 생료를 내리시니 은혜가 바람 밖에서 드리워지고 기쁨이 시름 가운데 모입니다. 가난에 편안하나 이미 새벽 밥이 넉넉하고 덕에 감격하여 오직 밤에 배부름을 아니 마침내 범씨의 솥과 시루가 오래 한가한 한을 면하고 안연의 골목 도시락과 표주박이 그 즐거움을 갑절 더하게 하였습니다. 엎드려 생각하건대 저는 비록 일찍이 버들잎을 꿰뚫었으나 쑥처럼 뿌리가 끊겨 부질없이 날카로운 송곳을 잡고 큰 어진 이의 살피심을 만나기 바랄 뿐 어찌 긴 칼을 가지고 먼저 하객의 노래를 일으키겠습니까. 지난번 문득 거친 소리를 바쳐 거듭 존귀한 들으심을 더럽히니 덕의 집을 엿보매 제비는 비록 서로 하례하나 위풍을 바라매 익새는 물러나 날까 두려웠습니다. 어찌 사공 상공께서 바다 사람이 오래 티끌 관리가 된 것을 굽어 생각하시어 특별히 기록을 드리우고 잇달아 적심을 내리실 줄 헤아렸겠습니까. 생전의 구렁이 근심 없어 굶주림과 추위는 비록 건졌으나 머리 위의 언덕과 산이 점점 무거워 지고 이기 어렵습니다. 의지하여 몸을 던짐은 이미 궁한 원숭이와 같으니 효험을 펴기를 병든 참새와 같이 하기 원합니다. 아랫사람의 마음은 이기지 못하겠습니다. 운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