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글 › 계원필경집 › 권17 계장

직을 사례하는 장謝職狀

계원필경집 桂苑筆耕集 · 최치원(崔致遠) · 886년 (당 중화 6·신라 헌강왕 12) · 단락 1 · 한자 250자 · 낭독 1.0분

「계원필경집」 권17 계장 「직을 사례하는 장」의 한문 원문과 우리말 번역을 단락마다 나란히 실었습니다. 최치원이 당나라 회남절도사 고변의 막부에서 네 해 동안 쓴 글 가운데 스스로 골라 스무 권으로 엮어 886년 신라 헌강왕에게 올린 문집. 황제에게 올린 표와 장, 황소를 꾸짖은 격문, 여러 절도사에게 보낸 편지, 부하에게 내린 위곡과 거첩, 도교 재사와 불교 재문, 제문, 성도 나성과 안남 그림에 붙인 기, 그리고 고변에게 올린 계와 시까지 366편이 실려 있다. 「신은 신라 사람입니다」로 시작하는 첫 계와 「천하 사람이 너를 죽이려 할 뿐 아니라 땅속 귀신도 너를 베기로 의논하였다」는 토황소격문이 여기 있고, 마지막 권은 열두 살에 떠난 고향으로 돌아가는 뱃길에서 지은 시다. 지금 전하는 한국인의 문집 가운데 가장 오래된 것으로, 1834년 홍석주와 서유구가 활자로 찍으며 「우리 동방 문장의 근본이요 시작」이라 하였다. 그 두 서문도 함께 옮겼다.

1관역순관에 서명해 주심에

右某今月二十五日。伏承公牒特賜署充館驛巡官者。恩降台階。光生旅舍。承命而吟魂乍懾。叨榮而病骨能蘇。攀依有心。荷戴無力。伏以某樗生曠野。莠託荒田。豈惟良匠不窺。抑亦農人見棄。風欹弱植。難擧勢於凌雲。塵織纖莖。但懷愁於委地。昨者不慙狷者。輒效狂生。累貢巴詞。仰瀆秦鑑。伏惟司徒相公念以來從異域。遠寓樂郊。俯愛似龍。不嫌非鳳。拔衰英於糞上。搜滯刃於獄中。許廁嘉賓。仍沾厚俸。神仙見顧。稍親郭隗之臺。駑蹇何施。得主鄭莊之驛。況乃念子襟之志業。辱華衮之褒詞。刻畫恩深。已能長價。琢磨志切。終願成功。修身則飮水懷氷。鍊思則吟煙嘯露。唯當勵節。以謂報恩。謹詣衙門。祗候陳謝。下情無任感激彷徨榮懼之至。謹狀。

위는, 제가 이달 이십오일 공첩을 삼가 받으니 특별히 관역순관으로 임명해 채워 주셨습니다. 은혜가 태계에서 내려 빛이 여사에 나니 명을 받고 읊는 넋이 잠깐 두려웠다가 영광을 외람되이 받고 병든 뼈가 되살아납니다. 우러러 의지할 마음은 있으나 이고 받들 힘이 없습니다. 엎드려 생각하건대 저는 가죽나무가 넓은 들에 나고 가라지가 거친 밭에 의탁하여 좋은 장인이 엿보지 않을 뿐 아니라 또한 농부에게도 버림받아, 바람에 기운 약한 식물이라 구름을 넘는 형세를 들기 어렵고 티끌이 짠 가는 줄기라 다만 땅에 버려지는 시름을 품었습니다. 지난번 편협한 자를 부끄러워하지 않고 문득 미친 서생을 본받아 거듭 파 땅의 노래를 바쳐 진나라 거울을 우러러 더럽혔더니, 사도 상공께서 다른 지역에서 와서 멀리 낙교에 붙인 것을 생각하시어 굽어 용 같다고 사랑하고 봉이 아니라 꺼리지 않아 시든 꽃을 똥 위에서 뽑고 막힌 칼날을 옥 속에서 찾아 아름다운 손님에 끼기를 허락하고 이어 두터운 녹을 적시게 하시니, 신선이 돌아보아 곽외의 대에 조금 가까워지고 둔한 절름발이가 무엇을 베풀랴만 정장의 역을 주관하게 되었습니다. 하물며 선비의 뜻과 학업을 생각하여 화려한 곤룡포 같은 칭찬을 욕되이 하시니 새겨 그리는 은혜가 깊어 이미 값을 길게 할 수 있고 갈고 닦는 뜻이 간절하여 끝내 공 이루기를 원합니다. 몸을 닦음에는 물을 마시고 얼음을 품으며 생각을 단련함에는 연기를 읊고 이슬에 휘파람 불어 오직 절개를 힘써 은혜에 보답하려 합니다. 삼가 아문에 나아가 공손히 기다려 사례를 아뢰니 아랫사람의 마음은 감격하여 방황하며 영광스럽고 두려운 지극함을 이기지 못하겠습니다. 삼가 장을 올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