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글 › 계원필경집 › 권17 계장

집을 빌려 주심에 사례하는 장謝借宅狀

계원필경집 桂苑筆耕集 · 최치원(崔致遠) · 886년 (당 중화 6·신라 헌강왕 12) · 단락 1 · 한자 182자 · 낭독 0.7분

「계원필경집」 권17 계장 「집을 빌려 주심에 사례하는 장」의 한문 원문과 우리말 번역을 단락마다 나란히 실었습니다. 최치원이 당나라 회남절도사 고변의 막부에서 네 해 동안 쓴 글 가운데 스스로 골라 스무 권으로 엮어 886년 신라 헌강왕에게 올린 문집. 황제에게 올린 표와 장, 황소를 꾸짖은 격문, 여러 절도사에게 보낸 편지, 부하에게 내린 위곡과 거첩, 도교 재사와 불교 재문, 제문, 성도 나성과 안남 그림에 붙인 기, 그리고 고변에게 올린 계와 시까지 366편이 실려 있다. 「신은 신라 사람입니다」로 시작하는 첫 계와 「천하 사람이 너를 죽이려 할 뿐 아니라 땅속 귀신도 너를 베기로 의논하였다」는 토황소격문이 여기 있고, 마지막 권은 열두 살에 떠난 고향으로 돌아가는 뱃길에서 지은 시다. 지금 전하는 한국인의 문집 가운데 가장 오래된 것으로, 1834년 홍석주와 서유구가 활자로 찍으며 「우리 동방 문장의 근본이요 시작」이라 하였다. 그 두 서문도 함께 옮겼다.

1배움이 넉넉하면 벼슬하고 벼슬이 넉넉하면 배운다

右某昨日客司奉傳處分。借賜官宅安下者。仰聆尊旨。俯省庸才。旣榮投跡之有門。唯恨殺身之無路。伏以某自趨龍旆。免泣牛衣。職奉非輕。書糧頗贍。嘗讀魯論語曰。學而優則仕。仕而優則學。是以。望東開之閤。永誓依仁。坐北面之窓。唯期肄業。非敢隱居而不嫁。秖將直道而自媒。今者幸寓樂郊。況棲靜室。簦屩則不勞涉遠。簞瓢則永遂安貧。豈謂愛閒。誠堪養勇。三年就學。非無慕藺之心。一日成功。願滿依劉之志下情無任感恩激切兢惕之至。謹詣衙門祗候陳謝。謹狀。

위는, 제가 어제 손님 맡은 관원이 처분을 받들어 전하니 관택을 빌려 주어 편안히 머물게 하셨습니다. 존귀한 뜻을 우러러 듣고 굽어 용렬한 재주를 살피니 이미 자취를 던질 문이 있음이 영광이나 오직 몸을 바칠 길이 없음이 한스럽습니다. 엎드려 생각하건대 저는 용 깃발에 달려온 뒤로 소 거적을 덮고 울던 신세를 면하여 직봉이 가볍지 않고 서량이 자못 넉넉합니다. 일찍이 『논어』를 읽으니 「배움이 넉넉하면 벼슬하고 벼슬이 넉넉하면 배운다」 하였으므로 동쪽으로 연 합문을 바라보며 길이 인에 의지하기를 맹세하고 북쪽을 향한 창에 앉아 오직 업을 익히기를 기약하니, 감히 은거하여 시집가지 않으려는 것이 아니라 다만 곧은 도로 스스로 중매하려는 것입니다. 이제 다행히 낙교에 붙이고 하물며 고요한 방에 깃드니 우산과 짚신은 멀리 다니는 수고가 없고 도시락과 표주박은 길이 가난에 편안함을 이룹니다. 어찌 한가함을 사랑한다 하겠습니까. 참으로 용맹을 기를 만합니다. 세 해 배움에 나아감은 인상여를 사모하는 마음이 없지 않고 하루에 공을 이루면 유표에 의지한 뜻을 채우기 원합니다. 아랫사람의 마음은 은혜에 감격하고 격절하며 두려워하는 지극함을 이기지 못하겠습니다. 삼가 아문에 나아가 공손히 기다려 사례를 아뢰니, 삼가 장을 올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