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 계長啓
1도통순관을 사양하며 — 저는 동해의 한 포의입니다
某啓。某伏以短綆不可以汲深。頑鋒不可以剸滯。是故不能者止。周任有言。自宜量力而行。豈可從心所欲。某東海一布衣也。頃者萬里辭家。十年觀國。本望止於榜尾科第。江淮一縣令耳。前年冬。罷離末尉。望應宏詞。計決居山。暫爲隱退。學期至海。更自琢磨。俱緣祿俸無餘。書糧不濟。輒携勃帚。來掃膺門。豈料太尉相公迥垂奬憐。便署職秩。跡趨鄭驛。身寓陶窓。免憂東郭之貧。但養北宮之勇。去年中夏。伏遇出師。忽賜招呼。猥加驅策。許隨龍旆。久倚鷁舟。每恨布鼓音凡。鉛刀器鈍。縱傾肝膽。莫副指蹤。遽蒙念以慕善依仁。特賜奏薦。重言天應。忝獲超昇。若非九重倚賴於功名。十道遵承於法令。則其恩命亦豈肯許。某自江外。一上縣尉。便授內殿憲秩。又兼章紱。且見聖朝簪裾。烜赫子弟出身入仕二三十年。猶掛藍袍。未趨蓮幕者多矣。況如某異域之士乎。昔有一日九遷。無以及斯榮盛。某嘗讀魯論。見仲尼使漆雕開仕。對曰。仕進之道。未能究習。善其深志。夫子致悅。某雖慙不敏。竊有慕焉。昨蒙恩慈。特賜轉職。尋已具狀陳讓。兼納所賜公牒。伏奉批誨。卽有勑命。但請收之。某旣蒙未允至誠。固且仰遵嚴旨。立愧形影。坐驚神魂。每當夜對寒釭。曉窺淸鏡。感激而頤橫涕雨。憂惶而背浹汗漿。雖榮擺脫於風塵。倍赧汚瀆於門館。伏以太尉相公雄名峻望。碩德茂勳。不唯雲覆九州。抑亦風揚萬國。寓目傾耳。仰爲指南。儒武所歸。一人而已。是以。諸道景附。馬首是瞻。其如都統巡官。須選人材稱職。外塞四方之望。內資十乘之威。若今某塵玷恩知。尸素□位。但恐買戎狄之笑。沽史傳之譏。昔漢朝金日磾常在武帝左右。帝欲別加寵遇。日磾辭曰。臣外國人。且使匈奴輕漢。某今日之請。實在於玆。諸廳郞官。早陳公議。蓋以賤無妨貴。欲令夷不亂華。某伏自前年。得在門下。更無知識。唯謁諸廳。幕中垂情。幸而獲宥。竊聆太尉相公去年夏於東塘顧問某之時。諸郞官同力薦揚。和之如響。遂沾厚遇。遽竊殊榮。昨者繼陳讜言。不徇尊旨。實乃惜太尉相公之名望。存淮南藩府之規儀。事體不虧。裨贊斯在。冬末面奉處分。欲使別開院宇。雖承恩諾。轉切憂懷。何者。六韜曰。人才大小。猶如斗也。不可盛石。滿則棄矣。故孔子云。孟公綽爲趙,魏老則優。不可以爲滕,薛大夫。今者甘寘嚴誅。輒傾眞懇。乞解所職官謗可也。伏惟太尉相公特賜允從。今得其所。儻蒙未垂擯棄。猶許依棲。則望成別補宂員。或薄支虛給。一枝數粒。可養羽毛。斗水尺波。得安鬐鬣。固非矯飾廉讓爲名。實願揣量分涯。免成負累恩德。春秋傳曰。齊侯使敬仲爲卿。辭曰。羈旅之臣。免於罪戾。施於負擔。所獲多矣。敢辱高位。請以死告。使爲工正。不失令名。故事昭彰。卑誠悃愊。守道而得無慳矣。登門而免見刖之。但願藥臼留恩。終有凌雲之望。蓍簪掛念。永無委地之愁。干冒台威。下情無任懇迫憂兢之至。謹啓。
아무개는 아룁니다. 저는 엎드려 생각하건대 짧은 두레박줄로는 깊은 데서 물을 길을 수 없고 무딘 칼날로는 막힌 것을 끊을 수 없으니, 그러므로 능하지 못한 이는 그친다 하여 주임에게 말이 있었습니다. 스스로 마땅히 힘을 헤아려 행할 것이지 어찌 마음이 하고자 하는 대로 따르겠습니까. 저는 동해의 한 포의입니다. 지난날 만 리에서 집을 떠나 십 년 나라를 보며 본디 바람은 방 끝자리에나마 급제하여 강회의 한 현령이 되는 데 그쳤습니다. 전년 겨울 말직 현위를 그만두고 굉사에 응하기를 바라 산에 살 계획을 정하여 잠시 은퇴하여 배움이 바다에 이르기를 기약하며 다시 스스로 갈고 닦으려 하였으나, 다 녹봉이 남음이 없고 서량이 대어지지 않으므로 문득 비를 들고 와서 응문을 쓸었습니다. 어찌 태위 상공께서 멀리 장려와 아낌을 드리워 곧 벼슬자리에 임명하시어 자취를 정역에 달려가게 하고 몸을 도씨 창에 붙이게 하여 동곽의 가난을 근심함을 면하고 다만 북궁의 용맹을 기르게 하실 줄 헤아렸겠습니까. 지난해 중하에 출사를 만나 갑자기 부르심을 내려 외람되이 채찍을 더하시어 용 깃발을 따르도록 허락하고 오래 익새 배에 기대게 하셨는데, 늘 베 북의 소리가 범상하고 납 칼의 그릇이 둔함을 한하여 비록 간담을 기울여도 가리키는 바에 맞지 못하였습니다. 갑자기 선을 사모하고 인에 의지한다 생각하시어 특별히 천거를 아뢰시니 무거운 말이 하늘에 응하여 외람되이 뛰어넘어 오르게 되었습니다. 구중이 공명 있는 이에게 기대지 않고 십도가 법령을 따르지 않았다면 그 은명이 또한 어찌 허락되었겠습니까. 저는 강외의 한낱 상현위에서 곧 내전의 헌질을 받고 또 장불을 겸하였으니, 또 성조의 잠거를 보건대 빛나는 자제로 출신하여 벼슬한 지 이삼십 년에 오히려 남포를 걸고 연막에 달려가지 못한 이가 많은데 하물며 저같이 다른 지역의 선비이겠습니까. 옛날 하루에 아홉 번 옮긴 이가 있었으나 이 영성에 미칠 수 없습니다. 제가 일찍이 『논어』를 읽으니 중니가 칠조개에게 벼슬하게 하자 「벼슬에 나아가는 도를 아직 익히지 못하였습니다」 하니 그 깊은 뜻을 좋게 여겨 부자가 기뻐하였습니다. 저는 비록 불민함이 부끄러우나 가만히 사모함이 있습니다. 지난번 은자하심을 입어 특별히 직을 옮기시니 곧 이미 장을 갖추어 사양하고 겸하여 내리신 공첩을 바쳤는데 비지의 가르침을 삼가 받드니 「곧 칙명이 있을 것이니 다만 받으라」 하셨습니다. 저는 이미 지극한 정성이 윤허되지 않았으니 참으로 우선 엄한 뜻을 우러러 따르나 서서 형체와 그림자에 부끄럽고 앉아서 신혼이 놀라, 늘 밤에 찬 등불을 마주하고 새벽에 맑은 거울을 엿볼 때마다 감격하여 턱에 눈물이 비처럼 가로놓이고 근심하여 등에 땀이 젖습니다. 비록 풍진에서 벗어남이 영광이나 문하를 더럽힘에 갑절 부끄럽습니다. 엎드려 생각하건대 태위 상공께서는 웅장한 이름과 높은 바람, 큰 덕과 무성한 공훈이 구름처럼 구주를 덮을 뿐 아니라 또한 바람처럼 만국에 드날려 눈을 붙이고 귀를 기울이는 이가 우러러 지남으로 삼으니 문인과 무인이 다 같이 돌아가는 데는 한 사람뿐입니다. 그러므로 여러 도가 그림자처럼 붙어 말머리를 바라보니 도통순관은 모름지기 직에 걸맞은 인재를 가려 밖으로 사방의 기대를 채우고 안으로 열 수레의 위엄에 바탕해야 하는데, 만약 이제 제가 은혜와 알아주심을 더럽히고 하는 일 없이 □ 자리만 차지하면 다만 융적의 웃음을 사고 사전의 비난을 사게 될까 두렵습니다. 옛날 한나라 조정의 김일제가 늘 무제 좌우에 있었는데 황제가 따로 총우를 더하려 하니 일제가 사양하기를 「신은 외국 사람이라 또 흉노가 한나라를 가벼이 여기게 할 것입니다」 하였습니다. 저의 오늘 청은 실로 여기 있습니다. 여러 청의 낭관이 일찍이 공의를 아뢴 것은 대개 천함이 귀함을 방해하지 않게 하고 이(夷)가 화(華)를 어지럽히지 않게 하려는 것입니다. 저는 전년부터 문하에 있어 달리 아는 이가 없고 오직 여러 청에 뵈어 막중이 정을 드리워 다행히 용납됨을 얻었습니다. 가만히 듣건대 태위 상공께서 지난해 여름 동당에서 저에 대해 물으실 때 여러 낭관이 힘을 같이하여 천거하여 드날리기를 메아리처럼 화답하여 마침내 두터운 대우에 젖고 갑자기 특별한 영광을 훔쳤다 합니다. 지난번 잇달아 곧은 말을 아뢰어 존귀한 뜻을 좇지 않은 것은 실로 태위 상공의 명망을 아끼고 회남 번부의 규의를 보존하려는 것이니 일의 체모가 이지러지지 않아야 도움이 여기 있습니다. 겨울 끝에 직접 처분을 받드니 따로 원우를 열게 하려 하시어 비록 은혜로운 허락을 받았으나 더욱 근심스러운 마음이 간절합니다. 왜냐하면 『육도』에 「사람 재주의 크고 작음은 말(斗) 같아서 섬(石)을 담을 수 없으니 차면 버려진다」 하였고 그러므로 공자가 「맹공작은 조·위의 가로가 되기에는 넉넉하나 등·설의 대부는 될 수 없다」 하였습니다. 이제 엄한 주벌을 달게 여겨 문득 참된 간절함을 기울이니 맡은 직을 풀어 벼슬의 비방을 없애기를 빌어도 됩니다. 엎드려 생각하건대 태위 상공께서 특별히 윤허하여 따르시면 이제 제자리를 얻겠습니다. 혹 내치지 않으시고 오히려 깃들기를 허락하신다면 따로 용원에 보충하거나 혹 박하게 헛된 급여를 지급하기 바라니, 한 가지 몇 낟알이면 깃털을 기를 수 있고 한 말 물 한 자 물결이면 지느러미를 편안히 할 수 있습니다. 참으로 청렴과 사양을 꾸며 이름을 삼는 것이 아니라 실로 분수를 헤아려 은덕에 누가 됨을 면하기 원하는 것입니다. 『춘추전』에 「제나라 임금이 경중을 경으로 삼으려 하니 사양하기를 『나그네 신하가 죄를 면하고 짐을 지는 데서 벗어났으니 얻은 것이 많습니다. 감히 높은 자리를 욕되이 하겠습니까. 죽음으로 고하기를 청합니다』 하니 공정으로 삼았다」 하였으니 좋은 이름을 잃지 않아 옛일이 밝게 드러납니다. 낮은 정성이 간절하니 도를 지켜 아낌이 없을 것이요 문에 올라 발꿈치 잘림을 면할 것입니다. 다만 약 절구에 은혜를 남기시어 끝내 구름을 넘는 바람이 있고 시초 비녀에 마음을 두시어 길이 땅에 버려지는 시름이 없기 원합니다. 태위의 위엄을 무릅쓰니 아랫사람의 마음은 간절하고 다급하며 근심하고 두려워하는 지극함을 이기지 못하겠습니다. 삼가 아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