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글 › 계원필경집 › 권18 서장계

연화각기비를 보여 주심에 사례하는 장謝示延和閣記碑狀

계원필경집 桂苑筆耕集 · 최치원(崔致遠) · 886년 (당 중화 6·신라 헌강왕 12) · 단락 1 · 한자 529자 · 낭독 2.1분

「계원필경집」 권18 서장계 「연화각기비를 보여 주심에 사례하는 장」의 한문 원문과 우리말 번역을 단락마다 나란히 실었습니다. 최치원이 당나라 회남절도사 고변의 막부에서 네 해 동안 쓴 글 가운데 스스로 골라 스무 권으로 엮어 886년 신라 헌강왕에게 올린 문집. 황제에게 올린 표와 장, 황소를 꾸짖은 격문, 여러 절도사에게 보낸 편지, 부하에게 내린 위곡과 거첩, 도교 재사와 불교 재문, 제문, 성도 나성과 안남 그림에 붙인 기, 그리고 고변에게 올린 계와 시까지 366편이 실려 있다. 「신은 신라 사람입니다」로 시작하는 첫 계와 「천하 사람이 너를 죽이려 할 뿐 아니라 땅속 귀신도 너를 베기로 의논하였다」는 토황소격문이 여기 있고, 마지막 권은 열두 살에 떠난 고향으로 돌아가는 뱃길에서 지은 시다. 지금 전하는 한국인의 문집 가운데 가장 오래된 것으로, 1834년 홍석주와 서유구가 활자로 찍으며 「우리 동방 문장의 근본이요 시작」이라 하였다. 그 두 서문도 함께 옮겼다.

1태위가 친히 쓴 비문 탁본을 받고

某啓。昨日觀察衙推邵宗奉傳處分。賜及延和閣記碑本一軸者。跪展眞蹤。仰窺臣節。對銀鉤而手舞足蹈。望玉輦而魂飛膽揚。伏以太尉力贍補天。心勤捧日。遂啓遷都之議。佇聆徙蹕之期。恭候宸遊。儼成壯觀。但以尋章摘句。素非吳王之心。進牘抽毫。唯在陳王之命。爰令幕客。謹撰碑詞。支使侍御。丘門顏回。融帳盧植。能揮直筆。妙寫尊襟。敍三年望幸之丹誠。則鼓傳衆聽。述一片勤王之忠節。則鏡照群迷。實乃酣飫德馨。備陳事實。永使奇功祕略。皆令陋古榮今。太尉相公志切迎鑾。喜勝覽檄。旣贊美於凌雲百尺。將掩能於入木八分。遂乃親染綵毫。俾鐫翠琰。隨手而龍蛇旋活。迎鋒而劍戟交橫。畫玉點珠。豈可比蘭亭醉本。撇雲挑霧。只宜示蓬島眞仙。誰料末儒。亦叨殊貺。輒敢覬覦將顧。是知誘諭孱庸。何則。名題桂官。跡肄蓮府。雖忝一時之有遇。實無萬代之可稱。今者支使侍御。以好善心。得稽古力。騁眞才子之藻思。辱大丞相之筆蹤。推爲賓席殊榮。別是儒家盛事。則彼郭隗受黃金厚禮。虞卿沾白璧深恩。強欲比方。却成浼瀆。然則四方舐墨含筆之士也。莫不競效顰眉之態。潛希唾口之恩。仰脩脩然。勤慥慥爾。如某者。學海至海。雖云有心。執柯伐柯。猶恐傷手。持弊帚而徒增健羨。遇神錐而便欲投降。唯願讀五千卷之書。庶幾入室。把十九年之刃。無愧發硎。每覩仙書。更敦壯志。稍希異闕黨童子。何敢望儒林丈人。其所賜碑。唯愼捧持。敢矜披閱。待過天池之外。遍誇日域之中。想彼驪龍頷下之珠。永當減價。巨鼇頭上之客。必欲偸看。下情無任寶玩師仰之至。

아무개는 아룁니다. 어제 관찰아추 소종이 처분을 받들어 전하니 연화각기비 탁본 한 축을 내려 주셨습니다. 꿇어앉아 참된 자취를 펴고 신하의 절개를 우러러 엿보아 은 갈고리를 마주하여 손을 흔들고 발을 구르며 옥련을 바라보고 넋이 날고 쓸개가 뜁니다. 엎드려 생각하건대 태위께서는 힘이 하늘을 깁기에 넉넉하고 마음이 해를 받드는 데 부지런하여 마침내 천도의 의논을 열고 행차 옮기실 기약을 듣기 기다려 공손히 성상의 노닒을 기다리며 엄연히 장관을 이루셨습니다. 다만 장을 찾고 구절을 따는 것은 본디 오왕의 마음이 아니요 편지를 올리고 붓을 뽑는 것은 오직 진왕의 명에 있으므로 이에 막객에게 명하여 삼가 비문을 짓게 하시니 지사 시어는 공자 문하의 안회요 마융 장막의 노식이라 곧은 붓을 휘두를 수 있어 존귀한 마음을 묘하게 베껴, 세 해 행차를 바란 붉은 정성을 서술하니 북이 뭇 듣는 이에게 전하고 한 조각 근왕의 충절을 진술하니 거울이 뭇 미혹을 비추어 실로 덕의 향기에 흠뻑 취하여 사실을 갖추어 아뢰니 길이 기이한 공과 비밀한 계략이 다 옛을 낮추고 지금을 영화롭게 합니다. 태위 상공께서는 뜻이 난가를 맞이하는 데 간절하고 기쁨이 격문 보는 것을 이겨 이미 능운의 백 척에서 찬미하고 장차 입목의 팔분에서 능함을 덮으시어 마침내 친히 채색 붓을 적셔 푸른 옥에 새기게 하시니, 손을 따라 용과 뱀이 돌아 살아나고 붓끝을 맞아 칼과 창이 엇갈려 옥을 긋고 구슬을 점 찍으니 어찌 난정의 취본에 견주며 구름을 젖히고 안개를 돋우니 다만 봉래섬 참된 신선에게 보이기 마땅합니다. 누가 말단 유자가 또한 특별한 선물을 외람되이 받을 줄 헤아렸겠습니까. 문득 감히 돌아보심을 바라니 이는 잔약하고 용렬한 이를 꾀어 타이르심임을 압니다. 왜냐하면 이름은 계관에 적히고 자취는 연부에서 익혀 비록 외람되이 한때의 만남이 있으나 실로 만대에 일컬을 것이 없기 때문입니다. 이제 지사 시어께서 선을 좋아하는 마음으로 옛을 상고하는 힘을 얻어 참된 재자의 조사를 달리고 대승상의 필적을 욕되이 하시니 빈석의 특별한 영광으로 미루고 따로 유가의 성대한 일이라, 저 곽외가 황금의 두터운 예를 받고 우경이 백벽의 깊은 은혜를 적신 것을 억지로 견주려 하면 도리어 더럽힘이 됩니다. 그렇다면 사방의 먹을 핥고 붓을 머금은 선비들이 다투어 눈썹 찌푸리는 모습을 본받고 몰래 침 뱉는 은혜를 바라 우러러 삼가 닦고 부지런히 힘쓰지 않는 이가 없을 것입니다. 저 같은 이는 학해가 바다에 이르는 것은 비록 마음이 있으나 도끼 자루 잡고 도끼 자루 베는 것은 오히려 손 다칠까 두려워 헌 비를 잡고 한갓 부러움만 더하고 신묘한 송곳을 만나 곧 항복하려 하니, 오직 오천 권의 책을 읽어 방에 들기를 바라고 십구 년의 칼날을 잡아 숫돌에서 갓 나온 데 부끄럽지 않기 원합니다. 신선의 글을 볼 때마다 다시 장한 뜻을 두터이 하니 조금 궐당의 동자와 다르기 바랄 뿐 어찌 감히 유림 장인을 바라겠습니까. 그 내리신 비는 오직 삼가 받들어 지니고 감히 펴 보기를 자랑하며 천지 밖을 지난 뒤 해 뜨는 땅 가운데 두루 자랑하기를 기다리니, 저 여룡 턱 아래 구슬은 길이 값이 줄고 큰 자라 머리 위 손님은 반드시 훔쳐보려 할 것입니다. 아랫사람의 마음은 보배로 완상하며 스승으로 우러르는 지극함을 이기지 못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