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을 고쳐 주심에 사례하는 장謝改職狀
「계원필경집」 권18 서장계 「직을 고쳐 주심에 사례하는 장」의 한문 원문과 우리말 번역을 단락마다 나란히 실었습니다. 최치원이 당나라 회남절도사 고변의 막부에서 네 해 동안 쓴 글 가운데 스스로 골라 스무 권으로 엮어 886년 신라 헌강왕에게 올린 문집. 황제에게 올린 표와 장, 황소를 꾸짖은 격문, 여러 절도사에게 보낸 편지, 부하에게 내린 위곡과 거첩, 도교 재사와 불교 재문, 제문, 성도 나성과 안남 그림에 붙인 기, 그리고 고변에게 올린 계와 시까지 366편이 실려 있다. 「신은 신라 사람입니다」로 시작하는 첫 계와 「천하 사람이 너를 죽이려 할 뿐 아니라 땅속 귀신도 너를 베기로 의논하였다」는 토황소격문이 여기 있고, 마지막 권은 열두 살에 떠난 고향으로 돌아가는 뱃길에서 지은 시다. 지금 전하는 한국인의 문집 가운데 가장 오래된 것으로, 1834년 홍석주와 서유구가 활자로 찍으며 「우리 동방 문장의 근본이요 시작」이라 하였다. 그 두 서문도 함께 옮겼다.
1깃발을 따라 서쪽으로 가라 하시니
右某伏蒙仁恩。特賜公牒。改署館驛巡官。令隨旌旆西去者。雖命重難荷。而身輕欲飛。稱心懷捧檄之榮。滿口詠從軍之樂。唯慙幽劣。有辱奬憐。感恩而旣識海深。擧步而但憂氷薄。況無孫搴之精騎。自比顏峻之小兒。將何以剖析事機。游揚德業。然所願者得睹龍飛玉劍。豹掣牙旗。風雷振大捷之聲。日月照中興之運。則某也有望於一言長價。或爲天上之人萬里從知。免作池中之物。行唯踊躍。坐則禱祠。下情無任榮抃兢灼之至。謹齋沐祗候陳謝。
위는, 제가 어진 은혜를 삼가 입어 특별히 공첩을 내려 관역순관으로 고쳐 임명하시고 깃발을 따라 서쪽으로 가게 하셨습니다. 비록 명이 무거워 지기 어려우나 몸이 가벼워 날 듯하여 마음에 맞아 격문 받드는 영광을 품고 입에 가득 종군의 즐거움을 읊습니다. 오직 어둡고 못나 장려와 아낌을 욕되게 함이 부끄러우니 은혜에 감격하여 이미 바다 깊음을 알고 걸음을 들되 다만 얼음 얇음을 근심합니다. 하물며 손건의 정예 기병이 없어 스스로 안준의 어린아이에 견주니 장차 무엇으로 일의 기틀을 쪼개 밝히고 덕업을 드날리겠습니까. 그러나 바라는 바는 용이 옥검에서 날고 표범이 대장기를 끄는 것을 보아 풍뢰가 큰 승첩의 소리를 떨치고 해와 달이 중흥의 운수를 비추는 것을 보는 것이니, 그러면 저도 한마디에 값이 길어져 혹 하늘 위 사람이 되고 만 리에 앎을 따라 못 속 물건이 됨을 면할 바람이 있습니다. 다니면 오직 뛰고 앉으면 빌겠습니다. 아랫사람의 마음은 영광에 손뼉 치고 두려워 애타는 지극함을 이기지 못하겠습니다. 삼가 재계하고 목욕하고 공손히 기다려 사례를 아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