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글 › 계원필경집 › 권18 서장계

은문 배 수재에게 일을 구하는 계與恩門裵秀才求事啓

계원필경집 桂苑筆耕集 · 최치원(崔致遠) · 886년 (당 중화 6·신라 헌강왕 12) · 단락 1 · 한자 147자 · 낭독 0.6분

「계원필경집」 권18 서장계 「은문 배 수재에게 일을 구하는 계」의 한문 원문과 우리말 번역을 단락마다 나란히 실었습니다. 최치원이 당나라 회남절도사 고변의 막부에서 네 해 동안 쓴 글 가운데 스스로 골라 스무 권으로 엮어 886년 신라 헌강왕에게 올린 문집. 황제에게 올린 표와 장, 황소를 꾸짖은 격문, 여러 절도사에게 보낸 편지, 부하에게 내린 위곡과 거첩, 도교 재사와 불교 재문, 제문, 성도 나성과 안남 그림에 붙인 기, 그리고 고변에게 올린 계와 시까지 366편이 실려 있다. 「신은 신라 사람입니다」로 시작하는 첫 계와 「천하 사람이 너를 죽이려 할 뿐 아니라 땅속 귀신도 너를 베기로 의논하였다」는 토황소격문이 여기 있고, 마지막 권은 열두 살에 떠난 고향으로 돌아가는 뱃길에서 지은 시다. 지금 전하는 한국인의 문집 가운데 가장 오래된 것으로, 1834년 홍석주와 서유구가 활자로 찍으며 「우리 동방 문장의 근본이요 시작」이라 하였다. 그 두 서문도 함께 옮겼다.

1좌주 시랑의 재종제 배료를 위하여

某伏念身托德門。光生異域。雖池蛟得雨。無沈埋末路之憂。而海燕含泥。有點汚畫梁之罪。跡賤而兢惶倍切。恩深而展效何期。豈合更寫卑誠。仰塵尊德。但以事非獲已。情或可哀。不辭鈇鉞之誅。冀滿斗筲之望。伏緣某昨聆座主侍郞主銓東洛。道路不通。且在襄州。行李極困。早欲發遣專使。切緣力未副心。今有諸兄弟裵璙遠將窮懇相告。輒具別狀。干瀆台階。下情無任戰灼之至。

저는 엎드려 생각하건대 몸이 덕문에 의탁하여 빛이 이역에 나니 비록 못의 교룡이 비를 얻어 말로에 파묻힐 근심이 없으나 바다 제비가 진흙을 머금어 그림 들보를 더럽히는 죄가 있습니다. 자취가 천하여 두려움이 갑절 간절하고 은혜가 깊어 효험을 펼 기약이 어찌 있겠습니까. 어찌 다시 낮은 정성을 적어 존귀한 덕을 우러러 더럽힘이 합당하겠습니까. 다만 일이 부득이하고 정이 혹 슬퍼할 만하여 부월의 주벌을 사양하지 않고 두소의 바람을 채우기 바랍니다. 제가 지난번 좌주 시랑께서 동락에서 전형을 주관하시다가 도로가 통하지 않아 우선 양주에 계시며 길 형편이 극히 곤궁하다 들어 일찍 전사를 보내려 하였으나 힘이 마음에 맞지 않았는데, 이제 여러 형제 가운데 배료가 멀리서 궁한 간절함을 가지고 와서 알리니 문득 따로 장을 갖추어 태계를 더럽힙니다. 아랫사람의 마음은 두려워 애타는 지극함을 이기지 못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