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글 › 계원필경집 › 권18 서장계

물건을 바치는 장物狀

계원필경집 桂苑筆耕集 · 최치원(崔致遠) · 886년 (당 중화 6·신라 헌강왕 12) · 단락 6 · 한자 424자 · 낭독 1.7분

「계원필경집」 권18 서장계 「물건을 바치는 장」의 한문 원문과 우리말 번역을 단락마다 나란히 실었습니다. 최치원이 당나라 회남절도사 고변의 막부에서 네 해 동안 쓴 글 가운데 스스로 골라 스무 권으로 엮어 886년 신라 헌강왕에게 올린 문집. 황제에게 올린 표와 장, 황소를 꾸짖은 격문, 여러 절도사에게 보낸 편지, 부하에게 내린 위곡과 거첩, 도교 재사와 불교 재문, 제문, 성도 나성과 안남 그림에 붙인 기, 그리고 고변에게 올린 계와 시까지 366편이 실려 있다. 「신은 신라 사람입니다」로 시작하는 첫 계와 「천하 사람이 너를 죽이려 할 뿐 아니라 땅속 귀신도 너를 베기로 의논하였다」는 토황소격문이 여기 있고, 마지막 권은 열두 살에 떠난 고향으로 돌아가는 뱃길에서 지은 시다. 지금 전하는 한국인의 문집 가운데 가장 오래된 것으로, 1834년 홍석주와 서유구가 활자로 찍으며 「우리 동방 문장의 근본이요 시작」이라 하였다. 그 두 서문도 함께 옮겼다.

1해동 인삼과 거문고

海東人形蔘一軀銀裝龕子盛海東實心琴一張紫綾帒盛

해동의 사람 모양 인삼 한 뿌리, 은으로 꾸민 함에 담음. 해동의 속이 찬 거문고 한 벌, 자줏빛 비단 자루에 담음.

2인삼과 거문고를 바치며

右伏以慶資五福。瑞降三淸。中春方盛於香風。上德乃生於遲日。凡荷奬延之賜。合申獻賀之儀。前件人蔘並琴等。形稟天成。韻含風雅。具體而旣非假貌。全材而免有虛聲。況皆採近仙峯。携來遠地。儻許成功於藥臼。必願捐軀。如能入用於蓬壺。可知實腹。誠慙菲薄。冀續延長。塵黷尊嚴。倍增戰灼。伏惟俯賜容納。下情幸甚。

위는, 엎드려 생각하건대 경사가 오복에 바탕하고 상서가 삼청에서 내려 중춘에 바야흐로 향기로운 바람이 성하고 상덕이 이에 더딘 해에 나시니, 무릇 장려하여 맞아 주신 하사를 입었으니 마땅히 하례를 바치는 의식을 펴야 합니다. 위 인삼과 거문고 등은 형체가 하늘이 이룬 것을 받고 운치가 풍아를 머금어 체를 갖추어 이미 거짓 모습이 아니고 온전한 재목이라 헛된 소리가 있음을 면합니다. 하물며 다 신선 봉우리 가까이서 캐어 먼 땅에서 가져온 것이니, 혹 약 절구에서 공을 이루기를 허락하시면 반드시 몸을 바치기 원하고 봉호에서 쓰임에 들 수 있다면 실다운 배를 알 수 있습니다. 참으로 보잘것없음이 부끄러우나 수명을 잇기 바라니 존엄을 더럽혀 갑절 두려움을 더합니다. 엎드려 생각하건대 굽어 받아들여 주소서. 아랫사람의 마음은 매우 다행이겠습니다.

3봉래산 그림

蓬萊山圖一面

봉래산 그림 한 폭.

4봉래산 그림을 바치며

右伏以重陽煦景。仙界降眞。雖長生標金籙之名。而衆懇祝玉書之壽。前件圖。千堆翠錦。一朶靑蓮。雪濤蹙出於墨池。鯨噴可駭。雲嶠湧生於筆海。鼇戴何輕。不愧瑣微。輒將陳獻。望臥龍而股慄。隨賀燕以魂飛。伏惟略鑑心誠。俯賜容納。所冀近台座而永安寰海。展仙齋而便對家山。許沾一顧之榮。預報三淸之信。輕黷視聽。下情無任禱祝歌謠兢灼之至。

위는, 엎드려 생각하건대 중양의 따뜻한 경치에 신선 세계가 참을 내리니 비록 장생은 금록의 이름에 표하나 뭇 간절함은 옥서의 수를 빕니다. 위 그림은 천 겹 푸른 비단이요 한 송이 푸른 연꽃이라 눈 물결이 먹 못에서 밀려 나오니 고래가 뿜는 듯 놀랄 만하고 구름 봉우리가 붓 바다에서 솟아나니 자라가 이기에 어찌 가볍겠습니까. 자잘함을 부끄러워하지 않고 문득 아뢰어 바치니 와룡을 바라보매 다리가 떨리고 하례하는 제비를 따라 넋이 납니다. 엎드려 생각하건대 마음의 정성을 대략 살피시어 굽어 받아들여 주소서. 바라는 바는 태좌에 가까이하여 길이 온 바다를 편안케 하고 신선 재계를 펴며 곧 고향 산을 마주하는 것이니 한 번 돌아보는 영광을 적시기를 허락하시면 미리 삼청의 소식을 알리겠습니다. 보고 들으심을 가벼이 더럽히니 아랫사람의 마음은 빌고 노래하며 두려워 애타는 지극함을 이기지 못하겠습니다.

5인삼 세 근과 천마 한 근

人蔘三斤天麻一斤

인삼 세 근, 천마 한 근.

6약물을 바치며

右伏以昴宿垂芒。尼丘降瑞。始及中和之節。爰當大慶之辰。仰沐尊慈。合申卑禮。前件藥物。採從日域。來涉天池。雖徵三椏五葉之名。慙無異質。而過萬水千山之險。貴有餘香。不揆輕微。輒將陳獻。所冀海人之藥。或同野老之芹。伏惟特恕嚴誅。俯容情懇。續靈壽則後天而老。駐仙顏而與日長新。下情無任禱祝忻躍兢惕之至。謹狀。

위는, 엎드려 생각하건대 묘성이 빛을 드리우고 니구가 상서를 내려 비로소 중화의 절기에 이르고 이에 큰 경사의 날을 당하니 존귀한 자애에 우러러 목욕하여 낮은 예를 펴야 마땅합니다. 위 약물은 해 뜨는 땅에서 캐어 천지를 건너왔으니 비록 세 가닥 줄기 다섯 잎이라는 이름에는 맞으나 남다른 바탕이 없음이 부끄럽고 만 갈래 물과 천 겹 산의 험함을 지나 남은 향기가 있음이 귀합니다. 가볍고 작음을 헤아리지 않고 문득 아뢰어 바치니 바라는 바는 바다 사람의 약이 혹 들 늙은이의 미나리와 같은 것입니다. 엎드려 생각하건대 특별히 엄한 주벌을 용서하고 굽어 정의 간절함을 용납하시어 신령한 수를 이어 하늘보다 뒤에 늙고 신선 얼굴을 머물러 해와 함께 길이 새로우소서. 아랫사람의 마음은 빌고 기뻐 뛰며 두려워하는 지극함을 이기지 못하겠습니다. 삼가 장을 올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