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글 › 계원필경집 › 권19 잡서

원 낭중에게 사례하는 글謝元郎中書

계원필경집 桂苑筆耕集 · 최치원(崔致遠) · 886년 (당 중화 6·신라 헌강왕 12) · 단락 1 · 한자 167자 · 낭독 0.7분

「계원필경집」 권19 잡서 「원 낭중에게 사례하는 글」의 한문 원문과 우리말 번역을 단락마다 나란히 실었습니다. 최치원이 당나라 회남절도사 고변의 막부에서 네 해 동안 쓴 글 가운데 스스로 골라 스무 권으로 엮어 886년 신라 헌강왕에게 올린 문집. 황제에게 올린 표와 장, 황소를 꾸짖은 격문, 여러 절도사에게 보낸 편지, 부하에게 내린 위곡과 거첩, 도교 재사와 불교 재문, 제문, 성도 나성과 안남 그림에 붙인 기, 그리고 고변에게 올린 계와 시까지 366편이 실려 있다. 「신은 신라 사람입니다」로 시작하는 첫 계와 「천하 사람이 너를 죽이려 할 뿐 아니라 땅속 귀신도 너를 베기로 의논하였다」는 토황소격문이 여기 있고, 마지막 권은 열두 살에 떠난 고향으로 돌아가는 뱃길에서 지은 시다. 지금 전하는 한국인의 문집 가운데 가장 오래된 것으로, 1834년 홍석주와 서유구가 활자로 찍으며 「우리 동방 문장의 근본이요 시작」이라 하였다. 그 두 서문도 함께 옮겼다.

1메추라기가 새매 날개를 걸친 격

某啓。伏蒙太尉恩慈特賜轉職。不任歡慶。某玄菟微儒。焦螟瑣質。早因慕善。偶獲成名。爾後客路多愁。候門遼援。麻衣始染於藍色。竹簡尋摧其桂香。伏自去年。刺謁燕臺。職叨鄭驛。皆蒙郎中推心奬念。假力薦揚。使孤根無委之地之虞。短翮有凌雲之望。今者忽忝非常之遇。深慙不稱之譏。雖樂從軍。敢安尸祿。且鷃披隼翼。已覺非宜。雞處鶴群。固當自責。時日已具狀辭讓。以此未敢祗候陳謝。伏蒙恩私特降榮誨。奉讀欣抃。不任下情。

아무개는 아룁니다. 태위의 은자하심을 입어 특별히 직을 옮겨 주시니 기쁨과 경사를 이기지 못하겠습니다. 저는 현도의 작은 유자요 초명 같은 자잘한 바탕으로 일찍이 선을 사모함으로 인해 우연히 이름을 이루었으나 그 뒤 객로에 시름이 많고 문에 기대어 기다리시는 어버이는 멀어 삼베옷이 처음 남색에 물들자 죽간이 곧 그 계수나무 향기를 꺾었습니다. 지난해부터 연대에 명함을 내고 직은 외람되이 정역이니 다 낭중께서 마음을 미루어 장려하고 생각하며 힘을 빌려 천거하여 드날려 외로운 뿌리에 땅에 버려질 근심이 없고 짧은 날개에 구름을 넘을 바람이 있게 하셨습니다. 이제 갑자기 비상한 만남을 외람되이 받아 깊이 걸맞지 않다는 비난이 부끄러우니 비록 종군을 즐기나 감히 하는 일 없이 녹만 받고 편안하겠습니까. 또 메추라기가 새매 날개를 걸치니 이미 마땅치 않음을 깨닫고 닭이 학 무리에 처하니 참으로 자책함이 마땅합니다. 시일에 이미 장을 갖추어 사양하였으므로 이로써 감히 공손히 기다려 사례를 아뢰지 못하였는데 은사로 특별히 영광스러운 가르침을 내리시니 받들어 읽으매 기뻐 손뼉 침을 아랫사람의 마음에 이기지 못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