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글 › 계원필경집 › 권20 계장

귀근을 허락하심에 사례하는 계謝許歸覲啓

계원필경집 桂苑筆耕集 · 최치원(崔致遠) · 886년 (당 중화 6·신라 헌강왕 12) · 단락 1 · 한자 203자 · 낭독 0.8분

「계원필경집」 권20 계장 「귀근을 허락하심에 사례하는 계」의 한문 원문과 우리말 번역을 단락마다 나란히 실었습니다. 최치원이 당나라 회남절도사 고변의 막부에서 네 해 동안 쓴 글 가운데 스스로 골라 스무 권으로 엮어 886년 신라 헌강왕에게 올린 문집. 황제에게 올린 표와 장, 황소를 꾸짖은 격문, 여러 절도사에게 보낸 편지, 부하에게 내린 위곡과 거첩, 도교 재사와 불교 재문, 제문, 성도 나성과 안남 그림에 붙인 기, 그리고 고변에게 올린 계와 시까지 366편이 실려 있다. 「신은 신라 사람입니다」로 시작하는 첫 계와 「천하 사람이 너를 죽이려 할 뿐 아니라 땅속 귀신도 너를 베기로 의논하였다」는 토황소격문이 여기 있고, 마지막 권은 열두 살에 떠난 고향으로 돌아가는 뱃길에서 지은 시다. 지금 전하는 한국인의 문집 가운데 가장 오래된 것으로, 1834년 홍석주와 서유구가 활자로 찍으며 「우리 동방 문장의 근본이요 시작」이라 하였다. 그 두 서문도 함께 옮겼다.

1열두 살에 집을 떠나 이제 십팔 년

某啓。早來員外郎君奉傳尊旨。伏蒙恩慈念以某久別庭闈。許令歸覲者。仰銜金諾。虔佩玉音。雖尋海島以榮歸。古今無比。且望煙波而感泣。去住難安。伏緣某自年十二離家。今已二九載矣。百生天幸。獲托德門。驟忝官榮。仍叨命服。一身遭遇。萬里光輝。是以遠親稍慰於倚門。遊子倍榮於得路。唯仰趙衰之冬日。深暖旅懷。豈吟張翰之秋風。遽牽歸思。且緣辭鄕歲久。泛海程遙。住傷烏鳥之情。去懷犬馬之戀。唯願暫謀東返。迎待西來。仰託仁封。永安卑迹。今卽將期理□。但切戀軒。下情無任感戴兢灼涕泣之至。謹奉啓陳謝云云。

아무개는 아룁니다. 아침에 원외랑군이 존귀한 뜻을 받들어 전하니 은자하심으로 제가 오래 어버이 뜰을 떠난 것을 생각하시어 돌아가 뵙기를 허락하셨습니다. 금 같은 허락을 우러러 머금고 옥 같은 말씀을 경건히 차니, 비록 바다 섬을 찾아 영광스럽게 돌아감은 고금에 견줄 데 없으나 또 연파를 바라보며 감격하여 우니 가고 머묾이 편안하기 어렵습니다. 저는 열두 살에 집을 떠난 뒤로 이제 이미 십팔 년입니다. 백 생의 천행으로 덕문에 의탁하여 갑자기 벼슬 영광을 외람되이 받고 이어 명복을 외람되이 받아 한 몸의 만남이 만 리에 빛나니, 그러므로 먼 어버이는 문에 기댐에 조금 위로되고 나그네는 길을 얻음에 갑절 영화롭습니다. 오직 조최의 겨울 해를 우러러 나그네 마음을 깊이 데우니 어찌 장한의 가을바람을 읊어 갑자기 돌아갈 생각을 끌겠습니까. 또 고향 떠난 지 해가 오래고 바다에 뜨는 길이 멀어 머물자니 까마귀의 정이 상하고 가자니 견마의 그리움을 품습니다. 오직 잠시 동쪽으로 돌아감을 꾀하고 서쪽으로 옴을 맞이하여 어진 봉역에 우러러 의탁하여 길이 낮은 자취를 편안히 하기 원합니다. 이제 곧 □를 다스릴 기약인데 다만 문 그리움이 간절합니다. 아랫사람의 마음은 은혜에 감격하여 두려워 애타며 눈물 흘리는 지극함을 이기지 못하겠습니다. 삼가 계를 받들어 사례를 아룁니다. 운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