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위에게 올리는 별지 — 넷째上太尉別紙
「계원필경집」 권20 별지 「태위에게 올리는 별지 — 넷째」의 한문 원문과 우리말 번역을 단락마다 나란히 실었습니다. 최치원이 당나라 회남절도사 고변의 막부에서 네 해 동안 쓴 글 가운데 스스로 골라 스무 권으로 엮어 886년 신라 헌강왕에게 올린 문집. 황제에게 올린 표와 장, 황소를 꾸짖은 격문, 여러 절도사에게 보낸 편지, 부하에게 내린 위곡과 거첩, 도교 재사와 불교 재문, 제문, 성도 나성과 안남 그림에 붙인 기, 그리고 고변에게 올린 계와 시까지 366편이 실려 있다. 「신은 신라 사람입니다」로 시작하는 첫 계와 「천하 사람이 너를 죽이려 할 뿐 아니라 땅속 귀신도 너를 베기로 의논하였다」는 토황소격문이 여기 있고, 마지막 권은 열두 살에 떠난 고향으로 돌아가는 뱃길에서 지은 시다. 지금 전하는 한국인의 문집 가운데 가장 오래된 것으로, 1834년 홍석주와 서유구가 활자로 찍으며 「우리 동방 문장의 근본이요 시작」이라 하였다. 그 두 서문도 함께 옮겼다.
1유산에서 열흘 바람을 기다리다 겨울을 만나
某舟船行李。自到乳山。旬日候風。已及冬節。海師進難。懇請駐留。某方忝榮身。唯憂辱命。乘風破浪。旣輸宗愨之言。長楫短篙。實涉惠施之說。雖仰資恩煦。不憚險艱。然正値驚波。難踰巨壑。今則已依曲浦。暫下飛廬。結茅茨以庇身。糝藜藿而充腹。候過殘臈。決撰行期。若及春日載陽。必無終風且暴。便當直帆。得遂榮歸。謹具別狀啓申。伏惟云云。
저의 배와 행리는 유산에 이른 뒤로 열흘 바람을 기다리다 이미 겨울 절기에 이르렀는데 뱃사공이 나아가기 어렵다 하여 머물기를 간절히 청합니다. 저는 바야흐로 외람되이 몸을 영화롭게 하니 오직 명을 욕되게 할까 근심되어 바람을 타고 물결을 깨뜨림은 이미 종각의 말에 뒤졌고 긴 노와 짧은 삿대는 실로 혜시의 설에 걸쳤습니다. 비록 은혜로운 따뜻함에 우러러 바탕하여 험난함을 꺼리지 않으나 바로 놀란 물결을 만나 큰 골짜기를 넘기 어려워 이제 이미 굽은 포구에 의지하여 잠시 비려에서 내려 띠집을 엮어 몸을 가리고 명아주와 콩잎을 섞어 배를 채우며 남은 섣달이 지나기를 기다려 행기를 결단하려 합니다. 봄날에 볕이 실리면 반드시 종풍의 사나움이 없을 것이니 곧 곧장 돛을 달아 영광스럽게 돌아감을 이룰 것입니다. 삼가 따로 장을 갖추어 아룁니다. 엎드려 생각하건대 운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