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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산 신에게 제사하는 글祭巉山神文

계원필경집 桂苑筆耕集 · 최치원(崔致遠) · 886년 (당 중화 6·신라 헌강왕 12) · 단락 1 · 한자 673자 · 낭독 2.7분

「계원필경집」 권20 제문 「참산 신에게 제사하는 글」의 한문 원문과 우리말 번역을 단락마다 나란히 실었습니다. 최치원이 당나라 회남절도사 고변의 막부에서 네 해 동안 쓴 글 가운데 스스로 골라 스무 권으로 엮어 886년 신라 헌강왕에게 올린 문집. 황제에게 올린 표와 장, 황소를 꾸짖은 격문, 여러 절도사에게 보낸 편지, 부하에게 내린 위곡과 거첩, 도교 재사와 불교 재문, 제문, 성도 나성과 안남 그림에 붙인 기, 그리고 고변에게 올린 계와 시까지 366편이 실려 있다. 「신은 신라 사람입니다」로 시작하는 첫 계와 「천하 사람이 너를 죽이려 할 뿐 아니라 땅속 귀신도 너를 베기로 의논하였다」는 토황소격문이 여기 있고, 마지막 권은 열두 살에 떠난 고향으로 돌아가는 뱃길에서 지은 시다. 지금 전하는 한국인의 문집 가운데 가장 오래된 것으로, 1834년 홍석주와 서유구가 활자로 찍으며 「우리 동방 문장의 근본이요 시작」이라 하였다. 그 두 서문도 함께 옮겼다.

1대왕의 바람에 의탁하여 일찍 군자의 나라로 돌아가게 하소서

維年月日。新羅國入淮南使檢校倉部員外郎守翰林郎賜緋銀魚袋金仁圭。淮南入新羅兼送國信等使前都統巡官承務郎殿中侍御史內供奉賜緋魚袋崔致遠等。謹以淸酌牲牢之奠。敬𢈧懸于巉山大王之靈。竊以昔辨方圓。始分淸濁。融作江海。結爲山岳。石戴土而土戴石。小者磝而大者礐。然而罕有威神。靜無稜角。與堆阜而相接。見丘陵之可學。惟靈磊磊落落。高臨鯷壑。巉巉嵒嵒。俯壓鯨潭。上則爲雲霧縈纏之骨。下則爲波濤激射之窟。黲朝則迎金烏而前出。夜則送銀蟾而後沒。是以峻德能彰乎東夏西夷。玄功不假乎南儵北忽。則彼織女之機倚河漢。秦帝之橋架溟渤。徒衒其名。莫勞我形。每謂蘊藏其片玉。豈唯廁列於雙瓊。遂使往來者虔度英靈。祈禱者盡寫精誠。旣蘋蘩之可薦。信黍稷之非馨。今者仁圭等久銜遠命。致遠也始奉殷聘。喜歸舟之旣同。佇遊轡之能竝。不患胡越之意殊。寧慙李郭之名盛。去歲初冬。及東牟東。屬以滄流尙遠。玄律將窮。浪形匌㔩而鷁難浮艦。風響驫飍而鵠恐辭籠。遂艤刳木。聊安斷蓬。一昨雖迎端月。猶懼俊風。延頸而待逢候燕。回眸而送盡歸鴻。方期利涉。龜從筮叶。直指雞林。輕浮芥葉。豈輸馳馬之蹄。願較秋鷹之捷。遠詣靈峯。難尋壽宮。但覩其靑蓮倒蘸於巨浸。碧螺高柱於晴空。仰威靈之聳塵外。想影響之飄雲中。於是潔饋饎擇肥醲。酒醴斯醹。牲牷粗豐。謹賚薄禮。敢覬陰功。伏惟大王潛施呼噏。密降指蹤。使波神拱手。川后斂容。楚師之南風且競。鄭伯之東道割通。照水鏡之心。旣分妍醜。擘土囊之口。無雜雌雄。則可朝穿汗漫。暮截鴻濛。去採石華。必同謝運。行吟肉脯。免效張融。加以某臨川自審。登木增懍。憶昔雪作夜光。氷爲夕飮。幾年獨勵於鼓篋。今日方期於扇枕。將問荊州之絹。忝披會稽之錦。見寵若驚。心如捧盈。雖智有不逮。而時然後行。况賚御筆。慮滯王程。今則裹裝旣飾。儼有行色。翫淑景以歌吟。汎安流於瞬息。唯托大王之風。早歸君子之國。俾傳帝命。無曠神職。尙饗。

유 연월일에 신라국 입회남사 검교창부원외랑 수한림랑 사비은어대 김인규와 회남 입신라 겸 송국신 등 사 전 도통순관 승무랑 전중시어사 내공봉 사비어대 최치원 등은 삼가 맑은 술과 희생의 제전으로 공경히 참산대왕의 영께 올립니다. 가만히 생각하건대 옛날 방원을 가리고 처음 청탁을 나누어 녹여 강해를 짓고 맺어 산악이 되니, 돌이 흙을 이고 흙이 돌을 이어 작은 것은 자갈산이요 큰 것은 바위산이나 위엄 있는 신이 드물고 고요히 모난 데가 없어 언덕과 서로 잇닿아 구릉이 본받을 만함을 보입니다. 오직 신령께서는 우뚝하고 낙락하여 높이 동쪽 바다에 임하고 험하고 험하여 굽어 고래 못을 누르니, 위로는 구름과 안개가 얽히는 뼈가 되고 아래로는 파도가 부딪쳐 쏘는 굴이 되어 아침이면 금오를 맞아 앞에 나오고 밤이면 은두꺼비를 보내 뒤에 잠기니, 그러므로 준수한 덕이 동하와 서이에 드러나고 현묘한 공은 남해의 숙과 북해의 홀에 기대지 않습니다. 저 직녀의 베틀이 은하에 기대고 진 황제의 다리가 명발에 걸쳤어도 한갓 그 이름을 뽐낼 뿐 나의 형체를 수고롭게 하지 못하니, 늘 그 한 조각 옥을 간직하였다 하니 어찌 오직 두 옥에 끼어 벌일 뿐이겠습니까. 마침내 오가는 이가 영령을 경건히 헤아리고 비는 이가 정성을 다 적게 하니 이미 마름과 다북쑥을 올릴 만하고 참으로 기장과 피가 향기가 아닙니다. 이제 인규 등은 오래 먼 명을 머금고 치원은 처음 두터운 빙명을 받들어 돌아가는 배가 이미 같음을 기뻐하고 노니는 고삐가 나란히 할 수 있기를 기다리니 호와 월의 뜻이 다름을 근심하지 않으며 어찌 이응·곽태의 이름이 성함에 부끄럽겠습니까. 지난해 초겨울 동모의 동쪽에 이르러 창해가 아직 멀고 현률이 장차 다하며 물결 형세가 겹쳐 익새가 배를 띄우기 어렵고 바람 소리가 몰아쳐 고니가 새장 떠나기를 두려워하므로 마침내 통나무배를 대고 애오라지 끊긴 쑥대를 편안히 하였습니다. 지난번 비록 정월을 맞았으나 오히려 준풍을 두려워하여 목을 늘여 후연 만나기를 기다리고 눈을 돌려 돌아가는 기러기를 다 보냈는데, 바야흐로 이롭게 건너기를 기약하니 거북이 따르고 시초가 맞아 곧장 계림을 가리켜 가벼이 겨자 잎을 띄우니 어찌 달리는 말굽에 뒤지겠습니까. 가을 매의 날램과 견주기 원합니다. 멀리 신령한 봉우리에 이르렀으나 수궁을 찾기 어려워 다만 그 푸른 연꽃이 큰 물에 거꾸로 잠기고 푸른 소라가 갠 하늘에 높이 기둥 선 것을 보고 위령이 티끌 밖에 솟음을 우러르고 그림자와 메아리가 구름 속에 나부낌을 생각합니다. 이에 음식을 깨끗이 하고 살찌고 진한 것을 가려 술과 단술이 이에 진하고 희생이 자못 풍성하니 삼가 박한 예를 지녀 감히 음공을 바랍니다. 엎드려 생각하건대 대왕께서 몰래 숨을 내쉬고 들이쉬시며 은밀히 자취를 가리켜 파신이 손을 모으고 천후가 얼굴을 거두게 하시어 초나라 군사의 남풍이 우선 다투고 정백의 동도가 갈라 통하게 하시며, 물 거울의 마음을 비추어 이미 고움과 미움을 나누고 흙 주머니의 입을 쪼개어 자웅이 섞이지 않게 하소서. 그러면 아침에 한만을 뚫고 저녁에 홍몽을 끊어 가서 석화를 캐면 반드시 사영운과 같고 다니며 육포를 읊으니 장융을 본받음을 면합니다. 게다가 저는 냇물에 임하여 스스로 살피고 나무에 올라 두려움을 더하니 옛날 눈이 밤빛이 되고 얼음이 저녁 마실 것이 되어 몇 해 홀로 책 상자를 두드리기에 힘쓰다가 오늘 바야흐로 베개 부채질하기를 기약하며 장차 형주의 비단을 묻고 외람되이 회계의 비단을 걸치니 총애를 보고 놀란 듯하여 마음이 가득 찬 것을 받든 듯합니다. 비록 지혜가 미치지 못함이 있으나 때가 된 뒤에 행하니 하물며 어필을 지녀 왕정이 지체될까 염려됩니다. 이제 행장이 이미 꾸며져 엄연히 행색이 있으니 맑은 경치를 완상하며 노래하고 편안한 흐름에 순식간에 띄워 오직 대왕의 바람에 의탁하여 일찍 군자의 나라로 돌아가 황제의 명을 전하고 신의 직을 비우지 않게 하소서. 흠향하소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