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初見秦

한비자 韓非子 · 한비(韓非)와 후학 · 기원전 3세기 · 단락 5 · 한자 1,710자 · 낭독 6.8분

「한비자」 초견진 「初見秦」의 한문 원문과 우리말 번역을 단락마다 나란히 실었습니다. 법가가 한자리에 모인 책이다. 상앙의 법(法)과 신불해의 술(術)과 신도의 세(勢)를 한비가 받아 하나로 엮었다. 사람은 착해서 착한 것이 아니라 그름을 할 수 없어 착하다고 보고, 임금이 기댈 것은 어짊이 아니라 법과 술과 세라고 말한다. 모순(矛盾)이 여기서 나왔다. 뚫지 못할 방패와 뚫지 못함이 없는 창을 함께 파는 초나라 사람 이야기로 요와 순을 함께 기릴 수 없음을 보였고, 난세에서 다시 한 번 어짊과 세를 두고 같은 비유를 든다. 그루터기를 지키며 토끼를 기다린 송나라 사람(수주대토)과 발이 두 번 잘리고서야 옥으로 인정받은 화씨의 벽옥도 이 책의 이야기다. 말하기의 어려움을 다룬 세난(說難)에는 용의 목 아래 거꾸로 난 비늘 이야기가 있다. 임금에게도 그런 비늘이 있어 건드리면 죽는다는 것인데, 정작 한비 자신이 진나라에서 옥에 갇혀 죽었다. 존한(存韓)에는 한비가 진왕에게 올린 글과, 그 바로 뒤에 이사가 「한비는 한나라를 위해 온 자이니 돌려보내지 말라」고 올린 글이 나란히 실려 있다. 한 사람을 죽음으로 몬 문서가 그 사람의 책에 함께 남았다.

臣聞:「不知而言,不智;知而不言,不忠。」爲人臣不忠,當死;言而不當,亦當死。雖然,臣願悉言所聞,唯大王裁其罪。

신은 들었습니다. 「알지 못하면서 말함은 슬기롭지 않고, 알면서 말하지 않음은 충성되지 않다.」 남의 신하가 되어 충성되지 않으면 죽어 마땅하고, 말하여 마땅하지 않아도 죽어 마땅합니다. 비록 그러하나 신은 들은 바를 다 아뢰고자 하오니, 오직 대왕께서 그 죄를 마름하십시오.

臣聞:天下陰燕陽魏,連荊固齊,收韓而成從,將西面以與强秦爲難。臣竊笑之。世有三亡,而天下得之,其此之謂乎!臣聞之曰:「以亂攻治者亡,以邪攻正者亡,以逆攻順者亡。」今天下之府庫不盈,囷倉空虚,悉其士民,張軍數十百萬,其頓首戴羽爲將軍斷死於前不至千人,皆以言死。白刃在前,斧鑕在後,而却走不能死也,非其士民不能死也,上不能故也。言賞則不與,言罰則不行,賞罰不信,故士民不死也。今秦出號令而行賞罰,有功無功相事也。出其父母懷衽之中,生未嘗見寇耳。聞戰,頓足徒裼,犯白刃,蹈鑪炭,斷死於前者皆是也。夫斷死與斷生者不同,而民爲之者,是貴奮死也。夫一人奮死可以對十,十可以對百,百可以對千,千可以對萬,萬可以尅天下矣。今秦地折長補短,方數千里,名師數十百萬。秦之號令賞罰,地形利害,天下莫若也。以此與天下,天下不足兼而有也。是故秦戰未嘗不尅,攻未嘗不取,所當未嘗不破,開地數千里,此其大功也。然而兵甲頓,士民病,蓄積索,田疇荒,囷倉虚,四鄰諸侯不服,霸王之名不成。此無異故,其謀臣皆不盡其忠也。

신은 들었습니다. 천하가 북으로 연나라와 남으로 위나라를 끼고 초나라와 이어지고 제나라를 굳혀, 한나라를 거두어 합종을 이루고 장차 서쪽을 향해 강한 진나라와 겨루려 한다 합니다. 신은 속으로 웃습니다. 세상에 망하는 길이 셋 있는데 천하가 그것을 다 얻었으니, 이를 두고 이름인가 봅니다! 신이 듣기로 「어지러움으로 다스림을 치는 자는 망하고, 사악함으로 바름을 치는 자는 망하며, 거스름으로 순함을 치는 자는 망한다」 하였습니다. 이제 천하의 곳간이 차지 않고 노적이 비었는데 그 백성을 다 몰아 군사 수십만 백만을 벌여 놓았으나, 머리를 조아리고 깃을 이고 장군이 되어 앞에서 죽기를 각오한 이는 천 사람에 이르지 못하고 다들 말로만 죽는다 합니다. 흰 칼날이 앞에 있고 도끼와 모탕이 뒤에 있어도 물러나 달아나며 죽지 못하니, 그 백성이 죽지 못하는 것이 아니라 위가 그렇게 만들지 못한 까닭입니다. 상을 말하고도 주지 않고 벌을 말하고도 행하지 않아 상벌이 미덥지 않으니, 그래서 백성이 죽지 않습니다. 이제 진나라는 호령을 내면 상벌을 행하여 공이 있고 없음을 그대로 갈라 대합니다. 부모의 품에서 나와 나면서부터 도적을 본 적이 없는 자들도 싸움 소식을 들으면 발을 구르고 웃통을 벗고 흰 칼날을 무릅쓰고 숯불을 밟으며 앞에서 죽기를 각오하니 다 그러합니다. 무릇 죽기로 마음먹음은 살기로 마음먹음과 같지 않은데 백성이 그리하는 것은 떨쳐 죽음을 귀히 여기기 때문입니다. 무릇 한 사람이 떨쳐 죽으면 열을 당할 수 있고 열이면 백을, 백이면 천을, 천이면 만을, 만이면 천하를 이길 수 있습니다. 이제 진나라 땅은 긴 데를 잘라 짧은 데를 채우면 사방 수천 리요 이름난 군사가 수십만 백만입니다. 진나라의 호령과 상벌, 지형의 이로움과 해로움은 천하에 견줄 데가 없습니다. 이것으로 천하를 상대하면 천하를 아울러 갖기에 모자라지 않습니다. 이 때문에 진나라는 싸워 이기지 못한 적이 없고 쳐서 얻지 못한 적이 없으며 맞선 것을 깨뜨리지 못한 적이 없어 땅을 수천 리 열었으니 이것이 그 큰 공입니다. 그러나 병기와 갑옷이 무디고 백성이 병들며 쌓아 둔 것이 다하고 밭이 거칠어지고 노적이 비어, 사방 이웃 제후가 복종하지 않고 패왕의 이름이 이루어지지 않았습니다. 이는 다른 까닭이 아니라 그 꾀하는 신하들이 다 충성을 다하지 않아서입니다.

臣敢言之:往者齊南破荊,東破宋,西服秦,北破燕,中使韓、魏,土地廣而兵强,戰尅攻取,詔令天下。齊之清濟濁河,足以爲限;長城巨防,足以爲塞。齊,五戰之國也,一戰不尅而無齊。由此觀之,夫戰者,萬乘之存亡也。且臣聞之曰:「削株無遺根,無與禍鄰,禍乃不存。」秦與荊人戰,大破荊,襲郢,取洞庭、五渚、江南,荊王君臣亡走,東服於陳。當此時也,隨荊以兵,則荊可舉;荊可舉,則其民足貪也,地足利也,東以弱齊、燕,中以凌三晉。然則是一舉而霸王之名可成也,四鄰諸侯可朝也,而謀臣不爲,引軍而退,復與荊人爲和。令荊人得收亡國,聚散民,立社稷主,置宗廟,令率天下西面以與秦爲難。此固以失霸王之道一矣。天下又比周而軍華下,大王以詔破之,兵至梁郭下。圍梁數旬,則梁可拔;拔梁,則魏可舉;舉魏,則荊、趙之意絶;荊、趙之意絶,則趙危;趙危而荊狐疑;東以弱齊、燕,中以凌三晉。然則是一舉而霸王之名可成也,四鄰諸侯可朝也,而謀臣不爲,引軍而退,復與魏氏爲和,令魏氏反收亡國,聚散民,立社稷主,置宗廟,令率天下西面以與秦爲難。此固以失霸王之道二矣。前者穰侯之治秦也,用一國之兵而欲以成兩國之功,是故兵終身暴露於外,士民疲病於内,霸王之名不成。此固以失霸王之道三矣。

신이 감히 아뢰겠습니다. 지난날 제나라는 남으로 초나라를 깨뜨리고 동으로 송나라를 깨뜨리며 서로 진(秦)나라를 복종시키고 북으로 연나라를 깨뜨렸으며, 가운데로 한나라와 위나라를 부려 땅이 넓고 군사가 강하여 싸우면 이기고 치면 얻어 천하에 조령을 내렸습니다. 제나라의 맑은 제수와 흐린 하수는 경계가 되기에 넉넉하고 장성과 큰 둑은 요새가 되기에 넉넉하였습니다. 제나라는 다섯 번 싸운 나라인데 한 번 싸워 이기지 못하자 제나라가 없어졌습니다. 이로써 보면 무릇 싸움이란 만승 나라의 남고 망함이 걸린 일입니다. 또 신이 듣기로 「그루터기를 깎을 때 뿌리를 남기지 말고 화와 이웃하지 않으면 화가 남지 않는다」 하였습니다. 진(秦)나라가 초나라 사람과 싸워 초나라를 크게 깨뜨리고 영(郢)을 엄습하여 동정과 오저와 강남을 얻으니 초나라 임금과 신하가 달아나 동으로 진(陳)에서 복종하였습니다. 이때에 군사로 초나라를 뒤쫓았다면 초나라를 들어 없앨 수 있었고, 초나라를 들었다면 그 백성을 탐할 만하고 그 땅이 이로울 만하여 동으로 제나라와 연나라를 약하게 하고 가운데로 삼진을 능멸하였을 것입니다. 그러면 한 번 들어 패왕의 이름을 이루고 사방 제후를 조회하게 할 수 있었는데, 꾀하는 신하가 하지 않고 군사를 거두어 물러나 다시 초나라 사람과 화친하였습니다. 초나라 사람으로 하여금 망한 나라를 거두고 흩어진 백성을 모아 사직의 주인을 세우고 종묘를 두게 하여, 천하를 거느리고 서쪽을 향해 진(秦)나라와 겨루게 하였습니다. 이것이 패왕의 길을 잃은 첫째입니다. 천하가 또 무리 지어 화양 아래에 군사를 두었는데 대왕께서 조서로 깨뜨려 군사가 대량 성 밖에 이르렀습니다. 대량을 두어 달 에워쌌으면 대량을 뽑을 수 있었고, 대량을 뽑으면 위나라를 들 수 있었으며, 위나라를 들면 초나라와 조나라의 뜻이 끊어졌을 것입니다. 초나라와 조나라의 뜻이 끊어지면 조나라가 위태롭고, 조나라가 위태로우면 초나라가 의심하여 망설이니, 동으로 제나라와 연나라를 약하게 하고 가운데로 삼진을 능멸하였을 것입니다. 그러면 한 번 들어 패왕의 이름을 이루고 사방 제후를 조회하게 할 수 있었는데, 꾀하는 신하가 하지 않고 군사를 거두어 물러나 다시 위씨와 화친하여, 위씨로 하여금 도리어 망한 나라를 거두고 흩어진 백성을 모아 사직의 주인을 세우고 종묘를 두게 하여, 천하를 거느리고 서쪽을 향해 진(秦)나라와 겨루게 하였습니다. 이것이 패왕의 길을 잃은 둘째입니다. 앞서 양후(穰侯)가 진(秦)나라를 다스릴 때 한 나라의 군사를 쓰면서 두 나라의 공을 이루려 하였으니, 이 때문에 군사가 종신토록 밖에 드러나고 백성이 안에서 지치고 병들어 패왕의 이름이 이루어지지 않았습니다. 이것이 패왕의 길을 잃은 셋째입니다.

趙氏,中央之國也,雜民所居也,其民輕而難用也。號令不治,賞罰不信,地形不便,下不能盡其民力。彼固亡國之形也,而不憂民萌,悉其士民軍於長平之下,以爭韓上黨,大王以詔破之,拔武安。當是時也,趙氏上下不相親也,貴賤不相信也。然則邯鄲不守。拔邯鄲,筦山東河間,引軍而去,西攻脩武,踰羊腸,降代、上黨。代三十六縣,上黨十七縣,不用一領甲,不苦一士民,此皆秦有也。代、上黨不戰而畢爲秦矣,東陽、河外不戰而畢反爲斉矣,中山、呼沲以北不戰而畢爲燕矣。然則是趙舉,趙舉則韓亡,韓亡則荊、魏不能獨立,荊、魏不能獨立,則是一舉而壞韓、蠹魏、挾荊,東以弱齊、燕,決白馬之口以沃魏氏,是一舉而三晉亡,從者敗也。大王垂拱以須之,天下編隨而服矣,霸王之名可成。而謀臣不爲,引軍而退,復與趙氏爲和。夫以大王之明,秦兵之强,弃霸王之業,地曾不可得,乃取欺於亡國,是謀臣之拙也。且夫趙當亡而不亡,秦當霸而不霸,天下固以量秦之謀臣一矣。乃復悉士卒以攻邯鄲,不能拔也,弃甲兵弩,戰竦而却,天下固已量秦力二矣。軍乃引而復,并於李下,大王又并軍而至,與戰不能尅之也,又不能反,軍罷而去,天下固量秦力三矣。内者量吾謀臣,外者極吾兵力。由是觀之,臣以爲天下之從,幾不難矣。内者,吾甲兵頓,士民病,蓄積索,田疇荒,囷倉虚;外者,天下皆比意甚固。願大王有以慮之也。

조씨는 한가운데 있는 나라요 뒤섞인 백성이 사는 곳이라 그 백성이 가볍고 부리기 어렵습니다. 호령이 다스려지지 않고 상벌이 미덥지 않으며 지형이 편하지 않아 아래가 그 백성의 힘을 다하게 하지 못합니다. 저들은 본디 망할 나라의 꼴인데 백성을 걱정하지 않고 그 백성을 다 몰아 장평 아래에 군사를 두어 한나라의 상당을 다투었으니, 대왕께서 조서로 깨뜨리고 무안을 뽑았습니다. 이때에 조씨는 위와 아래가 서로 친하지 않고 귀한 이와 천한 이가 서로 믿지 않았습니다. 그러니 한단은 지켜지지 않았을 것입니다. 한단을 뽑고 산동과 하간을 거머쥐고 군사를 이끌고 가서 서쪽으로 수무를 치고 양장을 넘어 대와 상당을 항복시켰을 것입니다. 대의 서른여섯 현과 상당의 열일곱 현을 갑옷 한 벌 쓰지 않고 백성 하나 괴롭히지 않고 다 진(秦)나라가 가질 수 있었습니다. 대와 상당은 싸우지 않고 다 진(秦)나라 것이 되고, 동양과 하외는 싸우지 않고 다 제나라로 돌아가며, 중산과 호타 북쪽은 싸우지 않고 다 연나라 것이 되었을 것입니다. 그러면 조나라가 들리고, 조나라가 들리면 한나라가 망하며, 한나라가 망하면 초나라와 위나라가 홀로 설 수 없고, 초나라와 위나라가 홀로 설 수 없으면 이는 한 번 들어 한나라를 무너뜨리고 위나라를 좀먹고 초나라를 끼는 것이니, 동으로 제나라와 연나라를 약하게 하고 백마의 어귀를 터 위씨를 잠기게 하면 한 번 들어 삼진이 망하고 합종하던 이들이 패합니다. 대왕께서 팔짱을 끼고 기다리시면 천하가 줄지어 따라 복종하여 패왕의 이름을 이룰 수 있었습니다. 그런데 꾀하는 신하가 하지 않고 군사를 거두어 물러나 다시 조씨와 화친하였습니다. 무릇 대왕의 밝음과 진(秦)나라 군사의 강함으로 패왕의 업을 버리고 땅조차 얻지 못한 채 망할 나라에게 속임을 당하였으니, 이는 꾀하는 신하가 서툰 것입니다. 또 조나라가 마땅히 망할 것인데 망하지 않고 진(秦)나라가 마땅히 패자가 될 것인데 되지 못하니, 천하가 진(秦)나라의 꾀하는 신하를 헤아려 본 것이 첫째입니다. 이에 다시 군졸을 다 몰아 한단을 쳤으나 뽑지 못하고 갑옷과 병기와 쇠뇌를 버리고 싸움에 떨며 물러났으니, 천하가 이미 진(秦)나라 힘을 헤아린 것이 둘째입니다. 군사가 물러났다가 다시 이하(李下)에 모이고 대왕께서 또 군사를 아울러 이르렀으나 싸워 이기지 못하고 돌아오지도 못한 채 군사가 지쳐 떠났으니, 천하가 진(秦)나라 힘을 헤아린 것이 셋째입니다. 안으로는 우리 꾀하는 신하를 헤아리고 밖으로는 우리 병력을 다 재었습니다. 이로써 보면 신은 천하의 합종이 거의 어렵지 않다고 봅니다. 안으로는 우리 갑옷과 병기가 무디고 백성이 병들며 쌓은 것이 다하고 밭이 거칠며 노적이 비었고, 밖으로는 천하가 다 뜻을 견주어 매우 굳습니다. 바라건대 대왕께서는 이를 헤아리십시오.

且臣聞之曰:「戰戰栗栗,日慎一日,苟慎其道,天下可有。」何以知其然也?昔者紂爲天子,將率天下甲兵百萬,左飲於淇溪,右飲於洹谿,淇水竭而洹水不流,以與周武王爲難。武王將素甲三千,戰一日,而破紂之國,禽其身,據其地而有其民,天下莫傷。知伯率三國之衆以攻趙襄主於晉陽,決水而灌之三月,城且拔矣,襄主鑽龜筮占兆,以視利害,何國可降。乃使其臣張孟談。於是乃潜行而出,反知伯之約,得兩國之衆,以攻知伯,禽其身,以復襄主之初。今秦地折長補短,方數千里,名師數十百萬。秦國之號令賞罰,地形利害,天下莫如也。以此與天下,可兼而有也。臣昧死願望見大王,言所以破天下之從,舉趙,亡韓,臣荊、魏,親齊、燕,以成霸王之名,朝四鄰諸侯之道。大王誠聽其說,一舉而天下之從不破,趙不舉,韓不亡,荊、魏不臣,齊、燕不親,霸王之名不成,四鄰諸侯不朝,大王斬臣以徇國,以爲王謀不忠者戒也。

또 신이 듣기로 「두려워 떨며 날마다 하루를 삼가, 진실로 그 길을 삼가면 천하를 가질 수 있다」 하였습니다. 어떻게 그러한 줄 아느냐 하면 이렇습니다. 옛날 주(紂)가 천자가 되어 천하의 갑병 백만을 거느리니 왼쪽은 기수에서 마시고 오른쪽은 원수에서 마셔 기수가 마르고 원수가 흐르지 않았는데, 그것으로 주나라 무왕과 겨루었습니다. 무왕은 흰 갑옷 삼천을 거느리고 하루를 싸워 주의 나라를 깨뜨리고 그 몸을 사로잡아 그 땅을 차지하고 그 백성을 가졌으나 천하가 상하지 않았습니다. 지백이 세 나라 무리를 거느리고 진양에서 조나라 양주를 치며 물을 터 석 달을 잠그니 성이 뽑히려 하였습니다. 양주는 거북을 지지고 시초로 점쳐 이해를 보아 어느 나라를 항복시킬 수 있을지 헤아리고 이에 그 신하 장맹담을 보냈습니다. 장맹담이 몰래 빠져나가 지백과의 약속을 뒤집어 두 나라 무리를 얻어 지백을 쳐서 그 몸을 사로잡고 양주의 처음을 되찾았습니다. 이제 진(秦)나라 땅은 긴 데를 잘라 짧은 데를 채우면 사방 수천 리요 이름난 군사가 수십만 백만입니다. 진(秦)나라의 호령과 상벌, 지형의 이로움과 해로움은 천하에 견줄 데가 없습니다. 이것으로 천하를 상대하면 아울러 가질 수 있습니다. 신은 죽음을 무릅쓰고 대왕을 뵙기를 바라며, 천하의 합종을 깨뜨리고 조나라를 들며 한나라를 망하게 하고 초나라와 위나라를 신하로 삼고 제나라와 연나라와 친하여 패왕의 이름을 이루고 사방 제후를 조회하게 하는 길을 아뢰고자 합니다. 대왕께서 참으로 그 말을 들으시고도 한 번 들어 천하의 합종이 깨지지 않고 조나라가 들리지 않고 한나라가 망하지 않고 초나라와 위나라가 신하가 되지 않고 제나라와 연나라가 친해지지 않아 패왕의 이름이 이루어지지 않고 사방 제후가 조회하지 않는다면, 대왕께서는 신을 베어 나라에 돌리시고 왕을 위해 꾀하면서 충성되지 않은 자의 경계로 삼으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