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存韓

한비자 韓非子 · 한비(韓非)와 후학 · 기원전 3세기 · 단락 9 · 한자 1,688자 · 낭독 6.8분

「한비자」 존한 「存韓」의 한문 원문과 우리말 번역을 단락마다 나란히 실었습니다. 법가가 한자리에 모인 책이다. 상앙의 법(法)과 신불해의 술(術)과 신도의 세(勢)를 한비가 받아 하나로 엮었다. 사람은 착해서 착한 것이 아니라 그름을 할 수 없어 착하다고 보고, 임금이 기댈 것은 어짊이 아니라 법과 술과 세라고 말한다. 모순(矛盾)이 여기서 나왔다. 뚫지 못할 방패와 뚫지 못함이 없는 창을 함께 파는 초나라 사람 이야기로 요와 순을 함께 기릴 수 없음을 보였고, 난세에서 다시 한 번 어짊과 세를 두고 같은 비유를 든다. 그루터기를 지키며 토끼를 기다린 송나라 사람(수주대토)과 발이 두 번 잘리고서야 옥으로 인정받은 화씨의 벽옥도 이 책의 이야기다. 말하기의 어려움을 다룬 세난(說難)에는 용의 목 아래 거꾸로 난 비늘 이야기가 있다. 임금에게도 그런 비늘이 있어 건드리면 죽는다는 것인데, 정작 한비 자신이 진나라에서 옥에 갇혀 죽었다. 존한(存韓)에는 한비가 진왕에게 올린 글과, 그 바로 뒤에 이사가 「한비는 한나라를 위해 온 자이니 돌려보내지 말라」고 올린 글이 나란히 실려 있다. 한 사람을 죽음으로 몬 문서가 그 사람의 책에 함께 남았다.

韓事秦三十餘年,出則爲扞蔽,入則爲蓆薦。秦特出銳師取地而韓隨之,怨懸於天下,功歸於强秦。且夫韓入貢職,與郡縣無異也。今臣竊聞貴臣之計,舉兵將伐韓。夫趙氏聚士卒,養從徒,欲贅天下之兵,明秦不弱則諸侯必滅宗廟,欲西面行其意,非一日之計也。今釋趙之患,而攘内臣之韓,則天下明趙氏之計矣。

한나라가 진나라를 섬긴 지 삼십여 년입니다. 나가서는 막이 되고 들어와서는 자리와 깔개가 되었습니다. 진나라가 날랜 군사를 내어 땅을 얻으면 한나라가 그 뒤를 따라, 원망은 천하에 달리고 공은 강한 진나라에 돌아갔습니다. 또 한나라가 공물과 직임을 바치니 진나라의 군현과 다를 것이 없습니다. 이제 신은 귀한 신하의 꾀를 가만히 들으니 군사를 일으켜 한나라를 치려 한다 합니다. 무릇 조씨는 군졸을 모으고 합종하는 무리를 길러 천하의 군사를 붙이려 하며, 진나라가 약해지지 않으면 제후가 반드시 종묘를 잃는다고 밝히며 서쪽을 향해 그 뜻을 행하려 하니 하루아침의 꾀가 아닙니다. 이제 조나라의 근심을 놓아두고 안의 신하인 한나라를 물리치면 천하가 조씨의 꾀를 밝히 알게 될 것입니다.

夫韓,小國也,而以應天下四擊,主辱臣苦,上下相與同憂久矣。脩守備,戒强敵,有畜積,築城池以守固。今伐韓,未可一年而滅,拔一城而退,則權輕於天下,天下摧我兵矣。韓叛,則魏應之,趙據齊以爲原,如此,則以韓、魏資趙假齊以固其從,而以與爭强,趙之福而秦之禍也。夫進而擊趙不能取,退而攻韓弗能拔,則陷銳之卒懃於野戰,負任之旅罷於内攻,則合羣苦弱以敵而共二萬乘,非所以亡韓之心也。均如貴臣之計,則秦必爲天下兵質矣。陛下雖以金石相弊,則兼天下之日未也。

무릇 한나라는 작은 나라인데 천하 사방의 침을 받아 왔으니 임금은 욕되고 신하는 괴로우며 위와 아래가 함께 근심한 지 오랩니다. 지킬 채비를 닦고 강한 적을 경계하며 쌓아 둔 것이 있고 성과 못을 쌓아 굳게 지킵니다. 이제 한나라를 쳐도 한 해 만에 없앨 수 없고, 성 하나를 뽑고 물러나면 권세가 천하에 가벼워져 천하가 우리 군사를 꺾을 것입니다. 한나라가 배반하면 위나라가 응하고 조나라는 제나라를 근거로 삼으니, 이러하면 한나라와 위나라로 조나라를 돕고 제나라를 빌려 그 합종을 굳혀 강함을 다투는 것이라 조나라의 복이요 진나라의 화입니다. 무릇 나아가 조나라를 쳐도 얻지 못하고 물러나 한나라를 쳐도 뽑지 못하면, 적진을 뚫는 날랜 군졸은 들싸움에 지치고 짐을 진 무리는 안을 치다 고달파, 괴롭고 약한 무리를 합쳐 만승 두 나라를 함께 적으로 삼는 것이니 한나라를 없애려던 마음이 아닙니다. 만약 귀한 신하의 꾀대로 한다면 진나라는 반드시 천하 군사의 과녁이 될 것입니다. 폐하께서 비록 쇠와 돌처럼 서로 버티신다 해도 천하를 아우를 날은 오지 않습니다.

今賤臣之愚計,使人使荊,重幣用事之臣,明趙之所以欺秦者;與魏質以安其心,從韓而伐趙,趙雖與齊爲一,不足患也。二國事畢,則韓可以移書定也。是我一舉二國有亡形,則荊、魏又必自服矣。故曰:「兵者,凶器也。」不可不審用也。以秦與趙敵衡,加以齊,今又背韓,而未有以堅荊、魏之心。夫一戰而不勝,則禍搆矣。計者,所以定事也,不可不察也。趙、秦强弱,在今年耳。且趙與諸侯陰謀久矣。夫一動而弱於諸侯,危事也;爲計而使諸侯有意我之心,至殆也。見二踈,非所以强於諸侯也。臣竊願陛下之幸熟圖之!攻伐而使從者間焉,不可悔也。

이제 천한 신하의 어리석은 꾀는 이렇습니다. 사람을 초나라에 보내고 일 맡은 신하에게 폐백을 두터이 하여 조나라가 진나라를 속인 바를 밝히며, 위나라와 볼모를 주고받아 그 마음을 안정시키고, 한나라를 따라 조나라를 치면 조나라가 비록 제나라와 하나가 되어도 근심할 것이 못 됩니다. 두 나라 일이 끝나면 한나라는 글 한 장으로 정할 수 있습니다. 이는 우리가 한 번 들어 두 나라에 망할 꼴이 생기는 것이니 초나라와 위나라가 또 반드시 스스로 복종할 것입니다. 그러므로 이르기를 「군사는 흉한 그릇이다」 하였으니 살펴 쓰지 않을 수 없습니다. 진나라가 조나라와 저울처럼 맞서는데 제나라가 더해지고 이제 또 한나라를 등지면서 초나라와 위나라의 마음을 굳혀 둘 것이 없습니다. 무릇 한 번 싸워 이기지 못하면 화가 얽힙니다. 꾀란 일을 정하는 것이니 살피지 않을 수 없습니다. 조나라와 진나라의 강약은 올해에 달렸을 뿐입니다. 또 조나라가 제후와 몰래 꾀한 지 오랩니다. 무릇 한 번 움직여 제후에게 약해지면 위태로운 일이요, 꾀를 내어 제후로 하여금 우리를 노리는 마음을 갖게 하면 지극히 위태롭습니다. 두 가지 성긂을 보이는 것은 제후에게 강해지는 길이 아닙니다. 신은 가만히 폐하께서 깊이 헤아려 주시기를 바랍니다. 쳐 나가다가 합종하는 이들이 그 틈을 타게 하면 뉘우칠 수도 없습니다.

詔以韓客之所上書,書言韓子之未可舉,下臣斯。臣斯甚以爲不然。秦之有韓,若人之有腹心之病也,虚處則㤥然,若居濕地,著而不去,以極走,則發矣。夫韓雖臣於秦,未嘗不爲秦病,今若有卒報之事,韓不可信也。秦與趙爲難,荊蘇使齊,未知何如。以臣觀之,則齊、趙之交未必以荊蘇絶也;若不絶,是悉秦而應二萬乘也。夫韓不服秦之義而服於强也,今專於齊、趙,則韓必爲腹心之病而發矣。韓與荊有謀,諸侯應之,則秦必復見崤塞之患。

조서로 한나라 객이 올린 글을 내리셨는데, 그 글은 한나라를 아직 칠 수 없다고 말한 것이며 신 이사(李斯)에게 내리셨습니다. 신 이사는 매우 그렇지 않다고 여깁니다. 진나라에 한나라가 있음은 사람에게 뱃속의 병이 있는 것과 같아, 가만히 있으면 뻐근하고 습한 땅에 사는 것처럼 붙어 떠나지 않다가 힘껏 달리면 도집니다. 무릇 한나라가 비록 진나라에 신하 노릇 하나 일찍이 진나라의 병이 되지 않은 적이 없으니, 이제 갑작스러운 일이 생기면 한나라는 믿을 수 없습니다. 진나라가 조나라와 겨루는데 형소(荆蘇)가 제나라에 사신으로 갔으나 어찌 될지 알 수 없습니다. 신이 보기에 제나라와 조나라의 사귐이 반드시 형소 때문에 끊어지지는 않을 것이요, 끊어지지 않으면 이는 진나라를 다 기울여 만승 두 나라를 상대하는 것입니다. 무릇 한나라는 진나라의 의에 복종한 것이 아니라 강함에 복종한 것이니, 이제 제나라와 조나라에 힘을 쏟으면 한나라가 반드시 뱃속의 병이 되어 도질 것입니다. 한나라가 초나라와 꾀하고 제후가 응하면 진나라는 반드시 다시 효산 요새의 근심을 보게 됩니다.

非之來也,未必不以其能存韓也爲重於韓也。辯說屬辭,飾非詐謀,以釣利於秦,而以韓利闚陛下。夫秦、韓之交親,則非重矣,此自便之計也。

한비가 온 것은 한나라를 남기는 재주로 한나라에서 무거워지려는 뜻이 없다고 할 수 없습니다. 말을 엮고 글을 붙여 그름을 꾸미고 속임수를 내어 진나라에서 이익을 낚으며, 한나라의 이익으로 폐하를 엿보는 것입니다. 무릇 진나라와 한나라의 사귐이 친해지면 한비가 무거워지니, 이는 제 몸을 편하게 하려는 꾀입니다.

臣視非之言,文其淫說靡辯,才甚。臣恐陛下淫非之辯而聽其盜心,因不詳察事情。今以臣愚議,秦發兵而未名所伐,則韓之用事者以事秦爲計矣。臣斯請往見韓王,使來入見,大王見,因内其身而勿遣,稍召其社稷之臣,以與韓人爲市,則韓可深割也。因令象武發東郡之卒,闚兵於境上而未名所之,則齊人懼而從蘇之計,是我兵未出而勁韓以威擒,强齊以義從矣。聞於諸侯也,趙氏破膽,荊人狐疑,必有忠計。荊人不動,魏不足患也,則諸侯可蠶食而盡,趙氏可得與敵矣。願陛下幸察愚臣之計,無忽。

신이 한비의 말을 보건대 그 넘치는 설과 화려한 변론을 꾸미니 재주가 대단합니다. 신은 폐하께서 한비의 변론에 빠져 그 도둑의 마음을 들으시고 일의 실정을 자세히 살피지 않으실까 두렵습니다. 이제 신의 어리석은 의논으로는, 진나라가 군사를 내되 칠 곳을 이름하지 않으면 한나라의 일 맡은 자들이 진나라 섬김을 꾀로 삼을 것입니다. 신 이사가 가서 한왕을 뵙고 들어와 뵙게 하기를 청하오니, 대왕께서 보시고 그 몸을 들여 두고 보내지 마시며 차츰 그 사직의 신하들을 불러 한나라 사람과 흥정하시면 한나라를 깊이 베어 낼 수 있습니다. 이어 상무(象武)로 하여금 동군의 군졸을 내어 지경 위에서 군사를 엿보이되 갈 곳을 이름하지 않게 하시면, 제나라 사람이 두려워 형소의 꾀를 따를 것이니 이는 우리 군사가 나가기 전에 굳센 한나라를 위엄으로 사로잡고 강한 제나라를 의로 따르게 하는 것입니다. 제후에게 들리면 조씨는 쓸개가 깨지고 초나라 사람은 의심하여 망설이며 반드시 충성된 꾀를 낼 것입니다. 초나라 사람이 움직이지 않으면 위나라는 근심할 것이 못 되니, 제후를 누에가 먹듯 다 삼킬 수 있고 조씨와 맞설 수 있습니다. 바라건대 폐하께서는 어리석은 신의 꾀를 살피시고 소홀히 마십시오.

秦遂遣斯使韓也。

진나라는 마침내 이사를 한나라에 사신으로 보냈다.

李斯往詔韓王,未得見,因上書曰:「昔秦、韓勠力一意,以不相侵,天下莫敢犯,如此者數世矣。前時五諸侯嘗相與共伐韓,秦發兵以救之。韓居中國,地不能滿千里,而所以得與諸侯班位於天下,君臣相保者,以世世相教事秦之力也。先時五諸侯共伐秦,韓反與諸侯先爲鴈行以嚮秦軍於關下矣。諸侯兵困力極,無柰何,諸侯兵罷。杜倉相秦,起兵發將以報天下之怨而先攻荊。荊令尹患之,曰:『夫韓以秦爲不義,而與秦兄弟共苦天下。已又背秦,先爲鴈行以攻關。韓則居中國,展轉不可知。』天下共割韓上地十城以謝秦,解其兵。夫韓嘗一背秦而國迫地侵,兵弱至今,所以然者,聽姦臣之浮說,不權事實,故雖殺戮姦臣,不能使韓復强。

이사가 가서 한왕에게 조서를 전하려 하였으나 뵙지 못하자 글을 올려 말하였다. 「옛날 진나라와 한나라가 힘을 아울러 한뜻으로 서로 침노하지 않으니 천하가 감히 범하지 못한 것이 여러 대였습니다. 앞서 다섯 제후가 함께 한나라를 친 적이 있는데 진나라가 군사를 내어 구하였습니다. 한나라는 가운데 있어 땅이 천 리를 채우지 못하는데도 천하에서 제후와 자리를 나란히 하고 임금과 신하가 서로 보전한 것은 대대로 진나라 섬김을 가르쳐 온 힘 덕분입니다. 그 앞서 다섯 제후가 함께 진나라를 칠 때 한나라는 도리어 제후와 더불어 앞장서 기러기 떼처럼 줄지어 관문 아래 진나라 군사를 향하였습니다. 제후의 군사가 곤하고 힘이 다하여 어찌할 수 없어 물러갔습니다. 두창(杜倉)이 진나라 재상이 되어 군사를 일으키고 장수를 내어 천하의 원망을 갚으려 먼저 초나라를 쳤습니다. 초나라 영윤이 이를 근심하여 말하였습니다. 『무릇 한나라는 진나라를 의롭지 않다 하면서도 진나라와 형제가 되어 함께 천하를 괴롭혔다. 그러고는 또 진나라를 등지고 앞장서 줄지어 관문을 쳤다. 한나라는 가운데 있어 이리저리 구르니 알 수 없다.』 천하가 함께 한나라의 위쪽 땅 열 성을 베어 진나라에 사죄하고 그 군사를 풀었습니다. 무릇 한나라가 한 번 진나라를 등졌다가 나라가 다그쳐지고 땅이 침노당하여 군사가 오늘까지 약하니, 그리된 까닭은 간사한 신하의 뜬 말을 듣고 사실을 저울질하지 않아서입니다. 그러므로 간사한 신하를 죽였어도 한나라를 다시 강하게 하지 못하였습니다.

「今趙欲聚兵士,卒以秦爲事,使人來借道,言欲伐秦,其勢必先韓而後秦。且臣聞之:『脣亡則齒寒。』夫秦、韓不得無同憂,其形可見。魏欲發兵以攻韓,秦使人將使者於韓。今秦王使臣斯來而不得見,恐左右襲曩姦臣之計,使韓復有亡地之患。臣斯不得見,請歸報,秦韓之交必絶矣。斯之來使,以奉秦王之歡心,願效便計,豈陛下所以逆賤臣者邪?臣斯願得一見,前進道愚計,退就葅戮,願陛下有意焉。今殺臣於韓,則大王不足以强,若不聽臣之計,則禍必搆矣。秦發兵不留行,而韓之社稷憂矣。臣斯暴身於韓之市,則雖欲察賤臣愚忠之計,不可得已。邊鄙殘,國固守,鼓鐸之聲於耳,而乃用臣斯之計,晩矣。且夫韓之兵於天下可知也,今又背强秦。夫弃城而敗軍,則反掖之寇必襲城矣。城盡則聚散,聚散則無軍矣。城固守,則秦必興兵而圍王一都,道不通,則難必謀,其勢不救,左右計之者不用。願陛下熟圖之。若臣斯之所言有不應事實者,願大王幸使得畢辭於前,乃就吏誅不晩也。秦王飲食不甘,遊觀不樂,意專在圖趙,使臣斯來言,願得身見,因急與陛下有計也。今使臣不通,則韓之信未可知也。夫秦必釋趙之患而移兵於韓,願陛下幸復察圖之,而賜臣報決。」

이제 조나라가 군사를 모아 마침내 진나라를 일로 삼으려 하여 사람을 보내 길을 빌리며 진나라를 치겠다고 하나, 그 형세는 반드시 한나라를 먼저 하고 진나라를 뒤로 할 것입니다. 또 신이 듣기로 『입술이 없어지면 이가 시리다』 하였으니, 무릇 진나라와 한나라가 근심을 같이하지 않을 수 없음은 그 꼴로 보입니다. 위나라가 군사를 내어 한나라를 치려 하매 진나라가 사람을 보내어 사자를 한나라로 이끌게 하였습니다. 이제 진왕이 신 이사를 보냈는데 뵙지 못하니, 좌우가 지난날 간사한 신하의 꾀를 되풀이하여 한나라로 하여금 다시 땅을 잃는 근심을 겪게 할까 두렵습니다. 신 이사가 뵙지 못하고 돌아가 아뢰기를 청하면 진나라와 한나라의 사귐은 반드시 끊어질 것입니다. 이사가 사신으로 온 것은 진왕의 기쁜 마음을 받들어 편한 꾀를 바치고자 함인데, 어찌 폐하께서 천한 신하를 물리치실 일이겠습니까? 신 이사는 한 번 뵙기를 바라며, 나아가 어리석은 꾀를 아뢰고 물러나 젓 담기는 형벌을 받아도 좋으니 바라건대 폐하께서는 마음을 두십시오. 이제 신을 한나라에서 죽인다 해도 대왕께서 강해지기에는 모자라고, 만약 신의 꾀를 듣지 않으시면 화가 반드시 얽힐 것입니다. 진나라가 군사를 내어 걸음을 멈추지 않으면 한나라의 사직이 근심스럽습니다. 신 이사가 한나라 저자에 주검으로 드러나면, 비록 천한 신하의 어리석은 충성의 꾀를 살피려 하셔도 얻을 수 없습니다. 변방이 헐고 나라가 굳게 지키며 북과 방울 소리가 귀에 들린 뒤에야 신 이사의 꾀를 쓰신다면 늦습니다. 또 무릇 한나라의 군사가 천하에서 어떠한지는 알 만한데 이제 또 강한 진나라를 등집니다. 무릇 성을 버리고 군사가 패하면 겨드랑이에서 돌아선 도적이 반드시 성을 엄습합니다. 성이 다하면 모인 것이 흩어지고, 모인 것이 흩어지면 군사가 없습니다. 성을 굳게 지키면 진나라가 반드시 군사를 일으켜 왕의 한 도읍을 에워쌀 것이니, 길이 통하지 않으면 어려움을 꾀하게 되나 그 형세는 구할 수 없고 좌우에서 꾀하는 자의 말도 쓰이지 못합니다. 바라건대 폐하께서는 깊이 헤아리십시오. 만약 신 이사가 아뢴 바에 사실에 맞지 않는 것이 있거든, 바라건대 대왕께서는 앞에서 말을 다 마치게 하신 뒤에 관리에게 넘겨 베어도 늦지 않습니다. 진왕은 먹고 마심이 달지 않고 노니는 것이 즐겁지 않아 뜻이 오로지 조나라를 도모하는 데 있어 신 이사를 보내 말하게 하였으니, 몸소 뵙기를 바라며 급히 폐하와 꾀하려 함입니다. 이제 사신이 통하지 못하면 한나라의 믿음을 알 수 없습니다. 무릇 진나라가 반드시 조나라의 근심을 놓고 군사를 한나라로 옮길 것이니, 바라건대 폐하께서는 다시 살펴 헤아리시고 신에게 결단을 알려 주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