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八姦

한비자 韓非子 · 한비(韓非)와 후학 · 기원전 3세기 · 단락 5 · 한자 1,204자 · 낭독 4.8분

「한비자」 팔간 「八姦」의 한문 원문과 우리말 번역을 단락마다 나란히 실었습니다. 법가가 한자리에 모인 책이다. 상앙의 법(法)과 신불해의 술(術)과 신도의 세(勢)를 한비가 받아 하나로 엮었다. 사람은 착해서 착한 것이 아니라 그름을 할 수 없어 착하다고 보고, 임금이 기댈 것은 어짊이 아니라 법과 술과 세라고 말한다. 모순(矛盾)이 여기서 나왔다. 뚫지 못할 방패와 뚫지 못함이 없는 창을 함께 파는 초나라 사람 이야기로 요와 순을 함께 기릴 수 없음을 보였고, 난세에서 다시 한 번 어짊과 세를 두고 같은 비유를 든다. 그루터기를 지키며 토끼를 기다린 송나라 사람(수주대토)과 발이 두 번 잘리고서야 옥으로 인정받은 화씨의 벽옥도 이 책의 이야기다. 말하기의 어려움을 다룬 세난(說難)에는 용의 목 아래 거꾸로 난 비늘 이야기가 있다. 임금에게도 그런 비늘이 있어 건드리면 죽는다는 것인데, 정작 한비 자신이 진나라에서 옥에 갇혀 죽었다. 존한(存韓)에는 한비가 진왕에게 올린 글과, 그 바로 뒤에 이사가 「한비는 한나라를 위해 온 자이니 돌려보내지 말라」고 올린 글이 나란히 실려 있다. 한 사람을 죽음으로 몬 문서가 그 사람의 책에 함께 남았다.

凡人臣之所道成姦者有八術:一曰在同牀。何謂同牀?曰:貴夫人,愛孺子,便僻好色,此人主之所惑也。託於燕處之虞,乘醉飽之時,而求其所欲,此必聽之術也。爲人臣者内事之以金玉,使惑其主,此之謂「同牀」。二曰在旁。何謂在旁?曰:優笑侏儒,左右近習,此人主未命而唯唯,未使而諾諾,先意承旨,觀貌察色以先主心者也。此皆俱進俱退,皆應皆對,一辭同軌以移主心者也。爲人臣者内事之以金玉玩好,外爲之行不法,使之化其主,此之謂「在旁」。三曰父兄。何謂父兄?曰:側室公子,人主之所親愛也;大臣廷吏,人主之所與度計也。此皆盡力畢議,人主之所必聽也。爲人臣者事公子側室以音聲子女,收大臣廷吏以辭言,處約言事,事成則進爵益祿,以勸其心,使犯其主,此之謂「父兄」。四曰養殃。何謂養殃?曰:人主樂美宮室臺池,好飾子女狗馬以娛其心,此人主之殃也。爲人臣者盡民力以美宮室臺池,重賦斂以飾子女狗馬,以娛其主而亂其心,從其所欲,而樹私利其間,此謂「養殃」。五曰民萌。何謂民萌?曰:爲人臣者散公財以說民人,行小惠以取百姓,使朝廷市井皆勸譽己,以塞其主而成其所欲,此之謂「民萌」。

무릇 신하가 말미암아 간사함을 이루는 데 여덟 가지 술이 있다. 첫째는 잠자리를 같이함이다. 무엇을 잠자리를 같이함이라 하는가. 귀한 부인과 사랑하는 어린아이와 아첨하는 미색이니 이는 임금이 홀리는 바다. 한가로이 노는 즐거움에 기대고 취하고 배부른 때를 타서 바라는 바를 구하니, 이는 반드시 들리는 술이다. 신하 된 이가 안으로 금과 옥으로 이들을 섬겨 그 임금을 홀리게 하니 이를 「잠자리를 같이함」이라 한다. 둘째는 곁에 있음이다. 무엇을 곁에 있음이라 하는가. 광대와 난쟁이와 좌우의 가까이 익은 이들이니, 이들은 임금이 명하기 전에 예예 하고 시키기 전에 그러겠다 하며, 뜻을 앞질러 가리킴을 받들고 낯빛을 살펴 임금의 마음보다 먼저 아는 자들이다. 이들은 다 함께 나아가고 함께 물러나며 다 같이 응하고 같이 대답하여 한 말로 궤를 같이하여 임금의 마음을 옮기는 자들이다. 신하 된 이가 안으로 금과 옥과 노리개로 이들을 섬기고 밖으로 이들을 위해 법 아닌 일을 행하여 그 임금을 변하게 하니 이를 「곁에 있음」이라 한다. 셋째는 아비와 형이다. 무엇을 아비와 형이라 하는가. 곁방 자식과 공자들은 임금이 친히 사랑하는 바요, 대신과 조정 아전은 임금이 더불어 헤아리는 바다. 이들은 다 힘을 다하고 의논을 마치니 임금이 반드시 듣는 바다. 신하 된 이가 공자와 곁방 자식을 음악과 여자로 섬기고 대신과 조정 아전을 말로 거두어, 자리를 잡아 일을 말하고 일이 이루어지면 작위를 올리고 녹을 더해 그 마음을 부추겨 그 임금을 범하게 하니 이를 「아비와 형」이라 한다. 넷째는 재앙을 기름이다. 무엇을 재앙을 기름이라 하는가. 임금이 궁실과 대와 못을 아름답게 하기를 즐기고 여자와 개와 말을 꾸며 그 마음을 즐겁게 하기를 좋아하니 이는 임금의 재앙이다. 신하 된 이가 백성의 힘을 다하여 궁실과 대와 못을 아름답게 하고 세금을 무겁게 거두어 여자와 개와 말을 꾸며, 그 임금을 즐겁게 하여 그 마음을 어지럽히고 바라는 대로 좇으면서 그 사이에 사사로운 이익을 심으니 이를 「재앙을 기름」이라 한다. 다섯째는 백성의 싹이다. 무엇을 백성의 싹이라 하는가. 신하 된 이가 공변된 재물을 흩어 백성을 기쁘게 하고 작은 은혜를 행하여 백성을 얻으며, 조정과 저자와 마을이 다 저를 권하고 기리게 하여 그 임금을 막고 바라는 바를 이루니 이를 「백성의 싹」이라 한다.

六曰流行。何謂流行?曰:人主者,固壅其言談,希於聽論議,易移以辯說。爲人臣者求諸侯之辯士,養國中之能說者,使之以語其私。爲巧文之言,流行之辭,示之以利勢,懼之以患害,施屬虚辭以壞其主,此之謂「流行」。七曰威强。何謂威强?曰:君人者,以羣臣百姓爲威强者也。羣臣百姓之所善,則君善之;非羣臣百姓之所善,則君不善之。爲人臣者,聚帶劒之客,養必死之士,以彰其威,明爲己者必利,不爲己者必死,以恐其羣臣百姓而行其私,此之謂「威强」。八曰四方。何謂四方?曰:君人者,國小則事大國,兵弱則畏强兵。大國之所索,小國必聽;强兵之所加,弱兵必服。爲人臣者,重賦斂,盡府庫,虚其國以事大國,而用其威求誘其君;甚者舉兵以聚邊境而制斂於内,薄者數内大使以震其君,使之恐懼,此之謂「四方」。

여섯째는 흘려보냄이다. 무엇을 흘려보냄이라 하는가. 임금은 본디 그 말을 막아 두어 의논을 듣는 일이 드물고 말솜씨에 마음이 쉬이 옮긴다. 신하 된 이가 제후의 말 잘하는 선비를 구하고 나라 안의 말 잘하는 자를 길러 제 사사로움을 말하게 한다. 교묘하게 꾸민 말과 흘러 다니는 말을 지어 이로운 형세로 보이고 근심과 해로움으로 두렵게 하며, 빈말을 이어 붙여 그 임금을 무너뜨리니 이를 「흘려보냄」이라 한다. 일곱째는 위엄과 강함이다. 무엇을 위엄과 강함이라 하는가. 남의 위에 선 이는 뭇 신하와 백성으로 위엄과 강함을 삼는 이다. 뭇 신하와 백성이 좋다 하는 것을 임금도 좋다 하고, 뭇 신하와 백성이 좋다 하지 않는 것을 임금도 좋다 하지 않는다. 신하 된 이가 칼 찬 객을 모으고 죽기를 마다 않는 선비를 길러 그 위엄을 드러내며, 저를 위하는 자는 반드시 이롭고 저를 위하지 않는 자는 반드시 죽는다고 밝혀 뭇 신하와 백성을 두렵게 하고 제 사사로움을 행하니 이를 「위엄과 강함」이라 한다. 여덟째는 사방이다. 무엇을 사방이라 하는가. 남의 위에 선 이는 나라가 작으면 큰 나라를 섬기고 군사가 약하면 강한 군사를 두려워한다. 큰 나라가 찾는 것은 작은 나라가 반드시 들어주고, 강한 군사가 더해지면 약한 군사는 반드시 복종한다. 신하 된 이가 세금을 무겁게 거두어 곳간을 다하고 제 나라를 비워 큰 나라를 섬기며, 그 위세를 써서 제 임금을 꾀어 이끈다. 심한 자는 군사를 들어 변경에 모아 놓고 안을 눌러 거두며, 얕은 자는 큰 나라 사신을 자주 들여 그 임금을 놀라게 하여 두려워하게 하니 이를 「사방」이라 한다.

凡此八者,人臣之所以道成姦,世主所以壅劫,失其所有也,不可不察焉。

무릇 이 여덟 가지는 신하가 말미암아 간사함을 이루는 바요, 세상 임금이 막히고 겁탈당하여 가진 것을 잃는 까닭이니 살피지 않을 수 없다.

明君之於内也,娛其色而不行其謁,不使私請。其於左右也,使其身必責其言,不使益辭。其於父兄大臣也,聽其言也必使以罰任於後,不令妄舉。其於觀樂玩好也,必令之有所出,不使擅進擅退,不使羣臣虞其意。其於德施也,縱禁財,發墳倉,利於民者,必出於君,不使人臣私其德。其於說議也,稱譽者所善,毁疵者所惡,必實其能,察其過,不使羣臣相爲語。其於勇力之士也,軍旅之功無踰賞,邑鬭之勇無赦罪,不使羣臣行私財。其於諸侯之求索也,法則聽之,不法則距之。所謂亡君者,非莫有其國也,而有之者皆非己有也。令臣以外爲制於内,則是君人者亡也。聽大國爲救亡也,而亡亟於不聽,故不聽。羣臣知不聽,則不外諸侯;諸侯知不聽,則不受臣之誣其君矣。

밝은 임금은 안에 대하여 그 빛을 즐기되 그 청을 행하지 않고 사사로이 청하게 하지 않는다. 좌우에 대하여는 그 몸에 반드시 그 말을 책하고 말을 보태지 못하게 한다. 아비와 형과 대신에 대하여는 그 말을 듣되 반드시 뒤에 벌로 책임 지우고 망령되이 들지 못하게 한다. 구경거리와 노리개에 대하여는 반드시 나온 데가 있게 하고 멋대로 들이고 멋대로 물리지 못하게 하며, 뭇 신하가 그 뜻을 헤아리지 못하게 한다. 덕을 베풂에 대하여는 금한 재물을 풀고 곳간을 열어 백성을 이롭게 하는 것이 반드시 임금에게서 나오게 하고, 신하가 그 덕을 사사로이 하지 못하게 한다. 말과 의논에 대하여는 기리는 것은 좋아하는 바요 헐뜯는 것은 미워하는 바이니, 반드시 그 능함을 실지로 살피고 그 허물을 살펴 뭇 신하가 서로 위해 말하지 못하게 한다. 용맹하고 힘센 선비에 대하여는 군에서의 공에 상을 넘기지 않고 마을 싸움의 용맹에 죄를 사면하지 않으며, 뭇 신하가 사사로이 재물을 쓰지 못하게 한다. 제후의 요구에 대하여는 법에 맞으면 들어주고 법에 맞지 않으면 물리친다. 이른바 망하는 임금이란 그 나라를 갖지 못한 것이 아니라, 가진 것이 다 제 것이 아닌 것이다. 신하로 하여금 밖의 힘으로 안을 제어하게 하면 이는 임금 된 이가 망하는 것이다. 큰 나라의 말을 듣는 것이 망함을 구하는 길이라 하나 듣지 않는 것보다 더 빨리 망하니 그러므로 듣지 않는다. 뭇 신하가 듣지 않을 줄 알면 밖으로 제후와 통하지 않고, 제후가 듣지 않을 줄 알면 신하가 제 임금을 속이는 말을 받지 않는다.

明主之爲官職爵祿也,所以進賢材勸有功也。故曰:賢材者處厚祿,任大官;功大者有尊爵,受重賞。官賢者量其能,賦祿者稱其功。是以賢者不誣能以事其主,有功者樂進其業,故事成功立。今則不然,不課賢不肖,不論有功勞,用諸侯之重,聽左右之謁,父兄大臣上請爵祿於上,而下賣之以收財利及以樹私黨。故財利多者買官以爲貴,有左右之交者請謁以成重。功勞之臣不論,官職之遷失謬。是以吏偷官而外交,弃事而親財。是以賢者懈怠而不勸,有功者隳而簡其業,此亡國之風也。

밝은 임금이 벼슬과 직임과 작위와 녹을 두는 것은 어진 재목을 나아가게 하고 공 있는 이를 권하는 까닭이다. 그러므로 이르기를, 어진 재목은 두터운 녹에 처하고 큰 벼슬을 맡으며 공이 큰 이는 높은 작위를 가지고 무거운 상을 받는다 한다. 어진 이에게 벼슬을 줌에 그 능함을 헤아리고 녹을 매김에 그 공에 걸맞게 한다. 이 때문에 어진 이는 능함을 속여 그 임금을 섬기지 않고 공 있는 이는 그 업을 즐겨 나아가니, 그러므로 일이 이루어지고 공이 선다. 이제는 그렇지 않다. 어질고 못남을 따지지 않고 공로가 있는지 논하지 않으며, 제후의 무게를 쓰고 좌우의 청을 들으며, 아비와 형과 대신이 위로 작위와 녹을 청하고 아래로 그것을 팔아 재물과 이익을 거두고 사사로운 붕당을 심는다. 그러므로 재물과 이익이 많은 자는 벼슬을 사서 귀해지고, 좌우와 사귐이 있는 자는 청을 넣어 무거워진다. 공로 있는 신하는 논해지지 않고 벼슬을 옮김이 잘못되고 어긋난다. 이 때문에 아전은 벼슬을 훔쳐 밖과 사귀고 일을 버리고 재물을 가까이한다. 이 때문에 어진 이는 게을러져 힘쓰지 않고 공 있는 이는 무너져 그 업을 소홀히 하니, 이것이 망하는 나라의 풍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