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孤憤

한비자 韓非子 · 한비(韓非)와 후학 · 기원전 3세기 · 단락 5 · 한자 1,478자 · 낭독 5.9분

「한비자」 고분 「孤憤」의 한문 원문과 우리말 번역을 단락마다 나란히 실었습니다. 법가가 한자리에 모인 책이다. 상앙의 법(法)과 신불해의 술(術)과 신도의 세(勢)를 한비가 받아 하나로 엮었다. 사람은 착해서 착한 것이 아니라 그름을 할 수 없어 착하다고 보고, 임금이 기댈 것은 어짊이 아니라 법과 술과 세라고 말한다. 모순(矛盾)이 여기서 나왔다. 뚫지 못할 방패와 뚫지 못함이 없는 창을 함께 파는 초나라 사람 이야기로 요와 순을 함께 기릴 수 없음을 보였고, 난세에서 다시 한 번 어짊과 세를 두고 같은 비유를 든다. 그루터기를 지키며 토끼를 기다린 송나라 사람(수주대토)과 발이 두 번 잘리고서야 옥으로 인정받은 화씨의 벽옥도 이 책의 이야기다. 말하기의 어려움을 다룬 세난(說難)에는 용의 목 아래 거꾸로 난 비늘 이야기가 있다. 임금에게도 그런 비늘이 있어 건드리면 죽는다는 것인데, 정작 한비 자신이 진나라에서 옥에 갇혀 죽었다. 존한(存韓)에는 한비가 진왕에게 올린 글과, 그 바로 뒤에 이사가 「한비는 한나라를 위해 온 자이니 돌려보내지 말라」고 올린 글이 나란히 실려 있다. 한 사람을 죽음으로 몬 문서가 그 사람의 책에 함께 남았다.

智術之士,必遠見而明察,不明察,不能燭私;能法之士,必强毅而勁直,不勁直,不能矯姦。人臣循令而從事,案法而治官,非謂重人也。重人也者,無令而擅爲,虧法以利私,耗國以便家,力能得其君,此所爲重人也。智術之士明察,聽用,且燭重人之陰情;能法之士勁直,聽用,且矯重人之姦行。故智術能法之士用,則貴重之臣必在繩之外矣。是智法之士與當塗之人,不可兩存之仇也。當塗之人擅事要,則外内爲之用矣。是以諸侯不因,則事不應,故敵國爲之訟;百官不因,則業不進,故羣臣爲之用;郎中不因,則不得近主,故左右爲之匿;學士不因,則養祿薄禮卑,故學士爲之談也。此四助者,邪臣之所以自飾也。重人不能忠主而進其仇,人主不能越四助而燭察其臣,故人主愈弊而大臣愈重。

슬기와 술을 가진 선비는 반드시 멀리 보고 밝게 살피니, 밝게 살피지 않으면 사사로움을 비출 수 없다. 법에 능한 선비는 반드시 굳세고 곧으니, 곧지 않으면 간사함을 바로잡을 수 없다. 신하가 명령을 좇아 일하고 법을 살펴 벼슬을 다스림은 무거운 사람이라 이르지 않는다. 무거운 사람이란 명령 없이 멋대로 하고 법을 이지러뜨려 사사로움을 이롭게 하며 나라를 축내어 제 집을 편하게 하고 힘으로 그 임금을 얻을 수 있는 자이니, 이것이 이른바 무거운 사람이다. 슬기와 술을 가진 선비가 밝게 살펴 그 말이 쓰이면 장차 무거운 사람의 숨은 정을 비출 것이요, 법에 능한 선비가 곧아 그 말이 쓰이면 장차 무거운 사람의 간사한 행실을 바로잡을 것이다. 그러므로 슬기와 술을 가지고 법에 능한 선비가 쓰이면 귀하고 무거운 신하는 반드시 먹줄 밖에 놓인다. 이는 법과 술의 선비와 길을 맡은 사람이 둘 다 남을 수 없는 원수 사이라는 말이다. 길을 맡은 사람이 일의 요긴함을 멋대로 하면 안팎이 그를 위해 쓰인다. 이 때문에 제후가 그를 거치지 않으면 일이 응하지 않으니 적국이 그를 위해 말해 주고, 백관이 그를 거치지 않으면 업이 나아가지 않으니 뭇 신하가 그를 위해 쓰이며, 낭중이 그를 거치지 않으면 임금을 가까이할 수 없으니 좌우가 그를 위해 감추어 주고, 배우는 선비가 그를 거치지 않으면 기르는 녹이 얇고 예가 낮으니 배우는 선비가 그를 위해 말해 준다. 이 네 가지 도움은 사악한 신하가 스스로를 꾸미는 까닭이다. 무거운 사람은 임금에게 충성하여 제 원수를 나아가게 할 수 없고, 임금은 이 네 가지 도움을 넘어 그 신하를 비추어 살필 수 없다. 그러므로 임금은 더욱 가려지고 대신은 더욱 무거워진다.

凡當塗者之於人主也,希不信愛也,又且習故。若夫即主心,同乎好惡,固其所自進也。官爵貴重,朋黨又衆,而一國爲之訟。則法術之士欲干上者,非有所信愛之親、習故之澤也,又將以法術之言矯人主阿辟之心,是與人主相反也。處勢卑賤,無黨孤特。夫以䟽遠與近愛信爭,其數不勝也;以新旅與習故爭,其數不勝也;以反主意與同好惡爭,其數不勝也;以輕賤與貴重爭,其數不勝也;以一口與一國爭,其數不勝也。法術之士操五不勝之勢,以歲數而又不得見,當塗之人乘五勝之資,而旦暮獨說於前。故法術之士奚道得進,而人主奚時得悟乎?故資必不勝而勢不兩存,法術之士焉得不危?其可以罪過誣者,以公法而誅之;其不可被以罪過者,以私劒而窮之。是明法術而逆主上者,不僇於吏誅,必死於私劒矣。朋黨比周以弊主,言曲以便私者,必信於重人矣。故其可以功伐借者,以官爵貴之;其不可借以美名者,以外權重之。是以弊主上而趨於私門者,不顯於官爵,必重於外權矣。今人主不合參驗而行誅,不待見功而爵祿,故法術之士安能蒙死亡而進其說?姦邪之臣安肯乘利而退其身?故主上愈卑,私門益尊。

무릇 길을 맡은 자가 임금에게 믿음과 사랑을 받지 못하는 일은 드물고 또 익숙하고 오래된 사이다. 임금의 마음에 나아가 좋아하고 미워함을 같이함은 본디 그가 스스로 나아간 길이다. 벼슬과 작위가 귀하고 무거우며 붕당이 또 많아 온 나라가 그를 위해 말해 준다. 그런데 법과 술의 선비로서 위에 나아가려는 이는 믿고 사랑하는 친함도 없고 익숙하고 오래된 은택도 없으며, 또 장차 법과 술의 말로 임금의 아첨하고 치우친 마음을 바로잡으려 하니 이는 임금과 서로 반대되는 것이다. 처한 형세는 낮고 천하며 무리가 없어 홀로 외롭다. 무릇 멀고 성근 처지로 가깝고 사랑받고 믿음받는 이와 다투면 그 수가 이길 수 없고, 새로 온 나그네로 익숙하고 오랜 이와 다투면 그 수가 이길 수 없으며, 임금의 뜻을 거스르는 처지로 좋아하고 미워함을 같이하는 이와 다투면 그 수가 이길 수 없고, 가볍고 천한 처지로 귀하고 무거운 이와 다투면 그 수가 이길 수 없으며, 한 입으로 온 나라와 다투면 그 수가 이길 수 없다. 법과 술의 선비는 다섯 가지 이길 수 없는 형세를 잡고 여러 해가 지나도록 뵙지도 못하는데, 길을 맡은 사람은 다섯 가지 이기는 밑천을 타고 아침저녁으로 홀로 임금 앞에서 말한다. 그러니 법과 술의 선비가 어느 길로 나아갈 수 있으며 임금은 어느 때에 깨달을 수 있겠는가. 그러므로 밑천이 반드시 이길 수 없고 형세가 둘 다 남을 수 없으니, 법과 술의 선비가 어찌 위태롭지 않겠는가. 죄와 허물로 씌울 수 있는 이는 공변된 법으로 베고, 죄와 허물을 씌울 수 없는 이는 사사로운 칼로 궁하게 한다. 이는 법과 술을 밝히면서 임금의 뜻을 거스르는 이가 아전의 벰에 죽지 않으면 반드시 사사로운 칼에 죽는다는 말이다. 붕당을 지어 임금을 가리고 말을 굽혀 사사로움을 편하게 하는 자는 반드시 무거운 사람에게 믿음을 받는다. 그러므로 공을 세운 것으로 핑계 댈 수 있는 이는 벼슬과 작위로 귀하게 하고, 아름다운 이름을 빌릴 수 없는 이는 밖의 권세로 무겁게 한다. 이 때문에 임금을 가리고 사삿집으로 달려가는 자는 벼슬과 작위로 드러나지 않으면 반드시 밖의 권세로 무거워진다. 이제 임금이 맞대어 살펴보지 않고 베며 공을 보기를 기다리지 않고 작위와 녹을 주니, 법과 술의 선비가 어찌 죽음을 무릅쓰고 그 설을 올릴 수 있으며 간사한 신하가 어찌 이익을 타고 그 몸을 물리려 하겠는가. 그러므로 임금은 더욱 낮아지고 사삿집은 더욱 높아진다.

夫越雖國富兵強,中國之主皆知無益於己也,曰:「非吾所得制也。」今有國者雖地廣人衆,然而人主壅蔽,大臣專權,是國爲越也。智不類越,而不智不類其國,不察其類者也。人之所以謂齊亡者,非地與城亡也,呂氏弗制而田氏用之;所以謂晉亡者,亦非地與城亡也,姬氏不制而六卿專之也。今大臣執柄獨斷,而上弗知收,是人主不明也。與死人同病者,不可生也;與亡國同事者,不可存也。今襲跡於齊、晉,欲國安存,不可得也。

무릇 월나라가 비록 나라가 부유하고 군사가 강해도 중국의 임금들은 다 저에게 이로울 것이 없음을 알아 말하기를 「내가 제어할 수 있는 바가 아니다」 한다. 이제 나라를 가진 이가 비록 땅이 넓고 사람이 많아도 임금이 막히고 가려지며 대신이 권세를 오로지하면, 이는 나라가 월나라와 같아진 것이다. 슬기롭기가 월나라와 같지 않다는 것은 알면서 슬기롭지 못하기가 제 나라와 같음은 모르니, 그 같은 무리임을 살피지 못한 것이다. 사람들이 제나라가 망하였다고 하는 것은 땅과 성이 없어져서가 아니라 여씨가 제어하지 못하고 전씨가 그것을 썼기 때문이요, 진나라가 망하였다고 하는 것도 땅과 성이 없어져서가 아니라 희씨가 제어하지 못하고 여섯 경이 오로지하였기 때문이다. 이제 대신이 자루를 잡고 홀로 끊는데 위에서 거두어들일 줄 모르니, 이는 임금이 밝지 못한 것이다. 죽은 사람과 병을 같이하는 이는 살릴 수 없고, 망한 나라와 일을 같이하는 이는 남길 수 없다. 이제 제나라와 진나라의 자취를 밟으면서 나라가 편안히 남기를 바라니 얻을 수 없다.

凡法術之難行也,不獨萬乘,千乘亦然。人主之左右不必智也,人主於人有所智而聽之,因與左右論其言,是與愚人論智也;人主之左右不必賢也,人主於人有所賢而禮之,因與左右論其行,是與不肖論賢也。智者決策於愚人,賢士程行於不肖,則賢智之士羞而人主之論悖矣。人臣之欲得官者,其脩士且以精絜固身,其智士且以治辯進業。其脩士不能以貨賂事人,恃其精潔而更不能以枉法爲治,則脩智之士不事左右、不聽請謁矣。人主之左右,行非伯夷也,求索不得,貨賂不至,則精辯之功息,而毁誣之言起矣。治辯之功制於近習,精潔之行決於毁譽,則脩智之吏廢,則人主之明塞矣。不以功伐決智行,不以叄伍審罪過,而聽左右近習之言,則無能之士在廷,而愚汙之吏處官矣。

무릇 법과 술이 행해지기 어려움은 만승의 나라만이 아니라 천승의 나라도 그러하다. 임금의 좌우가 반드시 슬기롭지는 않은데 임금이 어떤 사람을 슬기롭다 여겨 그 말을 듣고서 좌우와 더불어 그 말을 논하니, 이는 어리석은 사람과 더불어 슬기를 논하는 것이다. 임금의 좌우가 반드시 어질지는 않은데 임금이 어떤 사람을 어질다 여겨 예우하고서 좌우와 더불어 그 행실을 논하니, 이는 못난 이와 더불어 어짊을 논하는 것이다. 슬기로운 이가 어리석은 사람에게서 계책을 결단받고 어진 선비가 못난 이에게 행실을 재이면, 어질고 슬기로운 선비는 부끄러워하고 임금의 논의는 어그러진다. 벼슬을 얻으려는 신하 가운데 몸을 닦은 선비는 정갈함으로 몸을 굳게 하고, 슬기로운 선비는 다스리고 가리는 재주로 업에 나아간다. 몸을 닦은 선비는 재물과 뇌물로 사람을 섬길 수 없고, 그 정갈함을 믿어 법을 굽혀 다스릴 수도 없으니, 몸을 닦고 슬기로운 선비는 좌우를 섬기지 않고 청탁을 듣지 않는다. 임금의 좌우는 행실이 백이가 아니어서 구하는 것을 얻지 못하고 뇌물이 이르지 않으면, 정갈하고 잘 가리는 이의 공은 그치고 헐뜯고 속이는 말이 일어난다. 다스리고 가리는 공이 가까이 익은 이들에게 매이고 정갈한 행실이 헐뜯음과 기림에 결정되면, 몸을 닦고 슬기로운 아전은 폐하여지고 임금의 밝음은 막힌다. 공을 세운 것으로 슬기와 행실을 결단하지 않고 맞대어 살펴 죄와 허물을 따지지 않으며 좌우 가까이 익은 이들의 말을 들으면, 능함 없는 선비가 조정에 있고 어리석고 더러운 아전이 벼슬자리에 있게 된다.

萬乘之患,大臣太重;千乘之患,左右太信:此人主之所公患也。且人臣有大罪,人主有大失,臣主之利相與異者也。何以明之哉?曰:主利在有能而任官,臣利在無能而得事;主利在有勞而爵祿,臣利在無功而富貴;主利在豪傑使能,臣利在朋黨用私。是以國地削而私家富,主上卑而大臣重。故主失勢而臣得國,主更稱蕃臣,而相室剖符。此人臣之所以譎主便私也。故當世之重臣,主變勢而得固寵者,十無二三。是其故何也?人臣之罪大也。臣有大罪者,其行欺主也,其罪當死亡也。智士者遠見而畏於死亡,必不從重人矣;賢士者脩廉而羞與姦臣欺其主,必不從重臣矣。是當塗者之徒屬,非愚而不知患者,必汙而不避姦者也。大臣挾愚汙之人,上與之欺主,下與之收利侵漁,朋黨比周,相與一口,惑主敗法,以亂士民,使國家危削,主上勞辱,此大罪也。臣有大罪而主弗禁,此大失也。使其主有大失於上,臣有大罪於下,索國之不亡者,不可得也。

만승 나라의 근심은 대신이 너무 무거움이요 천승 나라의 근심은 좌우를 너무 믿음이니, 이는 임금이 다 같이 겪는 근심이다. 또 신하에게 큰 죄가 있고 임금에게 큰 잘못이 있음은 신하와 임금의 이로움이 서로 다르기 때문이다. 무엇으로 밝히겠는가. 이르기를, 임금의 이로움은 능한 이가 있어 벼슬을 맡기는 데 있고 신하의 이로움은 능함 없이 일을 얻는 데 있으며, 임금의 이로움은 수고한 이에게 작위와 녹을 주는 데 있고 신하의 이로움은 공 없이 부귀해지는 데 있으며, 임금의 이로움은 뛰어난 이를 능함대로 부리는 데 있고 신하의 이로움은 붕당을 지어 사사로움을 쓰는 데 있다 한다. 이 때문에 나라의 땅은 깎이고 사삿집은 부유해지며, 임금은 낮아지고 대신은 무거워진다. 그러므로 임금이 세를 잃고 신하가 나라를 얻으며, 임금은 도리어 울타리 신하라 일컬어지고 재상의 집이 부절을 가른다. 이것이 신하가 임금을 속여 사사로움을 편하게 하는 까닭이다. 그러므로 오늘날의 무거운 신하 가운데 임금이 세를 바꾸어도 굳게 사랑을 받는 이는 열에 두셋도 없다. 그 까닭이 무엇인가. 신하의 죄가 크기 때문이다. 신하에게 큰 죄가 있다 함은 그 행실이 임금을 속인 것이니 그 죄가 죽어 마땅하다. 슬기로운 선비는 멀리 보아 죽음을 두려워하니 반드시 무거운 사람을 따르지 않고, 어진 선비는 청렴을 닦아 간사한 신하와 함께 그 임금을 속이기를 부끄러워하니 반드시 무거운 신하를 따르지 않는다. 그러니 길을 맡은 자의 무리는 어리석어 근심을 모르는 자가 아니면 반드시 더러워 간사함을 피하지 않는 자다. 대신이 어리석고 더러운 사람을 끼고 위로는 그와 함께 임금을 속이고 아래로는 그와 함께 이익을 거두어 훑으며, 붕당을 지어 서로 한 입이 되어 임금을 홀리고 법을 무너뜨려 백성을 어지럽히고 나라를 위태롭고 깎이게 하며 임금을 수고롭고 욕되게 하니 이것이 큰 죄다. 신하에게 큰 죄가 있는데 임금이 금하지 못하니 이것이 큰 잘못이다. 그 임금에게 위에서 큰 잘못이 있고 신하에게 아래에서 큰 죄가 있게 하고서 나라가 망하지 않기를 찾으면 얻을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