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說難

한비자 韓非子 · 한비(韓非)와 후학 · 기원전 3세기 · 단락 6 · 한자 1,290자 · 낭독 5.2분

「한비자」 세난 「說難」의 한문 원문과 우리말 번역을 단락마다 나란히 실었습니다. 법가가 한자리에 모인 책이다. 상앙의 법(法)과 신불해의 술(術)과 신도의 세(勢)를 한비가 받아 하나로 엮었다. 사람은 착해서 착한 것이 아니라 그름을 할 수 없어 착하다고 보고, 임금이 기댈 것은 어짊이 아니라 법과 술과 세라고 말한다. 모순(矛盾)이 여기서 나왔다. 뚫지 못할 방패와 뚫지 못함이 없는 창을 함께 파는 초나라 사람 이야기로 요와 순을 함께 기릴 수 없음을 보였고, 난세에서 다시 한 번 어짊과 세를 두고 같은 비유를 든다. 그루터기를 지키며 토끼를 기다린 송나라 사람(수주대토)과 발이 두 번 잘리고서야 옥으로 인정받은 화씨의 벽옥도 이 책의 이야기다. 말하기의 어려움을 다룬 세난(說難)에는 용의 목 아래 거꾸로 난 비늘 이야기가 있다. 임금에게도 그런 비늘이 있어 건드리면 죽는다는 것인데, 정작 한비 자신이 진나라에서 옥에 갇혀 죽었다. 존한(存韓)에는 한비가 진왕에게 올린 글과, 그 바로 뒤에 이사가 「한비는 한나라를 위해 온 자이니 돌려보내지 말라」고 올린 글이 나란히 실려 있다. 한 사람을 죽음으로 몬 문서가 그 사람의 책에 함께 남았다.

凡說之難,非吾知之有以說之之難也,又非吾辯之能明吾意之難也,又非吾敢橫失而能盡之難也。凡說之難,在知所說之心,可以吾說當之。所說出於爲名高者也,而說之以厚利,則見下節而遇卑賤,必弃遠矣。所說出於厚利者也,而說之以名高,則見無心而遠事情,必不收矣。所說陰爲厚利而顯爲名高者也,而說之以名高,則陽收其身而實䟽之;說之以厚利,則陰用其言顯弃其身矣。此不可不察也。

무릇 말하기의 어려움은 내가 아는 것으로 말하기가 어려워서도 아니요, 내 말솜씨로 내 뜻을 밝히기가 어려워서도 아니며, 내가 감히 거침없이 다 말하기가 어려워서도 아니다. 무릇 말하기의 어려움은 말할 상대의 마음을 알아 내 말을 거기에 맞추는 데 있다. 말할 상대가 높은 이름을 위하는 사람인데 두터운 이익으로 말하면 절개가 낮다 여겨지고 천한 대접을 받아 반드시 버려져 멀어진다. 말할 상대가 두터운 이익을 위하는 사람인데 높은 이름으로 말하면 마음이 없고 일의 실정에서 멀다 여겨져 반드시 거두어지지 않는다. 말할 상대가 속으로는 두터운 이익을 위하면서 겉으로는 높은 이름을 내세우는 사람인데 높은 이름으로 말하면 겉으로는 그 몸을 거두면서 실은 멀리하고, 두터운 이익으로 말하면 속으로는 그 말을 쓰면서 겉으로는 그 몸을 버린다. 이는 살피지 않을 수 없다.

夫事以密成,語以泄敗。未必其身泄之也,而語及所匿之事,如此者身危。彼顯有所出事,而乃以成他故,說者不徒知所出而已矣,又知其所以爲,如此者身危。規異事而當,知者揣之外而得之,事泄於外,必以爲己也,如此者身危。周澤未渥也,而語極知,說行而有功,則德忘;說不行而有敗,則見疑,如此者身危。貴人有過端,而說者明言禮義以挑其惡,如此者身危。貴人或得計而欲自以爲功,說者與知焉,如此者身危。彊以其所不能爲,止以其所不能已,如此者身危。故與之論大人,則以爲間己矣;與之論細人,則以爲賣重。論其所愛,則以爲藉資;論其所憎,則以爲嘗己也。徑省其說,則以爲不智而拙之;米鹽博辯,則以爲多而久之。略事陳意,則曰怯懦而不盡;慮事廣肆,則曰草野而倨侮。此說之難,不可不知也。

무릇 일은 은밀함으로 이루어지고 말은 새어 나감으로 깨진다. 반드시 제 몸이 새게 한 것이 아니라도 말이 감춘 일에 미치면, 이런 자는 몸이 위태롭다. 저가 겉으로 드러내어 하는 일이 있으나 실은 다른 까닭을 이루려는 것인데, 말하는 이가 드러난 것만 알지 않고 또 그 하려는 까닭까지 알면, 이런 자는 몸이 위태롭다. 남다른 일을 꾀하여 들어맞았는데 아는 자가 밖에서 헤아려 알아내고 일이 밖으로 새면, 반드시 저 때문이라 여기니 이런 자는 몸이 위태롭다. 두터운 은택이 아직 깊지 않은데 아는 것을 다 말하여, 그 말이 행해져 공이 있으면 덕은 잊히고 말이 행해지지 않아 낭패가 있으면 의심을 받으니, 이런 자는 몸이 위태롭다. 귀한 사람에게 허물의 실마리가 있는데 말하는 이가 예의를 밝게 말하여 그 악함을 들추면, 이런 자는 몸이 위태롭다. 귀한 사람이 어떤 계책을 얻어 스스로 제 공으로 삼으려 하는데 말하는 이가 그것을 함께 알고 있으면, 이런 자는 몸이 위태롭다. 그가 할 수 없는 것을 억지로 시키고 그가 그만둘 수 없는 것을 억지로 그치게 하면, 이런 자는 몸이 위태롭다. 그러므로 그와 더불어 큰 사람을 논하면 저를 이간한다 여기고, 그와 더불어 작은 사람을 논하면 무거움을 판다 여긴다. 그가 사랑하는 이를 논하면 밑천으로 삼는다 여기고, 그가 미워하는 이를 논하면 저를 떠본다 여긴다. 그 말을 곧고 줄여 하면 슬기롭지 않다 여겨 서투르다 하고, 쌀과 소금까지 널리 늘어놓으면 말이 많다 여겨 오래 끈다 한다. 일을 간략히 하여 뜻만 아뢰면 겁이 많아 다 말하지 않는다 하고, 일을 널리 헤아려 늘어놓으면 촌스럽고 거만하다 한다. 이것이 말하기의 어려움이니 알지 않을 수 없다.

凡說之務,在知飾所說之所矜而滅其所恥。彼有私急也,必以公義示而强之。其意有下也,然而不能已,說者因爲之飾其美而少其不爲也。其心有高也,而實不能及,說者爲之㪯其過而見其惡,而多其不行也。有欲矜以智能,則爲之㪯異事之同類者,多爲之地,使之資說於我,而佯不知也以資其智。欲内相存之言,則必以美名明之,而微見其合於私利也。欲陳危害之事,則顯其毁誹而微見其合於私患也。譽異人與同行者,規異事與同計者。有與同汙者,則必以大飾其無傷也;有與同敗者,則必以明飾其無失也。彼自多其力,則毋以其難概之也;自勇其斷,則無以其謫怒之;自智其計,則毋以其敗窮之。大意無所拂悟,辭言無所繫縻,然後極騁智辯焉。此道所得,親近不疑而得盡辭也。伊尹爲宰,百里奚爲虜,皆所以干其上也。此二人者,皆聖人也;然猶不能無役身以進,如此其汙也!今以吾言爲宰虜,而可以聽用而振世,此非能仕之所恥也。夫曠日離久,而周澤既渥,深計而不疑,引爭而不罪,則明割利害以致其功,直指是非以飾其身,以此相持,此說之成也。

무릇 말하기의 힘쓸 바는 말할 상대가 자랑하는 것을 꾸며 주고 부끄러워하는 것을 없애 줄 줄 아는 데 있다. 저에게 사사로이 급한 일이 있으면 반드시 공변된 의로 보여 강하게 해 주고, 그 뜻이 낮은데 그만둘 수 없으면 말하는 이는 그를 위해 그 아름다움을 꾸미고 하지 않음을 하찮게 여겨 준다. 그 마음이 높은데 실지로 미치지 못하면 말하는 이는 그를 위해 그 허물을 들어 나쁜 점을 보이고 행하지 않음을 좋게 여겨 준다. 슬기와 능함을 자랑하고 싶어 하면 그를 위해 다른 일 가운데 같은 무리를 들어 자리를 넉넉히 만들어 주고, 그가 나에게서 말밑천을 얻게 하되 짐짓 모르는 척하여 그 슬기를 도와준다. 서로 함께 살아가자는 말을 들이려 하면 반드시 아름다운 이름으로 밝히면서 그것이 사사로운 이익에 맞음을 슬며시 보인다. 위태롭고 해로운 일을 아뢰려 하면 그것이 헐뜯음을 받을 일임을 드러내면서 그것이 사사로운 근심에 맞음을 슬며시 보인다. 그와 행실이 같은 다른 사람을 기리고, 그와 계책이 같은 다른 일을 꾀한다. 그와 함께 더러운 데가 있는 이가 있으면 반드시 크게 꾸며 상함이 없다 하고, 그와 함께 낭패를 본 이가 있으면 반드시 밝게 꾸며 잃음이 없다 한다. 저가 스스로 제 힘을 대단히 여기면 그 어려움으로 눌러서는 안 되고, 스스로 제 결단을 용맹하다 여기면 그 잘못으로 노하게 해서는 안 되며, 스스로 제 계책을 슬기롭다 여기면 그 실패로 궁하게 해서는 안 된다. 큰 뜻에 거스르는 바가 없고 말에 걸리는 바가 없은 뒤에야 슬기와 말솜씨를 마음껏 달릴 수 있다. 이 길로 얻는 것이 친하고 가까워져 의심받지 않으며 말을 다할 수 있음이다. 이윤은 요리사가 되고 백리해는 종이 되었으니 다 그 위를 구한 까닭이다. 이 두 사람은 다 성인인데도 오히려 몸을 부려 나아가지 않을 수 없었으니 이같이 더러운 일이었다. 이제 내 말로 요리사나 종이 되더라도 그로써 쓰여 세상을 떨칠 수 있다면, 이는 능히 벼슬할 이가 부끄러워할 바가 아니다. 무릇 날이 오래 지나 두터운 은택이 이미 깊어지고, 깊이 헤아려도 의심받지 않으며 다투어 말해도 죄받지 않게 되면, 이해를 밝게 갈라 그 공을 이루고 옳고 그름을 곧게 가리켜 그 몸을 꾸민다. 이렇게 서로 버티면 이것이 말하기의 이룸이다.

昔者鄭武公欲伐胡,故先以其女妻胡君以娛其意。因問於群臣:「吾欲用兵,誰可伐者?」大夫關其思對曰:「胡可伐。」武公怒而戮之,曰:「胡,兄弟之國也。子言伐之,何也?」胡君聞之,以鄭爲親己,遂不備鄭。鄭人襲胡,取之。宋有富人,天雨墻壞。其子曰:「不築,必將有盜。」其鄰人之父亦云。暮而果大亡其財。其家甚智其子,而疑鄰人之父。此二人說者皆當矣,厚者爲戮,薄者見疑,則非知之難也,處知則難也。故繞朝之言當矣,其爲聖人於晉,而爲戮於秦也,此不可不察。

옛날 정나라 무공이 호나라를 치려 하여 먼저 제 딸을 호나라 임금에게 시집보내 그 마음을 즐겁게 하였다. 이어 뭇 신하에게 물었다. 「내가 군사를 쓰려 하는데 누구를 칠 만한가?」 대부 관기사가 대답하였다. 「호나라를 칠 만합니다.」 무공이 노하여 그를 죽이며 말하였다. 「호나라는 형제의 나라다. 그대가 치자고 말함은 어째서인가?」 호나라 임금이 이를 듣고 정나라가 저를 친히 여긴다 하여 마침내 정나라에 대비하지 않았다. 정나라 사람이 호나라를 엄습하여 빼앗았다. 송나라에 부자가 있었는데 하늘에서 비가 내려 담이 무너졌다. 그 아들이 말하였다. 「쌓지 않으면 반드시 도둑이 들 것입니다.」 그 이웃집 늙은이도 그렇게 말하였다. 저녁이 되자 과연 그 재물을 크게 잃었다. 그 집에서는 제 아들을 매우 슬기롭다 하고 이웃 늙은이를 의심하였다. 이 두 사람의 말은 다 맞았는데 심한 쪽은 죽임을 당하고 얕은 쪽은 의심을 받았으니, 아는 것이 어려운 것이 아니라 아는 것을 어떻게 두느냐가 어렵다. 그러므로 요조의 말이 맞았으나 진(晉)나라에서는 성인이 되고 진(秦)나라에서는 죽임을 당하였으니 이는 살피지 않을 수 없다.

昔者彌子瑕有寵於衛君。衛國之法:竊駕君車者罪刖。彌子瑕母病,人間往夜告彌子,彌子矯駕君車以出。君聞而賢之,曰:「孝哉!爲母之故,忘其刖罪。」異日,與君遊於果園,食桃而甘,不盡,以其半啗君。君曰:「愛我哉!忘其口味以啗寡人。」及彌子色衰愛㢮,得罪於君,君曰:「是固嘗矯駕吾車,又嘗啗我以餘桃。」故彌子之行未變於初也,而以前之所以見賢而後獲罪者,愛憎之變也。故有愛於主,則智當而加親;有憎於主,則智不當見罪而加䟽。故諫說談論之士,不可不察愛憎之主而後說焉。

옛날 미자하가 위나라 임금에게 사랑을 받았다. 위나라 법에 임금의 수레를 몰래 타는 자는 발을 자르는 죄를 받았다. 미자하의 어미가 병들자 어떤 사람이 밤에 가서 미자하에게 알리니, 미자하가 명을 꾸며 임금의 수레를 타고 나갔다. 임금이 듣고 어질게 여겨 말하였다. 「효성스럽다! 어미를 위한 까닭에 발 잘리는 죄를 잊었구나.」 다른 날 임금과 과수원에 노닐다가 복숭아를 먹어 보니 달아 다 먹지 않고 그 반을 임금에게 먹였다. 임금이 말하였다. 「나를 사랑하는구나! 제 입맛을 잊고 과인에게 먹이는구나.」 미자하의 빛이 시들고 사랑이 풀려 임금에게 죄를 얻자 임금이 말하였다. 「이자는 본디 일찍이 명을 꾸며 내 수레를 탔고 또 일찍이 먹다 남은 복숭아를 내게 먹였다.」 그러므로 미자하의 행실은 처음과 달라지지 않았는데, 앞서 어질다 여겨지던 것으로 뒤에 죄를 얻은 것은 사랑과 미움이 변해서다. 그러므로 임금에게 사랑을 받으면 슬기가 들어맞아 더욱 친해지고, 임금에게 미움을 받으면 슬기가 들어맞지 않아 죄를 받고 더욱 멀어진다. 그러므로 간하고 말하고 이야기하는 선비는 사랑하고 미워하는 임금의 마음을 살핀 뒤에 말하지 않을 수 없다.

夫龍之爲虫也,柔可狎而騎也;然其喉下有逆鱗徑尺,若人有嬰之者,則必殺人。人主亦有逆鱗,說者能無嬰人主之逆鱗,則幾矣。

무릇 용이라는 벌레는 부드러워 길들여 탈 수 있다. 그러나 그 목 아래에 한 자쯤 거꾸로 난 비늘이 있어 만약 사람이 그것을 건드리면 반드시 그 사람을 죽인다. 임금에게도 거꾸로 난 비늘이 있으니, 말하는 이가 임금의 거꾸로 난 비늘을 건드리지 않을 수 있으면 거의 된 것이다.